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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2/02 10:18:28수정됨
Name   순수한글닉
Subject   기존의 아이돌과 방탄소년단
어제 충격적인 유튜브 영상을 하나 봤습니다.
https://m.youtu.be/2t3NAYd6jS0

평범한 분의 노래 실력이 가감없이(?) 담긴 영상이었는데요,
이 영상이 올라온 커뮤니티가 남성분들이 많은 곳이더군요.
이 커뮤니티에서도 방탄이야기를 하나? 싶어서 살짝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기존의 아이돌과 방탄소년단을 비교하는 글이 굉장히 많더군요.
'@@과 비교하면 방탄은 어느정도 위상인가요?'
'조용필도 이제 방탄 무시 못하나요?' (조용필 선생님이 언제 다른 아티스트를 무시라도 했단 말입니까 ㅜㅜ)
한 사람이 이에 대한 답을 정성스레 설명해 놔도 계속 물어보는 어그로꾼
그 '6'명이 그리 대단하냐는 어그로꾼(토막 지식: 방탄소년단은 7명이다)

아 이것이 혼돈의 카오스인가 싶더군요.
그런데 저의 시선을 끈 것은 이런 물음들이 아니라, 이에 대한 '정성스런' 답변들이었습니다.
매출, 앨범판매량, 스타디움 투어 동원 관객수, 투어 회수 등
각종 숫자들로'만' 점철된 답변들이요.

숫자와 수치는 업적과 성과 노력 등을 한눈에 알려 주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지표지만
이것들만 존재했을 때는 그것만큼 황량할 수가 없죠.
한낱 커뮤니티의 어그로와 항변일 뿐이라고 지나치고 싶었지만, 지나칠 수 없는 미련이 저를 계속 붙잡아
한강에서 뺨맞고 종로에서 눈흘기는 심정으로 여기에 글을 쓰는 것이야요.

저 숫자들 외에도 방탄소년단이 성공한 타 아이돌과 다른 지점은 시작점입니다.
'중소 아이돌'이라는 시작점이죠. 방송에서 짤리기도 몇 번,  누군가의 땜빵이 하루의 꿈이었던 중소아이돌.
누군가는 열심히 해도 니네는 못 뜬다고까지 했다더라고요.
(이 이야기는 방탄소년단의 수록곡 및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리더 알엠(당시 랩몬스터)은 앨범 <2 COOL 4 SCHOOL> 히든 트랙 Skit: On The Start Line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데뷔하면) 바다일 줄 알았는데 여전히 사막이다.'

언더힙합 출신 멤버들이 있는 관계로, 데뷔 후 언더에서도 손가락질 받고 (돈을 좇아 아이돌이 됐다는 이유로)
컨셉이 철 지난 올드스쿨인 관계로, 아이돌 더쿠들에게도 손가락질 받는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무기가 없던 시절이었죠.
[*여담: 데뷔 무렵 무대를 보고 2019년에 멤버 전원이 코멘터리하는 콘텐츠도 있는데요,
거기서 멤버들도 인정합니다. '저 시기 팬이 있던 것이 기적이다. 진짜 감사해야 한다.'라고요]


여기서 이들은 '언더 독' 서사를 갖게 됩니다. 저는 이게 성공한 타 아이돌과 진짜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언더 독이 결국 스타디움 투어를 완성시키는 꿈 같은 이야기가 많은 이들을 움직인다고요.
마케팅에서 언더 독은 포기할 수 없는 스토리 요소죠.
그래서 언더 독이 아니면서 언더 독 흉내를 내는, 가난까지 도둑질하는 자들을 우린 많이 보지 않습니까.
저들은 진짜 언더 독이었으니 마케팅이 아니라 진짜 서사가 된 거죠.

아이러니 하게도 주류가 되서도 언더독 서사는 (그들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이어집니다.
《피땀눈물》로 겨우 주류로 들어가나 싶었는데, 이때 다른 아이돌 팬으로부터 공격을 받거든요.
콘서트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방탄을 비난하는 문구들이 트위터 실트로 올라간다든가....
그래서 저는 이게 이들의 팔자구나 합니다.
(방송국 중심의 미디어 환경을 유튜브와 자체 컨텐츠 중심으로 체제를 전복시켰다는 것도 언더독 서사에 양념을 더하죠)

영민한 건지, 솔직한 건지
랩라인 멤버들의 믹스테이프에서는 언더독으로서의 서러움이 꾸밈없이 표현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주로 화가 많으신 분들에게 방탄노래가 아니라 이 랩라인들의 믹테 노래를 추천하곤 합니다.
"어떻게, 대신 화를 내줄 노래라도 들어 보쉴?ㅎㅎ"

사막과 바다로 대변되는 그들의 언더 독 서사는 최근의 음악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LOVE YOUR SELF》 시리즈에서는 여기가 진짜 바다일까? 사막 같은데라는 고민을 하고
《Map of the soul :7》 에서는 팬이 없이는 바다도 곧 사막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들이 음악에서 나오는 바다와 사막의 은유는 끝이 없긴한데, 덬내는 여기까지 내기로 하고....

방탄소년단이 기자 회견을 하면 많은 언론들이 어그로를 갖고 오는 몇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1. 군대
2. 빅히트 주식 주가
3. 제2의 방탄소년단

모든 주제에 매번 그럴 듯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매번 또 물어보는 주제입니다.
그중 3번 주제에 대해 멤버 슈가는 '제2의 방탄소년단은 없다. 나도 롤모델이 있었고, 그들처럼 되고 싶었지만 결국 방탄소년단이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죠.
매우 훌륭한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3자의 눈에서 제2의 방탄소년단은
또 하나의 어마무시한 언더독의 성공담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방탄소년단은 이 또한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사운드클라우드에 발표한 《땡》이라는 노래에 니네들은 커서 대기업이 되라라는 구절이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길고 난잡한 늙은 아미의 주절거림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휴우-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풀었는데 이렇게 속 시원할 일인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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