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7/10/01 02:43:16
Name   알료사
Subject   학력 밝히기와 티어
저는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과정으로 지금의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여름으로 딱 만 10년째를 채웠어요.

처음 들어올땐 나름 이십대 중반을 막 넘겼던 파릇파릇한 저였고,

여초직장에서 남자 신입사원이 들어오는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꽤 주목을 받았던것 같아요. (그 당시의 저 자신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때 조금 가까워졌다 싶은 여직원들은 하나같이 저에게 학교 어디나왔느냐고 물어보더라구요.

학벌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이곳이 약간 몇몇 특정 대학교(그다지 좋은 학교들이 아닙니다) 졸업자가 많아 혹시 같은 학교 선후배가 아닐지 확인해보고 싶었던것 같아요.

그럴때마다 저는 씨익 웃으며(지금 생각하니 민망하네요 ㅜㅠㅋ 그때의 제 심리가 너무 중2병스러워요ㅠ) 고졸이라고 밝히곤 했어요.

지잡대 1년을 다니고 중퇴하긴 했는데 등록금만 내고 알바하고 술처먹고 수업 다 빠지고 시험은F로 도배되다시피 했던 1년을 가지고 어디 학교 중퇴했다고 할수가 없어서..

다행히도 미생 장그래가 직원식당에서 학력을 밝혔을때와 같은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았어요.

제 대답을 들은 여직원들은 뭔가 곰곰히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짓더니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죠.  

나중에 좀더 친해지고 나서 그때 이상한 아우라를 느꼈다고 이야기해준 분들이 몇 있었어요.

저는 유치하게도 제 거친 인생에 어떤 자부심 같은걸 가지고 있었어요. 솔까 거친것도 아니고 그냥 돈없어서(심각하게) 돈벌기 급급했던건데...

그리고 제가 그걸 원했던것도 아니고 실제로는 그런 제 처지를 한탄하고 비참해했던 때가 더 많은데, 이상하게 딱 그 시기때쯤부터 그런 말도 안되는 부심이 생기더라구요 ;;

근데 이런 제 허세를 고깝지 않게 받아 주신 동료들 덕분에 이런저런 힘든 일들이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월도짓 해가며 홍차넷에 글도 쓰고 하고 있네요.

2년차때 한달에 한번 선정하는 우수사원, 1년에 한번 선정하는 우수사원상을 각각 받았었어요.

한달에 한번 주는거는 부서장회의에서 결정되는데 제가 일을 잘해서가 아니고 약간은 사내 정치적으로 뭐가 꼬여서 제가 받아야 할 상황이 되었던거 같고

1년에 한번 선정하는거는 전직원이 참여하여 결정하는데 사실상의 인기투표였습니다.

네... 그때 저 인기 짱이었습니다... ㅡ,.ㅡ  (돌 내려놓으시구요... ㅜㅠ)

아... 학력 얘기하려고 했는데 왜 자기자랑이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_- 자랑 나온김에 좀만 더 써볼께요 (죄송...)

아무것도 몰라서 사고만 치던 저를 왜 그렇게들 좋게 보아주시는건가.. 나중에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당시에는 일배우느라, 실수하고 혼나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인사 엄청 잘했습니다. 그냥 보이는 사람 다 인사했습니다.

언젠가 저 -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모르는 여직원이 저와 가까운 직원에게 대놓고 저랑 이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하나 직원식당에서 자리 없어서 제 맞은편에 앉았을 때 모르는 사람이면서 '맛있게 드세요'하고 인사하는 제가 너무 호감이었답니다.

겸손(비굴)했습니다. 좆도 없으니 당연히 겸손해야죠 ㅡㅡ

사내 메신저로 뭐 요청할때 다들 < ~~좀 해주세요> 라고 보내는거를 저는 < ~~좀 부탁드립니다> 라고 썼는데 한 육개월 지나더니 모두들 그렇게 쓰더라구요. 지금생각하면 그게 당연한거 같은데...

부서간 반목과 갈등이 심할 때였던거 같아요.. 서로 조금만 틈이 보여도 똑바로 안하냐고 싸우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어떻게 싸우나요.. 욕 먹으면 먹는대로 죄송합니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숙일 수밖에요..

그러면 오히려 저를 갈구던 분들이 당황해하면서 그러면 자기가 미안하지 않느냐고 죄송할 필요는 없다고.. 그냥 이런이런거 알아두시라고..

잘 안나타나시는 높은 분들이 누구누군지 몰랐습니다 (?)   당장 제 눈앞에 닥친 일 말고는 시야가 새까맸어요.

제가 모르는 높은 분들중 누가 뭘 해달라고 했을 때, 저는 그게 우선순위에서 뒤에 있다 싶으면 서두르지 않았는데

나중에 왜 여태 안되어있나 의아해서 높은 분이 찾아오면 제 사수가 야 뭐하고 있어 ㅇㅇㅇ님이 얘기한거 어떻게된거야 그러면

제가 지금 그거보다 이거이거가 먼저지 않나요? 하고 되묻고, 벙쪄 있는 사수에게 그 높으신 분이 웃으면서 알료사씨 말이 맞아요. 이따가 해주세요. 하는...

그런 일들이 몇번 있게 되자 약간은 뭐 이런 놈이 있어? 하는 신선함을 주었나 봅니다. 저는 소신이 있었던게 아니라 멍청했을 뿐인데...

무식해서 용감했습니다.. 보통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약간 애매한데 트집잡혀서 책임지게 될까봐 서로 미루거나 무의미할 정도로 안정빵으로 처리하는 일들에 대해서,

저는 막 질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질러댔어요.. ㅅㅂ 잘못되면 혼나고 배우는거고 크게 잘못되면 짤리는거지 뭐 일도 힘든데 사직서 쓰는 수고 덜겠네. 그런 마인드..

진짜로 크게 잘못되어서 눈물 찔끔 나올 정도로 혼난 적도 많은데,

아무도 손대기 어려운 부분을 제가 총대매고 해버려서 내심 다른 사람들이 잘됐다 싶어하는 기색을 확실히 느끼는 일도 있었고,

기준이 애매한 부분에서 제가 지르다가 제지당하는 지점이 그때부터 기준선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도 아 여기까지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경우도 생겼구요..

마치 슬램덩크의 변덕규가 4반칙으로 위기에 처했을때 심판의 파울 기준을 알아보려고 일부러 과감한 플레이를 했던 것과 비슷했어요.. 물론 제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ㅋ 저는 단지 무식했을 뿐..

아.. 학력 얘기하고 있었죠.. 학력.. 고졸 학력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그 중2병스러움이 어디서 나왔을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실시간으로 궁금해졌어요..

물론 누가 물어보면 안 밝힌 도리는 없겠죠. 그런데 어쩔수 없이 대답하면서도 그때의 제 심리가 왜 그런지 궁금해서 생각해 봤는데.

아마 중학교 2학년때 읽었던 '오늘부터 우리는'이라는 만화의 어떤 한 장면에 크게 영향받은거 같아요.

주인공 미츠하시는 범생이학교에 다니고, 악당 사토시는 깡패학교 <아케히사>에 다닙니다.

아케히사는 매년 수많은 야쿠자들도 배출해내는 명문(!) 고등학교에요 ㅋ

명문고 재학생 사토시는 자신과 맞서 싸우는 미츠하시가 같잖습니다.

범생이 학교 다니는 좆밥새끼가 왜 안쪼는거죠?

싸우다가 소강상태가 되자 미츠하시에게 물어요.

넌 대체 뭐야? 난 아케히사란 말야. 범생이학교 다니면서 왜 나한테 게기는거야?

미츠하시 왈, 나는 미츠하시야.  그 대답을 들은 사토시는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경찰이 오자 자리를 피합니다. 그 에피소드 이후로 갑자기 확 바뀌지는 않지만, 미츠하시와 그의 단짝 이토와 얽히는 몇번의 경험을 거쳐 사토시는 아케히사라는 간판을 크게 내세우지 않게 됩니다.

이거랑 비슷한 성격의 에피소드가 드래곤볼에도 있어요. 베지터와 손오공이 처음 만나 싸우게 되는 장면에서요.

베지터가 말하죠. 나는 엘리트 사이어인이라 좋은 별을 정복하고 다녔고, 너같은 쓰레기는 지구 같은 시시한 변방으로 보내지는 거라고. 말하자면 너는 폐기물이라고.

방금 베지터 일당에게 동료들이 살해당하고, 싸우려고 마음먹은 순간 그런 모욕적인 말까지 들으면 얼마나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을까요.

손오공이 대답합니다.

고마운 일이야. 덕분에 난 지구에 왔어.

어렸을 때는 손오공이 착하기도 하고 말장난 그만하고 싸움이나 시작하자는 의미로도 보였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손오공의 대답에 담긴 자신감을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출생의 비밀이나 자신의 성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자라난 곳, 나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애착과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나를 전시하고 포장할 필요가 없는 조용한 자부심에 대한 동경이 일었어요.

사이어인의 왕자라는 프라이드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베지터는 오히려 측은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그런 것이 매력인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참 웃기죠, 한마디로 만화책 보고 뻑가서 <나도 언젠가 이런거 한번 해보고 싶어>라는 심리였다는거 아닙니까 ㅋㅋㅋ

꼭 초등학교 저학년때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으읔..나는 괜찮으니까 내버려두고 먼저 가!>라는 대사를 언젠가 한번 쳐보고 싶어하는 그런 심리처럼 ㅋ

실제 저의 모습은 오늘부터우리는의 다니가와나 드래곤볼의 야무치만도 못했을 텐데, 제가 <나는 알료사다, 그것만으로 나는 가치있다>라고 외치면 마치 제가 미츠하시나 손오공처럼 될 줄 알았나 봅니다 ㅋ



.
.
.


티어 이야기는.. 따로 타임라인에 적을까 하다가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여겨져 같이 이야기해 봅니다.

얼마전 티게에 게임과 공부, 티어를 연관지어 쓴 글이 참 인상적이었고, 금방의 타임라인에서 학력 떡밥이 흥했을 때 댓글에 또 티어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근데 그 티어의 기준이 저와 많이 다른거 같아서 저의 경우를 이야기해 보려구요.

저는 국민학교,중학교를 애매한 모범생으로 보냈는데 공부를 딱히 열심히 하는것도 아니면서 딱히 비행을 저지르지는 않는 그런..

근데 지역이 후졌는지 학교가 후졌는지 그 비행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60여명에 가까운 반 인원들 중에 성적은 5~10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는 그때 비평준화였는데 2류 인문계를 다녔습니다. 그때 저희 지역의 최고 명문이 바로 지금은 졸업앨범으로 더 유명해진 의정부 고등학교였어요. 지금은 평준화되어서 최소한 공부로는 아무것도 아니라 하더라구요.

공부 제대로 각잡고 하는 애들은 다 의정부 고등학교에 가고 주로 <논다는>아이들은 공고를 갔고, 이도 저도 아닌 덜떨어진 저같은 아이들이 모인 2류 고등학교..

2류였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애매한 모범생인 저는 약간은 줄어든 인원수 50~55명중 10위권 안쪽을 유지했습니다. 내신은 폭망이었는데 모의고사는 1등도 두어번 했어요.

그런데 만약 공부가 티어의 주된 요소였다면 저는 초중고를 다니는 내내 꽤 상위티어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제가 상위티어로 느껴졌던적이 단 1초도 없었어요. 그때 저의 동창들에게 물어봐도 객관적으로도 그럴겁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에서의 티어는 공부보다는 1.싸움  2.생기고 옷 잘입는거(근데 이상하게 싸움 잘하는 애들이 이부분도 우월해 보였어요)  3.운동 이렇게 세가지가 절대적이었습니다.

게임도 그때는 티어구분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어요.

그런 저의 티어에 대격변이 일어난것은 스타크래프트의 출시와 이런저런 가정사정으로 제가 애매한 모범생의 기준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스타크래프트는 아마 게임이 처음으로 학생들의 티어구분의 기준이 되기 시작한 게임이었을 거예요.

예전에 스트리트 파이터나 킹오파, 철권 같은 게임들도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스타는 차원이 달랐어요.

평소에 제가 눈도 못마주칠 일진들이 제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찾아와 스타를 가르쳐 달라 했어요 ;;;  어리둥절하고 그런 분위기에 당췌 적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스타크래프트의 수준은 출시된 직후여서인지 참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10분 노러시가 기본 게임 매너였던 그시절, 그냥 인구수 안막히고 아무 유닛이나 뽑을수 있으면 누구랑 싸워도 질래야 질수가 없었어요.

질럿 한부대, 저글링 한부대, 마린 한부대 아무거나 한부대 뽑아서 공격가면 열에 여덟은 이겼고,

반에서 한두명 있을까 말까한 좀 잘한다는 애들한테는 템플러, 퀸, 탱크에 베슬 정도만 섞어주면 저는 곧 김택용이자 이제동이자 이영호였습니다.

피씨방에서 그런 게임을 할때면 십여 명이 제 자리 뒤에서 지켜보며 탄성을 지르고 저를 찬양!!!! 했습니다.

언젠가 일주일에 한번 서는 운동장에서의 아침조회 시간에 언제나처럼 뒷줄에 일진들이 열도 제대로 안 맞춘채 자기들끼리 욕지거리를 섞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어떻게 그 옆에 저도 있었습니다.

그들 중 한명이 대뜸 말했어요 <참나, 그래서 ㅅㅂ, 너 알료사 스타 이겨?> 그랬더니 그때까지 열올려 자기 잘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다른 일진아이가 갑자기 기가 죽어서 <아니..> 하고 멋적게 웃고... 저는 옆에서 몸둘바를 몰라하고.. 뭐 그런 식이었어요.

운 좋게도 딱 고등학교 졸업하던 시기까지만 제가 스타로 티어상승이 가능했었습니다. 전략이 발전하고 스타를 즐기는 사람들의 숙련도가 증가하면서 저는 스타에 대해 문외한이나 마찬가지가 되었고 2005년도에 친구에게 다시 스타를 처음부터 배울 때까지 스타와는 이별이었어요.

스타와 함께 제 티어에 관여한 요소는 뒤늦게 찾아온 저의 반항기었어요..

제가 반항심이 생겨서 그랬던게 아니라... 가난해서 생겼던 약간의 사정들을 가난이 부끄러워 숨기려다 보니까 반항적인척 연기했던 거였죠..

무슨얘긴가 하면.. 예시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학교에서 서울 어디로 연극 단체관람을 갔었어요.

그때 전철에 책가방하고 신발주머니를 놓고 내렸어요.

다음날 아침까지 전철역마다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찾지 못하고 느즈막하게 학교에 갔어요.

가방을 다시 살 돈이 없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애매한 범생이>였던 제가 갑자기 가방도 없이 온데다 실내화도 갈아신지 않고 들어오자 아이들은 놀랐어요.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돈이 없어서 찾아다니다 터덜터덜 온 거라고 사실대로 말할수가 없었어요.

공부도 안하는데 책같은건 뭐하러 가져와? 하고 허세를 부렸죠.

연기가 꽤 괜찮았었나봐요. 교실 안은 거의 뭐 새로운 스타 탄생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어요 ㅡㅡ

특히 신발을 갈아신지 않고 대놓고 선생들 보란듯이 복도 한가운데로 들어오다가 너 왜 신발신고 들어오냐고 묻는 선생을 똑바로 쳐다보며

갈아신기 싫어서요.

라고 대꾸한 한마디는 철없는 일진 날라리 친구들에게 한동안 전설이 되었어요...

저는 깡 같은건 코딱지만큼도 없었어요.. 다만 저의 가난을 들키는게 너무 부끄러웠을 뿐이에요..

저에게 가난은 불편이 아니라 부끄러움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유소랑 편의점에서 일했을 때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주유소에서는 점심때 밥이 나왔고 편의점에서는 폐기 김밥과 햄버거를 먹을 수 있었어요.

등록금 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고 점심시간에 도시락 못싸온걸 모르게 하려고 숨지 않아도 됐어요.

여전히 저는 가난했지만 수치스러운 가난에서는 벗어났고,

최소한 그때의 저에게는 남에게 드러나지 않는 절대적 가난은 아무런 고통도 아니었어요.

아무튼 그 너무나도 부끄러운 가난을 저는 반항심과 깡으로 위장했고, 그것은 저의 티어를 급 상승시켰습니다.

아까 타임라인에서 제가 어떤분께 <선생에게 얼마나 게길 수 있는가 하는 깡이 티어에 영향을 주지 않았느냐>하고 묻자,

<하드쓰로잉 시전하면 병신 취급하는 분위기에 쟨 왜 저렇게 사나>하는 느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다닌 학교가 꽤 막장이긴 했지만 그곳에도 나름의 성실한 학생들은 일부 있었고, 사실은 일진들까지 포함해서도 하드쓰로잉이 결국 제 살 깍아먹는 병신짓이라는건 모두 알고 있었을겁니다.

머리로는요.

그런데 제가 언젠가 타임라인에도 말씀드렸듯, 학창시절의 남자들은 본능에 지배당하는 짐승들의 무리였습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선생에게 게기는게 바보짓이라는걸 똑똑하게 알고 있더라도,

모두가 무서워하는 호랑이 선생님을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며 전혀 과장되지도 흥분하지도 않은 차분한 목소리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데 니가 뭐. 하고 대꾸하는 동급생을 보며 본능적으로 압도당하지 않을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 호랑이 선생님이 무서웠던건 생기부나 학칙에 의거한 징계 따위의 힘 때문이 아니라, 수틀리면 교실과 학교 주변의 모든 막대기란 막대기는 (마대걸래라든가 싸리나무라든가 각목이라든가...) 전부 부러질 때까지 <빠따>를 때리고 때릴 만한 도구가 없으면 그냥 아구창 날리고 정강이 걷어차고 하는 그런 <힘> 때문이었거든요..

짐승 같은 선생들, 짐승 같은 학생들... 그 사이에서 간직할 수 있는 반항심, 남자들의 세계에서 그것이 티어상승에 관여되지 않는다면 또 뭐가 관여될까 싶은 시절이었습니다 ㅋㅋㅋ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대학진학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하지?> 라는 의문을 제기하신 홍차클러분이 계셔요.

저는 그 의문을 접했을때... 합당한 의문이긴 한데 저는 나름의 증명방법이 있었습니다.. 잘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아마 그걸 어떻게든 설명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됐나봐요..  설명이 잘 된거같진 않지만 아무튼.. 개뿔 할줄 아는거 아무것도 없으면서 자신감에 충만해 사는 사람도 있긴 있어요... ㅋ

주절거리다 보니 5천 자가 넘어가네요 ㅋㅋ 시간은 뭐 세시를 향해 가고... 타임라인 500자로 제 투머치토커 기질을 어떻게 해소할 수가 없네요 ㅜㅠ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10-16 08:16)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0
  • 멋있어요!
  • 꿀잼
  • 진솔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 글 잘쓰시네요! 티어상승!^^
  • 진솔한 이야기에 감동받았습니다.
  • 솔직하고 재밋는이야기 감사합니다
  • 캬 챌린저
  • 언제나 멋진 알료사님!!!
  • 기분좋아지는글~
  • 춫천
  • 추천
  • 멋지 글 잘 읽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27 기타게임 개발에 대한 개인적인 잡담과 잡설.. 14 Leeka 17/10/11 6804 12
526 기타2017 추석예능 11 헬리제의우울 17/10/09 6197 13
525 기타나라가 위기인데 연휴가 길어서 큰일이야 26 알료사 17/10/08 6939 25
524 일상/생각해외 플랜트 건설회사 스케줄러입니다. 65 CONTAXS2 17/10/05 12616 18
523 기타사랑. 그리고 자립성과 구속성의 균형 - 도날드 위니캇의 대상관계이론을 중심으로 16 호라타래 17/10/04 7065 9
522 역사삼국통일전쟁 - 10. 황산벌 전투 8 눈시 17/10/02 6816 10
521 일상/생각학력 밝히기와 티어 33 알료사 17/10/01 8571 40
520 IT/컴퓨터애플의 새로운 시스템, APFS 이야기 15 Leeka 17/09/28 9738 5
519 경제외감법 개정과 감사인 지정제는 왜 해야하는가 75 CathedralWolf 17/09/26 8319 9
518 일상/생각평등 31 알료사 17/09/26 7392 27
517 여행안나푸르나 기슭에 가본 이야기 (주의-사진많음) 6 aqua 17/09/23 7035 21
516 일상/생각애 키우다 운 썰 풉니다.txt 21 Homo_Skeptic 17/09/23 7477 20
515 일상/생각조카사위 이야기. 47 tannenbaum 17/09/21 8213 24
511 체육/스포츠타이거! 타이거! :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전에 대해 19 Danial Plainview(Profit) 17/09/16 7910 17
510 일상/생각이별의 종류. 6 tannenbaum 17/09/16 8822 19
509 기타콜라테러 썰 15 OshiN 17/09/15 6454 10
508 정치/사회개인의 유년기 경험은 성인기 이후 세계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가족의 돌봄구조, 그리고 에스니시티를 중심으로 25 호라타래 17/09/13 8256 16
507 일상/생각그때 미안했어요. 정말로. 10 알료사 17/09/08 7214 18
506 일상/생각메론 한 통 2 Raute 17/09/04 5749 13
505 정치/사회핵무기 재배치의 필연적 귀결에 대한 "무모한" 설명 43 Danial Plainview(Profit) 17/09/04 6250 3
504 일상/생각10년전 4개월 간의 한국 유랑기 #완 16 호라타래 17/09/02 5808 18
503 의료/건강술, 얼마나 마셔야 적당한가? 63 빈둥빈둥 17/08/30 9585 10
502 IT/컴퓨터컴쫌알이 해드리는 조립컴퓨터 견적(2017. 9월) 25 이슬먹고살죠 17/08/29 9342 23
501 철학/종교정상영웅 vs 비정상영웅 93 기아트윈스 17/08/26 10179 25
500 정치/사회노 키즈 존. 24 tannenbaum 17/08/22 7710 1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