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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5/14 16:47:02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무한도전 레슬링특집 지금생각하면 너무나 아찔한 에피소드



얼마전에 탐라에 썻던 글을 티타임에도 한번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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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에서 과거 예능들을 유튜브에서 풀고 있는 건 다들 아실겁니다. (ex 1박2일, 무한도전 등등)
최근에 방영되는 예능들은 당연히 클립 형식으로 짧게 짧게 OR 하이라이트 편집으로 올린다면
종영된 과거의 예능들은 에피소드를 통째로 올려놓는 형식인데 이게 원래는 국내에서는 볼 수 없게 막아놨다가 (네이버와 계약을 맺어서 그랬었던걸로 압니다.) 풀게 됐죠. 그렇게 무한도전 다시보기를 보고 있는데..

레슬링 특집이 눈에 들어오길래 클릭을 했죠. 과거 이 특집을 볼 때만 해도 별 생각없이 감동적인 분위기 그대로 그냥 보고 말았는데
아차.. 다시 보니깐 이거 진짜 심각한 특집이었다 싶긴하더군요.




1. 전문가가 필요한데 전문가가 없다.

이 특집에서 멤버들의 레슬링을 가르쳐준 사람은 다름 아닌 체리필터의 손스타입니다.
손스타는 상당한 레슬링 덕후로 단순히 보는거에 만족하지않고 실제로 훈련까지 받을 정도로 진성 레덕후였다고는 해도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죠

일단 기본적으로 손스타가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이 특집을 위해 4~6개월전부터 훈련을 받았다고 하지만 고작 그걸로 누굴 가르칠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이건 손스타에게만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이 특집을 기획하고 강행하기로 한 김태호 PD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WM7특집을 강행한 걸 비판해야하는 거죠.

지난 번 탐라에서는 한국레슬링협회에서 해당 방송의 도움을 거절했다는 식으로 썻는데 더 찾아보니깐 그런게 아니고 더 뭔가 복잡한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만.. 자세한건 결국 알 수 없는 일이 됐..


어쨋든 이 특집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WWE를 비롯한 레슬링 단체에서 그토록 강조해온 Don't try at 문구를 쌈사먹은 특집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2. 큰 사고가 안난 게 다행이다.

비전문가에게 어설프게 레슬링을 배우는 상황
(기술시전 및 접수를 어설프게 가르친다던가, 모든 상황을 그냥 적당히 웃거나 신파적 상황으로 어물쩡 넘긴다던가)
그런 상황에서 멤버들 (심지어 손스타마저) 부상당할 뻔한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편집된 방송에서 나온것만으로도요.

지난 탐라에서 언급했지만 연습과정에서 정준하가 정형돈에게 점핑(!) 초크슬램을 날렸는데
이건 진짜 미쳐도 단단히 미친 기술입니다. -_-; 평생을 프로레슬링을 해온 선수들조차 정말 접수하기 힘들고 싫다는 것중 하나가 초크슬램입니다. (WWE에서 활동했던 CM펑크가 제일 접수하기 싫은 기술중 하나로 꼽기도 했었습니다.)
아무리 낙법을 친다해도 들어올려서 땅바닥에 매다 꽂아버리는 기술 특성상 등과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과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프로레슬링이 각본을 통해 움직인다지만 고통은 진짜입니다.

근데 이런 기술을 완전 쌩초보인 정준하가 쓰게 했고 심지어 정준하는 이걸 점프해서 시전해버렸습니다. (물론 이건 정준하가 착각해서 기술을 잘못 쓴겁니다.)
직후 정형돈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 방송에 그대로 나왔죠. 실제로 한동안 정형돈이 (해당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형적인 뇌진탕 증상이었고 실제로 병원에서 진찰결과 (가벼운-_-;) 뇌진탕이었다고 하죠.

뇌진탕.. 그정도면 다행인거 아니야? 할 지도 모르지만 이 특집의 방영날짜를 기준으로 불과 3년전에 크리스 벤와의 살인사건이 있었으며 불과 1년전에 테스트가 죽었고 부검결과 뇌상태가 벤와와 비슷하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이때 이후로 WWE는 뇌진탕 관련해서 극도로 예민해져서 머리쪽으로 가해지는 공격기술들에 극도의 히스테릭을 부리게 됩니다.

프로도 하물며 이럴지언데 뇌진탕을 가볍게 볼 수 있을까요?..-_-; 물론 특집이 한번에 그쳤으니깐 이렇게 넘어간거지 사실 절대로 가벼운게 아닙니다. 정말 심각한거였어요.

아니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뇌진탕으로 끝난 게 천만다행인 수준이었죠. 편집된 방송에서 나온 모습만으로도 기술시전도 상당히 위험했고 접수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자칫잘못하면 목이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잘못했으면 정형돈은 목 부러지고 평생 오스틴처럼 목에 장애를 갖고 살거나 하반신이 마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았고 정준하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았을 수도 있는 정말로 아찔한 순간입니다. 심지어 이 장면이 방송에서 편집이 적절하게 이뤄진 상태에서 방영이 된 장면이라는 게 더 충격적이에요.


자잘한 부상들도 문제에요 멤버들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아본 적 없던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가르치는 손스타 역시 비전문가 그러다보니 자잘한 부상을 안고 갔죠. 이걸 마치 투혼처럼 포장했지만 누구 하나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었지 자칫 큰 사고가 났다면 투혼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이 특집의 가장 큰 문제에요.

(사고위험으로 따지면 만만치 않게 위험할 수 있었던 카레이싱 특집의 경우 최소한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거였으니깐 되려 이 특집보다 더 나았습니다.)


3. 박명수 노홍철 길은 억울하다.

특집 내내 가장 욕을 많이 먹은건 박명수와 길 그 다음이 아마 노홍철로 기억됩니다.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 (그리고 이후 뒤늦게 복귀한 하하)는 정말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통해 하루하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박명수 노홍철 길은 상당히 겁을 집어먹고 아무리 훈련을 해도 나아지는 모습을 못보여줬죠.

당시야 박명수 노홍철 길에 대한 비난이 엄청났지만 지금와서 다시보면 그들이 그렇게까지 욕먹어야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명수는 당시 40이 넘은 나이였고 노홍철과 길은 30대 초중반이긴 했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프로레슬링은 각본이 있는 쇼라고 욕먹지만 그 기술을 시전하고 접수하는 건 진짜고 고통 역시 진짜입니다.
물론 부상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약하게 들어가게 하고 최대한 약하게 맞도록 한다지만 그게 고통을 완전히 없애주지도 못할 뿐더러 심지어 이들은 완전히 초짜들입니다.

무서워하고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는게 당연합니다. 오히려 그걸 최대한 그럴듯하게 하려고 어느정도 발버둥을 친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이 대단한거뿐이죠.


4. 이 특집에서 김태호 PD는 너무 심했다.

개인적으로 무한도전에서 극한알바 해외편과 함께 김태호를 가장 크게 욕하게 만드는 특집 투탑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극한알바 해외편에서도 (특히 정형돈과 하하가 간 곳) 안정성 문제때문에 엄청나게 욕을 먹었는데

레슬링 특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솔직히 말해서 이걸 어설프게 기획하고 전문가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행을 한 김태호 PD가 몇번을 욕을 먹어도 할말이 없는 에피소드에요.

당장 위에 쓴대로 정형돈은 뇌진탕으로 고생해야했고 정준하 역시 경기 당일날 응급실에 갔고 멤버들 모두 크고 작은 아픔을 호소했죠.

뭐 하고 싶은 말은 더 있습니다만 잘 쓰기도 어렵고 이미 10년도 더 전의 에피소드를 갖고 PD를 욕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니(..)여기서 끝을 냅니다만 솔직히 정말로 저때 멤버들이 무사히 에피소드를 끝낸게 천만다행이란 생각밖에는 안드는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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