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27 23:31:09
Name   그저그런
Subject   마카롱 교조주의
탐라에 적다가 500자가 넘어서 티타임으로 가져왔습니다.


이런 이야기 하면 교이쿠 선생님 비스무레 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음식 원탑을 꼽자면 뚱카롱입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즐기시는 분들의 취향이 문제있다는건 아닙니다. 맛은 주관적인 영역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저 BBC방송에서 밥을 물에 씻어서 볶음밥을 만드는... 그런걸 보는 기분일 뿐입니다.
https://youtu.be/Zmy0q8TrF_I

사실 마카롱은 푸짐해서는 안되는 음식입니다.
마카롱은 본디 눈처럼 파스스 입안에서 사라지면서도 한 끼에서 원하는 당분의 욕구를 완벽히 채워줘서 식욕을 잘라주는 음식이거든요.
괜히 디저트의 끝판왕인게 아닙니다. 맛을 무겁지 않게 만들려고 난이도가 올라가는거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과의 끝판왕이 마카롱입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특이한 방식으로 어레인지 됩니다.
제과 실력이 모자라지만 부서지면 버리게되니, 밀가루를 많이 넣었죠. 그러면 잘 안갈라지니까요. 단가도 내려가고.
그래서 찐득찐득 맛이 무거워졌고 그만큼 필링을 가득 채워버립니다.
색소 넣은 빵 사이에 잼을 가득 채운 크림샌드 빵이랑 비슷하게 된거죠.
찐득찐득한게 디저트로는 영 꽝이지만 대신 푸짐해졌습니다.
(혹은 망해버린 마카롱을 판매하려고 필링을 채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우리는 일반적으로 디저트를 즐기기 보단 푸짐함을 사랑하니까요.
필링보다는 코크가 훨씬 만들기도 어렵고 다른 디저트와 차별화되는 요소이지만 그런건 고려되지 않죠
한식에 디저트가 잘 안어울리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마카롱은 사라지고 뚱카롱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음식의 정체성이나 이해 따위는 그냥 날라가버리는거죠. 샌드과자나 빵하고 다를것도 없습니다.
질척이는 디저트 따위는 코스요리에서는 진짜 별로지만 우리가 코스를 즐겨 먹는것도 아니니까요...

이렇게 된 이상 굳이 어려운 마카롱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신도시 까페거리를 걷다보면 뚱카롱은 10개 있는데 마카롱은 하나도 없습니다.
한국에 진출한 라뒤레랑 피에르에르메도 철수했고, 홍대 마카롱도 사라졌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같은 소수의 마카롱 애호가들은 사라져버린 마카롱을 애도하며
교조주의 적인 분노에 가득 차서 이렇게 방구석에서 키보드나 두드리게 되는것 같습니다.

가볍고 파스스 사라지는 정통파 마카롱이 현존하는지 제보를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15
  • 옳소!!
  • 뚱카롱은 생물로 치면 마카롱과는 다른 종이라고 쳐야합니다 암
  • 배우신분....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862 오프모임[파티원 모집] * 비어-게인: 무명맥주전 * (6월 11일 오후 1시 서울 신림역) 54 비어-도슨트 22/05/26 3684 15
12641 꿀팁/강좌바질을 키워 봅시다 19 그런데 22/03/17 5034 15
12563 일상/생각2년간의 비대면 강의 후기 16 물냉과비냉사이 22/03/02 3942 15
12359 일상/생각요리 초보의 단상 21 2막4장 21/12/19 3202 15
12155 일상/생각약간의 일탈과 음주 이야기 2 머랭 21/10/11 3001 15
12090 역사뉴질랜드와 핵실험, 거짓말쟁이 프랑스. 4 코리몬테아스 21/09/18 3699 15
11915 정치반문 보수우파인 내가 야권 진영과 거리를 두는 이유 40 샨르우르파 21/07/23 4677 15
11903 사회KT 품질 때문에 소비자원에 징징댔더니 보상받은 썰 14 매뉴물있뉴 21/07/20 4821 15
14756 오프모임다음주에 조촐하게 모임을.. 82 먹이 24/06/20 2686 15
11617 일상/생각20대가 386의 글을 보고 386들에게 고함(2) 27 가람 21/04/26 5924 15
11492 일상/생각대학원생으로서의 나, 현대의 사제로서의 나 5 샨르우르파 21/03/15 3931 15
11463 정치윤석열 장모 기소건에 대해 알아보자. 9 주식하는 제로스 21/03/03 7394 15
11399 일상/생각어떤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 3 머랭 21/02/06 4250 15
11329 정치[펌글] 김웅 필리버스터 요약 <검경수사권 조정 형사정책단장 에피소드 썰방출>// 중대재해법썰 18 주식하는 제로스 21/01/09 4280 15
11307 영화홍콩의 화양연화(3) 사미인思美人 - 홍콩, 그 아름다운 님이여 2 간로 21/01/01 4543 15
11285 요리/음식마카롱 교조주의 21 그저그런 20/12/27 4937 15
11280 영화홍콩의 화양연화(2) 꿈의 시공간, 2046 간로 20/12/26 4309 15
11231 창작옷걸이로 루돌프 만들기 6 자크 20/12/15 5044 15
11227 정치이번 정부의 정책들은, 집값을 어떻게 위로 올렸나? 7 Leeka 20/12/14 3889 15
11042 창작사귀지도 않고 헤어진 제 친구의 연애 아닌 연애 이야기 24 아침커피 20/10/12 3816 15
10992 정치북한군이 대한민국 국민을 총으로 쏴 죽이고 시체를 불태웠다 9 이그나티우스 20/09/25 5026 15
10989 문화/예술초가집과 모찌떡과 랩실 5 아침커피 20/09/24 4322 15
10859 여행[사진多/스압]푸른 파도의 섬 - 울릉도 이것저것 15 나단 20/08/15 5000 15
10680 정치미국 제2의 독립기념일과 트럼프 - saying the quiet part out loud 6 다시갑시다 20/06/12 5207 15
10557 일상/생각엄마 4 사이시옷 20/05/07 3594 1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