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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9/23 15:48:42수정됨 |
Name | kpark |
Subject | 박제된 걸작을 만났을 때 |
작성자가 본문을 삭제한 글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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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배트맨이야 그 당시에도 B급 정서를 내포한 영화였고, 지나치게 컬트하다는 이유로 배트맨 팬덤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죠. 지금에 와서 1989년의 배트맨 실사 영화가 \'진짜배기\', \'오리지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배트맨이라는 유서 깊은 캐릭터에 대해 잘 모르는 것입니다. 오히려 배트맨 코믹스/애니메이션/드라마/영화 등을 모두 살펴보았을 때, 사마외도를 걸은 작품이죠. 일단 1989년에 나온 이상 오리지널이 될래야 될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전체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잘 쳐줘야 중고딩 정도 연식일까요. 지금에 와서 팀 버튼 판 배트맨을 \'고전... 더 보기
팀 버튼의 배트맨이야 그 당시에도 B급 정서를 내포한 영화였고, 지나치게 컬트하다는 이유로 배트맨 팬덤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죠. 지금에 와서 1989년의 배트맨 실사 영화가 \'진짜배기\', \'오리지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배트맨이라는 유서 깊은 캐릭터에 대해 잘 모르는 것입니다. 오히려 배트맨 코믹스/애니메이션/드라마/영화 등을 모두 살펴보았을 때, 사마외도를 걸은 작품이죠. 일단 1989년에 나온 이상 오리지널이 될래야 될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의 전체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잘 쳐줘야 중고딩 정도 연식일까요. 지금에 와서 팀 버튼 판 배트맨을 \'고전\'으로 포장하는 것은, 초딩에게 중고딩이 와서 어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훌륭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요. 배트맨이라는 코드에 대한 또다른 방식의 접근법을 가져왔으니까요. 물론 촬영과 연출이 유치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기는 한데, 그게 팀 버튼 스타일이기도 하고(가위손만 하더라도 지금 보면 유치해보이지만 그것 자체가 재미요소다 싶습니다.), 헐리우드에서 판타지나 SF 등 특수 효과를 크게 필요로 하는 작품들을 실사화 시키는 데 있어서의 기술적인 제약은 90년대를 거치면서 비로소 붕괴되었다는 점도 감안해야하고요. 지금에 와서 90년대 이전의 작품들의 특촬이 우스워보이는 것은 그 당시 기술의 한계인지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최소한 잭 니콜슨의 약빤 듯한 조커 연기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에서 지팡이 빙글빙글 돌리고 덩실덩실 춤추며 깽판치는 것을 보고 있자면 홍진호의 콩댄스보다 훨씬 웃기다 싶네요. https://youtu.be/Rb_0Vp9DuQk?t=11s
음 그리고 다시 정주행 하는 데에 있어서는 드래곤볼만한 만화도 별로 없다 싶네요. 인터넷에서 간혹 드래곤볼 이야기 접할 때 무슨 장면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집어들어서 여러 장면들을 찾아보다가, 어느 순간 해당 장면부터 결말까지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예컨대 프리더 편 배틀 연출 확인해보려다가 마인부우 편까지 간다든가 하는 식으로...아마 저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읽기가 수월하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음 그리고 다시 정주행 하는 데에 있어서는 드래곤볼만한 만화도 별로 없다 싶네요. 인터넷에서 간혹 드래곤볼 이야기 접할 때 무슨 장면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집어들어서 여러 장면들을 찾아보다가, 어느 순간 해당 장면부터 결말까지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예컨대 프리더 편 배틀 연출 확인해보려다가 마인부우 편까지 간다든가 하는 식으로...아마 저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읽기가 수월하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영화 중 저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건 아바타였습니다. 서사 뻔하고, 연출 색다른 거 없고, 그냥 뻔하디 뻔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3D로 만들었다는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충격이었습니다. 오히려 상업영화의 끝판왕을 봤다는 감격과 함께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를 받고 포효하던 캐머런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아마 쥬라기공원을 극장에서 못 봐서 그런가봅니다.
박제된 걸작이라는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끝까지 다 봤을 때 감동의 물결에 빠졌던 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미지와의 조우, 블레이드 러너 등이 있고... 뭔가 쩌는 건 알겠... 더 보기
박제된 걸작이라는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끝까지 다 봤을 때 감동의 물결에 빠졌던 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미지와의 조우, 블레이드 러너 등이 있고... 뭔가 쩌는 건 알겠... 더 보기
영화 중 저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건 아바타였습니다. 서사 뻔하고, 연출 색다른 거 없고, 그냥 뻔하디 뻔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3D로 만들었다는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충격이었습니다. 오히려 상업영화의 끝판왕을 봤다는 감격과 함께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를 받고 포효하던 캐머런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아마 쥬라기공원을 극장에서 못 봐서 그런가봅니다.
박제된 걸작이라는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끝까지 다 봤을 때 감동의 물결에 빠졌던 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미지와의 조우, 블레이드 러너 등이 있고... 뭔가 쩌는 건 알겠는데 긴가민가하다 싶은 건 세븐하고 파고?
kpark님이 차범근-마라도나 얘기 하셔서 축구도 얘기해보면 베켄바우어 처음 볼 때 퍽 실망했었는데, 몇 번 더 보고 진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이 인간이 얼마나 괴물인지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펠레도 그랬었고요.
박제된 걸작이라는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끝까지 다 봤을 때 감동의 물결에 빠졌던 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미지와의 조우, 블레이드 러너 등이 있고... 뭔가 쩌는 건 알겠는데 긴가민가하다 싶은 건 세븐하고 파고?
kpark님이 차범근-마라도나 얘기 하셔서 축구도 얘기해보면 베켄바우어 처음 볼 때 퍽 실망했었는데, 몇 번 더 보고 진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이 인간이 얼마나 괴물인지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펠레도 그랬었고요.
파고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네요. 예전에 PGR에 리뷰 쓴 것도 있어 한 번 링크 걸어봅니다.
http://pgr21.com/?b=8&n=55939
베켄바우어에 왜 실망하셨었는지도 궁금하군요.
http://pgr21.com/?b=8&n=55939
베켄바우어에 왜 실망하셨었는지도 궁금하군요.
계급영화라고는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인상적인 해석이네요. 저는 단지 무질서와 혼란, 그리고 순수한 악 정도로 이해했거든요. 번 애프터 리딩은 어떻게 보셨나요? 이건 파고보다 더 정신없이 몰아치는 맛이 있었는데 그만큼 더 어려웠거든요.
베켄바우어를 보고 실망했단 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에 비해 생각보다 수비력이 특별하지는 않아서 조금 김이 샜었어요(영상을 보면서 비교해본 선수가 네스타이긴 했습니다만). 실질적인 후방 플레이메이커라고 한들 베켄바우어가 직접적으로 찬스를 만들고 그런 편은 아니었잖아요? 그건 ... 더 보기
베켄바우어를 보고 실망했단 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에 비해 생각보다 수비력이 특별하지는 않아서 조금 김이 샜었어요(영상을 보면서 비교해본 선수가 네스타이긴 했습니다만). 실질적인 후방 플레이메이커라고 한들 베켄바우어가 직접적으로 찬스를 만들고 그런 편은 아니었잖아요? 그건 ... 더 보기
계급영화라고는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인상적인 해석이네요. 저는 단지 무질서와 혼란, 그리고 순수한 악 정도로 이해했거든요. 번 애프터 리딩은 어떻게 보셨나요? 이건 파고보다 더 정신없이 몰아치는 맛이 있었는데 그만큼 더 어려웠거든요.
베켄바우어를 보고 실망했단 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에 비해 생각보다 수비력이 특별하지는 않아서 조금 김이 샜었어요(영상을 보면서 비교해본 선수가 네스타이긴 했습니다만). 실질적인 후방 플레이메이커라고 한들 베켄바우어가 직접적으로 찬스를 만들고 그런 편은 아니었잖아요? 그건 미드필더로 뛰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공격도 그렇게 특출난 건 아닌 거 같고, 다른 레전드급 수비수들과 급이 다른 위치에 있을만한 선수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몇 경기 더 돌려보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눈에 들어오고 나니까 사람이 달라보이더군요. 그래서 디 스테파노나 크루이프가 베켄바우어보다 위에 있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플라티니가 베켄바우어보다 위라고 하면 부들부들하는, 그런 수준으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베켄바우어를 보고 실망했단 건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에 비해 생각보다 수비력이 특별하지는 않아서 조금 김이 샜었어요(영상을 보면서 비교해본 선수가 네스타이긴 했습니다만). 실질적인 후방 플레이메이커라고 한들 베켄바우어가 직접적으로 찬스를 만들고 그런 편은 아니었잖아요? 그건 미드필더로 뛰던 시기에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공격도 그렇게 특출난 건 아닌 거 같고, 다른 레전드급 수비수들과 급이 다른 위치에 있을만한 선수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몇 경기 더 돌려보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눈에 들어오고 나니까 사람이 달라보이더군요. 그래서 디 스테파노나 크루이프가 베켄바우어보다 위에 있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플라티니가 베켄바우어보다 위라고 하면 부들부들하는, 그런 수준으로 찬양하고 있습니다.
네 뭐 직관적인 맛은 아무래도 떨어지고 분석적으로 대할 때에 재미있는 선수죠. 그래도 일단 볼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는 하더라고요. 그리고 수비력이 특출나지는 않는다고 한들 평균은 훨씬 상회하고, <수비가 일정 수준 이상인 리더>는 존재만으로도 비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중원을 지휘할 선수는 필요한데, 이런 선수들이 수비력까지 갖추기는 어렵지요. 빌드업을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무브먼트 자체만으로도 일단 엄청난 부담인데 거기에서 수비까지 심혈을 기울이기는 어렵다는 플레이 자체의 제한성이 있고, 여기에... 더 보기
네 뭐 직관적인 맛은 아무래도 떨어지고 분석적으로 대할 때에 재미있는 선수죠. 그래도 일단 볼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는 하더라고요. 그리고 수비력이 특출나지는 않는다고 한들 평균은 훨씬 상회하고, <수비가 일정 수준 이상인 리더>는 존재만으로도 비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중원을 지휘할 선수는 필요한데, 이런 선수들이 수비력까지 갖추기는 어렵지요. 빌드업을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무브먼트 자체만으로도 일단 엄청난 부담인데 거기에서 수비까지 심혈을 기울이기는 어렵다는 플레이 자체의 제한성이 있고, 여기에 부지런히 중원을 누비고 긴 거리를 뛰며 볼을 운반하는 데에 필요한 지구력과 순식간에 대쉬하여 공간을 커버하고 상대를 견제하며 압박을 가하는 역동성은 상반된 신체 능력인지라 엘리트 스포츠 레벨에서는 동시에 소유하기가 어렵다는 신체능력 자체의 제한이 또 있으니까요. 근년 간 노령화 된 투레나 피를로 같은 선수가 잘 보여주고. 그에 비해 베켄바우어는 최소한 다른 선수들에게 안겨주는 수비부담이 비교적 적으며 오히려 자신이 일정 부분 다른 선수들의 리스크를 커버해준다는 점에서 다른 리더들보다 훨씬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번 애프터 리딩은 전형적인 코엔표 영화겠지요. 근시안적인 개인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서로에게 자승자박적인 구렁텅이를 만들고, 각각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죠. 간혹 헤어나오더라도 <예언자>의 말리크나 <나이트 크롤러>의 루이스처럼 시스템과 구조를 자신의 손아귀 안으로 장악하지는 못하면서 간신히 면피하고 보신만 할 뿐이고요. 그리고 그 와중에서 벌어지는 처절함과 절박함이 반어적으로 코미디의 대상이 되고, 그럼으로써 인간사의 덧없음을 암시하고요. 코엔 형제는 항상 계급적으로 영화를 그리면서도 결코 등장인물들에게 크게 감정이입한다든가 심판자의 시선에서 단죄와 권면을 하지도 않고 그저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들을 바라보며 웃음과 동시에 허무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번 애프터 리딩은 전형적인 코엔표 영화겠지요. 근시안적인 개인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서로에게 자승자박적인 구렁텅이를 만들고, 각각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죠. 간혹 헤어나오더라도 <예언자>의 말리크나 <나이트 크롤러>의 루이스처럼 시스템과 구조를 자신의 손아귀 안으로 장악하지는 못하면서 간신히 면피하고 보신만 할 뿐이고요. 그리고 그 와중에서 벌어지는 처절함과 절박함이 반어적으로 코미디의 대상이 되고, 그럼으로써 인간사의 덧없음을 암시하고요. 코엔 형제는 항상 계급적으로 영화를 그리면서도 결코 등장인물들에게 크게 감정이입한다든가 심판자의 시선에서 단죄와 권면을 하지도 않고 그저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들을 바라보며 웃음과 동시에 허무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 수비력이 특별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네스타랑 비교해서였는데, 뒤집으면 네스타 정도(...)의 수비력은 됐다고 생각했거든요. 해서 제가 생각하는 베켄바우어는 네스타 + 레돈도 정도? 레돈도보다는 알론소가 맞으려나... 간간히 돌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무심하게 툭 찔러서 다른 선수 발에 똑 떨어지는 로빙 패스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베켄바우어 이후 무수히 많은 리베로들이 있었지만 바레시나 한창 때의 크롤 말고는 비교 가능한 선수가 없지 않나 싶네요. 개인적으로 시레아는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번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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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수비력이 특별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네스타랑 비교해서였는데, 뒤집으면 네스타 정도(...)의 수비력은 됐다고 생각했거든요. 해서 제가 생각하는 베켄바우어는 네스타 + 레돈도 정도? 레돈도보다는 알론소가 맞으려나... 간간히 돌진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무심하게 툭 찔러서 다른 선수 발에 똑 떨어지는 로빙 패스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베켄바우어 이후 무수히 많은 리베로들이 있었지만 바레시나 한창 때의 크롤 말고는 비교 가능한 선수가 없지 않나 싶네요. 개인적으로 시레아는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번 애프터 리딩은 말씀하신대로 막 웃다가 끝날 때 허무한, 그러면서 뇌리에는 계속 맴도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본 이유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보고 싶은데, 최대한 끝까지 남겨놨다가 정말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을 때 보려고 아껴두고, 대신 코엔 형제가 만들었다고 해서 고른 거였는데 기묘한 재미가 있었어요. 나이트 크롤러는 초반부분 나오는 거 잠깐 보다가 딱히 끌리지가 않아서 넘겼는데 특기할 만한 영화였나보네요. 나중에 기회 되면 봐야겠네요.
번 애프터 리딩은 말씀하신대로 막 웃다가 끝날 때 허무한, 그러면서 뇌리에는 계속 맴도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본 이유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보고 싶은데, 최대한 끝까지 남겨놨다가 정말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을 때 보려고 아껴두고, 대신 코엔 형제가 만들었다고 해서 고른 거였는데 기묘한 재미가 있었어요. 나이트 크롤러는 초반부분 나오는 거 잠깐 보다가 딱히 끌리지가 않아서 넘겼는데 특기할 만한 영화였나보네요. 나중에 기회 되면 봐야겠네요.
네 저도 시레아는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못했네요. 뭐 다른 것을 떠나서 일단 아주리든 유벤투스든 시레아를 거쳐가는 패스의 비율이 높지 않고 시레아가 경기 중에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존재감을 호소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물론 시즌 내내 보여주는 균일한 수비력 같은 경우 후대인의 입장에서 평가하기는 어렵기는 합니다만, 설혹 시즌 내내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었다고 한들 최소한 세간에서 행해지는 \'리베로 시레아\'와는 거리가 있는 덕목이지요. 해서 [특정한 주동인물이 판을 주도했을 때 대항마의 위상도 덩달아 ... 더 보기
네 저도 시레아는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못했네요. 뭐 다른 것을 떠나서 일단 아주리든 유벤투스든 시레아를 거쳐가는 패스의 비율이 높지 않고 시레아가 경기 중에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존재감을 호소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물론 시즌 내내 보여주는 균일한 수비력 같은 경우 후대인의 입장에서 평가하기는 어렵기는 합니다만, 설혹 시즌 내내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었다고 한들 최소한 세간에서 행해지는 \'리베로 시레아\'와는 거리가 있는 덕목이지요. 해서 [특정한 주동인물이 판을 주도했을 때 대항마의 위상도 덩달아 올라가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봅니다. 예컨대 이탈리아에서 네스타, 칸나바로가 칭송되면, 스페인에서는 \'우리에게는 이에로와 나달이 있다\', 잉글랜드에서는 \'우리에게는 아담스와 캠벨이 있다\', 독일에서는 \'우리에게는 노보트니가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우리에게는 아얄라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우리는 철의 포백인데?\'라는 식으로 덩달아 대항마를 내놓고, 그러면서 이들의 위상이 동반 상승하죠. 그러면서 \'이 시대는 센터백 천국의 시대다\'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고요.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예시이고 해당 선수들이 죄다 네스타 칸나바로 때문에 만들어진 거품 선수들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위상이 설정되는 여론의 움직임이 그렇다는 뜻이고...시레아 역시도 베켄바우어에 대한 반동 여론으로 인해 위상이 올라간 것이 아닌가 합니다.
* 그래서 현재의 수비수들에게 내려지는 저평가가 과연 실체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사실 어느 나라든지 수비 자원보다는 전방 자원들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고, 수비수의 기량에 특별히 천착한 것은 이탈리아 정도이지요. 그래서 세리에A와 이탈리아 수비수들의 평판이 전세계 다른 수비수들의 명망에도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연속적으로 영향을 끼쳤고요. 현재는 세리에A가 붕괴되고 이탈리아가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센터백들의 위상을 동반상승시켜줄 주 동력이 없어진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사실 옛날 경기 보면 볼수록 레전드 수비수들도 다 삽질하는 모습 있고, 그 와중에 어떤 선수가 얼마나 잘하고 못하는지를 계측하기가 지극히 어려운데, 그러면 결국 남는 건 이미지 싸움이라고 보거든요. 현재는 수비수들의 이미지를 제고해줄 가장 열성적인 나팔수들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나이트 크롤러는 대단한 영화는 아닙니다. 악당이 어떻게 성공하는가-를 뚝심 있게 보여주죠. 사실 부도덕적이라면 부도덕한 영화기는 한데, 오히려 그렇게 도덕과 교훈에 얽매이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보다보면 인간 말종인 주인공을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마음 한편으로 자연스럽게 응원하고 있고 주인공의 계책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주인공이 성취를 거뒀을 때 반쯤 욕하면서도 반쯤은 기특함과 대견함을 느끼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요. 데스노트의 라이토는 나쁜 놈이지만 라이토를 응원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죠.
* 그래서 현재의 수비수들에게 내려지는 저평가가 과연 실체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사실 어느 나라든지 수비 자원보다는 전방 자원들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고, 수비수의 기량에 특별히 천착한 것은 이탈리아 정도이지요. 그래서 세리에A와 이탈리아 수비수들의 평판이 전세계 다른 수비수들의 명망에도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연속적으로 영향을 끼쳤고요. 현재는 세리에A가 붕괴되고 이탈리아가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센터백들의 위상을 동반상승시켜줄 주 동력이 없어진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사실 옛날 경기 보면 볼수록 레전드 수비수들도 다 삽질하는 모습 있고, 그 와중에 어떤 선수가 얼마나 잘하고 못하는지를 계측하기가 지극히 어려운데, 그러면 결국 남는 건 이미지 싸움이라고 보거든요. 현재는 수비수들의 이미지를 제고해줄 가장 열성적인 나팔수들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나이트 크롤러는 대단한 영화는 아닙니다. 악당이 어떻게 성공하는가-를 뚝심 있게 보여주죠. 사실 부도덕적이라면 부도덕한 영화기는 한데, 오히려 그렇게 도덕과 교훈에 얽매이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보다보면 인간 말종인 주인공을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마음 한편으로 자연스럽게 응원하고 있고 주인공의 계책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주인공이 성취를 거뒀을 때 반쯤 욕하면서도 반쯤은 기특함과 대견함을 느끼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요. 데스노트의 라이토는 나쁜 놈이지만 라이토를 응원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죠.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플레이의 수준도 그렇거니와 당대 언론을 통해 시상이나 평가를 확인해보면 크롤한테는 택도 없고 트레소르, 페차이, 슈틸리케, 보시스, 모르텐 올센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낫다고 하기 어렵더군요. 어디 중소클럽도 아니고 트랍의 유벤투스와 전성기가 일치했음에도 그 정도였으니 뭐... 그래도 앨런 핸슨보다는 사정이 낫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옛 선수들에 대한 구전은 걸러들어야 할 필요가 있더군요. 왜곡되어 전해지는 게 너무 많았어요.
과거 수비수들과의 비교는 리베로가 사라졌으니 사실상 스토퍼끼리 비교해야 할텐데 \... 더 보기
과거 수비수들과의 비교는 리베로가 사라졌으니 사실상 스토퍼끼리 비교해야 할텐데 \... 더 보기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플레이의 수준도 그렇거니와 당대 언론을 통해 시상이나 평가를 확인해보면 크롤한테는 택도 없고 트레소르, 페차이, 슈틸리케, 보시스, 모르텐 올센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낫다고 하기 어렵더군요. 어디 중소클럽도 아니고 트랍의 유벤투스와 전성기가 일치했음에도 그 정도였으니 뭐... 그래도 앨런 핸슨보다는 사정이 낫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옛 선수들에 대한 구전은 걸러들어야 할 필요가 있더군요. 왜곡되어 전해지는 게 너무 많았어요.
과거 수비수들과의 비교는 리베로가 사라졌으니 사실상 스토퍼끼리 비교해야 할텐데 \'대인마크 스토퍼\'와 \'지역방어 스토퍼\'의 차이로 현대 수비수들을 깎는 게 제일 큰 거 같더군요. 맨마킹만 놓고 보면 네스타, 칸나바로, 푸욜 뭐 이런 수준에 올라서야 어느 정도 비교가 될 거 같은데 그런 선수는 극히 드물고... 요새는 스토퍼 고를 때도 패스 잘하니 못하니로 나누는 판이니 주관에 따라 크게 달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어차피 선수 비교할 때 시대적인 맥락에 따라 유리한 점 뽑아다가 비교해놓고 현대 스토퍼만 굳이 나쁘게 볼 이유가 뭐 있냐 싶어서 걍 잘하는 놈이 우리편 땡땡이란 마인드입니다만 뭐 그렇더라고요. 하고 싶은 얘기는 더 많지만 이대로 가다간 일상글이 축구글로 물들어버릴 거 같으니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흐흐...
과거 수비수들과의 비교는 리베로가 사라졌으니 사실상 스토퍼끼리 비교해야 할텐데 \'대인마크 스토퍼\'와 \'지역방어 스토퍼\'의 차이로 현대 수비수들을 깎는 게 제일 큰 거 같더군요. 맨마킹만 놓고 보면 네스타, 칸나바로, 푸욜 뭐 이런 수준에 올라서야 어느 정도 비교가 될 거 같은데 그런 선수는 극히 드물고... 요새는 스토퍼 고를 때도 패스 잘하니 못하니로 나누는 판이니 주관에 따라 크게 달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어차피 선수 비교할 때 시대적인 맥락에 따라 유리한 점 뽑아다가 비교해놓고 현대 스토퍼만 굳이 나쁘게 볼 이유가 뭐 있냐 싶어서 걍 잘하는 놈이 우리편 땡땡이란 마인드입니다만 뭐 그렇더라고요. 하고 싶은 얘기는 더 많지만 이대로 가다간 일상글이 축구글로 물들어버릴 거 같으니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흐흐...
아무리 심오한 것이라도 익숙해지면 유치해지죠. 익숙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정보의 교환 속도가 빨라지고 교환 범위가 넓어져야하고요. 하지만 과거에는 현재만큼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이 현대에 비해 제한적이었고 충분히 세계화/지구화 되지 못했기에, 다들 세상 넓은 줄을 몰랐고, 그렇기에 자신의 감상이나 발상이 유치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그러다보니 여과와 자기검열 없이 그대로 창작물에 표현했지요. 그래서 고전 명작들 보면 \"아니 아무리 시대차를 감안하더라도 저건 당대 기준으로도 충분히 유치하고 진부하며 소재가 가진 포텐셜을 최대한 ... 더 보기
아무리 심오한 것이라도 익숙해지면 유치해지죠. 익숙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정보의 교환 속도가 빨라지고 교환 범위가 넓어져야하고요. 하지만 과거에는 현재만큼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이 현대에 비해 제한적이었고 충분히 세계화/지구화 되지 못했기에, 다들 세상 넓은 줄을 몰랐고, 그렇기에 자신의 감상이나 발상이 유치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며, 그러다보니 여과와 자기검열 없이 그대로 창작물에 표현했지요. 그래서 고전 명작들 보면 \"아니 아무리 시대차를 감안하더라도 저건 당대 기준으로도 충분히 유치하고 진부하며 소재가 가진 포텐셜을 최대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법 한데?\"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지요. 특히 고전 예술들에 비해 역사가 짧아서 불과 얼마 전에 신생아 단계를 벗어난 영화 같은 경우가 그렇고. 히치콕 영화만 해도 보다보면 유치하다 싶은 아이디어들(연출이나 촬영이나 기술이 아니라 그냥 발상 그 자체) 많지요. 40년대~60년대 작품이니 그렇다고 한다면, 40년대~60년대가 오래되었다면 얼마나 오래되었냐는 반론을 할 수 있고요. 플라톤의 국가 같은 그리스 고전에 비하면 핏덩이고 18세기 19세기 소설 들이대도 깨갱이죠.
그래서 현대 작품들에 대한 부당한 저평가는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경우 정보의 교환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개인간/집단간/지역간/국가간의 문화 장벽과 그에 수반되는 자의식 과잉이 지속적으로 해체되고 있기 때문에 장르 관습이나 코드나 클리셰에 대해 진부함을 느끼는 속도가 워낙 빠르죠. 그러니 관습에 대한 변용도 발전도 빠르고 그만큼 소재가 가진 포텐셜의 한계까지 도달하는 속도도 빠르며, 나아가 \'왜 지금 이런 혁신이 필요한가\'를 깨닫는 개개인들의 자각도 빠르고요. 인터넷과 구글과 유튜브의 등장 이후, 모든 분야에 있어 대대적인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대 작품들에 대한 부당한 저평가는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경우 정보의 교환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개인간/집단간/지역간/국가간의 문화 장벽과 그에 수반되는 자의식 과잉이 지속적으로 해체되고 있기 때문에 장르 관습이나 코드나 클리셰에 대해 진부함을 느끼는 속도가 워낙 빠르죠. 그러니 관습에 대한 변용도 발전도 빠르고 그만큼 소재가 가진 포텐셜의 한계까지 도달하는 속도도 빠르며, 나아가 \'왜 지금 이런 혁신이 필요한가\'를 깨닫는 개개인들의 자각도 빠르고요. 인터넷과 구글과 유튜브의 등장 이후, 모든 분야에 있어 대대적인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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