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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30 17:52:22수정됨 |
Name | 化神 |
Subject | [스포일러] 테넷(TENET) 감상 / 등장인물 시간선 해석 |
역시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대단하다고 말해야겠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깨버리는 영화를 만들었네요. 그리고 시간여행에 대한 해석도 새롭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시간 여행은 아니' 라고 하죠. 테넷에 대해서는 꽤 오랜 기간동안 여러가지 반응이 나올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생각하고 느낀바, 정리한 바를 보여드리고 다른 분들과 감상을 같이 나눠보고 싶네요. 무엇보다 "엔트로피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는 '인버젼이 가능한 세계를 과학적으로 설정'한 것이고 영화 내용상에서는 엔트로피가 어떻게 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봉전 여러가지 정보를 통해서 '인터스텔라 급' 과학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요소요소 발라놓고 보면 내용은 간단합니다. 알 수 없는 적대적 미래 세력이 과거로(주인공 입장에서는 현재) 신호를 보내서 과거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중인데, 주인공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적대적 미래 세력과 현재 시점에서 결탁한 무리들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내용입니다. 쉽죠? 그러나 이 영화가 어려운 이유는 시간대를 왔다갔다 하는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다 자세하게는 어느 시점에 시간을 역행하는 지, 대사로는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그저 느끼라는 말이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후련한 감정보다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일단 세계관과 상징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수 세기 후 미래에서는 '인버젼'이라고 하는 기술이 개발됩니다. 이는 과거로 물체를 보낼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특정 시점에 등장하게끔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의 시점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보내는 것이죠. 만약 10년 뒤 2030년에 만들어진 물질이 2020년 지금 등장했다면? 이것은 2030년 어느 날 인버젼된 물체가 2030년, 29년, 28년, 27년 .... 21년, 20년.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서 2020년 지금 도달했다는 뜻입니다. 인버젼 상태, 즉 시간 흐름에 역행하는 상태에서는 물리법칙이 현재와 전혀 반대로 움직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엔트로피가 거꾸로 움직인다는 설명을 했는데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엔트로피가 중요한 건 영화 중반부에 나오는, 인버젼 상태의 주인공이 불길에 휩싸이자 불에 타는 것이 아니라 얼어붙는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엔트로피가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면 살짝 ? 할 수 있는 장면이라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이해 안 되는 상태에서 지나가셔도 영화를 즐기는데는 큰 문제 없습니다.) 제목 테넷TENET은 회문입니다. 회문이라고 하면 앞에서부터 읽나 뒤에서 부터 읽으나 똑같은 단어 혹은 문장들을 의미합니다. 12345 54321 TENET -> TENET 우리는 단어를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읽는데, 한 편으로는 T E 순으로 순행하던 글자가 N 을 기점으로 E T 로 역행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상에서는 주인공을 돕는, 또는 우호적인 미래 시점 집단을 의미하는데 이런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것이죠. 회문은 영화상에서 중요하게 나옵니다. SATOR AREPO TENET OPERA ROTAS 라는 라틴 회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를 마방진으로 구조화 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SATOR AREPO TENET OPERA ROTAS 이는 어느 방향에서 읽어도 같은 형태가 되는 SATOR 마방진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착안해서 현재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알고리즘'을 묘사합니다. 알고리즘이 뭐냐고요? 알고리즘은 인버젼이 개발된 미래 시점에서 어떤 천재적인 과학자가 발명한 현재와 미래를 중첩시키는 공식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발명해낸 과학자 스스로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가장 안전한 보관처, 즉 과거로 이것들을 9조각으로 나누어 보내버리고 과거(영화상에서는 현재)의 핵무기 보유국 숫자 9국가의 가장 보안이 삼엄한 구역, 즉 핵무기 보관소에 같이 보관하게 됩니다. 핵무기 보유국이 9국가라서 9조각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SATOR 마방진의 구조에서 착안했다고 보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가운데 십자로 위치한 TENET를 제외하면 9줄로 나눌 수 있거든요. 혼자서 생각하고 조립하고 있었는데 이미 나무위키에도 정리가 되어있더군요. 조금 허탈... 그렇다면 트레일러에도 언급된 '인버젼'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사람이 인버젼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나는 정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데 주변은 거꾸로 움직이게 됩니다. 사람들은 뒤로 걸어가고 소리도 이상하게 들리죠. 거꾸로 말하는 것 같다고 하는데 저는 되감는다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마치 동영상을 되감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영상을 감상할 때 시간 바를 클릭한 상태로 거꾸로 드래그 하면 화면과 소리는 어떻게 되나요? 이게 우리가 현실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인버젼이라고 설명하겠습니다. 시간 바를 거꾸로 드래그하는 나 = 인버젼 상태, 동영상에서 되감아지는 화면들 = 시간에 순행하는 현실 세계라고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이게 제가 정리한 타임라인입니다. 영화가 헷갈리는 이유는 마지막에 닐(로버트 패틴슨)이 역행과 순행을 반복하기 때문인데 그 부분에대한 묘사가 빠르게 지나가다보니 사람들이 어어? 하게 된다고 봅니다. 나름 역행 후 다시 순행할 때 장면을 보여주면서 설명하고는 있고 '어 이거 아까 본 장면하고 연결되는건가?' 하게끔은 하는데 이를 명확하게 연결할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없이 진행되는 다음 장면들을 쫓아가야 하다보니 잘 모르겠고 복잡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네요. 원래 쓰고 싶었던 내용은 더 많은데 시간이 벌써 4시간 가까이 지나가서 더는 못하겠습니다. 여기서 끊고 갈게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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