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8/04/29 09:21:39
Name   하얀
Subject   선배님의 참교육
옛날 옛날에 한 소녀가 있었어요.
소녀는 쓸데없이 잘 웃었어요. 까르르르~~

소녀가 일하는 곳은 ‘기술력’에 대한 강박이 있었어요.
맨날 ‘XX에 대한 기술력으로...’, ‘우리는 기술력을 쌓아서..’ 운운
뭐 기술력이 별건가요. 노가다 하다보면 쌓이는거죠.

소녀는 돈이 필요해서 노가다를 했어요. 기술력이 +1 증가했습니다. 뿅.
얼마나 되는 능력치인지 모르겠지만 소녀는 갈수록 자신이 부족하다 느꼈어요.
근데 보니 그 당시 리더들은 기술력이 없어도 승진은 잘만 했더라구요.

그 중 아주 드문 여성 리더 한 분이 소녀에게 참교육을 시전했습니다.
바로 옷차림에 대해서였죠. 소녀의 옷은 여성스러웠대요.
무슨 회사에 반짝이나 레이스를 입고 다닌 것도 아니였는데
그 시절은 그랬어요.
(3년 전 회사에 망사를 입고 다니는 소녀가 등장! 물론 그녀도 화장실에 불려가 참교육을 받았지만...)

어쨌든 소녀는 여자 선배님들이 그 자리에 오기까지 투쟁하며 살아온 참교육 배경을 이해하기에,
더욱 장식이 없는 단색 브라우스에 단색 H라인 치마 위주로 옷을 입었는데,
찬찬히 살펴보니 옷이 문제가 아니더군요.

그냥 ‘이 분야에선’ 소녀를 처음 보면 들러리 내지는 병풍으로 보는거죠.
거기에 눈을 접고 웃고 있으면 영 영특해 보이지가 않는거죠. ㅇㅈ
소녀는 비서룩은 입되 그 외엔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어요. 어차피 보는 시선이 똑같거든요. 같이 일하기 전에는.
그래서 소녀는 다시 노가다에 집중했습니다. 아 노가다 짱 좋아...진짜 좋아했는데.

소녀는 모험을 떠나 새로운 분야에 왔어요. 이 곳에선 오히려 소녀의 옷차림은
너무 격식을 차린 거라 무슨 회의나 행사있냐고 물어봐요.
처음엔 경계하던 소녀는 옷차림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레이스 치마도 입죠. 너무 풀었나...)

업무 파트너가 여러 조직이 있는데 그 중 남초 조직에서 일하는 어떤 여성분은
맨날 까르르 웃고 다니는 소녀를 물로 봤어요.
소녀는 거울과 같아서 세게 나오면 같이 세게 나가는데, 오히려 다시 봤다며 좋아하더군요. -o-

소녀는 편하게 지내려 합니다. 웃고 싶으면 웃고, 예쁘게 입고 싶으면 입고.
뭐 어차피 50대 이후에 일하는 녀성 동지는 결국 우리 멋진 외교부 장관처럼 입게 되고 어디가 앉아 있든 무게감 넘치지 않겠습니까

다만 한가지. 아직 그렇게 되기 전이니 더더욱 신경 쓰는 것은,
테이블에 앉아서 안건을 말할 때, 완전히 다른 느낌일 정도로 영민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직 참 갈 길이 멉니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5-14 11:26)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24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25 일상/생각대학원생 고민글을 올린 후 2년 21 Keepmining 18/11/09 6551 18
713 일상/생각햄 버터 샌드위치 30 풀잎 18/10/13 7528 24
712 일상/생각고해성사 19 새벽하늘 18/10/12 5338 46
703 일상/생각레쓰비 한 캔 9 nickyo 18/09/17 6103 44
701 일상/생각버스에서의 반추 4 nickyo 18/09/16 5191 10
697 일상/생각글을 쓰는 습관 4 호타루 18/09/15 6027 8
693 일상/생각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 nickyo 18/09/02 5490 11
689 일상/생각입방뇨를 허하기로 했다 8 매일이수수께끼상자 18/08/31 5691 9
681 일상/생각나는 술이 싫다 6 nickyo 18/08/18 6158 28
676 일상/생각욕망의 자극 12 nickyo 18/08/04 6113 6
669 일상/생각진영논리에 갇힌 모 토론회 참석자들에 대한 소고 12 烏鳳 18/07/26 6408 18
665 일상/생각사라진 이를 추억하며 20 기아트윈스 18/07/19 5919 44
664 일상/생각커뮤니티 회상 4 풀잎 18/07/17 5874 15
659 일상/생각두 원두막 이야기 9 매일이수수께끼상자 18/07/08 5067 20
658 일상/생각왜 펀치라인? 코메디의 구조적 논의 8 다시갑시다 18/07/06 6489 33
639 일상/생각나의 사춘기에게 6 새벽유성 18/05/30 6641 25
637 일상/생각커피야말로 데이터 사이언스가 아닐까? 39 Erzenico 18/05/24 6907 15
635 일상/생각오물 대처법 6 하얀 18/05/20 6010 30
628 일상/생각입학사정관했던 썰.txt 17 풍운재기 18/05/08 7276 21
625 일상/생각한국의 EPC(해외 플랜트)는 왜 망하는가. 49 CONTAXS2 18/05/02 8694 18
623 일상/생각선배님의 참교육 12 하얀 18/04/29 7426 24
620 일상/생각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26 탐닉 18/04/22 6711 25
617 일상/생각건설회사 스케줄러가 하는 일 - 입찰 20 CONTAXS2 18/04/18 6813 21
616 일상/생각오빠 변했네? 14 그럼에도불구하고 18/04/16 7016 30
609 일상/생각저는 소를 키웁니다. 26 싸펑피펑 18/04/02 6388 48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