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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9/15 21:49:08
Name   nickyo
File #1   1442312893_55f77ae1034ad3d16b02.jpg (76.4 KB), Download : 6
Subject   노사정위를 통과한 노동개혁에 대하여



PGR21에는 관련 글이 올라왔는데 홍차넷은 아직인 것 같아서 올립니다.

여당, 정부측 노동개혁안(이라고 쓰고 전경련 민원서류)가 통과되었습니다. 한노총이 결국 막판에 영혼의 투톱답게 싸인해주셨습니다.
내용은 은수미 의원의 페북 이미지로 잘 설명이 될 것 같고..
저는 PGR에 내용중에서 '저성과자'관련해서 포인트를 잡고 글을 썼으니 그 부분을 옮겨오겠습니다.
사실 옆동네라고 할까 하다가 뭔가 '볼드모트'같아서.. 이름을 부르지 못할 그곳도 아니고 그래서 사이트 이름을 언급했는데
혹시 그래서 안된다는 규칙이 있다면 마법부의 규율을 따르듯 수정하겠습니다.


저성과자를 자를 권리가 회사에 과연 정당하게 부여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간단히 생각해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Yes라고 할 것입니다. 아마 상식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못하고 회사에 누가되면-> 내보낼 수 있죠' 라고 생각할테고, 이러한 사고방식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보이는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기브-앤-테이크 이념과 혼재해 있습니다. 내가 회사에 무엇인가를 주어야만, 내가 회사에 있을 수 있고 급여를 탈 수 있다는 것이죠.


가내수공업 시절에 이 논리는 단 하나의 헛점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분업과 협업이 강제된 회사에서 사람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 그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아마 절절하게 느껴보셨을 겁니다. 많은 성과들은 '대외적 조건'에 큰 영향을 받고, 그것을 판단하는 '불안정한 판단자'의 판단에 영향을 받고, 서류 이면에 있는 '일이 돌아가게끔 하는' 것들로 다시금 영향을 받습니다. 심지어 기업의 '오더'는 성과의 대부분을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한데 재밌는 것은 생산의 주체-일반고용 노동자-는 이 부분에서 생산결정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저성과자'라는 이름을 부여받아 회사에서 '나가리'가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반쯤은 '내가 아닌 누구의 탓'일 수 있습니다. 성과를 내는 주체의 결정권과 판단력이 박탈당한 상태에서 저성과자를 그것을 이유로 최후통첩을 준다는 것은 그래서 어이가 없습니다. 퇴직금 몇 푼 주기 싫고 명퇴 동의서에 사인하게하려고 주는, 그래서 남은 반평생 어디 건물주 밑에서 어떻게 편의점이든 고깃집이든 피시방이든 해보려는 사람들 그 돈 주기 싫어서 지금 여기까지 와서 깽판을 놓으시는거에요? 맷돌 손잡이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어이라고 해요. 그게 빠지면 맷돌이 안돌아가잖아요? 그래서 어이가 없다고 하는거에요. 내가 지금 어이가 없어요. 수십억 수백억 갖고 사시는 분들이 몇천만원 지급하는게 그렇게 배가아파서 돈을 못주겠다고 깽판을 놓으면, 그 사람들이 살겠어요? 어이가 없는거지.


하긴 모든 인간사가 그렇습니다. 내 뜻 대로 되는게 없죠. 온전히 내 책임만 갖고 판단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세상에 그런 일이 있긴 있습니까? 모든게 정치고, 모든게 공정하지 않습니다. 어딘가는 약간씩 기울어져있죠. 하지만 우린 그런걸 대부분 감안하고 살아갑니다. 왜냐면, 그정도는 감안해도 극복할 요량이 가늠되니까요. 우리 모두 어딘가에선 어떻게 손 쓰지 못할 불합리함을 마주하지만, 꾸욱 삼켜내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간다면 그래도 삶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And, life goes on.



이 전제에는 아주 중요한 명제가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불합리한 조건들이 적어도 우리의 삶을 한 순간에 주저앉힐 정도로 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계속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종종 어떤 운 없는 분들은 그런 거대한 부당함과 부딪혀서 삶을 놓아버리곤 합니다. 그래도 그게 '소수'라면 사회는 어떻게든 유지됩니다. 불운으로 치장해 버리면, 노오오오력 이 부족하다고 치장해버리면 나는 불안에서 한 걸음 비켜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불행한 사람들을 '적대'합니다.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내죠. 그러나 과연 그들이 소수일까요?


저는 몇 번의 도태와 몇 번의 재도전 끝에 삶을 소비하고 스러져가는 많은 현대인들의 사연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종종 듭니다. 저 사람의 퇴직금, 저 사람의 인건비, 저 사람의 시간으로 먹고산 누군가는 오늘도 삶을 살아간다고. 도태와 도전의 아름다운 사연들 사이에서 미로가 떠오릅니다. 출구도 있지만, 미노타우르스와 불구덩이와 가시덤불이 훨씬 더 많은 미로요. 역사적으로 이런 미로를 열심히 뜯어 고쳐 여기까지 시민사회가 발전했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그 미로에 함정을 설치하고 싶어하는, 정확히는 누군가의 삶이 걸어갈 길에 자신의 삶의 함정을 가져다 던져놓고 싶어하는 욕망들을 발견하게됩니다.


결국 한노총의 배신(언제나와 같은)과 같잖은 합의문(은수미 의원의 페이스북을 읽으시면 아주 잘 아실 수 있습니다. 저는 국내 정치인 가운데 은수미 의원만큼 노동쪽에 역량있는 의원을 본 적이 없으며, 저와 백프로 의견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은수미 의원의 노동정책에 대한 '일'하는 퀄리티 만큼은 완전히 신뢰하는 편입니다)에 의해 노동 '개혁'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개혁, 을사오적들도 아마 조선 근대화를 위한 개혁이라고 했을테지요. '개혁'은 입장에 따라 다르게 쓰이고, 그들의 입장에서 이는 분명 개혁입니다. 소시민의 삶을 더욱 쉽게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수단. 정의롭고 공정하고 용기있는 판단으로 시민사회를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토대'의 붕괴작업. 생각한 대로 살 수 있게 하지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래서 '정치'와 '재벌'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주는 그런 '개혁' 말입니다. 당장 백만원 이백만원 아쉬운 사람들한테 그 돈 쥐고 흔들잖아요? 생각 못합니다. 거기서 저항하는 사람들은 진짜 극소수에요. 극소수는 일반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치면 노오오오력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있는데 뭐가 문제겠어요. 그게 극소수니까 문제지. 노가다 판 사람쓸때 잔금 왜 맨날 덜 치루고 다음일 하라고 주는지 아세요? 잔금 다 주면 쓸데없이 말 안들을까봐, 일 제대로 안할까봐 그렇다고 합니다. 세상 살기가 더 힘들어지고, 먹고사는게 점점 더 지상과제가 되면요. 우리는 사지 힘줄을 잘리는 거에요. 타이슨이든 효도르든 크로캅이든 실바든 세계에서 제일 세다는 사람들 사지 힘줄 싹 자르고 제 앞에 두시면요, 제가 진짜 UFC 챔피언처럼 팰 수 있거든요. 지금 돌아가는 꼴이 그런거죠. 민중에게서 삶의 토대인 '노동의 권리'를 빼앗고 '노동의 자리' 를 빼앗으면요,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요. 나머지는 힘줄이 잘려서 시키는 대로 살게 됩니다. 나빠서, 나약해서, 착해서가 아니에요. 그렇게라도 삶을 유지하면 빅맥이랑 와퍼정도는 고르고 살 수 있고 위닝이랑 피파정도도 고르고 살 수 있고 잘하면 롯데월드랑 디즈니랜드정도는 골라볼 수 도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것마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스멀스멀, 부자유가 사람을 침식해가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기 마련이죠.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회사에게 저성과자를 자를 권리는 있을까요? 만약 백 보 양보해서 있다고 한다면, 지금보다 더 '쉽게' 사람을 자를 수 있게 하는 권리가 존중되어야 할까요? 지금도 저성과자를 압박하는 수단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런 핑계 없이도 한 해에 직장을 잃는 사람숫자가 300만이 넘습니다. (물론 다시 여러 직종으로 재취업을 합니다만 이 수치의 7할은 비정규직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흔히 말하는 재벌가나 경영자들은 저성과자를 자르는 핑계에는 골몰하면서 정작 자기 회사에 대한 조직-인사 혁신은 거의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흔히 말하는 잘하면 돈 더주고 못하면 조지면 되고 아니면 갈아쓰면 되지. 하는 수준을 전혀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죽어라 유학하고 오면 뭐합니까? 그들의 능력으로는 회사에서 3차 4차까지 심층면접 봐가며 뽑아온 사람이 일을 잘 하게 해주는 조직문화도, 인사기술도, 교육과 혁신도 없습니다. 그래놓고는 회사가 어려우니 사람 자르기가 쉬워야 한다고 합니다. 저성과자는 누구입니까? 일을 못하는 피고용인 입니까, 아니면 그렇게 빡센 경쟁으로 뽑아놓고도 일을 잘 하게 못 만드는 경영자와 재벌그룹입니까?



저는 '사회는 프로를 요구한다'는 말을 혐오합니다. 이 말은 자기가 뽑아 쓸 사람은 아주 뛰어난 역량을 지녀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래서 요새 인사,조직이론을 보면 역량이라는 말이 10년전부터 유행처럼 돌아다닙니다. 무슨 산업혁명시기 유럽의 공산당선언도 아니고.. '인사, 조직이론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역량이라는 유령이.' 저는 이 역량이 뭐냐고 물었을 때 제대로 답변한 교수를 발견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건 역량은 '직무를 잘 수행할 실질적인 실력'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비웃음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세상에 나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처음부터 '프로'였던 사람은 없었는데, 이제 프로를 원하는 사람들이 교육하기가 귀찮고 그 비용이 짜증나고 자기 이윤을 위해 사람을 뽑는 그 집단이 이제는 자기네에서 일하기 위해 알아서 프로가 되어오라고 하는 셈입니다. 명백한 책임의 전가였죠. 아예 태어날때부터 '프로'를 찾지 않는게 다행이다 싶습니다. 기업가들도 엄청 고생하며 일한다는데, 엄청 고생하시다보니 인사-조직 같은 부분은 무슨 현질 아이템 쓰듯이 쓰는게 당연한가 봅니다. 저는 한달에 몇 '억'을 벌어드시면서 고생한다는 말이 참 우습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 몇 억을 준다고 하면 한달에 목숨 한번씩 버릴 사람도 4열 종대로 연병장 두바퀴일겁니다. 그 돈을 받으면서 기업하기 힘드니까 300 400 혹은 그보다 적은 200받는 사람들을 쉽게 자르게 해달랍니다. 이게 말이야 빙구야?



굳이 자본론에 있는 가치이론을 들고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대충 감을 잡습니다. 이 회사 회장단이 재벌인데 이 회사 다니는 나는 월세방에 사는 이유가 뭘까? 노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해서입니다. 노오오오오오력이.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력을 더 했어야하는데. 설마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죠? 답은 간단합니다. 다수에게서 갈취한 이윤이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고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그 핑계가 참 그럴싸 하다는거 아십니까? 회사를 위해서랍니다. 어딘가에 돌아가야했던 그 이윤이 모여서 누군가의 부가 되는게 회사를 위해서랍니다. 이러니까 우리나라는 회장님=기업 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그래서 각하=국가 같은 사고관을 못벗어나나 봅니다. 국가는 곧 국민이지 각하가 아니고, 기업은 곧 그 기업에 속한 사원들이지 기업주가 아닙니다. 당장 이재용씨가 삼성전자에서 혼자 뭘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삼성전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든 기업이 그렇고, 모든 사회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 집단의 '구성원'을 위하는게 그 집단을 위하는 것인데도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노동개악은 사인되었습니다. 심지어 찬성표가 48%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치가 떨립니다. 사람들이 너무 착해서 화가 납니다. 뭘 못하면 다 자기탓이고, 뭘 잘못하면 다 자기가 책임지려고 하시나 봅니다. 세상 성인군자가 한반도에 다 있으니 그야말로 홍익인간 만세입니다. 평생 자유롭다는 착각속에서 어딘가의 노예처럼 끊임없이 자기가 선택할 자유는 거의 존재하지않고(뭐 빅맥과 와퍼중에서 고를 자유정도는 있군요)사는 대로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삶의 가장 큰 조건인 노동의 권리를 강간당한 오늘날 앞으로도 영원히 기업과 재벌과 권력자들의 노오오오오오력이나 기대하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고 전해지면 될 것 같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는 오늘날, 일할 권리를 빼앗겨도 좋다는 사람들의 '자유'란 대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맨날 그놈의 민족과 애국으로 똘똘뭉쳐서 살기전에 사람들이 좀 나빠졌으면 좋겠습니다.
키워주는 개도 자기 밥그릇 뺏아가면 그르렁대며 주인을 노려보는데
얼마나 잘 길러줬길래 밥그릇을 뺏어가고 걷어차고 밥 량을 줄이고 굶기고 패도
오오오오오 오빠를 사랑해 하며 핥핥대는지....
마음이 아픈 오늘입니다.


노사정위의 비열한 코포라티즘 전략과
전경련의 시다짓이나 하는 한노총과
그 전경련의 내연녀 짓이나 하는 정부와 여당의
멍청하고 저열한, 지독하고 악독한 노동정책 개'악'안에 반대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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