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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4/13 08:29:10 |
Name | 기아트윈스 |
Subject | 각국 20대의 투표율에 관한 일고 |
선거철이 되면 단골메뉴로 나오는 화제중 하나가 20대 XX끼론論입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 하고 궁금해서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워보았어요. <민주주의가 정착된지 오래된 나라들, 흔히 말하는 서구 선진국은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을 것이다!> 미국 대선과 중간선거입니다. 10대~20대 투표율과 30대이상 투표율을 비교해보면 심할 때는 더블스코어가 나네요. OECD 통계로 시선을 돌려봅시다. 16~35세 연령층 투표율이 55+ 연령층 투표율과 비교해서 격차가 얼마나 나는지에 대한 OECD의 2011년 통계입니다. 한국이 3등이긴 하지만 일본과 특히 영국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기 힘들고 기타 여러 나라들도 딱히 젊은 층 투표율이 높다고 하긴 어렵네요. 헌데 이 통계는 30대까지 포함된 거니 우리가 쓰기엔 적합치 않아요. 20대만 나오는 통계를 찾아봅시다. (출처: Source: European Social Survey cumulative data (waves 1 to 4, 2000-2008)) 이건 EU 15개국 통계에요. 15-24세 그룹의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과 비교했을 때 몇 퍼센트나 되는가를 보여주는 표에요. 역시 영국이 눈에 띄는 가운데 15개국 평균치가 약 85%군요. 즉, 투표율이 50%가 나왔다면 15-24세 그룹의 투표율은 42.5%라는 거지요. 벨기에나 프랑스처럼 거의 100%에 가까운 나라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단 한 나라도 젊은층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보다 높은 경우는 없었다고 볼 수 있어요. 한국과 비교해볼까요? 우리나라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이었어요. 대략 19세와 20대 전반 투표율을 퉁처서 46%라고 한다면 위의 EU15개국 통계와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자, 이쯤 되면 젊은층, 소위 10대 ~20대의 투표율이 전체에 비해 낮은 것은 세계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어요. [현상]이란 단어가 중요해요. 이게 결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또, 젊은층 투표율이 낮은 건 세대적 특성으로 보기 어렵기도 해요. 위의 첫 번째 표, 미국의 경우를 보면 젊었을 때 투표 안하던 양반들이 다들 나이 먹고는 열심히 투표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즉 [90년대생이 문제야, 우리 때는...] 같은 말이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죠. 세상이 변하고 의식이 달라져서 젊은이들이 투표를 안하게 된 게 아니라 그냥 다 떠나서 젊음이란 속성과 투표에 미온적이라는 속성이 불가분 연결되어있을 수 있다는 말이죠. 오호라... 그렇다면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생각들이 드문드문 떠오르지만 무엇 하나 맘에 들진 않네요. 한 가지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는, 20대 투표율 못지 않게 중요한 건 20대의 피선거율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19세를 포함한 20대 유권자의 수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모두 731만 명이었어요. 이는 전체 유권자 수의 18%에 해당하지요. 그런데 당선된 국회의원 중 19세를 포함한 20대 의원의 수는 전체 의원의 몇 퍼센트 였을까요? 0%입니다. 심지어 30대 당선자 수도 9명, 3%밖에 안되며 그나마도 비례대표가 대부분이었어요. 실제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40/50/60이 절대다수를 차지합니다. 평균 연령은 53.1세래요. 결과적으로 위의 연령대 투표율 그래프와 묘하게 일치하는 면이 있어요. 30대후반부터 투표율이 급격히 올라가는데 40대부터 나이로인한 당선가능성의 제약이 크게 사라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말하자면 30대 후반은 자기가 속한 세대가 본격적으로 참정하는 걸 보는 나이대라는 거지요. 또 50대에서 투표율이 급격히 올라가는데 이 점 역시 당선된 의원 평균연령과 일치하는 결과라 흥미롭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위의 OECD 국가들의 젊은층 투표율 그래프를 보시면 이탈리아가 1등으로 나타났지요? 모 언론기사에 따르면 산업화된 민주주의 국가중 국회의원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나라가 바로 당시의 이탈리아였다고 합니다. 48세라네요. 역시나... 제 잠정적인 결론은 이래요: 20대를 어떤 계급이라고 한다면, 이들은 법률상으로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모두 주어진 계층이지만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계층이에요. 그 어떤 평균연령 53세의 기성 정치인도 나이/경륜/인맥 등의 계급장을 떼고 20대 정치인과 대결하려고 하지 않을 거에요. 아니, 대결하기 이전에 그냥 게임이 안 되지요. 이길 수가 없어요. 다시 한 번 20대를 계급이라고 한다면 이들은 말하자면 미국의 흑인 계층 같은 존재일 거에요. 미국 흑인은 미국 인구의 12% 이상을 차지하지만 1940년대 이래로 흑인 상원의원은 단 7명 밖에 없었대요. 헐. 미국 대선 기준으로 2008년 오바마가 출마할 때까지 단 한 번도 흑인 투표율이 백인 투표율보다 높았던 적이 없었다는 건 이런 보이지 않는 박탈감이 반영된 게 아닐까도 싶어요. 말하자면, 표셔틀이잖아요? 표는 줄 수 있지만 표를 받을 수는 없는 계급. 사람은 만화를 봐도 자기 또래의/세대의 주인공이 나오는 만화를 찾는 경향이 있어요 (https://redtea.kr/pb/pb.php?id=qna&no=986). 하물며 선거에도 그런 측면이 있을 텐데 전세계적으로 20대 의원 같은 건 거의 없어요. 따라서 20대는 선거/정치를 "어른들이 하는 게임"으로 간주하기 쉽지 "내가 하는 게임"으로 간주하기 어려울 거에요. 그래서 감정이입이 잘 안 되고 감정이입이 안 되니 투표를 해야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잔소리를 들어도 왠일인지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고 귀찮을 거에요. 그렇다면 우리는 20대 의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 그것도 별로 자연스럽고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요. 억지로 그렇게 해봤자 근본적으로 뭔가 달라질까 싶어요. 꼭 그래야하나 하기도 하구요. 사실 30대 중반이 된 시점에서 20대의 저를 회고해보니 20대가 40대보다 나으리란 보장도 없네요 -_-;; 하지만 동시에 우린 그런 20대를 XX끼라고 타박해선 안 되요. 자기계급에선 아무도 배출할 수 없는 불모의 계급원들의 투표율이 저렇게나 높은걸요..! 그러므로 우리 현재의 20대 투표율을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놓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해봐요. 우와 컵에 물이 반이나 있네요!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4-25 11:39)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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