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09/26 10:27:28
Name   알료사
Subject   평등
흠. 저는 지역할당 병신같아. 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아래 관련댓글을 읽고 아... 그건 그러네... 하고 조금 바뀌긴 했습니다.

그럼 대학이 아닌 월드컵 지역예선 같은것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수 있을까요?

얼마전 졸전끝에 월드컵 진출했을때 누군가 '농어촌 전형으로 진출했다'고 조롱의 댓글을 달았던게 생각나 궁금해지네요.

아.. 그리고 이 문제랑은 별개로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홍차넷에서 티타임이든 타임라인이든 글을 읽다 보면 햐.. 정말 모범적으로 살아오신 분들이다..

내지는 엘리트들 많네.. 하고 놀랍니다.

상대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하신(혹은 성장중이신) 분들도 있고 자수성가형 입지전적인 유형의 분들도 있고..

그래서 더 홍차넷을 좋아하게 되고 배우려고 하는데, (엘리트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는 열정,성실함, 삶에 대한 애착 이런것들이 저에게는 크게 다르게 느껴집니다. 본인들은 그냥 나랑 내 주변 사람들 원래 이런데? 그냥 다 이렇게 사는거 아닌가? 라고 여기실지 모르지만..)

그래서 평등에 대한 그들의 의견들, 뒤쳐지는 인간들을 배려하는 그들의 의견들을 살피고 있자면 참 배우는 바가 많으면서도, 그분들이 생각하는 전체 인간 무리에 대한 평가가 후하고 긍정적인거 아닌가.. 그래서 우리 모두 다 같이 잘살아야되 그게 좋은 세상이지 하고 노력하시는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무슨얘기냐면.. 대부분의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실함은 갖추고 있고 웬만하면 스스로 잘 살려고 노력한다..

라는걸 당연하게 여기시는거 아닌가.. 하는 추측이요..

즉, 꼭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치열하게 학원 다니고 야자 하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어지간하면 학교에 출석 정도는 제대로 하며 성적은 잘 나오지 않을지라도 정규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경청 정도는 하며 (혹은 듣는 척이라도 하며)

설사 공부에 관심이 없고 태만하다 하더라도 무언가 자신만의 특기나 관심사를 가지고 진지하게 자심만의 테크트리를 가꾸어 나가는

그런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시는것 아닌가... 그런 추측이요...



제가 보는 세상은 절대 그렇지 않았거든요..

애기때부터 먹여주고 재워주고 똥귀저기 갈아준 부모님 말씀 개 짖는 소리 취급도 안하고,

부모님에게 그렇게 대하니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아, 오해하지 마십시오... 부모님,선생님 같은 어르신에게 잘해야지 이놈들아 - !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동등한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존중.. 그 최소한의 선조차 없는 망나니들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쌩판 남에게는 예의바르게 대하면서, 자신들에게 가장 소중한 인생의 동반자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사람들이죠..  

좆같은 세상 좆같은 룰을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도 없고 그런 시스템에 영합하지 않는 것은 자유이나,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그것에 대응해 거기에 맞서 싸워 나가는 일은 자신의 몫일텐데,

아놔 낳아놨으면 키워주는건 당신들 의무 아니냐 당신들이 만든 세상이니 나한테는 책임 없어 내 맘대로 놀거야(살거야가 아님) 나 하고 싶은 것만 할거야.. 하는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을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게 이 세상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아까 우분투님께서(저격이라면 죄송합니다.. 지적받으면 삭제하겠습니다) '지거국 꿀빠는거 싫다'라고 하셨는데,

솔까 지거국 정도면 말도 안합니다.. 아.. 훨신 더 지잡대나 고졸이어도 상관 없습니다..

대학이랑 상관 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배려해 주어야 하고 국력이 허용하는한 가능하면 더불어 살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좋겠죠.

그런데 인간들의 무리라는 곳에는 정말 구제불능인 사람들이 일정 퍼센트를 확고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편의점 운영을 하시게 된 모 홍차클러분께서 알바들의 불성실함을 토로한 적이 있었죠? 보면서 많은 분들께서 한탄하시지 않으셨잖습니까..

제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시나요? <이제 보셨습니까.. 그들이 바로 당신이 그렇게도 위해 왔고 그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려고 피땀흘려 노력해 왔던 노동자들의 실체에요... 그것이 100%는 아니지만 영원히 전체 노동자들 중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채 변하지 않을 거에요...>

가끔 옆동네나 홍차넷에서 사직서를 내고 쉰다거나 이직을 한다거나 할때 언제까지 일을 더 해줘야 하나 고민하는 글들을 봅니다. 정말 좋은 분들이다.. 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그딴거 없었습니다. 그냥 안나와요. 그게 퇴사에요. 저 자신도 그런적이 있구요. 저는 그래도 그냥 안나갔을때 미안해서 월급 안받았는데 요새 사람들은 하루 일해놓고 안나간 다음에 그 돈 달라고 한다더라구요.

모두가 평등한 세상..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 좋습니다.. 좋은데.. 그런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건 기득권이나 힘 있는 사람들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모두가 나름의 깜냥대로 함께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같이 노력한 사람들만이 그 세상 안에 살아갈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홍차넷에서 여태 저를 지켜봐 와주신 많은 분들께서는 제가 어떤 마음으로 홍차넷 활동을 하는지 아마 모르실거에요..  글을 쓸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사실 글을 쓴다는 표현도 좀 이상합니다. 그냥 얘기를 하는거죠. 얘기를 하는건데 온라인에 표현하는 수단이 글일 뿐인거죠. 그것도 글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약간 성격이 다른거 같아요. 타임라인에서 가벼운 농담을 할때든, 약간은 정색하고 글자수 제한에 걸려 티타임에 넘어올 때든...

제 닉네임인 알료사가 등장하는 소설에 콜랴라는 초등학생이 나와요. 초등학생 치고는 나름 견문도 있고 그런 귀여운 아이에요. 이친구가 알료사를 만나 친해지고 싶어서 말을 막 걸면서 까부는데 자기가 자기 생각을 막 길게 쏟아내면서도 자기 혼자 챙피한겁니다.. 자기 자신이 기껏해야 초등학생이고 아는 것도 부족하고 생각도 짧다는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콜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료서는 빙그레 웃으면서 적절히 대꾸해 줍니다. 그러면 콜랴는 더더욱 부끄러워지지요. 알료사가 자신의 부족함을 전부 꿰뚤어보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수준에 맞추어 응대해주는게 느껴지니까요. 홍차넷을 할 때 저의 심정이 꼭 그 콜랴와 같습니다.

저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불혹을 몇년 앞두고 있습니다. 할말 안할말 가려 해야 할 시기가 한참 지났지요. 우분투님처럼 젊은 패기에 그럴수도 있지 ~ 하고 관대하게 보아줄 여지도 전혀 없구요.  그런데도 또 한번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네요. 원래 이런 글을 쓸 계획이 아니었어요. 그냥 정말로 월드컵티켓 지역배분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던건데.. 거기서 잡생각이 계속 이어져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제 생각이 크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건 압니다. 그중 꽤 많은 부분이 오전 탐라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수정이 되었어요. 그런 측면들을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아 좀 모르면 공부좀 하지 이런 떡밥 나올때마다 일일히 가르쳐줘야 하냐! 하실거에요.. 그래서 항상 죄송스럽고 감사합니다. 너무 공짜로 배워가기만 하는거 같아서.. 어쩌면 제가 지금까지 써놓은 '구제불능의 인간들'은 바로 저같은 무리들일지도 몰르겠네요..

그럼 잘못되었다는걸 알면서 왜 이런 글을 쓰는거냐.. 하시면.. 얼마전 제가 타임라인에 헛소리를 했는데 어떤분이 댓글로 그러시더군요.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건 알겠다> 라고..

그래서 메모장 키지 않고 쓰기버튼을 눌러 봅니다.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저 같은 사람도 홍차넷 타임라인을 보고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유복한 사람도 아니고 학교다닐때 등록금도 제때 못내고 도시락 못싸와서 수돗물로 배채웠던 사람도 어떤 형태의 복지와 평준화에는 반대하기도 한다, 라고 말씀드리려고요. 많은 분들께서 우분투님이 잘살고 엘리트라 세상 모르고 그런 생각 하는거라고 하셔서.. 못살고 영여인간이고 세상 모르는 저같은 사람도 있다고 말씀드리려고요..

항상 감사합니다. 홍차넷 여러분들. 아, 그리고 두세분정도 특정 홍차클러를 나름 고심끝에 언급했는데 저격금지 규정에 걸린다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10-09 23:44)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7
  • 좋아요. 좋아요.
  • 홍차넷 대표 지식인 중 한분
  •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 자아성찰은 추천
  • 잘 읽었습니다.
  • 이런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용기 있는 말씀 감사드립니다.
  • 내가 이런주제로 글썼으면 졸라욕먹는글썼을거같음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00 정치/사회노 키즈 존. 24 tannenbaum 17/08/22 7333 18
501 철학/종교정상영웅 vs 비정상영웅 93 기아트윈스 17/08/26 9604 25
502 IT/컴퓨터컴쫌알이 해드리는 조립컴퓨터 견적(2017. 9월) 25 이슬먹고살죠 17/08/29 8832 23
503 의료/건강술, 얼마나 마셔야 적당한가? 63 빈둥빈둥 17/08/30 9144 10
504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완 16 호라타래 17/09/02 5500 18
505 정치/사회핵무기 재배치의 필연적 귀결에 대한 "무모한" 설명 43 Danial Plainview 17/09/04 5817 3
506 일상/생각메론 한 통 2 Raute 17/09/04 5372 13
507 일상/생각그때 미안했어요. 정말로. 10 알료사 17/09/08 6864 18
508 정치/사회개인의 유년기 경험은 성인기 이후 세계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가족의 돌봄구조, 그리고 에스니시티를 중심으로 25 호라타래 17/09/13 7886 16
509 기타콜라테러 썰 15 OshiN 17/09/15 6114 10
510 일상/생각이별의 종류. 6 tannenbaum 17/09/16 8409 19
511 체육/스포츠타이거! 타이거! :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전에 대해 19 Danial Plainview 17/09/16 7522 17
515 일상/생각조카사위 이야기. 47 tannenbaum 17/09/21 7673 24
516 일상/생각애 키우다 운 썰 풉니다.txt 21 Homo_Skeptic 17/09/23 7136 20
517 여행안나푸르나 기슭에 가본 이야기 (주의-사진많음) 6 aqua 17/09/23 6707 21
518 일상/생각평등 31 알료사 17/09/26 7027 27
519 경제외감법 개정과 감사인 지정제는 왜 해야하는가 75 CathedralWolf 17/09/26 7512 9
520 IT/컴퓨터애플의 새로운 시스템, APFS 이야기 15 Leeka 17/09/28 9154 5
521 일상/생각학력 밝히기와 티어 33 알료사 17/10/01 8190 40
522 역사삼국통일전쟁 - 10. 황산벌 전투 8 눈시 17/10/02 6486 10
523 기타사랑. 그리고 자립성과 구속성의 균형 - 도날드 위니캇의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16 호라타래 17/10/04 6675 9
524 일상/생각해외 플랜트 건설회사 스케줄러입니다. 65 CONTAXS2 17/10/05 11971 18
525 기타나라가 위기인데 연휴가 길어서 큰일이야 26 알료사 17/10/08 6533 25
526 기타2017 추석예능 11 헬리제의우울 17/10/09 5842 13
527 기타게임 개발에 대한 개인적인 잡담과 잡설.. 14 Leeka 17/10/11 6381 12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