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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3/11 15:40:38 |
Name | 중년의 럴커 |
Subject | [SF단편] 펭귄 밀크 |
펭귄 밀크 선진국의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는 극에 달하고 있었다. 각종 성인병으로 인한 의료지출 , 비만인구의 증가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생산성 저하는 갈수록 심해져 차후 국가 자체의 유지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탄산음료 규제 같은 겉핥기식 조치는 실제로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운동을 통한 건강한 신체 유지 의지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몇일만 지나도 흐지부지될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그 모든 것의 해결책이 시작되었다. 영국 챨스 다윈 연구소의 에드워드 다윈은 40대 중반의 생리학자로서 여느 때처럼 감자 튀김과 미지근한 맥주 한캔을 즐기면서 tv를 시청중이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는 남극의 펭귄의 생활을 보여주는 중이었는데 귀여운 아기 펭귄이 깨어나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어미가 자신의 몸속에 보관해둔 지방을 토해내어 먹여주는 펭귄 밀크를 열심히 받아먹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평균적인 영국 중년남성으로서 역시 평균적인 고도비만으로 이미 의사로부터 당뇨 초기 증상에 대한 경고를 받은 상태이었지만 손은 연신 기름진 감자 튀김을 입으로 가져가는 중이었다. 무거운 체중을 움직여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한다던가, 행복한 포만감을 주는 음식들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하기에는 에드워드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었다. tv를 보면서 그는 자신도 먹고 싶은 만큼 먹더라도 저렇게 잉여분의 영양분을 손쉽게 배출할 수 있다면 비만에 대한 걱정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 될 것은 없지 않나?' 그것은 문득 든 생각이었다. 마침 그에게는 그에 필요한 지식이 있었고 연구소에는 다른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부족한 지식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회의때 안건을 제시해봐야지'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tv시청을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약 5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마침내 임상 실험까지 성공하여 대중 판매가 시작된 다이어트용 신약인 PM은 수많은 선진 사회에서 열렬한 선풍을 일으켰고 천문학적인 매출을 기록하게 되었다. Pre Meal Praparation 을 식전에 복용하면 인간의 소화기관에서 작용하여 반쯤 소화된 상태의 음식물을 위에 평소보다 오래 머물게 하고 자신이 원할 때 Post Meal Expulsaction 액을 복용하면 식도나 소화기관의 부담 없이 토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구토시 발생할 수 있는 역겨움을 없에주고 상쾌감을 발생시키는 작용이 있어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신약을 받아들이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였다. 이로인한 효과는 놀라웠다. 성인들의 평균 체중은 급속도로 감소하였고,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 조차 힘들어하던 고도 비만인들은 이제 좀 통통한 정도의 가벼워진 몸으로 인해 매우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특히 과도하게 먹으면서 항상 느껴야 했던 죄책감에서 해방된 심리적 효과는 비만, 정상체중인 모두에게 행복지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입으로 똥을 싼다'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던 사람들도 차츰 신약이 주는 매력에 빠져들면서 사용자는 늘어갔고 모든 건물에는 기존 화장실이외에 잉여 영양분을 배출하기 위한 시설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식도락은 점점 선진국 인류의 최고의 쾌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고소득자들은 고소득에 걸맞은 고급 음식을 더 소비하게 되었고, 저소득자라도 자극적인 맛을 가진 정크푸드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나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소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식량생산 식품 가공산업은 더할 나위없는 호황속에 비명을 지를 정도였고, 요식업체의 수또한 놀라운 증가를 보였으며, 이에 종사하는 서비스업 역시 증가하여 고용율이 늘어나고 전체 경제 생산의 증가는 두자리수에 달하는 놀라운 결과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고, 세계 경제는 새로운 중흥기를 통해 장미빛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십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두가지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여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한가지는 증가한 음식 수요로 인한 식재료의 가격 상승이었는데 제3세계에서는 수익을 위해 수출하는 식량의 양이 증가하면서 자국에서 소비되는 식량의 비중이 줄어들었고,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빈곤층을 중심으로 기아사태가 일어날 정도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과도한 식량 수출을 막으려는 시도는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과 정부 기득권층에의해 무산되었고, 이에 불만을 가진 대다수 하층민에 의한 소요로인해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식량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3세계 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은 날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공공연하게 자신의 생존을 위한 식량까지 뺐어가는 선진국에 대한 반감은 높아져만 갔으며, 이러한 세력이 국가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선진국에 대한 전쟁을 일으킬 위험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문제였다. 두번째 문제는 처음에는 사소한 문제라고 여겨졌던 배출된 잉여 영양소의 처리였다. 쉽게 말하면 이 신종의 음식물 쓰레기는 처음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처리되었으나, 그 양이 엄청나게 증가함에 따라 기존 방법으로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게 되었고, 매립지의 부족으로 인해 그냥 바다에 버리다 적발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면서 심각한 실제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를 야기한 것이었다. 그리고 비만문제 해결을 위한 PM 개발로 최고의 명예를 얻었던 찰스 다윈 연구소가 다시 한번 이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개발해 내었다. 단지 도덕적으로 조금 꺼려지지만 이 아주 단순한 해결책은 매우 짧은 시간의 논의 과정을 거치며 통과 되었고, 선진국으로부터 기아문제를 겪고 있는 식량 수출국은 물론 별다른 식량생산 기반을 가지고 못해 호황에서 소외됨으로서 더 처참한 상황을 겪던 아프리카에까지 무상으로 대량의 구호식량이 제공되기 시작할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진 않았다. 이 구호식량인 Proccessed Meal은 풍부한 영양가는 물론 아주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화될 수 있어서 기아 해결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왜냐하면 원재료 자체가 이미 어느정도 인체에 맞는 상태로 처리된 상태로 소화성분까지 다량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호민들에게는 아사의 위협에 시달리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까다롭게 따지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고, 이로서 얼마후 실제 어떤 재료로 이 구호식량이 만들어졌는지 밝혀 진 다음에도 치욕감을 느꼈지만 이 약간 신맛이 나는 구호식량을 계속 소비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선택을 하기에 이미 정상적인 식량의 가격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구호식량은 선진국의 대량 음식물 소비과정에서 배출된 잉여 영양소를 처리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다시 십여년의 세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기아문제가 해결됨으로서 사회가 안정된 제3세계의 국가들도 차츰 경제적으로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 치욕적이었던 구호식량에 대한 반감도 많이 낮아져 영국산 PM식보다는 프랑스산 PM식이 훨씬 맛있다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자 처음에는 무상으로 제공했던 선진국들은 슬쩍 '구호'글자를 빼더니 유상으로 수출하기 시작하여 더 훌륭한 경제적 이익을 얻기에 이르렀다. PM식의 소비자였던 중하층민들 중에도 성공한 사람들이 생겨나 경제적으로 부유해진 후 치욕적이었던 PM식 대신 정상적인 음식을 섭취하려 하였으나 생각지 못한 곤란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미 오랜 기간의 PM식 섭취에 익숙해져버린 그들의 소화기관은 정상적인 음식물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의학의 도움을 통해 정상 음식을 먹으려던 그들의 시도는 고통을 야기할 뿐이었고 결국 다시 PM식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입맛 역시 PM식으로 길들여진 탓에 정상식량이 특별히 나을 것도 없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였다. 대신 그들은 그들의 기준으로 더나은 PM식을 찾게 되었고, 이로서 정말 생산된 국가에 따라, 생산된 기업에 따라 PM식의 종류와 가격도 세분화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영국 명문 이스턴 고등학교의 스테판 다윈은 요즘 영 불만에 가득차 있었다. PM식이 잉여 영양분을 가공한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일어났던 국제적 공분을 달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제3세계 국가의 청소년들에 대한 선진국 우수교육기관의 우대입학 제도로 증가된 유색인종 학생이 몇년의 시간의 거치며 점점 증가하고 있었고 우대입학이 끝나도 일반전형을 통해 비슷한 비율로 증가하여 이제는 거의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가장 큰 불만은 학생식당이었다. 증가된 이 제3세계 인종들은 PM식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음식 코너의 맞은 편에 PM식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자신들의 '토사물'로 만들어진 PM 식이 일반음식과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드는데 공부 좀 잘한다고 뻐기는 듯한 인종들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PM식을 입에 넣는 모습은 아무리해도 역겨울 뿐이었다. 저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인도출신의 인드라 굽타 역시 그러한 부류이었다. 뛰어난 수학실력으로 같은 인도 출신의 수학교사로부터의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는 인드라가 특유의 마른듯한 몸매와 큰 키를 건들거리면서 걷는 모습자체가 싫었다. 그리고 오늘 본때를 보여줄 작정이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일련의 동료들과 함께 그들은 지나가던 인드라를 둘러싸고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곤란해하던 인드라는 곧 밀쳐져서 바닥을 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를 내려다보며 스테판은 험한 말을 쏟아내었다. '이 더러운 놈들 너희 나라로 돌아가버려. 그렇게 PM식을 좋아하니 이것도 먹어보지 그래?' 그리고 곧바로 아까 점심때 한껏 먹어대었던 음식물을 그 얼굴 앞에 토해내었다. 배출할 때 느끼는 간지럽기까지한 즐거운 느낌은 마치 오르가즘과 같은 쾌감을 선사하여 통쾌한 마음을 더 한층 높여 주었다. 실재로 그들은 이제 번거로운 PM 약의 도움 없이도 적절히 위에 음식물을 갖고있다 원할 때 잉여분을 배출하는 것 쯤은 손쉬운 몸이 된지 오래였다. 다른 친구가 엎드려있던 인드라의 얼굴을 토사물에 처박았다. 미쳐 호흡을 다스리지 못한 인드라는 그 토사물을 조금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반항을 하지 못하니 스테판을 비롯한 친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웃고 떠들며 그 자리를 떠나갔다. 동글동글한 몸매에 살짝 튀어나온 복부를 가진 그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멀어지는 모습을 인드라는 몸을 일으켜 바라보았다. 곧 같은 제3세계 학생 중 하나가 다가와 얼굴과 머리 카락을 닦는 것을 도와주었다. 인드라가 원했다면 그 패거리들을 다 패주는 것 쯤이야 간단한 일이다. 그의 신체의 튼튼한 근육이라면 잔뜩 먹어대고 토해내고를 반복하면서 별다른 운동도 하지 않고 지내는 존재들은 손쉽게 제압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대신 그는 어느정도 깨끗해지자 나머지 오물을 닦아내기 위해 화장실로 향하면서 머리속으로는 아까 걸어가면서 생각하고 있던 수학 난제에 대한 사고를 계속할 뿐이었다. 또 세월은 많이 흘러갔다. 획기적인 PM 다이어트 신약의 개발자의 먼 후손인 챨스 다윈은 우아하게 꾸며진 방에서 정결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깨끗한 식탁보와 반짝이는 식기는 앞으로 펼쳐질 향연을 예고하는 듯하였다. 부드럽게 흐르는 음악은 존재하는 듯 안하는 듯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프랑스산 2195년산 와인입니다' 깨끗하게 차려입은 제3세계 출신인듯한 웨이터가 예의 훤칠한 키와 날씬한 몸매를 자량하듯 우아한 몸짓으로 그에게 병을 내밀었다. 라벨을 살핀후 고개를 끄떡이자 가득 잔을 채워준다. 한모금 마시자 향기로움이 입안을 채우는 듯했다. 곧이어 전채 요리를 시작으로 최고급의 소고기와 한껏 맛을 낸 메인요리들이 그의 앞에 연달아 등장하였다. 그는 만족스럽게 그것들은 섭취하였다. 어제와 같은 만족스러운 식사다. '어떻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시야 차단막 반대편에서 챨스 다윈의 식사 모습을 지켜보던 힌드라 굽타는 자신에게 말을 건낸 관리자에게 대답을 하였다.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시키기 위한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저개체는 아무런 질병도 없고 최고의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어 생산되는 PM 역시 최고 품질입니다.' 고개를 끄떡인다. 그가 보기에도 맞는 말이다. 정크푸드로 배를 채워 생산되는 대량 PM과는 달리 최고의 식재료와 조리 과정을 통해 최고의 환경에서 좋은 품종을 통해 생산되는 PM은 역시 격이 다르다. 효율적인 소화구조때문에 비록 자신들이 필요료하는 PM식은 아주 소량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사치는 부릴 수 있다. 그는 누가 뭐래도 현 신사회의 고급 층에 속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과도한 소화과정에서 해방된 인간의 신체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왔다. 두뇌의 발달은 물론 정제된 영양소는 튼튼한 뼈대와 근육을 구성해주었다. 그리고 인류는 재도약을 거쳐 이제 외행성으로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정도의 번영을 이루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다 저 챨스 다윈의 먼 선조격인 에드워드 다윈과 다윈 연구소 덕분이었다. 그러기에 저 안의 존재, 비록 구현하는 단어는 몇개 안되게 줄어들고 지식은 음식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인류의 유산들은 사랑스러울 뿐이였다. '귀여운 나의 펭귄' 힌드라는 챨스 다윈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어서 좋은 펭귄 밀크를 생산해내렴' 외행성 개척지 P-264를 향해 순항중인 크루즈 여객선의 생산 공간에서 객실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힌드라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이 여객선에서는 특별 고객에게 자신들이 섭취하는 PM식의 생산 과정을 확인시켜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저 펭귄은 아주 훌륭한 펭귄이다. 먼 선조에 비해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외모와 불룩한 배, 짧은 다리를 가지고 있는 펭귄들이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은 특히나 사랑스러울 뿐이다. 출처 : 본인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3-20 17:09)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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