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2/12/31 04:33:38
Name   다시갑시다
Subject   10의 의지는 이어지리
2022년 12월 29일. 암투병중이던 축구황제 펠레가 향년 82세의 나이로 타계했습니다.

펠레의 임종 소식에, 브라질의 현주장이자 10번 네이마르가 인스타그램에 펠레를 추모하는 글을 올립니다
"펠레 이전, 10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고 한다"

연이어 수많은 인사들의 진심이 담긴 추모행렬이 이어졋지만, 개인적으로는 네이마르의 저 한마디가 펠레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펠레는 축구선수로서 전대미문의 기록과 업적을 달성한 선수입니다. 100년 남짓한 월드컵의 역사에서 남녀불문 3회 우승은 펠레 밖에 없다는것으로서 얘기가 끝낫죠.

모국 브라질이 홈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에서 참패한 마라카냥의 비극을 라디오 중계로 듣던 9살의 펠레는 눈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자기가 브라질을 세계축구의 정상에 올려놓을 것을 다짐했다고 합니다.

불과 8년후 1958년, 고작 만17세의 펠레는, 브라질의 새로운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마라카냥의 비극까지 브라질의 유니폼은 흰색), 훨씬 더 큰 체격으로 밀고 들어오는 유럽팀들을 유려하고 화려한 테크닉은 물론 압도적인 운동능력까지 보여주며 차례대로 격파. 머나먼 북유럽의 스웨덴에서 브라질을 드디어 세계축구의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습니다. 1958년 월드컵 펠레의 모든 골들입니다. 멀리서 온 패스를 가슴으로 잡고, 공이 지면에 도달하기 이전 그 다음 터치로 수비수를 완전히 재낀 후 슈팅을 때리는, 펠레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는 그 기술을 이미 이 대회에서 숱하게 선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EPKp_fFMh4

이후 1962년, 1966년 월드컵 모두 참여는했지만 MMA를 연상시키는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로 펠레는 대회 도중 부상으로 제대로된 대회를 치루지 못하고 결국엔 1966년 대회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합니다. '이렇게는 도저히 축구 못하겠다'라는 선언이였죠. 1960년대 축구의 흐름을 잠시 돌이켜보자면 이젠 대명사가된 이태리의 빗장수비, 카테나치오가, 창시된 시점입니다. 유려하고 공격적이고 기술적인 축구보다는, 강하고 거칠고 수비적인 축구로 발장난하는 녀셕들 다리 부러뜨리는게 정답이였던 시절이죠.

하지만 1970년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펠레는 부상으로 제대로 소화 못한 지난 월드컵들의 아쉬움 (1958대회도 부상으로 대회 첫 두경기 불참), 그리고 월드컵 3회 우승이라는 역사적 기록에 대한 도전을 의식하고 대회에 참여합니다. 멕시코의 뜨거운 여름에 열린 1970년 월드컵은, 월드컵 대회 중 최초로 전세계에 컬러중계가 된 대회입니다. 진정한 첫번째 전세계인의 축제였던 1970 월드컵에서 지구는 축구의 색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각인합니다. 축구는 파란 잔디 위, 강렬한 태양 아래, 가장 밝게 빛나는 노란 유니폼, 브라질의 스포츠입니다.

격투기 발차기 처럼 들어오는 태클들을 화려한 발재간과 패스로 여유롭게 피하며 마치 어린아이 놀아주는 어른처럼 상대를 무력하게 만드는 브라질은 모두의 기대와 사랑을 받기에 합당한 팀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10번의 펠레였습니다.

9세 라디오로 마라카냥의 비극을 들으며 눈물 아래 고국의 복수를 다짐했던 펠레
17세 고국의 새로운 노란 유니폼을 직접입고 바다건너, 대륙건너 스웨덴에서 브라질의 국기를 새운 펠레
20대 내내 다리가 부러질때까지 차이며 노란 유니폼을 입고 쓰러지던 펠레는
29세 그 노란 유니폼을 전세계인들이 마음속에 품게 만듭니다

커리어내내 1000골 넘게 넣었다는 펠레의 축구선수로서 순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회자되는 플레이가 바로 이 1970 월드컵에서 나옵니다. 축구황제의 마지막 대관식. 전무후무한 월드컵 3회 우승의 신화의 대회. 첫번째 컬러 중계로 녹화가되어, 온 지구를 축구와 펠레에게 사랑에 빠지게한 그 대회. 대회내내 숱한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한 그 펠레를 대표하는 그 플레이는 다음 영상에서 확인할수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zRsvCsC4c

의외라고 생각할수있습니다. 이 플레이는 결국 빈골대에 골을 넣지 못한 축구황제의 실수가 담긴 순간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레의 임종소식을 듣고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저 플레이를 바로 떠올린데에는 이유가있을겁니다. 펠레 이후 10은 축구에서 단순한 숫자가 아니게된 이유입니다. 통상 10번은 가장 공을 잘차는 에이스의 번호라 여겨지지만, 펠레의 10번은,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펠레의 10번은 아무도 생각못한 것을 상상하는 꿈, 그리고 그걸 실제로 현실에서 도전하는 용기입니다.

골이 들어가지 않음으로서 펠레의 플레이는 미완으로 남았을지언정, 펠레의 유산은 영원해진거죠. 펠레는 분명히 축구사에 전대미문 업적을 성취한 상상못할 재능의 인물입니다. 축구에서 이룰수있는 모든것을 얻은 선수가 바로 펠레죠. 하지만 그의 수많은 업적과 위대한 플레이 중, 반세기 이후 아직도 우리 가슴에 가장 큰 울림을 주는 플레이가 바로 실패한 플레이라는 사실. 전 그게 펠레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축구선수로서 꿈꿀수있는 모든 것을 얻은 펠레. 그가 그런 성공을 거둘수있었던건 그의 넘처나는 재능도 분명하지만, 끝 없이 돌아오는 좌절과 고난과 현실의 제한에 불구하고, 노란 유니폼을 입은 펠레는 언제나 현실 이상의 꿈을 약속했고, 그 꿈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 선수였기 때문일겁니다. 역사가 기억하는건 펠레의 우승 트로피와 골 기록들이라도, 우리가 기억하는건 펠레가 보여준 꿈에 대한 약속과 거기에 대한 끝없는 펠레의 도전인거죠.

축구황제여 꿈꾸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당신이 나누어준 그 꿈, 우리가 계속 이어갑니다. 영원히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1-09 14:0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19 기타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6 알료사 24/11/20 5127 34
    1418 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다람쥐 24/11/07 1314 33
    1417 체육/스포츠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957 32
    1416 철학/종교비 내리는 진창을 믿음으로 인내하며 걷는 자. 8 심해냉장고 24/10/30 1194 21
    1415 정치/사회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2304 18
    1414 일상/생각트라우마여, 안녕 7 골든햄스 24/10/21 1184 36
    1413 문학뭐야, 소설이란 이렇게 자유롭고 좋은 거였나 15 심해냉장고 24/10/20 1816 41
    1412 기타"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어쩌다 트렌드를 놓치게 됐을까? 28 삼유인생 24/10/15 2112 16
    1411 문학『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8 meson 24/10/12 1126 16
    1410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20 나루 24/09/28 1408 20
    1409 문화/예술2024 걸그룹 4/6 5 헬리제의우울 24/09/02 2272 13
    1408 일상/생각충동적 강아지 입양과 그 뒤에 대하여 4 골든햄스 24/08/31 1614 15
    1407 기타'수험법학' 공부방법론(1) - 실무와 학문의 차이 13 김비버 24/08/13 2260 13
    1406 일상/생각통닭마을 10 골든햄스 24/08/02 2163 31
    1405 일상/생각머리에 새똥을 맞아가지고. 12 집에 가는 제로스 24/08/02 1787 35
    1404 문화/예술[영상]"만화주제가"의 사람들 - 1. "천연색" 시절의 전설들 5 허락해주세요 24/07/24 1606 7
    1403 문학[눈마새] 나가 사회가 위기를 억제해 온 방법 10 meson 24/07/14 2088 12
    1402 문화/예술2024 걸그룹 3/6 16 헬리제의우울 24/07/14 1840 13
    1401 음악KISS OF LIFE 'Sticky' MV 분석 & 리뷰 16 메존일각 24/07/02 1769 8
    1400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3) 26 삼유인생 24/06/19 3021 35
    1399 기타 6 하얀 24/06/13 2009 28
    1398 정치/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4 카르스 24/06/03 3267 11
    1397 기타트라우마와의 공존 9 골든햄스 24/05/31 2075 23
    1396 정치/사회한국 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2) 18 삼유인생 24/05/29 3285 29
    1395 정치/사회한국언론은 어쩌다 이렇게 망가지게 되었나?(1) 8 삼유인생 24/05/20 2839 29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