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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11/09 14:07:07
Name   영원한초보
Subject   JTBC서울국제마라톤 후기
4월에 20km 대회 어쩌다가 따라나간거로 시작해서 올해 풀코스에 도전하게 되었고
학업, 취업 이외에 이렇게 장기 프로젝트를 해본건 처음입니다.
완주가 목표였던 것에서 네시간 안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그만큼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아래는 SNS에 올렸던 걸 가져온거라 평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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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11월5일 3:30분 알람 시간보다 1시간 20분 빨리 눈이 떠졌다.
‘아… 잠 푹 자라고 했는데 조졌나…’

빠르게 다시 잠들려고 노력했으나 헛수고 였다.
결국 4시 30분에 이불 개고 빠르게 장을 비우기 위해 요구르트와 커피를 마셨다.
옥수수 수프, 고구마 1, 바나나 2로 아침을 끝내고 씻고 소식을 기다렸는데 없어서
나가려는 찰나 소식이 왔다. 기쁘게 보내주고 월드컵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비가 오는 걸 보면 지금 오니까 시작할 때 안 오려나 신발 안젖게 다른거 신고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갔다. 지인의 크루에서하는 이벤트에 참가하기로 했는데 황금빛 친구를 떠내려 보내느라 늦는 바람에 참가를 못했다. 이때부터 계속 어리버리타서 물품보관소까지 가는데도 한참 걸리고 뒤늦게 혼자 경기장 2층에서 몸을 풀었다. 몸풀 때 생각보다 연습했던 자세가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고 첫 참가인 나는 D조 집결지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지고 있었고 살짝 젖은 신발이 신경 쓰였다. 출발 전 에너지 젤 한 개 먹고 쓰레기통 찾다 없어서 누가 버린 우의안에다 껍데기를 버렸다. 아직 이런 게 좀 불편하다. 이후 길에다 막 버렸지만… 
D조 어느 정도 위치에서 출발해야 비슷한 사람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레이스를 시작했다. 6:00 페이스로 시작해서 1km끝날 때쯤 5:35로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사람들 따라다니다 보니 5:30 페이스가 됐다. 비슷한 페이스 사람 찾다가 합정에서 양화대교 들어가기 전에 보라색 싱글렛을 입은 그룹이 눈에 띄었다. 살짝 빠른 느낌이었지만 따라다니면 편해 보여서 붙어가기 시작했고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평상시보다 호흡도 훨씬 안정적이었다. 양화대교 지나서 5km 지점 첫 급수가 나왔고 페이스 다운이 크지 않게 안정적으로 컵을 잡고 급수에 성공했다. 하프 뛸 때는 5km에서 급수하지 않았는데 조금만 뛰어도 탈수가 시작이라는 말에 5km간격 급수를 모두 챙기기로 했다.  여의도 공원 옆을 지날 때 할머니 한 분이 쓰러져 계셨다. 러너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러너와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크게 다치시지 않으셨길 바란다.
마포대교에 들어가면서 물 스펀지 공급이 시작됐는데 싸늘한 날씨 때문에 스펀지는 패스하기로 했다. 오히려 낮은 기온으로 아직 왼쪽 새끼발가락이 얼어있었다. 지난해 참가자 영상을 참고로 곧 급수 장소가 나오는 것을 알고 그전에 파워 젤 하나를 먹었다. 물먹고 젤 먹는 것보다 젤 먹고 물 마시는게 호흡면에서 좋다고 그래서 실행에 옮겼다. 하프 때는 급수 위치를 파악 못 해서 물먹으러 간다고 멈추고 손해 보는 동작도 많이 해서 이번에는 5km 단위마다 미리 안쪽으로 이동하고 페이스 손실 없는 위치를 미리 찾아서 갔다. 걱정되는 두 군데 언덕코스 중 하나인 아현초등학교에서 충정로까지 언덕길이 시작됐다. 해당 부분만 미리 연습해 둔 덕분에 쫄지 않고 달렸다. 항상 12~13km 정도 달리면 다리가 좀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언덕을 지나서 13km 지점을 지날 때 호흡도 좋고 몸이 가벼웠다. 같이 뛰는 그룹이 페이스가 5:10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빨리 달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광화문 15km 지점을 지나면서 지난 서울 달리기 때 부상이 떠올라서 발등이 갑자기 걱정되었다. 자꾸 걱정하니 아픈 것만 같았다.
종로 거리에 들어서고 17km쯤부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대문 18km 지점을 지나면서 이런 생각은 없어졌다. 그런데 그전에 왼발을 계속 의식해서 그랬던 건지 왼쪽 중둔근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항상 장거리 연습할 때 엉덩이가 뻐근해져서 더 움직일 수 없어서 중도 포기했었다. 왼쪽 엉덩이를 보호하기 위해 리듬 시작을 오른쪽에 두었다. 강약중간약…아직 리듬 강도를 양발 똑같이 주는게 힘들다. 하프 지점을 지나면서 뻐근했던 엉덩이도 괜찮아 졌다.

 이때쯤 사고가 벌어졌다. 같이 달리던 그룹과도 절반 넘게 달려왔다. 사이가 좋아 보이는 세분을 보며 나도 정이 들어버렸다. 세 사람은 에너지 젤을 정겹에 나눠 먹었다. 그런데 마지막 분이 에너지 젤을 먹다 그만 목에 걸려버렸다. 숨이 멎어버리는 소리가 들렸고 빨리 밷어내지 않으면 쓰러져 버릴 것 같은 소리였다. 고통스런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결국 달리기를 멈추셨다. 순간 아찔 했는데 기침소리가 들렸고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였다.
이후 같이 가던 그룹이 깨져버렸다. 그들을 의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혼자 남겨졌다. 이제부터 달리면서 걱정이 쏟아질 것이다. 마라톤은 정신력 소모가 심해서 힘들다는 걱정의 시간을 줄여야한다. 걱정을 덜어낼 생각을 하려 주변을 둘러보지만 하필 낯선 장소라 떠올릴 추억도 없었다. 초반에 기운 넘치고 해맑게 웃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굳은 날씨처럼 걱정 한가득인 사람들만 보였다. 위안이 된건 목표로한 서브4에 대한 시간을 많이 벌어놓은 상태고 연습때보다 몸이 가볍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자역을 지나면서 걱정했던 두 번째 언덕 코스가 나왔다. 여기도 미리 찍먹을 해본 곳이었는데 마지막 아차산 지하차도 직전 급경사를 지나 힘겹게 지하차도에 들어섰다. 마라토너들은 유치하게도 터널만 들어가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댄다. 하지만 나는 소리지를 기운이 없었다. 터널 중간쯤 앞에서 부터 소리의 메아리가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리에 휩쓸려 버릴 정도로 기운이 없었지만 저항을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신기하게도 메아리가 내 몸을 지나가면서 에너지로 바뀌었고 힘든 것들이 사라졌다. 이제 걱정되는 언덕코스를 모두 극복했다.
지하차도를 지나고 흐리지만 밝은 하늘이 보였다. 내리막을 편하게 내려가려는데 오른발 운동화 끈이 풀렸다. 내리막에서 멈췄다 출발하는 것이 덜 힘들 것 같아 우측으로 붙어서 속도를 천천히 늦췄다. 끈을 다시 묶는 시간 때문에 서브4를 못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끈을 묶는 동작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오른쪽 햄스트링을 갑자기 늘리게 됐다. 근육이 상당히 뻐근했다. 계속 달리면 쥐가 날 것 같았는데 업친 데 덥친 격으로 비 때문에 젖은 왼쪽 신발 깔창이 밀려서 들고 일어났다. 깔창이 신발 밖으로 튀어 나갈까봐 착지할 때 마다 신경을 곤두세웠다.
27km 지점 지나면서 천호대교가 나왔다. 언덕 다음으로 걱정한 곳이 천호대교 맞바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LSD 훈련 때 급격한 페이스 저하가 온 시점이 27km였다. 다행히 바람이 심하지 않았고 왼발 깔창도 얌전해지고 오른쪽 햄스트링도 풀려갔다.
3분의 2 이상 왔다. 걱정했던 위기는 모두 넘겼고 이제부터 자신만 잘 컨트롤하면 된다. 30km 지점에서 급수를 하러 멀리서 봐둔 빈 곳으로 가서 물컵을 집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왼쪽에서 한사람이 갑자기 들어왔다. 나는 피하려고 공중에 떠 있는 오른발을 딛지 않고 왼발로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밖으로 한 번 더 뛰었다. 순간 화가 났지만, 그분도 바로 사과했고 힘들어서 제대로 못 보고 들어올 수 있는 걸 같은 주자로 이해할 수 있었다. 방금 동작이 몸에 무리를 준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전체 레이스 중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길위에 파스냄새가 자주나기 시작했다. 갓길에서 뿌린 파스 때문에 눈이 매웠다는 후기를 읽어서 이때부터 왼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왼쪽 앞에 분홍 싱글렛을 입은 여성분이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뛰던 주자분이 급하게 여성분을 뛰어넘어 피했는데 착지하면서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라 쳐다봤는데 그분도 똑같이 쥐가 났다. 안타까웠다. 풀코스 마라톤은 변수가 많이 발생한다.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졌고 물이 고인 곳을 피하며 신발을 덜 젖게 했는데 누군가 웅덩이를 팍 밟고 지나가서 신발이 순식간에 다 젖었다.
32km 지점! 이제 리셋하고 10km 뛴다는 마음을 다졌고 더 이상 시계를 보지 않았다. 힘든 코스는 다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반환점 돌기전 37km부터 반복되는데 오르막과 왼쪽으로 기울어져있는 도로때문에 고통스러웠다. 39km 지나 마지막 언덕이 나왔다. 이곳이 제일 힘든 곳일 줄 몰랐다. 참가자들의 다리는 뿌리내릴 자리를 찾으려고 바닥을 천천히 살피고 있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훈련할 때 힘들어서 멈춰버린 그 느낌이었다.

완주까지 3km 남았는데 걷고 싶지 않았다.
'걸으면 안돼. 걸으면 안돼.'
여러번 속으로 되뇌었다.

40km 지점을 지나 탄천1교를 지나 삼전사거리로 내려가면서 잠겼던 다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41km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쳐있었는데 러너 한분이 옆에 오셔서 한마디 건네셨다.
'같이 가요. 트랙 한바퀴 남았어요. 할 수 있어요'
끝까지 이렇게 도와주는 분이 있다니 감동받았다.
페이스를 많이 올렸으나 오래가지 못했고 보내드려야 했다. 1km도 안 남은 것 같은데 왜 경기장이 안보이는지 얼마나 가야 하는지 몰라 고통스럽기만 했다. 좀 미리 뛰어났으면 멘붕이 안왔을 텐데 저 앞에서 꺽어들어 가면 잠실경기장인데 왜 거리가 안 줄어드는지 모르겠다. 왼쪽으로 꺽어 들어가자마자 골인 지점이 보였다. 경기장안이 피니쉬 지점인줄 알았는데 뭔가 아쉬웠지만 마지막 힘이 짜내어 한명이라도 제쳐서 들어가려고 달렸다. 그디어 첫 풀코스 완주 성공했다. 골인지점 시계는 3:58분이였다. D조라 20분 정도 늦게 출발했고 3시간39 기록으로 목표했던 서브4도 이뤘다. 기대이상의 성과였다. 이제 다시 풀코스 안뛴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눈뜨고 결승점까지 서브4 생각만 했다.
집에 오고 나니 여유가 없었던게 아쉬웠다. 시작이나 끝나고나서 사진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서울을 가로질러 뛰는 흔치 않은 기회인데 경치도 하나 즐기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여유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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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내용:
삼전사거리 앞에서 가수 션이 응원나와서 주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미친듯이 달려가서 했습니다. 엄청 뿌듯했어요 ㅋㅋ 10km뛰고 풀코스 주자들 응원하러 오신거였어요.

국제 우승자
데르세(에티오피아)- 2:07:12
국내남자 우승자
김건오 - 2:21:19
국내여자 우승자
임예진 - 2:34:46
마스터즈 우승자
박현준 - 2:26:22

마스터즈는 일반인 참가를 말합니다.
우승후보는 국내 마스터즈 최강자인 로버트 허드슨(올해 동아마라톤 2:24대)이고 작년 jtbc우승자입니다.
박현준 선수는 작년 9월30일에 대장암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비가오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최고 기록으로 우승한 것 정말 대단합니다.
국내여자부분 임예진 선수도 갑상선암에 출산한지 얼마 안되었다고 하는데 대단합니다.

저는 이번 마라톤 결과보고(기록이 아닌 몸상태) 내년에도 할까 결정하려고 했는데 뛰고나서 아픈데 하나 없어서 평생 취미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동아마라톤 신청을 못했는데 혹시 추가로 풀리는 것이 있으면 구해서 도전하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3시간30분 안으로 목표하려고 합니다.
힘들지만 풀코스 마라톤 한번은 도전해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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