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7/17 17:39:32
Name   lonely INTJ
Subject   랑종에 대한 제 생각 모음집(약스포)
1.랑종은 한국어로 무당으로 번역된다.이에 반해 영어로는 the medium으로 번역되는데, 일반적으로 무당이라하면 영매라기 보다는 샤먼(샤머니즘)에 가깝다.그런데 영문으로 the medium이라 번역된 것을 보았을 때, 영매(mediumship)라는 뜻으로 감독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이 점에서 재밌는 점은 샤먼으로 보이는 '님'은 접신을 주장하지만 접신의 형태로서 신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이에 반해 악령에 해당하는 원혼과 귀신이 들어간 '밍'은 접신의 형태로서 혼과 신의 존재를 드러낸다.이 것이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한 종류로 보인다.

2.이 이야기는 작게는 원한을 가진 영들의 복수극이자, 크게는 선과 악의 대결로 보여진다.우리 실상에서 귀신을 비롯한 악으로 칭해지는 자연재해, 범죄 등은 일부러 그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실체로서 나타난다.그에 반해 선으로 비추어지는 종교적 신의 경우 사람의 '믿음'이라는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며 이들의 영향력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다.결국 인간은 실체로 드러난 악에 맞서고자 '믿음'을 통해 '선'에게 구원을 요청하지만 '선'은 묵묵부답일 뿐이며 이로 인해 인간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3.이 영화의 경우 페이크다큐나 파운드 푸티지등 좀 더 관객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공포가 다가오게 만드려는 시도를 하나, 결국엔 스너프 필름에 불과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그 이유로는 예상 가능한 복선과 스토리가 있다.금지된 개고기의 판매(억울한 동물의 혼). 부계의 원죄(노동자들에 의해 돌팔매질로 사망한 조부.공장에 방화후 사망한 부친.근친상간등).등 악령이 들어올만한 요소들이 충분하며 이로 인해 관객들은 '밍'에게 악령들이 접신되었음을 인지하고 있다.물론 '님'과 '노이'간의 갈등을 통해 그 악령의 정체가 '바얀 신'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긴 하나, 그것이 그 의심을 거둘만큼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지 못한다.'버드박스'나 '미스트'와 같은 예시를 보면 우리는 그 공포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떠한 일까지 저지르게 될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악의 습격을 맞이한다.이에 반해 랑종은 공포의 존재가 눈에보이며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눈에 선하다.

4.초자연적인 악이 접신된 인간병기(?)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다음에 벌일 일은 예상이 가능하다.예상 가능한 일을 두고 그것이 벌이는 것을 잔인하게 묘사한다고 해서 공포가 되는 것은 아니다.그저 잔인하고 기괴할 뿐이다.공포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그 실체를 알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생각한다.그러나 예상가능한 지점에서 예상가능한 행동과 그 원인을 알 수 있는 대상이 벌이는 것이 전부인 이 영화는 공포라기 보단 잔인한 영상물에 가깝다.

5. 거기에 더해 카메라맨들의 영상을 담겠다는 투철한 직업의식은 눈물 겹다.누가 봐도 정상상태가 아닌 딸이 자살을 시도할 때까지 방치하고 카메라를 통해 확인된 어둠속 기행을 보고도 그 것을 구속하거나 감금하지 않는 가족들의 행위는 멍청하다는 생각을 넘어 실소를 자아낸다.'반전일까?'하는 부분에서 반전은 없고 '복선인가?'하는 부분은 복선이 맞다.이처럼 재미없기도 쉽지 않다.

6.거기에 더해 관음증적인 카메라의 프레임과 단순한 악의 기행 중 하나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빈도가 너무 잦고 역겨운 수준으로 여성의 동물적이고 생리적인 모습을 그린다.이 부분이 더더욱 변태적이고 질이 낮은 영화의 수준을 표현한다.최악이다.

7.결론적으로 내게 있어 랑종은 제대로 된 스토리를 갖춘 영화인 척 하고 싶은 스너프 필름이자 포르노이다.혹자는 공포가 아닌 오컬트이니 이해가 가능하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상식 밖이다.유전과 같은 영화나 나홍진의 전작인 곡성에서 보여준 제대로 된 오컬트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변태적이고 관음증적이며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물이다.제대로 먹힌 마케팅과 청불이라는 딱지가 주는 호기심으로 인해 영화가 상업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다 생각한다.그렇지만 영화적으로는 정말이지 실패작이다.

별점은 1.5/5점.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47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220 4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245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 제그리드 24/12/23 1481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32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65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586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04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56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1 블리츠 24/12/21 957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29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3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7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41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2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3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2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2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36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294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4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2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5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88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77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