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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5/17 14:03:32
Name   化神
Subject   [스포일러]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감상 (2)
이번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내용과 연출 관점에서 이야기해본 다. 한 마디로 '나쁘지는 않은데 굳이 왜...?' 그리고 덧붙이면 '닥터 스트레인지의 컨셉은 뭐지?

1. 완다는 왜 아메리카를 노리는거지?

[닥터 스트레인지 : 완다와 스칼렛위치] 정도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번 작에서 빌런으로 막대한 지분을 차지한다. 작 중 동기는 두 아이와 함께 하는 삶과 행복에 대한 집착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타노스와 전쟁 이후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완다의 심정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이 상실감 측면이 전반부에 전혀 나타나지 않으니 갑자기 보여주는 '흑화하는 모습'에서는 놀랄 수 밖에 없으면서도 '왜...?'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이를 두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완다와 비전을 봐야 이해 가능하다'며 설왕설래가 많은데 영화 상에서 조금만 더 풀었어도 이 정도까지 완다의 동기에 대해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해 실망하고 아직도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는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완다는 그동안 포텐셜은 있지만 잘 컨트롤 되지 않는 모습, 그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의 성장에 기뻐하고 고통에 같이 감정이입할 수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것은 일절 개의치 않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어떠한 것을 희생해서라도 갖고 말겠다는 집착을 보여준다. 그러니 관객의 시선에서는 완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고 그 동기도 파악하기 어렵다.

마지막 장면이 되어서야 완다가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지만 이 부분은 다른 영화들에서도 많이 보여준 클리셰라서 후반부에서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고 내적으로 완결성을 갖진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쌓아올린 캐릭터에서 불일치하는 서사랄까. 이렇게 빌런으로 소모되고 끝난다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2. 카마르 타지는 왜 완다를 필사적으로 막는거지?

멀티버스 이동 능력자 아메리카 차베즈를 내놓으라는 완다의 이성적인 제안(이라고 쓰고 협박이라고 읽는)을 거부하고 닥터 스트레인지와 웡이 카마르 타지는 결사항전에 돌입한다. 영화 상에서 카마르 타지가 우주의 위기를 막기 위해 마법사들이 수련하는 곳이라는 것도 잘 드러나지 않고 (사실 1편에서 이야기 하긴 했는데 그게 벌써 몇 년 전...) 아메리카를 넘겨주면 우주가 위기에 처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서러 수프림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바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가진 명분이나 대의에 공감하기 어렵다보니 '굳이 왜...?'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완다가 원하는대로만 해주면 안 되나? 전 지구의 마법사가 대항해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완다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멀티버스에 질서를 유지해 줄 수도 있지 않나?

그 결과는 카마르 타지의 전멸이고 소서러 수프림도 이렇게 포로가 된다. 이후 웡은 그냥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되고... 물론 나중에 죽음의 위기에서 돌아와 괴물을 처치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조연이라도 그렇지 작 중 '소서러 수프림'인데 너무 능력을 못 보여주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애초에 카마르 타지는 스칼렛 위치를 막을 수 없는 존재였던 것...

3. 멀티버스의 스트레인지와 대결하는 모습은 이렇게 밖에 안 되나? (미러 디멘션은 어디로 간거지?

​ 멀티버스를 옮겨다니면서 흑화한 스트레인지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스트레인지가 가장 처참하고 또 비뚤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인커젼으로 인해서 망해버린 지구를 보여주면서 '왜 인커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지, 왜 이 우주의 존재가 다른 우주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 모습 왠지 인셉션에서 본 것 같은 느낌...?

​ 영화 상에서는 아마도 이 모습의 스트레인지를 경험했기 때문에 지구-616 : 메인 지구의 스트레인지가 마음을 고쳐먹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는 공격이 고작 '음표들끼리 뚱땅뚱땅 공격...?' 아쉽다. 1편에서 보여준 미러 디멘션에서의 전투가 여기에서 등장했으면 어떨까? 스트레인지 vs 스트레인지 전투라면 응당 미러 디멘션에서 벌어지는 온갖 창의적인 마법들로 채워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1편에서는 마치 인셉션에서 보여주었던 꿈 세계와 같이, 현실이 왜곡되면서 발생하는 기상천외한 장면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었고 기존의 마블 시리즈와 차별화를 만들어냈는데 이번에는 이러한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

​ + 다른 영화 대비 스트레인지 단독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능력치가 너무 약하졌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타노스하고도 비등하게 1:1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스칼렛 위치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밀린다. 그럼 스칼렛 위치 > 타노스 > 닥터 스트레인지인가.

4. 비샨티의 책은 그냥 맥거핀인가?

유일하게 다크 홀드를 막을 수 있는 비책이 담긴 책이라면서 엄청 중요하게 띄워줬는데 정작 너무 허무하게 파괴되었다. 이럴거면 왜 그렇게 띄워줬지?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 짐작해보자면 비샨티의 책에서 나오는 빛과 아메리카가 능력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빛이 같아보이는데 어떤 이유로 비샨티의 책이 가진 능력 중 일부가 아메리카에게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님 말고)

5. 아메리카의 존재는 정체는 뭐지?

이번에 새로 등장한 아메리카 챠베즈는 멀티버스를 옮겨다닐 수 있는 능력자이다. 이 등장인물이 멀티버스 간 연결고리가 된다. 이러한 능력이 생긴 이유는 알 수 없지만(어쩌면 비샨티의 책?) 영화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갑자기 나타난건 별 상관 없지만 스토리 진행에 핵심적인 인물인데 보다보면 설정 충돌을 일으키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쪽 우주에서 저쪽 우주로 넘어가는건 우주의 멸망을 초래하는 '인커젼'을 일으키는데 과연 아메리카는 인커젼을 일으키지 않는 존재일까? 그리고 아메리카 말고도 멀티버스를 여행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6. 결말에서 맥빠지는데... (K-신파 한 숟갈 더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

평범한 방법으로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악을 어떻게 하면 물리칠 수 있을까? 결국에는 내면에 존재하는 선을 일깨우거나 혹은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만드는 방법 밖에 없는걸까? 영화에서는 많이 사용된 클리셰를 사용한다. 본인이 원하면 원할수록 본인이 원하던 결과에서 멀어지고 마는 현실을 일깨워주는 것. 깔끔한 결말이긴 하지만 너무 급하게, 또 너무 평범하게 끝낸 것은 아닌가 싶다. 멀티버스 국밥엔딩? 뭐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괴식으로 끝나는 것 보다야 든든한 국밥이 낫지만 그래도 "아이언맨 1"에서 "나는... 아이언맨입니다." 거나 '블립'으로 마무리되며 극장 내 관객들이 모두 얼어붙었떤 "엔드게임" 등 영화의 대부분은 히어로 무비의 클리셰 범벅이더라도 엔딩만은 평범하지 않았던 마블 시리즈라면 어느정도 틀을 깨는 엔딩을 기대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과한 기대였나...?

엔딩에서의 아쉬움은 또 있다. 지구-838 : 다른 지구의 완다가 "사랑으로 키울게" 로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나? 여기에서 신파 한 숟갈 넣었으면 어땠을까? 문득 부산행 엔딩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 신파 지겹다. 적당히 하지.'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미국 등에서는 눈물 버튼이었다고 하던데. 그토록 고대하던 아들들을 만나게 된 완다를 적대하고 더 나아가 공포를 느끼는 모습, 그리고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완다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다른 우주의 완다... 신파의 재료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그런데 너무 레어로 조리한 느낌. 여기서 조금 더 감정선을 끌어줬다면 초반부 부족했던 완다의 서사도 어느 정도 보충되지 않았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완다가 제일 불쌍하네...

7. 왓 이프 캐릭터들... 왜 나왔니?

왓 이프 캐릭터들이 등장한것은 전혀 좋지 않았는데,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등장과 퇴장이었다. 짧은 시간에 캐릭터들을 보여줘야 하다보니 무슨 홈쇼핑 광고처럼 등장했고 ("짜잔 캡틴 카터도 있다! 짜잔 우리는 흑인 캡틴 마블도 있지! 짜잔 우리는 미스터 판타스틱도 있다! 짜잔 블랙볼트라고 아니?") 게다가 퇴장 장면에서는 스칼렛 위치의 강력함(심지어 다른 우주에서 빙의 상태였는데!)만을 느끼게 하며 끔찍한 모습으로 사망하니 이거 15세 관람가 맞나 싶을 정도. 다른 우주의 캡틴 아메리카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는건 드라마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하는게 좋은데 왜 여기서 이렇게 소모품으로 사용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매우 많이 든다.

​ 자비에 교수 a.k.a 프로페서 X 의 등장은 향후 스토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X-맨 시리즈와의 연결을 염두에 두었나 싶기도 하고 또 정신계 능력자로서 스칼렛 위치에 사로잡힌 선량한 완다를 구원해줄 수 있는 인물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는데... 스칼렛 위치 앞에서 너무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럴거면 굳이 왜 나오셨을까... 싶고, 흰 배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돌무더기 안에 갇힌 완다의 모습또 클리셰라서 식상했다. 자비에 교수가 완다의 손을 잡아줘서 각성의 계기를 만들어주거나 했으면 그건 그것대로 클리셰인가.

8. 호러... 이게 최선입니까?

호러 연출은 나쁘지 않았다. 호러 영화에 일가견있는 샘 레이미 감독 연출이라 그런가. 물을 통해 완다의 눈이 보이는 장면이 가장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링'을 연상시키는 완다의 등장이라거나 붉은 구름과 함께 등장해서 '목을 꺾어버리는' 장면은 어느정도는 클리셰적인 연출이어서 좀 예상 가능한 범위였다.

다만... 굳이 호러를 할 필요가 있었나?라고 생각해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데, 아니 좀 깜박이좀 켜고 해야지... 닥터 스트레인지 1편은 내용이 조금 복잡하고 분위기가 무겁긴 해도 꽤나 유쾌한 마법사 이야기였는데 2편에서는 뜬금 호러로 가니까 초반에 분위기 파악하기 어려웠다. 물론 완다의 막강한 모습을 드러내주기에는 또 나름 괜찮다 싶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아니 이런거 보려고 닥터 스트레인지 보러 왔나?'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완다의 캐릭터성도 드라마를 안 보면 몰라... 영화 분위기는 1편하고 확 달라져, 미러 디멘션 전투도 안 나와. 이게 최선 맞습니까?

그래도 좀비 스트레인지의 등장은 꽤나 괜찮았다. 영화 초반에 등장한 사망한 스트레인지를 암매장했던 것을 잘 활용했고 악령들 덕분에 폭풍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이것으로 스칼렛 위치를 상대할 수 있으려나 잠깐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 비주얼로 끝. 이 부분에서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제트 파이어의 부품과 합체해서 날개 달고 강력해지는 모습이 겹쳐보인다. 그리고 왠지 포 더 호드를 외칠것 같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은데...)

​ 정리하면, 여러가지 재료는 쓴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맛이지? 싶다. 이것저것 잘 쓰까놓았더니 고추장 맛밖에 안 나는 느낌이랄까. 군데군데 익숙한 장면들이 닥터 스트레인지 버젼으로 어레인지되어서 어색하지 않게 보이지만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보다도 도대체 닥터 스트레인지는 영화 컨셉이 뭐지? 아이언 맨은 수트를 기반으로 한 테크놀로지였고 캡틴 아메리카는 방패가 양념 쳐주는 맨몸 액션의 스파이무비라는 명확한 컨셉이 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는 단독으로 2편 째인데 확실한 컨셉이 안 보인다. 마블 시리즈에서 징검다리 역할 밖에 못 한다면 닥터 스트레인지가 너무 아깝다. 재밌는건 분명한데 살짝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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