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에서 활동할 때가 제일 즐거웠습니다. 우선 디씨라는 큰 틀에서 취향마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걸 아실겁니다.
그 중 2014년에 겨울왕국 갤러리에서 활동했었을 때인데요, 디씨 특유의 과격함이 덕질을 위한 활동적인 에너지로 발산되다보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몇백명이 모여서 영화관도 빌려보고, 친절하고 정도 넘치고.. 저도 여러가지 행사 주최했었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스로도 제일 능동적이었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에 여러 다리를 걸치지는 못했구요, 순차적으로 소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헛 저두 매우 궁금합니다(?!?!)

일찍 접했다면 오랜 경력에도 의외로 어릴 수 있습니다?
고민하다가 소심하게 앞자리만 밝혀보겠읍니다.아직 2m세입니다!

어떻게 두개를 같이..

양 쪽의 이념이 섞일 수 없는 지경까지 간 건 의외로 최근입니다. 제가 활동했던 시기는 대략 8~10년 전인데, 그 사이에서 스스로 타협하면서 있을 수 있었어요. 딱히 신분 도용 이런 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남자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애초에 마땅한 이유도 없으면 본인의 신상을 드러내지 않는 게 일종의 규칙이었거든요.지금은 아예 제한이 생겼나보군요

생각해보니 여시하던 여사친이 어디 커뮤하냐고 물어보길래 일베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네요. 상호 간 이념으로서 고까운 무언가가 전혀 없었읍니다. 일베도 그냥 일반적인 커뮤니티였구요. 저는 그 시절에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엔 제가 너무 응애라서.. 이름은 들어보았습니다!

혐오와 비하의 경계선을 '유머의 갈래 중 하나라도 양쪽 전부 웃을 수 있는 밈으로 발전한 경우'로 기준을 세워보면, 2010년대초부터 중순까지 이어졌던 홍어 vs 과메기 (전라도와 경상도)의 대결 구도가 재미있었습니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유머의 갈래 중 혐오로 발전한 것도 많지만, 선생님께서 댓글로 언급하신 쓰까덮밥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밈, 심지어 대결 구도를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컨텐츠로도 발전했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시기? 밈?은 아예 지역단위로 분화되어 모든 지역마다 차별없이(?) 별명을 지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 충청도=멍청도, 강원도=감자국, 마계인천 이런 식으로요..

커뮤니티의 전성기는 생산성으로 판단합니다. 외부의 수입 없이 스스로 컨텐츠를 생산해내고 소비할 수 있어야하며, 더 나아가 타 커뮤니티로 본인들의 문화가 수출되는 상황을 커뮤니티의 전성기로 봅니다. 이를 위해선 사용자 개개인이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힘을 써야합니다. 일베, 메갈리아, 디씨의 야갤 등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됨에도 한 시대를 풍미함에는 이러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홍차넷이랑 트위터, 트위치입니다.

인터넷에서 형성된 모든 종류의 모임으로 보면 네이버 카페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했었습니다. 커뮤니티 목적만으로 개설된 사이트로 범주를 좁히자면 DC의 합성-필수요소 갤러리입니다.

접근하게 된 계기는 재미 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혐오, 이념적인 부분을 소모하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들도 재미있는 컨텐츠를 생산해내거든요. 방향성은 조금 다를 지 몰라도 여타 커뮤니티랑 똑같이요. 그러면서 서서히 물들게 되는데, 과몰입의 핀포인트는 '스노비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커뮤니티에서 소모하는 무언가는 옳은거고 다른 사람들은 이걸 깨닫지 못한 우매한 멍청이들이야!" 이런 느낌이죠.. 그것이 확장되면 혐오와 분노로 이어지는데, 근원은 '스노비즘'. 비단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회적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커뮤니티들의 종점이 '생산성 없는 유머 게시판' 으로 끝나버립니다. 물론 유머글도 순기능이 존재하고, 어떤 방향으로 or 층위에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결말이 다르지만, 그 커뮤니티만의 특색이 사라지고, 어딜가도 볼 수 있는 글만 가득한 곳으로 전락해버립니다. (제가 다니던 많은 커뮤니티들이 그렇게 사라져서 개인적인 반감이 심하기도 함.)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홍차넷은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들이 많이 보입니다. AMA, 질문 등등.. 솔직히 타임라인은 많이 놀라웠어요. 부담감 없이 가볍게 일상을 나눌 수 있고, 자기 진술을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생산성 측면에서도 굉장히 좋은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컨텐츠를 도입하시려던 흔적이 남아있어서.. 액티브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