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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9/04 08:12:27 |
Name | Danial Plainview |
Subject | 핵무기 재배치의 필연적 귀결에 대한 "무모한" 설명 |
I. 북핵을 둘러싼 구조의 문제 어떤 일이 벌어졌다고 했을 때 그 원인을 구조에 두느냐 인물에 두느냐는 필연성과 우연성이라는 면에서 서로 상충하는 면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구조를 강하게 의식할수록 인물의 힘은 퇴색합니다. 예컨대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카이저가 비스마르크가 세운 전통적인 외교노선에서 벗어난 데 찾는 것과 신흥 제국주의 국가와 기존 제국주의 국가의 대립으로 보는 것.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히틀러라는 개인에 의존해 설명하는 것과 무리한 베르사유 군축조약의 여파와 경제대공황에 이은 파시즘의 대두로 설명하는 것은 서로 상반된 설명이죠. 이 둘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이런 것을 구조의 깔대기라는 모델로 설명했죠. 구조는 전반적인 방향성을 결정하고 깔대기처럼 어떤 쏠림을 만들고, 발생년도에 점차 가까워질수록 개인이 힘을 발휘할 공간이 적다고 말이죠. 그렇다고 모든 걸 구조의 방향성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한 개인이 급격한 방향성을 만들어버리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죠. 예컨대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은 9/11테러를 제외하고 설명할 수 없고 9/11 테러는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개인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9/11테러 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구요 (sonnet.egloos.com/4572971) 비슷하게 북핵 위기에 대해서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아니다 이명박 때문이다, 말하지만 진정으로 한국이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때는 94년 북폭이 마지막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김영삼이 잘못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때에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진지하게 군사적 옵션을 다루지 않았고, 군사적 옵션을 포기할 만한 합리적 선택지가 많이 있어 보였죠. 또한 1차 북핵 위기는 미북핵협상=합의틀(Agreed Framework) 으로 해결되었(다고 생각했)기도 했구요. 하지만 94년은 미국의 최대 라이벌 러시아는 옐친 치하에서 혼란으로 빌빌대던 시기이고, 중국은 화평굴기를 천명하기 전이었으며, 미국은 걸프전을 끝냈었고 골디락스라 불리는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었죠. 무엇보다 북한에게 정밀폭격을 한다고 했을 때 타겟이 포착하기 쉬운 지상에 노출되어 있어 폭격의 유리함이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그때의 북폭이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의지를 근본적으로 꺾을 수는 없었겠지만 최소한 크게 위축시키거나 이후에도 군사적 옵션을 하나의 선택지로 두며 협상 테이블에서 진지하게 협박할 수 있었겠죠. 그때의 선택이 비합리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정밀폭격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확전되어 전면전까지 이어진다고 했을 때, 전쟁을 재개한 대통령, 수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한반도를 박살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누가 안고 싶겠습니까? 94년 이후로 잠잠하던 북한은 눈치를 보다가 2002년 12월 폐연료봉을 갖고 핵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지금은 이미 어떤 옵션으로도 해결 불가능한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저는 이 지경으로 된 데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그 누구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클린턴, 조지.W.부시, 오바마, 트럼프의 탓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되었든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이들 중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했어도 그걸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진정한 문제는 미국과 한국은 각각 4년과 5년마다 정권교체의 시기를 맞이하고, 한미 역대 정권 중 어떤 정권도 꾸준하고 확실한 의지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밀어붙일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물론 초강대국이지만 그만큼 아프간-이라크-카트리나-오바마 케어-시리아 같은 온갖 이슈에 발이 묶여서 한 번도 북한에만 집중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은 5년마다 기존의 정책을 실패했다고 비난하면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매번 정권들은 지난 정권 시기야말로 북핵의 결정적인 진전을 막을 "골든 타임"이었다고 주장하며 전임자를 비난하는데 집중했지만 결국 그 말을 뒤집어보면 "이미 골든 타임은 지나갔으며 지금 정권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라는 뜻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골든 타임"은 94년에 지나갔으며, 결국 우리가 답할 수 있는 건 "어떻게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그래서 북핵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뿐이었습니다. 반면 북한은 그런 한미의 상황을 이용해서 살라미 전술과 패이비언 전략을 적절히 혼합했습니다. 협상을 하면, 다시 그 협상을 이행하는 조건의 협상을 시작했고, 다시 협상을 이행하는 조건의 협상을 이행하는 조건의 협상을 시작하는 겁니다. 물론 이런 쪼개기 전략은 시간이 북한 편이라는 대전제 하에 지연전을 펴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시간이 필요할 때엔 협상 테이블에 나섰고, 관심이 떨어져 협상 테이블에 나오려고 하지도 않을 때는 미사일을 쏴 관심을 집중시키죠. 중국 역시도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으로 교체되는 기간 동안 큰 변화 없이 일관된 외교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거나 소극적, 그렇다고 북한의 핵개발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으며, 북한에게 구두경고 이상을 하지 않고,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안보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이나 핵자산을 들여오는 데에는 반대하는 식이죠. 한국이 북한보다 국력이 강하고, 미국이 중국보다 강하다 해도 홈그라운드에서 하나의 이슈에만 집중하는 건 국력차를 극복하는 주요 요인이죠. II. 발전하는 핵위협 시간은 북한의 편입니다. 한미가 한 번도 제대로 된 공조 없이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동안 북한은 이제 ICBM개발을 앞두고 있죠. 핵개발에 대해, 혹은 자체핵무장의 역사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에게 핵개발에서 진정한 허들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전부 핵물질을 말합니다. 그들이 IAEA의 사찰을 거부하고 핵물질을 확보했을 때 발사체나 내폭 기술 같은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했습니다. 설계도나 도면 이런 것들은 결국 NC머신으로 극복이 되는 것이고 발사체나 핵물질 추출, 핵실험의 성공 등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계속해서 발전합니다. 즉 한 번 어떤 국가가 핵물질을 확보하고 핵개발에 나선다고 했을 때 그걸 근본적으로 막을 국제적 해법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침공을 통한 레짐 체인지가 아니라면요. 여기서 북한의 핵개발에서 중요한 허들들을 몇 개 짚어봅시다. -핵물질 확보: 핵개발에서 제일 필수적인 물질 -핵실험: 한국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 -대륙간탄도탄(ICBM): 미국에 대한 선제타격(first strike)가능성 -수중발사탄토탄(SLBM):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생존성 보장. 즉 2차공격(second strike) 가능성 현재 북한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는 확실히 도달했고, 세 번째 단계는 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국제사회가 모두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신뢰성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만약, 만약 네 번째 단계까지 진행된다고 하는 경우 한국과 미국은 절대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수 없습니다. 선제타격으로 모든 핵무기가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는 한 어떤 국가가 먼저 자국민의 목숨 몇십만을 걸고 도박할 수 있겠습니까?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이야기를 아십니까? 찬물을 담은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약불로 끓이면, 온도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 채 삶아지는 이야기 말이죠. 저는 남한이 바로 그 개구리라고 봅니다. 핵위협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계속해서 안보지형이 바뀜에도 아직은 견딜 만하다라고 생각하는 개구리 말이죠. 1차 북핵 위기 때 한국과 미국은 아직은 핵실험이 아니라 협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영변 원자로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차 핵실험 때도, 농축우라늄(HEU) 시설을 공개했을 때도 아직 다음 허들이 남았다고 하며 우리는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아직은 괜찮다'라고 하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북한은 계속해서 다음 허들로 향했습니다. 94년부터 25년 정도가 흘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자, 앞으로 25년 안에 그들은 과연 네 번째 단계를 넘어서지 못할까요? III. 불가능한 핵폐기 (feat.레짐체인지) 일단 대전제로 동의하고 넘어가야 하는 건 핵폐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네, 저는 핵폐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핵폐기를 완전히 하기 위해 얼마나 넘어야 할 산이 많은가는 2002년 1월 10일자 보도자료에서 IAEA가 북한의 전면적인 협력 하에서도 최소 3년에서 4년이 필요하다고 발표할 정도였습니다. 이건 이명박 대북정책 재검토라는 sonnet님의 글을 보더라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sonnet.egloos.com/3543857) 간단히 요약하면 핵폐기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NPT에 재가입한 뒤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핵물질의 일부가 빠져나가는 일 없이 모두 폐기되었다고 양측이 확신할 때까지 검증과 현장조사를 받고 이 과정에서 신고된 핵물질의 양이 정확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천연우라늄에서 Pu239를 생성시키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양은 매우 미량이며(1kg당 250mmg), 또한 연료봉에서의 플루토늄 회수율에 따라 얻어지는 재처리 후의 양도 매우 넓은 범위 내에서 결정됩니다. 수만개의 연료봉을 재처리했으니 적어도 미국이 생각하는 플루토늄의 양과 북한이 제출한 플루토늄의 양은 몇십 킬로그램 이상이 차이날 것이며 그 양이면 핵무기 몇 개가 신고되지 않아도 모를 양인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북한은 농축우라늄 시설까지 있으니 IAEA가 사찰해야 할 핵 프로그램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집니다. 즉, 핵폐기를 양쪽이 합의한다 해도 그 진행에는 적어도 십여 년이 걸릴 수밖에 없으며 이만하면 됐다, 라고 하는 건 오로지 정치적 결단으로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은, 핵폐기가 이뤄진다 해도 그것이 곧 남한의 안전보장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핵폐기의 실무적인 불가능성에 대해 말했으니 핵폐기의 정치적 비타당성에 대해 말해봅시다. 북한은 핵을 안전보장 때문에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건 이제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안전보장 "때문에" 시작했다는 사실이 "안전보장만으로는" 핵을 포기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왜 말뿐인 안전보장을 믿어야 할까요? 이미 자기 손에 더 확실한 안전보장 수단이 있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은 이미 이 핵으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포기했고 수많은 경제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북한에게 핵은 단순한 무기나 안전보장의 수단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핵의 매몰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핵은 북한에게 정권의 안보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많이 받아낼 수 있는 보물입니다. 물론 받아낸다고 해도 핵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보물이니깐요. 하지만 북한이 뭘 원하는지, 얼만큼이면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남한, 미국, 중국 모두 북한의 끝모를 욕심을 채울 때까지 잔을 따를 생각은 없습니다. 골룸의 반지 같은 겁니다. 또다른 마이너한 귀결 하나를 없애면 레짐 체인지입니다. 지금껏 북한 정권에 대해 예측하려는 시도는 다 틀려먹었습니다. 이만하면 평화무드라고 생각하면 미사일을 쐈죠. 그런 북한에게 매우 일관되게 예측되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김정은의 교체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고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2인자인 장성택, 오극렬. 중국이 만약 북한 정권을 괴뢰정권으로 바꿨을 때 가능한 후보자인 김정남은 모두 제거되었죠. 이제 북한 정권에는 김정은을 제외하고 유력한 차기 후보자가 없는 형편입니다. 북한 정권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국제관계에서 불확실성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기에 미국과 중국 모두 레짐 체인지를 고려하지 않을 겁니다. IV. 순차게임에서의 내쉬균형 국제정치학에서 유명한 가설 중 하나는 민주평화론입니다.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서의 전쟁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가설이 귀납적이기 때문에 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 보니 꽤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주정체 하에서 어떤 지도자가 장기적 이득을 위해 단기적으로 집단의 일부를 희생시키자고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죠. 남북한을 보면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 사이의 상충관계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남한에게는 단기적으로 전쟁을 피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합니다. 눈앞의 평화와 높아진 전쟁위협 중 전면전을 택할 배짱있는 지도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인구의 1/5이 밀집된 수도가 휴전선에서 50km안에 있고 단거리 투발수단으로도 충분히 타격 가능한 나라의 수장이 눈앞의 전면전의 위협을 두고도 선제타격을 하자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남한에게 아이러니한 것은 단기적으로 보면 최선의 선택들이 계속 순차게임이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결국 핵위협에 굴복하는 길로 간다는 것입니다. 북한 역시 그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핵을 발전시키는 것은 그들에게는 단기적으로 정권의 안전보장을 위해 중요합니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 리비아가 미국의 방관 속에 정권교체되는 걸 보며 그러한 심증은 굳어졌을 것입니다. 함부로 북한을 공격해 들어가다간 갈길 잃은 핵무기가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핵을 계속해서 발전시킬수록 장기적으로는 미국에게 선제타격을 하고 싶은 욕구를 더욱 크게 만듭니다. 북한은 외줄타기를 하고 있고 남한은 외통수에 빠졌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떤 파국으로 흘러갈지는 미국의 손에 결정되게 됩니다. 인정할 것인가? 칠 것인가? 두 가지 선택밖에는 없고 그곳에 대한민국의 선택지는 없습니다. V. 북핵을 상수로서 받아들이고 새로운 핵전략을 고민해야. 한국은 이 핵게임에서 주요 행위자가 아니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role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요 피해자입니다. 매파 vs.매파로 북미가 서로 강경책을 사용하고 비난을 넘어 서로가 선제타격을 할 때 한국이야말로 최대 피해자가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그동안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일어나지 않을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과 협상에 매달려 왔습니다. 사실상 북한이 한 번도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그 유화책들 말이죠. 개성공단, 대북원조, 대중외교, 2천만 kt 송전제안...... 이런 것들은 결국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진행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입니다. 저는 종국에는 향후 20년 안에 한국 안에 핵무기가 재배치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미군 무기에 의한 핵무기 재배치일지, 아니면 자체핵무장일지는 모르지만요. 며칠 전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대한민국 내 핵무기 재배치에 대한 안건을 꺼냈습니다.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진화를 시도했고 이건 누군가에게 불협화음으로 보이겠지만 저는 한국의 수뇌부가 무조건적인 비핵화에 얽매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 NSC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대선토론 때 유승민이 핵무기 재배치 주장을 하자, 우리 나라는 비확산조약 가입했다. 한반도 비핵화 모르냐. 이거 완전 전쟁광이네 하는 많은 얘기가 쏟아졌지만 저는 핵무기 재배치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자체핵무장까지요. 왜냐하면 핵무기로 위협받는 국가에게 핵무장보다 더 확실한 안전보장은 없으며 지금껏 핵위협을 당한 모든 국가들은 예외 없이 자체핵무장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소련: 미국의 핵위협에 대해 자체핵무장 -영국, 프랑스: 소련의 핵위협(수에즈 위기)에 대해 자체핵무장 -중국: 중소갈등에 대해 자체핵무장 -인도: 중국의 핵무장에 대해 자체핵무장 -파키스탄: 인도의 핵무장에 대해 자체핵무장 사실 한반도에는 이미 핵무기가 재배치된 적이 있으며 핵무기 재배치는 기존의 한미동맹에서의 확장적 억제(핵우산)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좀 더 안심된다는 면이 있는 거죠. 미국이 과연 자신의 핵무기를 우리에게 대여해 주겠느냐? 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런 건 충분히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한국과 미국 정상 양쪽의 열쇠가 있어야만 개봉이 가능한 dual key방식을 생각할 수 있고, 아니면 한국은 미국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규격만 전달받은 다음, 유사시에는 핵탄두만 결합해 바로 발사가 가능하도록 모듈을 만들 수도 있죠. 어쨌거나 한국이 지금 당장 추구할 만한 것으로는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사시 북한이 한반도에 핵을 발사했을 때 최소한 한국이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핵무기가 남한 땅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있겠으며 장기적으로는 먼저 자체핵무장의 기수를 드는 것이 아니라, 일본 등이 핵무장을 할 때 슬그머니 그 흐름에 합류하여 핵무장을 할 수 있겠죠. 제 결론을 여기서 일찍 요약하자면 단기적으로는 핵무기 재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체핵무장을 꼭 해야한다면 일본의 핵무장에 편승해야 한다가 되겠습니다. 몇 가지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 얘기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의 재배치를 극렬 반대할 것이라는 것인데 그건 재배치를 반대하는 근본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핵우산을 씌워주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북한이 핵공갈을 치지 못하도록 막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에게 자신의 생존만큼 강한 가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중국의 예상되는 경제보복을 감수하고 핵무기 재배치에 올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핵무기 재배치가 가져다 줄 이득(=북핵이 우리에게 미칠 피해)이 커지기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행동할 동인은 점차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명분론적으로도 중국이 북핵 리스크를 방조하고 더 키워온 측면이 있구요. 두 번째는 매번 등장하는 말인데 핵무기 재배치를 주장하면 전쟁광이라는 것입니다.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데 어떻게 그걸 감수할 수 있는가라는 말이죠. 이럴 때 매번 등장하는 말이 전쟁이 나면 바로 누가 죽습니까? 바로 니가 죽습니다라는 김경진의 말이죠. 저도 평화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전면전을 치룬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전쟁의 참화를 기억하는 세대는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났습니다. 마치 이게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지도 모르고 멋대로 지껄이는 철부지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레프 트로츠키의 말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 지도 모르지만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전쟁을 각오한다는 의지 없이는 전쟁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평화는 전쟁보다 항상 우월한 선택지이지만, 강경책을 편다고 항상 전면전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저들은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있고, 우리에게 총이 발사되지 않을 선택지는 북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미국이 총을 잘 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총을 들고 북한을 같이 겨냥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전쟁만은 하지 않겠다는 건 지도자의 목표로서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대다수의 시민들에겐 가장 훌륭한 목표처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가슴에 품고 있는 것과 우리는 절대로 전쟁만은 피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그건 스스로 선택지를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위협을 증가시켜도 전쟁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신호만 될 뿐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전쟁을 각오하지 않으면서 전쟁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세 번째는 상대방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거냐, 상대방을 쓰러트린다는 얘기지 않느냐라는 건데 역사적으로는 오히려 적절한 강경책이 동반될 때 협상이 더 잘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필요하다면 힘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의지를 깔고 있지 않은 협상은 절대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선언은 만약 네가 무언가를 하면 내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if~ then) 구문이고, 그건 반드시 내가 뭘 하겠다는 의지를 진지하게 납득시키지 못하는 한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레드라인" 발언이 비판받는 건 그 지점일 것입니다. 상대에게 내가 뭘 할지 전혀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 몽둥이를 들고 다니며 말은 부드럽게 하라는 시어도어의 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인데 비핵화 선언이 실체적으로 북핵에 족쇄를 걸지 못하는 한 비핵화 선언은 우리 자신만을 제동거는 물건입니다. 북한이 이미 실천하지 않는 구문에 우리만 홀로 얽매여 있는 꼴입니다. 우리가 먼저 비핵화해야만 상대방에게 핵포기를 설득할 수 있다는 정당성은 말뿐이고 지금까지 전혀 작동을 안했습니다. 다행인 점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높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입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14년 동안 대정부신뢰도는 대단히 낮았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실수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야말로 정부가 국민들에 대해 risky한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설득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핵에 위협받고 있으며 이를 해소해 나가는 길은 당연히 편안하지 않은, 때로는 우리 국민들 중 누군가는 고통스러워 할 길일 것입니다. 국론은 분열될 것이고, 민심은 이탈하고, 지지율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아말로, 과반수의 대중에게 투표로 선출된 정통성 있는 지도자만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때입니다. 그것은 국민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호소하고, 그리하여 공동체를 진정으로 단결할 수 있는 힘입니다. 앞서 저는 구조와 인물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발생이 필연적이었더라도, 히틀러를 용납할 수 없고, 히틀러에게 평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윈스턴 처칠과 프랭클린 델리노 루즈벨트라는 개인이었습니다. 윈스턴 처칠은 그의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대영제국과 그 연방이 천년을 이어간다면, 후대의 인류는 '바로 지금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말할 것입니다." 라고. 문재인이라는 개인은 설사 그게 진흙탕으로 가득 찬 길이라 할지라도 점차 악화되는 이 구조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떻게 국민들을 단결시키고 국론을 이끌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직까진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고, 대화의 창구는 열려 있다는 말이 아니라요. [컨센서스 관련 지도자의 역할 내용 추가했습니다] 저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당대에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당대에 대해 절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많은 변화가 보이기 때문에 막상 진정으로 진행되는 커다란 변화들에게는 둔감한 면이 있습니다. 노무현과 이명박 때가 달랐고, 박근혜와 문재인 때가 다르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커다란 면은 비슷합니다. 신생아는 줄어가고 있고, 일자리는 대체되고 있으며, 직업 내에서의 임금격차도 심화되고 있죠. 북핵도 비슷합니다. 우리가 뭘 선택했든 5년동안 무엇이 진행되었든 그들은 계속해서 핵개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나중에 그동안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남한은 그에 대응해서 핵무기를 배치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될 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우리가 '북한에 대해' 뭘 해보려고 했던 시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집중해야 합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9-18 08:14)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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