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09/22 11:04:04
Name   Toby
Subject   아들 키우는 이야기
저는 생후 29개월 아들을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 나이로는 세살이지요. 이름은 연우입니다.





[여친과 노는 연우]



올해 초부터는 어린이집도 가고 있고, 잘 먹고 잘 뛰어다니고 잘 놉니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우가 아직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이지요.

연우의 언어 발달이 늦다는 걸 처음 알게된건 건강검진 때문이었습니다.
의무적으로 받게 되어있는 어린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니 인터넷에서 문진표를 작성하라고 아내가 시켜서 제가 작성을 했었지요.

근데 당시 연우의 개월 수에 맞게 23개월 어린이에 해당하는 문진표를 받아서 체크하니 1,2,3,4,5 항목 중 1,2에 체크하는게 너무 많더라구요.
특히 언어 항목에서는 거의 모두 1(아예못함)에 체크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검사결과 의사의 소견은 발달이 늦고 언어가 심각하니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겠다고 했구요.

고대 병원에서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거기서도 심각해보이니 좀 살펴봐야겠다고 하더군요.
청력에 이상이 없는지 이비인후과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청력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달 여를 병원을 들락날락해본 결과 일단 주변의 언어 치료센터 같은데라도 다니면서 말을 많이 시켜보는게 좋겠다. 많이 시도해보고 6개월쯤 뒤에 다시 병원에 들러서 경과를 살피는게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왔습니다.

검사 당시가 생후 24개월이었는데 수용언어는 17개월 수준이고, 표현언어는 13개월 수준이라더군요.
부모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건 17개월 아이들 수준이고, 자기가 말하고 싶은걸 표현하는건 13개월 수준이라는거지요.

여러가지를 종합해서 본다면,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기능이 발달하지 못하고 있고 그 때문에 다른 필요한 학습들(이를테면 배변이라던지)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연우가 말이 늦는게 보통 다른 남자아이들이 그렇듯이 조금 늦는 정도라고 생각했고, 의사소통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때부터는 갑작스럽게 좀 심각하게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연우는 이름을 불러도 거의 쳐다보지 않고 자기 하던 일만 계속 하는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그 외에도 집에서의 활동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타인의 의사표현에 피드백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관심없어' 라는 느낌이거든요. 하지만 자기가 아쉬울 땐 열심히 의사표현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말을 못하게 되니 이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이 되더군요. 병원검사중에는 혹시나 자폐는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뭔가는 개선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집 주변에 보낼만한 언어치료 센터가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버스 세 정거장 거리의 센터를 추천받았는데,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도 센터가 있길래 일단 두 곳을 모두 보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가서 한 번에 1시간식 놀이치료를 받는데 비용은 30~40만원이 듭니다. 저희는 두 군데를 보냈으니 지출도 두배였지요.
원래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바우처 지원 대상인 교육인데, 구 복지 예산이 없어서 못준다고 합니다. 결국 그냥 쌩 돈 나가는거지요.
처음 두 달은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 두 군데를 모두 보내다가 지출의 압박 때문에 결국 집에서는 조금 멀지만 좀 더 잘 가르치는 느낌이 있는 곳 한 군데만 보내고 있습니다.

놀이치료는 선생님이 아이에게 집중해서 함께 놀아주면서 아이의 표현을 유도하는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사탕을 아이에게 보여주면 아이가 사탕을 쳐다보면서 으!으!으! 합니다.
그래도 안주면서 기다렸다가 손을 뻗어 달라고 할 때 줍니다.
그게 반복되면 뭘 달라고 할 때 달라는 의사표현을 손을 뻗는 것으로 하게되지요.
그 다음은 달라는 손동작을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게 하는 걸로 고쳐줍니다. (구걸할 때 손모양)
그리고 아이가 그 손을 내밀때마다 선생님이 "아~ 줘?" 하면서 줍니다.
그게 반복되면 '줘'라는 표현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연우는 언어치료 네 달만에 '줘'라는 표현을 익히게 되었는데요.
아직도 즉각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꽤 늦게 말을 하고, 발음도 '고'라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선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변화입니다.

사실 언어치료 때문에 그게 되는건지, 아니면 그냥 늦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 건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원래 언어치료라는게 보통 그래서, 뚜렷한 효과를 단기간내에 볼 수 없어서 길게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지속하는게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건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모가 "똥 싸"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다른 곳에서도 "똥 싸"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똥 싸"라고 말하지는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연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면서 말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억울한 느낌도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그렇게 연우에게 못해준 것도 아닌 것 같고, 열심히 말을 걸었는데 연우 니가 귓등으로 들었잖아!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애초에 연우 성격 때문에 말이 늦는 것도 확실히 있어 보이니까요.

그래도 어찌되었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늘기만 한다면 좋겠다 싶습니다.
늦는 건 괜찮은데 앞으로도 못하면 그건 정말 심각한 문제니까요.
다른 아이들보다 1년 정도 늦는건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그 정도 늦고 있기도 하고...

몸집은 또래 중에 상위 20%에 들 정도로 꽤 큰편입니다.
운동 발달적인 면에서는 또래들에 비해 늦는게 별로 없는 편이구요.

이번 주에는 미끄럼틀을 앞으로 타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동안은 겁이 나서 뒤로 누워서 탔었거든요.


이 녀석이 빨리 커서 아빠랑 마인크래프트 했으면 좋겠습니다.



요건 작년에 한참 아들찍어서 영상 만들 때 만들어 봤던 영상입니다.
자식 생기면 이런거 하고 놀 수 있습니다.




1
  • 아이고 귀여워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88 영화[리뷰]하울의 움직이는 성 - 남녀의 공포와 동반성장 22 뤼야 15/07/15 10554 0
160 기타일차진료에 대해서 조금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15 세상의빛 15/06/01 10543 0
1071 일상/생각상식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요? 29 damianhwang 15/09/23 10542 0
5652 일상/생각한국인들이 제일 많이 가는 사이트들... 36 조홍 17/05/16 10540 0
3321 스포츠[NBA] 93년 파이널 위닝 슛.. 존 팩슨 15 Leeka 16/07/21 10536 0
1216 영화(약 스포주의) 지맞그틀 - 발칙하고 솔직한 홍상수식 미연시 2 레이드 15/10/09 10521 0
463 기타우울증을 위한 치료약 - 샤또 샤스스플린 15 마르코폴로 15/06/28 10517 0
548 요리/음식이탈리안 식당 주방에서의 일년(4) - 토마토소스만들기 29 뤼야 15/07/09 10508 0
565 음악디시, 루리웹 애갤 선정 애니음악 베스트 50 7 블랙이글 15/07/11 10507 0
344 기타제가 좋아했던 추리만화들.jpg 11 김치찌개 15/06/17 10507 0
4006 정치[불판] JTBC 특집방송 & 뉴스룸 - 최순실 특집 245 Toby 16/10/25 10497 1
5006 요리/음식1인분 삼겹살 밀푀유 나베 27 HD Lee 17/02/25 10496 14
552 영화마블 영화 '앤트맨'의 국내 개봉이 9월로 연기됐습니다. 23 kpark 15/07/09 10479 0
1435 꿀팁/강좌파이어폭스에서 각종 게시판에 한글 글쓰기 할때 에러 해결법 11 블랙이글 15/11/03 10470 4
1058 육아/가정아들 키우는 이야기 41 Toby 15/09/22 10462 1
9136 일상/생각여자친구가 대학내에서 동기에게 성희롱 및 추행을 당했습니다. 67 싸펑피펑 19/04/29 10458 0
72 기타종로 번개 모임을 가져볼까요 44 Toby 15/05/30 10454 0
491 도서/문학사랑 - 롤랑 바르트[사랑의 단상]의 한 구절로 생각해보기 15 뤼야 15/07/02 10447 0
114 기타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과 통화를 해봤습니다. 13 15/05/31 10438 0
2433 기타제가 재미있게 했던 오락실 게임 5탄.jpg 9 김치찌개 16/03/20 10430 0
8146 방송/연예[불판] 프로듀스48 12회 (최종회) 565 Toby 18/08/31 10429 0
953 음악[클래식] 내가 즐겨 듣는 피아노 독주곡 10곡 4 김연아 15/09/08 10426 2
3826 역사고대 그리스를 오마쥬한 로마 5 모모스 16/10/04 10417 1
8046 게임문명 6 폴란드 종교승리 2 코리몬테아스 18/08/12 10413 6
1245 과학/기술일본원숭이랑 침팬지랑 BBC 다큐 #5 2 눈부심 15/10/13 1041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