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5/30 02:07:27
Name  
Subject   정확하게 이해받고 설명 없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망
일기 같은 글이라 티타임감이 아닌데 타임라인에는 잘리네요 ㅠㅠ


최근 느끼던 결핍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화를, 정말 깊게 통해 어긋남 없는 대화를... 설명 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요. 힘쓰지 않아도 통해 서로 흐르는 그런 대화가 그리웠어요. 헤어진 이후 한번도 추억해본 적 없었던 제 첫사랑과 나란히 누워 잠들기 아쉽도록 대화나누던 밤을 다시 회상하기도 했고요.


모임을 여러개 운영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즐겁게 같이 어울렸지만 늘 어딘가 조금 답답했어요. 외연적으로 크게 확장되고 있는 만큼 제 안에도 많은 생각과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었는데 그걸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확하게 이해받고 싶었어요. 오해와 해명과 상상과 짐작으로 서로를 정성스럽게 더듬는 대화에 더이상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서 자주 입을 다물고 상대의 얘기를 들었고, 내 이야기 말고 남의 이야기, 사회의 이야기를 하는 편을 자주 택했습니다. 일부러 바람빠져 한없이 가벼운 말들을 내뱉고.


그런데 오늘 그 결핍이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당장 내일 이 사람이 사라진다 해도 오늘 나눈 대화로 몇 개월은 충분히 먹고살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좋은 대화를 나눴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보통의 사람과 한 개도 겹치기 힘든 우연이 네 개나 겹쳐버린 첫 만남에서부터 별의별 주제를 넘나들며 서로의 생각을 맞춰보는데 참...내면의 조각이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상적인 연애를 상상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었는데, 그 느낌을 받았네요.


상대의 성적 지향이 제 성별이 아니라는 게 아쉬운지는 모르겠습니다. 4중첩 우연마저도 운명이 아니네요. 이걸 알면서도 저는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요? 그 좋아함은 어떤 마음일런지. 어찌됐건 제 마음에 오랜만에 들여다볼 거리가 생길 것 같아 즐겁습니다.



14
  • 설명이 필요 없는 사이
  • 크으 환타지 같은 현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909 일상/생각납득이 안가잖아.. 납득이.. 8 Picard 21/07/22 3551 1
11907 일상/생각그날은 참 더웠더랬다. 6 Regenbogen 21/07/21 3269 40
11886 일상/생각인적자원(HR)은 비인격적인 표현인가? 34 정중아 21/07/15 5106 3
11882 일상/생각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21 Picard 21/07/14 4143 13
11877 일상/생각회피를 통한 극복 3 lonely INTJ 21/07/13 3264 8
11869 일상/생각공교육+온라인 강의? 32 moqq 21/07/11 4578 1
11867 일상/생각보증기간 만료 14 사이시옷 21/07/10 3687 17
11865 일상/생각귀여운 봉남씨가 없는 세상 35 문학소녀 21/07/09 4219 74
11861 일상/생각이게 연재물이 될거라고는 나도 생각치 못했지 7 Picard 21/07/09 3472 17
11856 일상/생각부정청탁방지법(aka 김영란법) 9 Picard 21/07/08 3187 1
11854 일상/생각갑분 커뮤니티 구상기 11 순수한글닉 21/07/08 3531 0
11850 일상/생각재밌다 재밌어 유 쏘 퍼~니~ 7 Picard 21/07/07 3559 2
11849 일상/생각나는 그 공원에 가지 못한다. 3 Regenbogen 21/07/06 3266 15
11847 일상/생각장마라고 했는데 12 마음아프다 21/07/06 3473 0
11844 일상/생각사내 정치 싸움의 후폭풍 15 Picard 21/07/05 4381 5
11831 일상/생각확진자 급증하네요.. 5 마음아프다 21/06/30 3238 0
11828 일상/생각안티테제 전문 25 순수한글닉 21/06/29 4311 32
11796 일상/생각저는 메리포핀스리턴즈를 보지못하였읍니다 6 매뉴물있뉴 21/06/17 3016 1
11759 일상/생각행복 추구를 멈추기 6 쿠팡 21/06/06 3595 10
11750 일상/생각엄마는 내 찢어진 츄리닝을 보고 우셨다 3 염깨비 21/06/04 4008 29
11735 일상/생각정확하게 이해받고 설명 없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망 11 21/05/30 3849 14
11726 일상/생각에펠탑 마그넷 레고 나눔 이벤트 해봅니다 31 콜라콜라니콜라 21/05/27 3637 5
11719 일상/생각뒷산 새 1년 정리 38 엘에스디 21/05/25 4757 51
11693 일상/생각허비행콕이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배운 것 4 ikuk 21/05/20 4502 5
11692 일상/생각매거진 B : 라이카편을 읽고 lonely INTJ 21/05/19 3537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