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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2/09 17:48:34수정됨 |
Name | meson |
Link #1 | https://www.ipsos.com/ko-kr/culture-wars-in-south-korea |
Subject | 무엇이 한국을 분열시킬 수 있는가? |
한국 사회에는 갈등이 만연하지 않았던 적이 없고 현재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자면, 적어도 현재 불거진 갈등의 대마(大馬)는 촉발도 필연적이지만 한계도 필연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작금의 한국은 종교, 인종, 민족, 이민자, 학력, 계급, 도농 등을 골자로 갈등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나 국가를 결정적으로 분절시킬 수 있는 뇌관은 저런 변수들, 다시 말해 인구를 종으로 가르고 국토를 횡으로 가르는 변수들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그런 치명적인 분열을 가시화할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은 지역 갈등이지만, 지역 갈등조차 예전보다는 줄어들었으며 더이상 갈등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2020년대 한국에서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동력이 되는 것은 세대(Generation)입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 4050과 6070 사이의 주도권 다툼 ]입니다. 인터넷상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2030 내부의 성별 갈등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 4050과 6070의 전선을 구성하는 한 축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사회 주류 세력으로서 전성기를 맞이한 4050이 이 갈등에서 대체로 유리하며, 이 때문에 4050과 대립하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세대 갈등의 구도가 짜여지고 또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대 갈등은 그 속성상 (성별 갈등만큼이나) 사회를 분절시키기 어렵습니다. 종교나 민족이나 지역을 기준으로는 집단끼리 갈라설 수 있지만, 세대를 기준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첫째로는 가족 단위가 여러 세대를 포괄하기 때문에 분리되기 힘들고, 둘째로는 후속세대의 양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리되더라도 오래갈 수 없으며, 셋째로는 생산가능인구의 연령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분절되는 순간 자립할 수 없는 세대가 존재합니다. 사실 굳이 이렇게 이유를 찾지 않더라도, 세대를 기준으로 분리주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란 어렵습니다. 바로 그렇기에 한국의 사회 갈등은 기본적으로 [ 사회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도 세대 갈등은 그 자체가 아니라 각 세대의 성향에 기반한 부수적인 의제들을 매개로 분출되곤 합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국제정세에 대한 입장이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수용성 등이 갈등의 주요 전선으로 인식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분쟁에서 대립하는 양측은 거의 언제나 세대에 기반하여 파생됩니다. 세대는 집단적 경험을 공유하며, 그것이 사회의 변화 방향에 대한 입장을 같이하도록 이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 갈등이 만연하다고 말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세대에 기반한 것임을 인정한다면 갈등의 대두만큼이나 그 한계도 뚜렷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막스 플랑크가 이야기한, ‘새로운 과학적 진실은 자신의 반대자들을 설득해 계몽시키면서 승리하기보다는, 그 반대자들이 결국 죽고 그것에 친숙한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면서 비로소 승리한다[A new scientific truth does not triumph by convincing its opponents and making them see the light, but rather because its opponents eventually die and a new generation grows up that is familiar with it]’는 통찰이 여기서도 유효하리라 본다면 말이죠. 물론 이것은 언뜻 보기에는 별로 고무적이지도 않은 이야기입니다. 예컨대 4050을 싫어하는 입장에서는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반대자들이 다 사라질지에 대해 가늠조차 하기 싫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만일 세대가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특히 [ 사회를 분절시킬 수 있는 변수를 동력으로 갈등이 불거졌다면 ] 오늘날 한국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종교, 인종, 민족, 이민자, 학력, 계급, 도농 등을 뇌관으로 한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나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이 그에 비해서는 훨씬 통합적이고 동질적이라는 것을 커다란 이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비록 한국인들은 갈등에 대한 민감도가 아주 높아서, 2021년 입소스 조사에서는 심지어 인도보다도 종교 갈등이 극심하다고 응답할 지경이지만 말이지요. 설문조사가 그렇다 보니 희망적인 관측이라는 게 어째 뇌피셜밖에 없습니다만, 그래도 관점을 제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몇 자 적어 봅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5-02-25 21:5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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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체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산업화 세대 vs 민주화 세대라는 프레임이 좀 낡긴 했지만 되게 직관적이긴 하네요.
세대 갈등이 중심축이었던 시대를 슬슬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단 20대에서 30대중반까지의 집단에서는 젠더별로 유의미한 행태/가치관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30대 후반 40대초반부터 50대초반까지를 포괄하는 전기밀레니얼과 X세대는 놀랍도록 비슷한 가치관과 행태를 갖고 있는데, 문화적 자유주의/개인주의가 이전 세대와의 차별점입니다. 50대중반 이후부터 그 이상 세대는 민주화/산업화 세대인데 '집단주의'를 중심으로한 발전주의 세계관에 살기 때문에 확실히 비슷하지요. 정치적으로는 586과 X가 좀 더 친밀해보여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 더 보기
세대 갈등이 중심축이었던 시대를 슬슬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단 20대에서 30대중반까지의 집단에서는 젠더별로 유의미한 행태/가치관 차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30대 후반 40대초반부터 50대초반까지를 포괄하는 전기밀레니얼과 X세대는 놀랍도록 비슷한 가치관과 행태를 갖고 있는데, 문화적 자유주의/개인주의가 이전 세대와의 차별점입니다. 50대중반 이후부터 그 이상 세대는 민주화/산업화 세대인데 '집단주의'를 중심으로한 발전주의 세계관에 살기 때문에 확실히 비슷하지요. 정치적으로는 586과 X가 좀 더 친밀해보여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은 또 다르게 묶일 수 있어서요. 결국, 세계는 더 쪼개질 것이고, 누군가 이걸 정치적으로 동원하지 않는다면 큰 갈등은 없을 수 있으나, 득표전략을 위해 평화롭게 둘리는 없다....정도의 결론이 나옵니다. 최근 나온 논문들을 보면 확실히 예전에는 없던, 즉 교육수준 말고는 별다른 통계적 의미가 없던 변수가 통계적 유의성을 획득하는 경우가 슬슬 나옵니다. 대표적인게 자산 규모이지요. 계급화의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만해도 '서울지역주의'라는 게 분명 태동하고 있고, 종부세가 부과되는 고가 아파트 지역에서는 국힘이 많이 당선됩니다. 강남3구+마포+용산. 현재는 그렇습니다.
저는 사회 갈등이 결국 정치적 입장으로 분출된다고 보는지라, 그것 때문에 양쪽 콘크리트가 누구냐를 기준으로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가치관 차이나 삶의 형태 같은 것들은 물론 정치적 입장이 같은 집단들끼리도 되게 다르긴 한데, 이게 양당제다 보니 그런 다양한 사정들이 직접 반영되지 못하고 양쪽 빅텐트의 스펙트럼 중 하나로 묶여 버리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또 다르겠지만, 최소한 현재는 사회 갈등의 대마가 여전히 4050과 6070의 대립에 있다고 봅니다. 저 둘이 양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인 이상에는요.
가치관 차이나 삶의 형태 같은 것들은 물론 정치적 입장이 같은 집단들끼리도 되게 다르긴 한데, 이게 양당제다 보니 그런 다양한 사정들이 직접 반영되지 못하고 양쪽 빅텐트의 스펙트럼 중 하나로 묶여 버리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또 다르겠지만, 최소한 현재는 사회 갈등의 대마가 여전히 4050과 6070의 대립에 있다고 봅니다. 저 둘이 양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인 이상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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