- 질문 게시판입니다.
Date | 19/03/09 15:03:08 |
Name | ar15Lover |
Subject |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는 징병제도 한몫하지 않을까요? |
요즘 한국의 저출산 심각하죠. 언론들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여러가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의 확산, 청년실업, 집값상승, 성 차별 등등. 하지만, 징병제를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 지적하는 경우를, 적어도 저는 못봤습니다. 그런데 징병제는 저출산에 아무런 기여도 못했을까요? 전 징병제 역시 저출산에 기여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을 봐도, 한국의 현재 징병제에 몹시 불만이 많고, 제가 만약 아이를 갖게되었는데 그게 아들이라면 절대 한국의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저 자신이 나름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충역 판정을 받고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고 있거든요. 저는 사회복무요원은 질병,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최저생계비도 안주면서 부려먹는 비윤리적인 제도이고 징병제 또한 소수를 희생시켜 다수가 이득을 얻으려 드는 혐오스러운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제 아들은 어떻게든 일찌감치 해외 시민권을 취득하게 해 병역을 피하게 하고 싶습니다. 만약 저에게 그럴 능력이 없다면, 그냥 자식 없이 살렵니다.(물론 태아 성감별을 통해 남아는 낙태하고, 여아만 낳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행법상 불법에다가 비윤리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제외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저 혼자만 하고 있을까요? 이런건 단순 출생의 절대적인 숫자뿐만 아니라, 한국 국적을 이탈하는 젊은 남성의 숫자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그리고 징병제는 번식능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의 남성을 18개월~24개월 가량을 병영 내에 묶어 놓는 제도입니다. 거기에 더해 징병제는 남성의 사회 진출 시기를 2년가량 늦추는 효과를 갖고 있죠. 남성의 사회진출 시기가 늦어지니 당연히 평균 혼인 연령도 높아집니다. 평균 혼인 연령이 높아지면 당연히 출산율도 낮아집니다. 요즘 남녀평등한 세상이다 어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유능한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합니다. 남자들이 2년간 군대에 발에 묶여 있을 때, 여자들은 사회에서 실력과 경제력을 쌓습니다. 이들이 남자를 보는 기준은 자연스럽게 상승하고요.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늦게 사회진출해서 2년 먼저 진출한 여자들보다 높은 실력과 경제력을 쌓아야 하는데, 당연히 시간이 오래걸리고 그 사이에 남녀 모두 늙어갑니다. 높아진 여성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연애/결혼 경쟁에서 도태되는 남성들도 있을 거고, 자기 기준에 맞는 남자를 기다리다가 가임기가 끝나버리는 여자들도 있겠죠. 한국 사회가 정말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진지하다면,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 점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뭐라고 해야하나, 한국 사회는 그저 '저출산이 심각하다. 저출산이 심각하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이걸 진지하게 해결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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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극도로 억압되어서
한 여성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도 단지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과분한 여성과 결혼하는 게 가능했는데
요새는 여성들에게도 그나마 경제적 자유가 조금씩 가능해지면서 배우자의 기준이 예전보다 올라간 느낌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여자들은 단지 돈 많은 남자만 찾는 다는 식으로 묘사를 하면 안되죠.
그리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남자들을 좀더 일찍 돈벌게 하자. 남자들이 돈 많이 벌면 예전처럼 여자들이 알아서 결혼하자고 줄 설 것이다? ‘
이게 무슨 논리인가요?
한 여성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도 단지 돈을 벌어온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과분한 여성과 결혼하는 게 가능했는데
요새는 여성들에게도 그나마 경제적 자유가 조금씩 가능해지면서 배우자의 기준이 예전보다 올라간 느낌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여자들은 단지 돈 많은 남자만 찾는 다는 식으로 묘사를 하면 안되죠.
그리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남자들을 좀더 일찍 돈벌게 하자. 남자들이 돈 많이 벌면 예전처럼 여자들이 알아서 결혼하자고 줄 설 것이다? ‘
이게 무슨 논리인가요?
예전에는 결혼을 해야 자립할 돈을 모은다고 했죠. 일단 결혼부터 시키는 프레셔가 남녀 모두에게 가해졌으니깐요. 단칸셋방에서 출발해도 잘산다는 소리를.. 지금이 그때 보다 처음 스타트가 더 어려워진건 아니에요.
아들의 군 입대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면 여아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자연 출산율보다 높아야 하는데 딱히 그렇지 않죠. 다만 결혼 연령-출산 시기에 악영향을 주긴 한다 봅니다. 군 입대 없다 치면 속도위반 결혼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긴 할 테고,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결혼 적령기가 군 복무 기간만큼은 앞당겨지긴 하겠죠. 사회 진출 연령-혼인 연령-출산 연령이 조금씩 지연되면서 재정과 출산에 네거티브 스노우볼링이 굴러가지 않나... 굳이 말하자면 '생애 출산력'을 꽤나 저해시킨다 봅니다. 해서 군 복무가 혼인 이후 기혼 부부의 가정 계획에 끼치는 영향은 없지만, 혼인 시점을 정체시켜버리면서 사회 전체적인 생산력을 파괴하면서 인적 재생산에도 저해한다 싶네요.
글쎄요.. 분명히 여아 선호가 뚜렷해진 건 맞는데, 그게 이미 수 년 전부터 확고해졌는데도 그 사이 출산 성비는 별 변화 없었거든요. 대강 2007년 이후로 큰 변화 없이 쭉 105-106: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이게 미세하게라도 여아 출산 성비가 올라가는 경향이 보이면 자연 성비가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수 있을 텐데 딱히 그러진 않지요. 또 이미 '굳이 고르자면 딸이 더 좋긴 한데 굳이 성별 때문에 걸러낼 정돈 아니고, 애 지우고 다시 가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 그냥 가지는대로 한 둘 낳고 끝'이란 인식이 전체적으로 확고해진지라 여아 성비가 두드러지게 올라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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