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4/01/17 21:41:05
Name   양라곱
Subject   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지금이야 메데타시 메데타시 하면서 약간은 건조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지난 한달 반동안 탐라에다가 징징대는거 라이브로 본 회원님들은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엄청 웃길 것이다. 사실 이 거지같은 경험을 하면서 양가적인 감정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스윙했다.

다행이었던 포인트들
1. 이후가 월세살이여서 보증금 존버가 가능했다
2. 전세사기는 아니었다 (빌라 건물주였기때문에 무조건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3.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거지같았던 포인트들
- 그외 모든 순간들



——————————————————

계약만료 D-23
대충 세상이 망한 뒤… 가 아니라 대충 집주인이 연락을 받지 않은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나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놓고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관리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000호 세입자시죠? 지금 화장실 수리하러 왔으니 비밀번호 알려주세요~
? 저는 수리를 요청드린 적이 없는데요? 누가 수리해달라고 했나요?
글..쎄요..? 세입자분이지 않을까요..?
저는 그런적 없는데요?

오… 집주인은 나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화장실을 수리하려고 했던 것이다.

나는 (1) 분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사나오면서 집 상태를 꼼꼼하게 기록해두지 않았고, (2) 화장실에는 수리할 것이 전혀 없었는데(!) 새걸로 싹 다 교체한 다음에 나중에 나에게 임의로 청구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집주인과 분쟁 중임을 관리회사에 알리고, 바로 친구에게 부탁해서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그리고 그 날 밤에 최후 통첩 메시지를 보냈다.
(1) 사실관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
(2) 너가 이런식으로 나오니, 나도 이후 세입자 빨리 구할 수 있도록 배려 안함. 껒
(3) 계속 답장 없으면 법적 대응 할거임


대충 공백 포함해서 3천자 정도의 분량이었다.

사실 이 문자에 대한 답장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앞선 모든 순간을 경험한 나의 세포가 이 사람과 원활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없음을 소리쳤기에, 이후에 있을 법적 대응에서 필요한 [나는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했는데 집주인이 쌩깠다]는 빌드업의 일환이었다.


계약만료 D-15
당연히, 답장이 없었다. 그 동안 나는 아래와 같이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용증명 → (지급명령신청 →) 민사소송

원래는 바로 지급명령신청을 하려고 하다가, 지금 내가 집주인과 분쟁이 있음을 명확히 하기 위해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지급명령신청 해봤자 집주인은 원상복구 비용을 빌미로 이의신청을 하여 결국 민사로 갈 것 같았다. 그러면 계약 만료되고 민사를 바로 걸어야하나? 그러면 변호사를 선임해야하는데 언제 상담을 해야하지? 아씨 근데 서울로 전입신고를 못하니까, 소송걸면 이전 지역까지 왔다갔다해야되는데.. 아니 저자식이 잘못했는데 내가 내려가는게 이게 맞나?? 하면서 머리가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그때, 다른 회원님들이 알려주신 그거. 그거를 하기로 했다.

[임차권 등기명령]
법원의 명령에 의하여 임차권의 등기를 하는 제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로 주택이나 상가건물을 비워 줄 경우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기 때문에,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로 이사를 나갈 수 있게끔 마련한 제도이다. (Feat. 나무위키)


이삼주 정도 징징거리는 동안에도 몇몇 회원님들이 [님 전입신고 하기전에 임차권 등기명령 꼭 걸고 나가야됨] 이라고 해주셨지만, [아 근데 저는 주소지 남겨둘 수 있어서 굳이굳이일듯?]이라고 대답하고 크게 신경을 안썼는데, 이쯤되어서 더 알아보니 이게 진짜 갓-갓이었다.

(1) 임차권 등기명령 결정 → 전출 가능 → 지금 주소지에서 내가 소송 걸면 이동네 법원에서 진행 가능

오… 좋아.. 이것만으로도 충분하군. 음? 2번이 있네..?

(2) 임차권 등기명령 결정 → 건물 등기부에 임차권 등기, 이후에 해제되더라도 취소선으로 표시 = [대충 건물 등기부에 전과 남는 효과]


이런 식으로 등기부에 임차권 설정 내용이 등기되고, 해제 후에도 취소선이 그어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사진 출처: https://www.mylawstory.com/10996/)

??: 오 이집 괜찮네요. 계약할게요. 어, 근데 등기부에 이 빨간 줄은 뭐에요..? 주택임차권..? 아 지금은 문제 없는거라구요? ㅎㅎ 그렇구나… 아 저 다른 집 좀 더 보고 올게요 ㅎㅎ 네네 ㅎㅎ 안녕히계세요~

!
이거였다. 집주인이 제일 아파할 것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남길 수 있다면, 이후 세입자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 자명했다. 가뜩이나 전세사기의 여파로 전세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내가 세입자여도 등기부에 문제있는 집은 찝찝해서 안들어갈거다.
그래서 나의 전략을 [내용증명 → 계약만료 → 임차권 등기명령 → 민사소송]으로 가닥을 잡았다. 등기명령까지는 내가 직접 진행하고, 이후에 민사에 착수할 때에는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정리했다. 나는 지난 분쟁의 내용과 계약 내용을 포함하여,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참고로 요즘은 인터넷으로 내용증명 발송이 손쉽게 가능하다.


내용증명 보낼 때 1번 국룰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선전포고 그 자체다.

D-12
주말에 직접 내려가서 집 구석구석 사진을 다 찍어왔다. 대충 120장 넘게 찍었다.

D-6
내용증명을 3연‘폐문부재’로 수령을 거부하였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어차피 내용증명 자체가 법적인 효력을 지닌다기보다, 이후에 진행할 법적 대응에서 분쟁이 있음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거였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D-2
관리회사에서 자꾸 전화가 온다. 나는 그날 이사 못합니다~ 집주인이 나랑 연락도 안되는데 내돈 못받는데 내가 어케나갑니까~ 아 나중에 법적 절차 끝나면 그때가서 정산하이소.

D-day
계약 만료 당일.
오전에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1-29 11:2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 왜 때문에 유료 미리보기 링크가 엄성!
  • 흥미진진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68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자율 축구'는 없다. 요르단 전으로 돌아보는 문제점들. 11 joel 24/02/19 1959 8
1367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2051 11
1366 체육/스포츠(데이터 주의)'빌드업 축구'는 없다. 우루과이전으로 돌아보는 벤투호의 빌드업. 13 joel 24/02/12 2425 30
1365 기타자율주행차와 트롤리 딜레마 9 서포트벡터 24/02/06 2149 7
1364 영화영화 A.I.(2001) 18 기아트윈스 24/02/06 2104 23
1363 정치/사회10년차 외신 구독자로서 느끼는 한국 언론 32 카르스 24/02/05 4028 12
1362 기타자폐아이의 부모로 살아간다는건... 11 쉬군 24/02/01 3209 69
1361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4, 完) 6 양라곱 24/01/31 3916 37
1360 기타텃밭을 가꿉시다 20 바이엘 24/01/31 1985 10
1359 일상/생각한국사회에서의 예의바름이란 18 커피를줄이자 24/01/27 7486 3
1358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3) 17 양라곱 24/01/22 7122 22
1357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2) 17 양라곱 24/01/17 6586 14
1356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2198 20
1355 일상/생각전세보증금 분쟁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해제까지 (1) 9 양라곱 24/01/15 3575 21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4397 2
1353 의료/건강환자의 자기결정권(autonomy)은 어디까지 일까? 7 경계인 24/01/06 2193 22
1352 역사정말 소동파가 만들었나? 동파육 이야기. 13 joel 24/01/01 2464 24
1351 기타안녕! 6살! 안녕? 7살!! 6 쉬군 24/01/01 2386 29
1350 일상/생각아보카도 토스트 개발한 쉐프의 죽음 10 Soporatif 23/12/31 2296 19
1349 문화/예술커버 댄스 촬영 단계와 제가 커버 댄스를 찍는 이유. 6 메존일각 23/12/25 2136 15
1348 기타만화)오직 만화만이 할 수 있는 것. 아트 슈피겔만의 <쥐> 1 joel 23/12/24 2230 12
1347 일상/생각빙산 같은 슬픔 10 골든햄스 23/12/17 2303 37
1346 기타스몰웨딩 하고싶은 티백들에게-2 4 흑마법사 23/12/16 2047 8
1345 정치/사회한국 철도의 진정한 부흥기가 오는가 31 카르스 23/12/16 3224 7
1344 일상/생각비오는 숲의 이야기 38 하얀 23/12/14 2660 5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