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6/08/11 15:34:58
Name   리틀미
Subject   의료 및 의학 관련 질문을 올릴 때
홍차넷에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서 의료 및 의학 관련 질문이 많이 올라오는데요. 의사선생님이 답변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 글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해주면 좋을텐데 아쉬운 게 많아요. 의학 지식이나 병원 현실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이 없지만, 원하는 정보를 좀 더 정확하게 얻을 수 있도록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몇 가지 써볼께요. 틀리거나 부족한 부분은 댓글로 보충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온라인으로 진단을 내리거나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기억하세요. 의료법에도 저촉되고 의료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어요. 의학적으로도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는 단순한 추측에 불과합니다. 경험에 의거한 조언을 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도 쓰는 의사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가 있어요. 스스로 아프다는 확신이 들 때는 당연히 직접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병원에 방문하기 전에 또는 방문한 이후의 복잡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궁금한 점에 대한 답변은 가능합니다.

2. 증상이 사소하다면 질문해도 소용이 없어요. 질문 자체가 큰 의미가 없거나 답변을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긴가민가할 때 "신경 쓰인다"는 표현을 많이 하죠. 신경 쓰이는 정도의 증상은 대부분 별 일 아닙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천만에 하나 심각한 병일 가능성이 있죠. 단순하게 텍스트로만 전달된 이야기를 보고 의사 입장에서는 별 일 아닙니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가 없어요. 가령 팔에 울퉁불퉁한 점이 나서 신경 쓰인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거의 확실하게 단순한 점이겠지만 피부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아닙니다" 혹은 "피부암일 수도 있습니다"라고 답변하기 어려운 것이죠.

심각한 증상인데도 사소한 것으로 오해하여 병을 키우는 경우에는 병원을 가보라고 조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자각하지요. 이런 자각이 있을 때는 "평소와 다르게"라는 단어를 쓰게 됩니다.

3. 의학 지식을 물어보는 것인지 자신의 상황을 물어보는 것인지 명확히 해주세요. 증상을 일반화해서 설명을 요구하거나 특정한 질병이나 의학 용어에 대해서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쉽게 말씀 드리려고 기억 나는 예를 들면 "물을 많이 마셔도 괜찮은가요?"라는 글을 눌러 보면 "저는 하루에 몇 리터씩 물을 많이 마셔요. 사람은 하루에 물을 얼마나 먹어도 되나요?"라는 내용이 나오지요. 이런 글은 의학 지식을 물어보는 글이 아니라 스스로 건강에 대해 물어보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하루에 물을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는 당연히 사람마다 다릅니다. 게다가 물을 많이 먹는 것 자체가 증상일 수도 있어요. ALT 수치가 어떤 것인지 질문하는 글도 기억이 나네요. ALT라는 효소가 어떤 분자이고 무엇을 분해하는지 궁금하신 건 아니겠죠? 그것도 궁금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건강과 무슨 관련인지 알고 싶을 겁니다. 환자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ALT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천차만별입니다. 외과에서는 조금만 올라도 겁먹는 경우가 있고 내과에서는 아무리 올라도 안 놀라는 경우가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히 질병이나 의학용어를 질문하거나 일반화시키는 것에는 의사선생님들이 답변하는 게 큰 도움이 안 됩니다. 구글링하거나 네이버 의학정보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친절하고 자세할 겁니다. 자신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조언을 얻을 수 있어요.

4. 의사가 환자를 이해하는 방법 혹은 차트를 쓰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 증상 Chief complain
"머리가 아파요", "배가 아파요"와 같이 환자가 직접 호소하는 가장 주요한 증상을 말합니다.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는 배가 아프다고 하지요. 단순하게 배가 아프다고 말하면 근처 내과를 방문하라고 말해주거나 정말 많이 아프면 2차 병원 외과나 소화기 내과를 가보라고 답변할 수 있을 거에요.

2) 나이/성별 Age/Sex
환자를 파악하는데 대단히 중요해요. 주증상과 조합하면 나이와 성별만 가지고도 의사의 머릿속에는 유력한 진단이 떠오르게 됩니다. 진료 과정에서는 신체 진찰과 검사를 통해서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하나씩 배제해나가게 되는데요. 물론 인터넷 상에서 개인 정보를 밝히는 것은 크게 부담되지요. 대신 그만큼 받을 수 있는 답변은 제한적입니다. 개인정보를 밝히면 더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임을 감안하셔야 한다는 것이에요.

3) 현 병력 Present Illness
주 증상을 기초로 하여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의사가 직접 문진하여 병력을 청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인터넷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다만 조금 자세하게 설명하면 더 도움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도입니다. 먼저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가(onset) 말해야 합니다. 흔히 급성이나 만성이라고 하는 부분이죠. 또 어떻게 아픈가를 묘사하면 좋습니다. "머리가 아프다"라면 "지끈지끈 아프다", "꼭꼭 쑤시듯이 아프다", "꽉 조이듯이 아프다" 등등의 묘사가 있으면 무슨 과를 내원하면 좋겠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4) 과거력 History
이 부분은 일반인과 의료인 사이에 간극이 있을 수 있는데요. 병원에서 진단 받은 진단명이 있거나 수술 받은 경험, 먹고 있는 약이 있다면 말해주면 좋아요.

덧붙이면, 홍차넷 질문게시판에 의료 및 의학 관련 질문이 많이 올라오길 바라고 쓴 글은 아니에요. 오히려 사람들이 조금 의존적으로 되면 의사선생님들이 부담을 느낄 것 같고 전체적으로 서로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 정도는 괜찮겠지만요. 서두에 밝혔듯이 특별히 질문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쓴 것이 아니라 이런 점을 더 얘기해주면 좋겠다 아쉬워서 쓴 것이고요. 아프면 가까운 병원에 가세요! 사실 웬만한 증상은 내과 가셔도 다 봅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8-22 13:39)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40 문학히틀러 <나의 투쟁>을 읽고 7 DrCuddy 16/07/28 7005 13
    241 과학도핑테스트와 질량분석기 10 모모스 16/07/30 8883 9
    242 기타홍차넷 자게 메타분석 45 기아트윈스 16/08/01 7221 16
    245 일상/생각아재의 대학생 시절 추억담들. 27 세인트 16/08/03 6328 5
    243 정치/사회정말 젊은 여성들은 정치/사회에 관심이 없을까? 26 DoubleYellowDot 16/08/03 8056 10
    244 정치/사회성별과 투표참여, 그리고 정치지식과 선거관심도 9 난커피가더좋아 16/08/04 5377 11
    246 꿀팁/강좌조용함의 떠들썩한 효과 26 눈부심 16/08/07 6541 8
    247 기타원어민도 못푸는 수능34번 문제? 34 Event Horizon 16/08/09 7682 12
    248 일상/생각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술사기 17 이젠늙었어 16/08/11 8596 7
    249 꿀팁/강좌의료 및 의학 관련 질문을 올릴 때 27 리틀미 16/08/11 6229 4
    250 기타반사 21 기아트윈스 16/08/14 5297 7
    251 기타"국왕" 대신 "국가와 조국" 위해 싸운 나폴레옹의 프랑스군 8 모모스 16/08/18 7428 3
    252 기타후장식 드라이제 소총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7 모모스 16/08/19 9686 3
    253 철학/종교주디 버틀러가 말하는 혐오언어의 해체 75 눈부심 16/08/21 10072 3
    254 일상/생각온수가 나오는구만, 수고했네 6 성의준 16/08/23 5038 5
    255 정치/사회외국인 가사도우미와 가사 공간 내부의 협상 20 호라타래 16/08/26 6102 3
    256 정치/사회위안부 관련, 최근 뉴스들 짜깁기한 것 2 Ben사랑 16/08/27 4887 3
    257 문화/예술100억 짜리 애니메이션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개봉되는 이유 14 Toby 16/08/31 7954 3
    258 역사예송논쟁 대충 알아보기 27 피아니시모 16/09/02 5922 8
    260 체육/스포츠국내 축구 이야기들 8 별비 16/09/02 6249 5
    261 철학/종교손오공과 프로도 배긴스 32 기아트윈스 16/09/04 7778 18
    262 일상/생각하나님 한 번만 더 할아버지와 대화하게 해주세요. 7 Terminus Vagus 16/09/09 4986 10
    263 게임[삼국지 영걸전] 1599 클리어 기념 팁 + 후기와 기타 등등 이야기 37 조홍 16/09/09 13747 8
    264 기타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왜 "추석 차례 지내지 말자"고 할까 9 님니리님님 16/09/13 5500 5
    265 기타니코틴과 히로뽕 이야기 5 모모스 16/09/15 9300 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