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15/08/29 14:34:53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원자폭탄을 두번 경험한 남자
뉴스위크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려있어서 올려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사상 최초로 투하한 두 원자폭탄으로 약 25만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70년전 한 남자가 그 두 폭탄 사이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게다가 93세까지 살았죠. 주인공인 야마구치 쓰토무는 아마 역사상 가장 행운아이자 불운아라 할 수 있을겁니다.

1945년 8월 6일 엔지니어로 일하던 야마구치는 히로시마에 출장 중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그는 세달만의 귀가를 앞두고 미츠비시중공업의 동료에게 작별인사를 하기위해 도시의 조선소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2005년 야마구치씨가 말한 내용에 따르면 그날은 아주 날씨가 좋았고 특별한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걸어가는데 비행기 한대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거기서 낙하산 두 개가 떨어졌다고 하네요.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섬광이 번쩍이더니 하늘이 섬광으로 가득찼고 본인은 뒤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야마구치씨가 본 섬광은 미 공군 조종사 이놀라 게이가 원자폭탄 리틀보이를 투하하면서 발생한 것이지요. 야마구치씨는 오스트레일리아 ABC뉴스에서 '해가 땅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폭발 중심에서 고작 3km 떨어진 위치였습니다. 야마구치씨는 크게 화상을 입었습니다. 머리카락은 모두 타버렸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친 몸으로 하룻밤을 방공호에서 보내고 다음날 그는 나가사키에 집으로 떠났습니다.
2010년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린 야마구치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강을 잇는 다리가 무너졌고 검게 탄 남자, 여자, 어린이들의 벌거벗은 시체가 마치 나무토막들처럼 강아래에 얼굴을 파묻은 채 떠다녔다'고 합니다. 야마구치씨는 이 시체들을 밟고서 강 반대편으로 건너갔다고 하네요. 흡사 인간 뗏목과 같았다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붕대를 감은 상처와 방사선 피폭으로 고통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야마구치씨는 8월 9일 출근을 합니다.(한국의 전통이 여기서 나왔나 봅니다.) 의심에 가득찬 직장 상사에게 히로시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야 했습니다. 도시 하나가 폭탄 단 한 개로 완전히 초토화 된 것 말입니다.
야마구치의 설명을 들은 직장 상사는 그가 '미쳤다'고 했답니다. 그때 밝은 빛이 유리창 너머로 들어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B-29가 팻맨을 나가사키에 투하한 것이지요. 야마구치씨는 또 한 번 폭발에 휘말렸습니다. '버섯구름이 히로시마에서 나를 따라왔다고 생각했다.'고 야마구치씨는 2009년 나가사키의 저택에서 인디펜던트지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야마구치씨는 폭발 중심에서 3km 반경 안에 있었지만 기적적으로 다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도 강철제 계단 위에 서 있었던 덕분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집은 파괴됐지만 아내와 아들 역시 살아남았습니다. 야마구치씨의 가족은 방공호에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야마구치씨가 두번의 폭발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2005년이었습니다. 2009년 일본 정부는 그의 주장이 사실임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야마구치씨처럼 두번의 폭발을 모두 겪은 생존자는 150명 이상이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인물은 야마구치씨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야마구치씨와 그의 아내는 다른 생존자들처럼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질환으로 수년 간 고통을 겪었습니다. '나는 지옥 밑바닥을  기어다녔다. 진작에 죽었어야 할 몸이다. 내 운명이 나를 살려놓았다.' 야마구치씨는 죽기 얼마 전 ABC뉴스에 말했습니다.
말년에 그는 피폭 생존자로서의 경험과 함께  핵무기들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희망을 피력하곤 했습니다. 특히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피폭된 아들이 숱한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2005년 숨진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이듬해에는 자신의 피폭 경험을 다룬 '이중피폭'이란 다큐멘터리에 출연,유엔본부에서 상영된 뒤 연설했고 책과 노래를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2010년 그는 위암으로 사망합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아들 역시 모두 암으로 죽었습니다. 전후 1948년에 태어난 딸은 아직 살아있다고 하네요.


* Toby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5-09-05 23:3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 철학/종교[서평] 빅데이터 시대 : 알고리즘적 자아와 존재론적 위기, <만물의 공식> 4 그녀생각 15/06/07 10118 1
    15 꿀팁/강좌책장에서 책을 치우자! (북스캐너 + 스캔이북 써먹기) 21 damianhwang 15/06/08 30973 1
    16 문학남자의 詩, 여자의 詩 11 뤼야 15/06/08 9111 1
    50 일상/생각그냥 12 어느 멋진 날 15/07/22 6403 1
    52 정치/사회착한 사람을 잡아먹는 착한 사람들 13 nickyo 15/07/27 6767 1
    54 요리/음식연인 혹은 아내에게 선물하기 좋은 의미를 가진 와인(~3만원이하) 26 마르코폴로 15/07/27 10390 1
    55 요리/음식마트 와인 코너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위한 팁(달콤한 스파클링 와인편) 23 마르코폴로 15/07/28 9925 1
    56 요리/음식마트 와인 코너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을 위한 팁(드라이 스파클링 와인편) 8 마르코폴로 15/07/30 12156 1
    59 의료/건강젊은 피를 수혈받으면 젊어질까. 39 눈부심 15/08/06 12121 1
    61 게임[Don't Starve] 굶지마 어드벤쳐 가이드(完) 11 Xayide 15/08/14 11546 1
    64 역사원자폭탄을 두번 경험한 남자 5 마르코폴로 15/08/29 9707 1
    233 정치/사회애프터 : 최저임금위원회와 메갈리아 시리즈 24 당근매니아 16/07/14 6982 1
    270 기타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씨 만난 썰 39 기아트윈스 16/09/27 6375 1
    274 IT/컴퓨터컴퓨터는 어떻게 빠르게 검색을 할까 - 보이어-무어-호스풀 알고리즘 18 April_fool 16/10/04 14506 1
    423 역사근로자의 날이 아닌 노동절. 4 와인하우스 17/05/01 5629 1
    60 요리/음식더운 여름에 마셔볼만한 값싸고 시원한 화이트와인 13 마르코폴로 15/08/11 11295 2
    75 기타소주 이야기 20 모모스 15/09/23 6279 2
    127 의료/건강의전은 어떻게 실패했는가 ? 41 Zel 15/12/09 14252 2
    1354 기타저의 향수 방랑기 31 Mandarin 24/01/08 4377 2
    41 기타하고 싶은 일이 무언지 모르겠다는 그대에게 32 ArcanumToss 15/07/08 18940 3
    66 체육/스포츠[스탯] 세이브 조작단을 검거해보자 - WPA 8 kpark 15/08/31 7488 3
    72 역사보스턴홍차사건 (Boston Tea Party) 12 모모스 15/09/19 7697 3
    73 음악클라리넷에 대해서 (1) - 소개 5 남화노선 15/09/19 8414 3
    122 정치/사회영유아 영어교육이야기 28 기아트윈스 15/12/01 6249 3
    148 영화레버넌트와 서바이벌 17 Moira 16/01/31 8739 3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