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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8/08/30 06:58:13수정됨 |
Name | Danial Plainview(Profit) |
Subject |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 |
※ 저는 경제학 전공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경제용어의 정확한 사용에 있어서 실수할 수 있으니, 발견하시면 지적해 주세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 흐름 아래 전개되고 있습니다. 상기 내용은 <썰전>에서의 이철희 의원도 크게 다르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1)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2) 따라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게 되면 소비가 촉진된다. 3) 최저임금 상승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인다. 4) 따라서 최저임금 상승은 소비를 촉진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내수 경기가 활성화되어 경제는 성장한다. 혹은 최저임금 상승이 곧 소득주도성장의 동치어가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4) (어떤 정책인지는 차치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주면 소비를 촉진하여 경제는 성장한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보는 소득주도성장은 3)에서 실증 데이터에 부합하지 않고, 4)에서 이론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먼저 3)부터 보겠습니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향상시키는가? 이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저소득층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바뀌겠죠. 물에서 다른 매질로 빛이 입사한다고 해서 빛이 어느 방향으로 꺾일지는 그 매질의 굴절률이 어떠냐에 달려 있는 것처럼, 최저임금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향상시킬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단지 "저소득층"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까요. 문제는 노동이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K-L ratio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은 기술로 대체 가능하고, 급격한 최저임금의 상승은 고용주들이 저숙련 노동자들을 숙련노동자나 자동화 기기로 대체하려는 인센티브를 크게 합니다. 이는 수요-공급 곡선에서 도출되는 자연적인 흐름입니다. 또한 키오스크 도입의 확산 같은 우리의 관찰과도 부합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저숙련 노동자들 중 몇몇은 이전보다 더 나은 임금을 받게 되겠죠. 하지만 몇몇은 아예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즉, 총 M명 중 N명이 살아남았고, 노동가격이 C1에서 C2로 변했을 때,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인해 원래 총 저숙련 노동자의 수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N*C2와 (M-N)*C1을 비교했을 때에야 알 수 있겠죠. 두 번째로, 노동은 제품수요에 비해 경직적입니다. 예컨대 야간에 편의점을 열지 않을 때의 잃어버리게 되는 잠재수요는 탄력적이지만, 야간근무 노동자 한 명을 줄였을 때 점주는 50만원을 절약한다고 합시다. 매달 점주가 손해보는 이득이 30만원일지라도, 노동자 한 명을 줄여서 얻는 이득이 50만원일 때, 점주는 야간근무 노동자를 해고합니다. 그 말은 손해보는 이득이 50만원을 넘어가지 않는 모든 구간에서 노동자는 1명 해고된다는 뜻이므로, 실제로 감소하게 되는 제품수요보다 노동수요를 더 많이 줄이게 됨을 의미합니다. 아 물론 노동자의 숫자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노동수요를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노동시간을 조절하면 되지요. 근무시간을 줄이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소득주도성장이 의도하는 임금수입의 상승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론은 투잡?) 세 번째로, 이번 정책의 지지자들은 아직까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정책에서 정책시차는 존재합니다. 저도 이번 고용쇼크 등이 온전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반대 방향의 정책시차도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즉, 일종의 [적응적 기대]죠. 정부는 현재 최저임금을 2년 연속으로 15%가량 올렸습니다. 이는 시장에 있는 자영업자(=노동시장에서의 소비자)에게 반대 방향의 시그널을 줍니다. 정부의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시그널이 믿을 만한 것으로. 따라서 자영업자는 선제적으로 인건비를 필요 이상으로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할 만합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보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자영업자에게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하게 합니다. -저숙련자 피고용인을 숙련자 피고용인으로 대체한다. -저숙련자 피고용인을 기계로 대체한다. -피고용인의 근무시간을 줄인다. -기존에 제공하던 보험/식대/휴가 등을 줄임으로써 인건비 상승을 상쇄한다.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필요 이상으로 노동력을 감축한다. 이렇게 고용주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많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최저임금의 몇%상승이 얼마만큼의 소득 감소를 일으키는지 실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최저임금이 증가한다고 저소득층의 소득이 올라간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틀린 이야기인지 보여주는 데는 충분합니다. 이것이 예측하는 공통적인 결과는 [고용이 줄어든다]겠죠. 그리고 데이터는 최근 노동시장에서 급격한 고용 쇼크가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원인에 있어서 계절적 요인이나 경기변동 등을 들 수 있지만, 최저임금의 영향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 사실 더 큰 문제는 4)에서 발견됩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진정으로 성장을 만들 수 있는가? 이는 그럴 수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성장은 long-term에서 진행되는 일이고, 장기에서의 경제성장 변수는 노동, 자본, 기술과 같은 변수들이지 지금 당장의 물가는 아닙니다. 오히려 교육이 들어갔으면 들어갔겠죠.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의 지지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도대체 이 정책이 성장정책인지 분배정책인지, 아니면 단순한 경기 활성화를 위한 경기부양 정책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성장 모형(솔로우 모형)에서 소득이나 물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물가가 2배씩 뛰고, 임금도 2배씩 뛰고, 임대료, 세금도 2배씩 뛴다고 합시다. 그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가라는 건 사실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그 시대의 약속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지표에서 명목변수와 실질변수가 나뉘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실질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입니다. 그래서 최저임금도 최저임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중위임금 대비 몇 퍼센트인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이죠. 중위임금이 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소득이 늘어남으로써 소비가 촉진되고, 또한 이로 인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건이 사치재여야만 가능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소득의 증가분보다 소비의 증가분이 많으면 최소한 경기가 마를 일은 없겠군요. (대신 인플레이션 확정) 하지만 데이터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혹은 노동수요의 탄력성(고용의 증가%/임금의 증가%)이 양수가 나오던가요. 그렇다면 현재의 소득주도성장은 분배정책인가? 차라리 이 측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이준구 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죠. (http://jkl123.com/sub5_1.htm?table=board1&st=view&id=18353&vote=ok 참고)하지만 분배정책으로서 실효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가? 라고 물으면 글쎄요. 오히려 저소득층의 소득과 고소득층의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이는 논란이 된 통계청의 수집방식을 새로운 청장 안으로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0&aid=0003166339) 이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다음과 같이 예측할 수는 있습니다. 임금의 하한선인 최저임금의 증가, 혹은 이로 인한 물가상승은 임금을 이에 맞춰서 올려야 한다는 압력을 줍니다. 이로 인해 중위임금이 상승했을 경우. 혹은,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은 축적한 자본이 적기 때문에 자본소득이 임금소득 이상으로 커졌을 경우 이에 대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아니면 비판자들의 말대로 저소득층의 소득 자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아무튼 분배정책으로서 효과적인가라고 물으면 아직까지는 아니다라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것들이 더 나아보이는데, 정부가 직접 돈을 푼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지 굳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미 시행중이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경기부양 정책인가? 이미 [성장]과 경기변동은 이미 아예 다른 이야기지만 일시적으로 정부가 불황기에 지출을 늘림으로써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는 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그리고 공공근로 확대나 최근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그런 정부지출의 일종이구요. 그런데 이런 것들에 대해 장단점이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예컨대 사회안전망 확충에 재정을 배정하여, 노동자 재교육 등을 실시하는 등의 복지지출확대로 재정지출을 하는 경우, 내용은 좋지만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단점이 있습니다. 경기부양 국면에서는 세금을 증세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데 지출을 늘어나지만 세금을 늘일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경우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고. 그럼 지금 당장 지출을 늘리고 세금은 나중에 증세한다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세금을 나중에 올릴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생기게 되면 경기팽창 효과가 없어지므로 같은 이야기가 되죠.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경우는 재정 건전성을 장기적으로 해치지 않으면서도 일시적인 지출을 늘리고 사회 복지적인 효과를 낼 수 있으나 대규모 토목 같은 경우에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한 낙수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있고. 체육관 같은 경우는 얼마나 저소득층에게 사회복지면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느냐. 혹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에 체육관 동네마다 지었는데 쓰지도 않는 체육관만 양산되고 불황 탈출 못하지 않았느냐 등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죠. 뭐 각자의 주장 모두 합리가 있으므로 딱히 어느 주장이 옳다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현재 분위기가 경기활성화가 되고 있느냐 하면 물론 아니구요.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소득주도성장은 분배정책인가? 컨셉은 그런 것 같은데 실증 데이터는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 소득주도성장은 경기부양책인가? 공공근로 등은 그런 것 같은데 아직까지 지금 경기부양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사회적 합의는 잘 모르겠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 과거 폴 크루그먼은 그의 저서 <경제학의 향연(원제: Peddling Prosperity)>에서 어떻게 경제학자들의 조심스러운 주장이 급진적인 정책 도그마로 변질되어서 정치적 구호가 되는지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바로 마틴 펠스타인 같은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 어떻게 세율 인상이 저축과 투자, 노동 의욕을 감퇴시는지, 어떻게 사회보장 제도가 경기를 침체시키는지에 대한 주장이 아서 래퍼와 같은 정책 기획가들에 의해 조세 감면에 따라 생산도 더욱 늘어남으로써 실질적으로 세수도 증가할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으로 변했던 것이죠.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자본투자소득에 대한 세수를 줄이고 지나치게 왜곡된 조세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서 래퍼를 필두로 한 공급 중시론자들은 조세가 경제난의 근원이며 세율 인하를 통해 자동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 심지어는 세금을 감면함으로 인해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이 어떤 조심스러운 경제적 주장들이 정책 기획가들에 의해 급진적이고 만능통치약 같은 구호로 바뀌는 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이번 소득주도성장은 그 조심스러운 경제적 주장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포스트 케인지안 등으로 나오기는 하는데, 이건 들어본 적도 없는 비주류라... 그리고 이런 주장의 총 본원으로 장하성 실장이 주로 지목되는데, 일반인들이 내각 내에서의 파워 게임을 모르는 이상 논할 필요는 적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경제를 어떻게 성장시키자는 거냐, 라고 묻는 분들에 대해서는... 사실 모든 국가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처방을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임기 중 경제성장의 여부는 행정부의 능력보다는 운에 기반하는 면이 더 큽니다. 다만 나쁜 정책에 대해서만 약간의 컨센서스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경기팽창이나 축소에 대한 처방 등이 그렇지요.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을 위해서 건전한 시장의 질서를 유지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신용을 높이며,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창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라라는 조언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본인도 확실한 처방이 없기 때문) 고용 문제로만 한정지으면, 이미 자동화의 압력이 강한 지금, 더 이상 교육자본에 투자한다고 해도 특별히 더 고숙련 노동자로 진입한다는 게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교육자본에 투자하는 양을 줄이도록 유도(부실대학 정리 등)하고, 쉬운 해고 없이 쉬운 고용도 없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네요. 예전에 읽은 글 두 개를 링크합니다. http://santa_croce.blog.me/221278217329 http://santa_croce.blog.me/221327489887 * Toby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9-11 13:4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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