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5/21 14:22:56수정됨
Name   시뮬라시옹
Subject   동시성의 상대성
동시성의 상대성은 푸앵카레에 의하여 1900년에 소개되었고, 아인슈타인에 의해 상대성 이론에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상상하기 힘든 두 이질적인 성질의 만남은, 그렇게 크나큰 충격의 여파를 우리에게 남겼다.
동시성의 상대성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同時'의 개념이 '동시'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3차원 공간 좌표와 시간 좌표로서 표시할 수 있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관성 좌표계에서 보면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라 생각되지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소 오해가 생길 수 있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상대적으로) 정지해있는 관성 좌표계에 있는 사람이
시속 50km/h로 달리는 차 안의 사람이 야구공을 수직으로 위아래로 던지는 사건을 관찰하게 되면 공이 수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평방향으로도 이동하는 일종의 Ω자 형의 궤적을 그리는 것으로 관찰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것이 공간좌표뿐 아니라 시간 좌표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동시성의 상대성이라 부르는 것이다.

사진의 등장이 미술계에 큰 혼란을 빚었듯이, 동시성의 상대성의 등장은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피카소의 입체주의부터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까지, 미술계와 자연과학은 크고 작은 상호작용을 주고받았다.
철학, 인문학 분야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가 늘 생각해왔던 절대적인 동시라는 개념이 사실은 상대적이었다는 것은
하늘이 움직이는 줄만 알았던, 우리가 이 우주의 중심인 줄 알았던 이들에게 어느 날 지동설이 다가왔던 순간만큼이나
강렬한 무언가 였던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늘 무언가 절대적인 것을 원한다. 우리의 '대단한' 뇌라는 것은 사실 어떠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저 세포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질서한 것에 공포심을 갖고 있다.
기준이 없다면 무엇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사고할 것인가, 결정할 것인가.

그런데 사실 이 대단한 충격을 안겨준 동시성의 상대성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실생활과는 그다지 큰 연관이 없다.
물론 알게 모르게 우리가 쓰고 있는 첨단기술에 그 개념이 사용되고 있을지라도, 무언가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일상적인 사고를 하는 데 있어
그것의 등장과 이후에 달라질 것이 없다. 왜냐하면 빛의 속력(약 30만 km/s)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사건이 있어야만
동시성이 유의미한 상대성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이거 생각보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거 아닐까 하고. 그렇게 쿨하게 잊고 사는 게 편해 보였다.
그런데 다른 동시성의 상대성이 나의 뇌리에 자꾸만 스쳐갔다. 나는 가끔 생각하곤 한다.
내가 올해, 이번 달, 이번 주, 오늘, 오후 이 시간에 이걸 이렇게 하는 동안 지구에 있는 누군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굳이 빛의 속력까지 내 속력을 높이지 않아도, 우주까지 시야를 넓히지 않아도 이렇게 하면 동시성의 상대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웃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을 것이며, 내가 나 자신을 해치고자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자신을 치장하고 있을 것이며, 내가 일하는 동안 누군가는 쉬고, 내가 쉬는 동안 누군가는 일하며
내가 먹는 동안 누군가는 굶으며, 내가 깨있는 동안 누군가는 잠들어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이 순간에도
내 위층의 위층의 위층의 위층은 무엇을 하고 있을 까. 내 침대 위의 철근콘크리트 천장 그 위에 공간에는 무엇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구 반대편의 너는 무엇을 하고 있니.

이 것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치인가 경제인가 내 노력인가 운인가 가정환경인가 신인가 자연인가
나는 왜 1999년에 태어나 2020년 지금 여기에서 있는 것인가.

참 재밌는 상상이다. 그렇지만 이 상상과 현실을 헷갈리기 시작하면 미쳐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다들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인가? 그래서 우리가 빛의 속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일까?
만약 모두가 이를 의식하고 살고, 그리하여 우리의 기술이 우리를 빛의 속도로 이동시켜주게 되면
이런 것들이 바뀔 것인가? 2020년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어질 것인가? 그렇게 되면 현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동시라는 것은 무엇이 될까. 몇 가지 짐작 가는 것들이 있지만 이만 내 상상의 나래를 접어두련다.

왜냐면 나에겐 빛의 속도로 이동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동시성의 상대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의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떠한 상태든 처지든 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를 돌보고, 내가 처한 처지를 개선하며, 그게 좀 된다면 이제 남의 처지도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그렇게 살자. 일상에서의 동시성의 상대성을 듬뿍 내 정신에 품자.
나를 사랑하자.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638 사회약투 운동 보디빌더 박승현씨가 자신의 검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7 The xian 19/09/08 5743 0
    11347 도서/문학[서평] 충만한 일 찾기(How to Find Fulfilling Work, 2012) 2 bullfrog 21/01/17 5743 7
    12273 여행짧은 제주도 여행에 대한 짧은 글. 3 늘푸른하루 21/11/14 5743 4
    2445 IT/컴퓨터얼굴 표정을 실시간으로 대역처리하기 5 Toby 16/03/21 5744 3
    9216 일상/생각외롭네요 4 Xayide 19/05/20 5744 12
    10583 기타로큰롤의 선구자 리틀 리차드의 사망소식과 그의 음악들 2 김치찌개 20/05/14 5744 2
    4671 기타아마추어 할머니 화가의 성공적인 뻘짓 22 은머리 17/01/21 5745 1
    11673 음악[팝송] 런던 그래머 새 앨범 "Californian Soil" 김치찌개 21/05/14 5745 0
    8857 스포츠고지라를 쓰러뜨릴 수 없다면 도망쳐라 10 温泉卵 19/02/12 5746 10
    12258 일상/생각예전에 올렸던 '고백' 관련한 글의 후기입니다. 4 경제학도123 21/11/09 5746 1
    12402 정치신지예 "선대위와 새시대위는 별개의 조직이기 때문에 나는 계속 활동함" 10 22/01/03 5746 0
    3249 기타[불판] 이슈가 모이는 홍차넷 찻집 31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7/12 5747 0
    4864 기타홍차상자 후기 15 선율 17/02/14 5747 6
    7472 기타근로자의 날 머하셨어요? 13 핑크볼 18/05/02 5747 3
    11753 오프모임오프인듯 오프아닌 무언가(......) 14 T.Robin 21/06/04 5747 16
    13618 일상/생각직장내 차별, 저출산에 대한 고민 24 풀잎 23/03/05 5747 17
    2018 영화이번 주 CGV Top7 23 AI홍차봇 16/01/13 5748 0
    3502 게임소울바인더 남캐 대사 3 자동더빙 16/08/12 5748 1
    3587 역사우리나라 군인을 치료했던 미국인 돌팔이 24 눈부심 16/08/26 5748 0
    4080 게임데스티니 차일드 1주일 후기 3 Leeka 16/11/04 5748 0
    5147 기타막말 변론의 이유 32 烏鳳 17/03/11 5748 19
    6677 창작퇴근길에, 5 열대어 17/11/29 5748 3
    9889 일상/생각끌어 안는다는 것, 따뜻함을 느낀다는 것에 대해 3 사이시옷 19/10/25 5749 13
    10606 일상/생각동시성의 상대성 6 시뮬라시옹 20/05/21 5749 2
    10785 스포츠[하나은행 FA컵] 연장으로 가득한 16강 결과 1 Broccoli 20/07/15 5749 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