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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Moira |
| Subject | 레버넌트와 서바이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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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소설 <불을 지피다>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레버넌트>를 보기 전에 줄거리를 요약한 기사를 읽고서 '서바이벌 장르로군, 서바이벌 재밌지...' 하고 머리에 떠오른 것이 소설가 잭 런던의 <클론다이크> 시리즈였습니다. 1890년대 알래스카와 접한 캐나다 유콘 주의 클론다이크 지역에서 황금이 발견되자 10만 명에 달하는 채굴꾼들이 몰려들어 골드러시를 이루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집필한 소설 연작들입니다. 잭 런던도 채굴꾼들 중 한 명으로 참가했지만 금은 한 톨도 캐지 못했다네요. 물론 1820년대 루이지애나 매입 영토(현 다코타 주)에서 벌어진 덫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레버넌트>의 역사적 배경과는 거리가 있습니다만, 냉혹한 자연, 무심한 동물들, 원주민과 백인의 갈등, 바닥까지 노출되는 인간성 같은 기본 주제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에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클론다이크 단편 하나를 읽었어요. <불을 지피다 To Build a Fire>(1908)라는 단편인데 <불을 지피다>(이한중 역, 한겨레출판 2012)에 실려 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볼일이 있어 무리와 떨어진 한 사내가 겨울날 혼자서 아침 아홉 시에 유콘 강을 따라 길을 나섭니다. 그의 목표는 12시에 점심을 먹고 저녁 6시에 채굴지의 캠프에 합류하는 것입니다. 사내는 방한모, 벙어리장갑, 모카신, 두꺼운 독일제 양말을 걸치고 시계와 성냥, 얼지 않도록 손수건에 싸서 맨살에 바로 닿게 한 베이컨빵 도시락을 휴대하고 허스키 개 한 마리를 데리고 가고 있습니다. 기온은 영하 50도 이하. 침을 뱉으면 허공에서 침이 곧장 얼어붙어 짜락 하는 소리가 날 정도입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서리가 수염에 응결되어 딱딱한 얼음수염이 고드름처럼 점점 길어집니다. 하지만 사내는 이 동네에서 이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하며 개의치 않습니다. 사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물에 빠지는 일입니다. 영하 50도의 추위에 모든 강물과 지류는 꽁꽁 얼어붙어 있겠지만, 아무리 심한 혹한에도 산 속에는 얼지 않는 샘물이 있고 그 물줄기가 강으로 흘러들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표면 상태를 모르는 채 두텁게 쌓인 눈밭을 가다 보면 우연히 얇은 얼음장 위를 디딜 수 있는데, 그렇게 발을 잠깐 적시는 것만으로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불을 피워 신과 양말을 말려야 하고, 계획된 여정이 지체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럭저럭 순조롭게 점심 도시락까지는 먹었고, 내처 길을 가던 중 사내는 결국 물웅덩이에 한쪽 발을 빠뜨리게 됩니다. 이제부터 사내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발을 말리면 기껏 한 시간 정도 늦으리라 생각했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변수들이 그의 계획을 방해합니다. 불을 피우기 위해 장갑을 벗자 손가락이 급속히 추위에 마비되기 시작합니다. 애써 불을 지피는 데 성공은 했지만 탁 트인 공간이 아니라 나무 밑에서 불을 피우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무겁게 쌓여 있던 눈이 우수수 떨어져 타던 불을 꺼뜨리고 맙니다. 경악한 사내는 다시 땔감을 모아 불을 지피려고 허둥지둥합니다. 불쏘시개용으로 주머니에 넣어둔 자작나무 껍질에 성냥불을 붙이려고 해보지만 그의 손은 이미 곱아서 성냥개비 한 개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촉각 대신 시각을 이용해서' 손가락을 성냥에 가까이 대는 것까지가 그가 할 수 있는 동작입니다. 다급해진 사내는 70개짜리 성냥 다발을 양손 손목 사이에 끼우고 통째로 그어 불을 피웁니다. 아직 팔 근육은 얼지 않았습니다. 불을 자작나무 껍질에 갖다대고 있으니 살이 타들어가는 감각이 전해집니다. 화상의 고통을 참고 양 팔로 나무껍질과 성냥다발을 감싼 채 한참을 버티자 결국 불이 붙었습니다. 이제 나무껍질 불씨에 잔가지를 올려놓아야 하는데 손가락이 아니라 양 손목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땔감을 세심히 골라 얹을 수가 없어요. 굼뜬 몸짓으로 열심히 땔감을 얹던 중 잔가지에 딸려온 이끼덩이(습기를 머금었을)가 불 위로 떨어졌고, 사내는 손가락으로 이끼를 끄집어내려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손가락은 그만 연약한 불씨를 잘못 헤집어 꺼뜨려 버리고 맙니다. 사내는 옆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개를 바라봅니다. 사내는 어떤 이가 사슴의 시체 속에 들어가 눈보라를 이겨냈다는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개를 죽이고 따뜻한 몸속에 손을 집어넣어 녹이면 불을 피울 수 있겠다고 사내는 생각합니다. 사내가 부르자 겁먹은 개는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사내는 개를 움켜잡으려고 하다가 깜짝 놀랍니다. 손가락이 아니라 이젠 손 자체가 얼어서 개를 죽이는 동작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겁니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사내는 일어나 아무런 목적 없이 눈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달리다 보니 발이 녹은 것 같기도 하고, 기분도 나아지고, 동상에 걸린 손발은 포기하더라도 캠프에 도착하기만 하면 몸에서 성한 부분은 살릴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이 질주는 얼마 안 가 사내가 지쳐 쓰러지면서 중단됩니다. 이제 사내는 '목 잘린 닭처럼 바보스럽게 뛰어다니는 건 꼴불견'이라고 생각하고, 어차피 얼어죽을 거면 품위 있게 받아들이자고 생각합니다. '얼어 죽는 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건 아니다. 그보다 못하게 죽는 경우도 많다'고. 사내는 의연히 일어나 앉아 머릿속으로 자신의 시체를 찾아다니는 동료들과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잠에 빠져듭니다. 클론다이크 강 유역에선 영하 50도 이하에서 혼자 다녀선 안 된다고 충고하던 한 고참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