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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5/22 21:53:51 |
Name | shadowtaki |
Subject | 오늘 있었던 7살 딸과의 대화 |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생각의 의외성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있죠. 오늘 있었던 딸과의 대화에서도 놀라움과 귀여움, 유머러스함을 느껴서 한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의 7살난 딸은 저를 닮아서 아는체 대마왕입니다. 틀린 말을 당당하게 사실마냥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도 대화의 시작은 딸이 저에게 아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질문 아닌 질문을 합니다. 딸 - "아빠 코로나가 왜 있는줄 알아?" 나 - "아빠는 알고 있는데 예린이가 알려줄래? 아빠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맞춰보게" 딸 - "어느 나라에서 엄청 아픈 사람이 치료를 안받고 우리 나라에 와서 코로나가 있는거야" 나 - (오 나름 정확한데?)"아빠가 알고 있는 것하고 똑같네. 그런데 처음 아픈 사람은 어떻게 코로나에 걸린거야?" 딸 - "그건 잘 모르겠는데, 잠깐만" 이러고 나서 1~2분 혼자 생각하더니 딸 - "내가 생각해 봤는데 내가 5살 때는 마스크를 안썼고 6살 때는 마스크를 썼어. 그리고 5살 때는 코로나가 없었는데 6살 때 코로나가 생겼으니까 마스크 때문인거 같은데 마스크는 미세먼지 때문에 쓰는거니까 미세먼지가 코로나를 만들었어." 나 - "오~ 정말? 사실이야?" 딸 - "이건 내 생각이니까 틀릴 수도 있어~" 여기서 더 파고들면 제가 공돌이 스러운 이야기를 할 것 같아서 다음과 같이 대화를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나 - "그래~ 지금 과학자들이 열심히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을꺼야" 그러자 저를 놀래키는 대답을 하는데 딸 - "어! 그럼 안되는데! 미세먼지가 남아있는데 코로나를 먼저 없애면 미세먼지가 또 코로나를 만드니까 미세먼지를 먼저 없애야 돼" 제가 좀 놀라서 웃으면서 어버버 하고 있는데 더 놀라운 말을 합니다. 딸 - "어! 그러면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알 수 있겠다! 코로나를 없앴는데 또 코로나가 생기면 내 말이 맞는거고 코로나가 안생기면 내 말이 틀린거야." 여기까지 대화를 진행하고 나니 제 딸이 벗어날 수 없는 이과의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은 마스크와 코로나의 상관관계를 설정하고 마스크와 미세먼지의 인과관계를 통해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나름의 실험적 방법을 통해 가설을 증명하려고 하는 과정을 저에게 설명했다는 사실이 웃기면서, 정말 묘하게 설득되면서, '내 딸은 혹시 천재'와 같은 딸바보 스러운 상상도 했습니다. 정말 많이 웃고 재미있는 대화였어요. 글쓰는 재주가 없어서 어떻게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다들 즐거운 주말되시기 바랍니다. P.S. 제 딸의 예상으로는 코로나가 자기가 어른이 되어야 없어질 것 같답니다. 13년 남았습니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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