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7/15 22:26:05
Name   정중아
File #1   DDDD70AD_154A_4FB0_845C_40D5865A45F6.jpeg (51.9 KB), Download : 31
File #2   6D31EA0B_2444_4814_BCA1_8E89A696445A.jpeg (72.6 KB), Download : 27
Subject   인적자원(HR)은 비인격적인 표현인가?




* 이 글은 블라인드의 어떤 분이 올리신 글로 인해 부서 명칭에 대해 고민하시는 저희 상급자분을 설득하고자(…)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 오랜만에 쓰는 생각 정리라 글이 좀 조악한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사람은 수많은 자원 중에 하나이다.’

위의 명제에 찬성하시는 분은 얼마나 될까요? 아니 애초에 이 명제에 반감을 가지지 않으실 분이 있으실까요? 당장에 내 주변에 있는 사람한테 대고 너도 자원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거부감을 표하지 않을 인원은 얼마 없을겁니다.

Human Resource(s) : 인적자원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 특히 많은 회사에서 사람에 관한 업무를 하는 조직을 간단하게 ‘HR부서’라고 칭합니다. HR 부서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말이죠. 제가 HR에서 일하면서 동기들한테 제일 많이 들어본 말은 ‘우리 회사 HR은 이래서 안돼~’입니다. 정말 많이들어봤어요. HR만큼 훈수두기 쉬운 부서가 또 없거든요. 심지어 물어보는거에 대해 개인정보라 말할 수 없다고 답 안해주고 자르는데도 저말을 들었습….어쩌면 제가 저 말을 싫어하는 줄 알고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HR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당연히도 인적자원입니다. 어찌 보면 인간을 자원취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죠. 그러나 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아무 거부감이 없이 HR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을까요? 물론 대기업 중 기업문화 부분에서 가장 실험적인 도전을 많이 하는(것처럼 보이는) S모 그룹은 이에 대해 Talent라는 명칭을 쓰긴 하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인사 업무에 대해 쓰는 용어는 HR입니다.

단순히 HR이 영어이기에 사람들이 ‘인적자원’이라는 그 뜻까지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지배적인 점유율을 행사하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그냥 쓰는 것일까요? 언어는 사고를 담는 틀이자 사회적 약속이기에 이 설명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정치적 올바름이 이슈가 되는 와중에도 이 HR이라는 단어는 점유율에 있어 그럴듯한 피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HR, 인적자원이라는 용어를 많은 사람들이 명시적으로는 아닐지라도, 내면적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적자원의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조직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이 지니고 있는 비가시적이고 무형적인 속성’ 입니다. 여기서 지금 논의를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조직구성원으로서’이구요.

조직의 사전적인 정의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구조와 규율을 기반으로 구성된 사람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람은 하나의 조직에만 속하여 살아가지 않습니다. 일생을 거치면서 여러 조직에 동시에 속하기도 하고, 필연적으로 다른 조직들 사이를 이동하면서 살아가죠. 상황이 이러니, 사람 그 자체는 한  조직만의 자원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됩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조직구성원으로서’의 의미를 다시 해석해보면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사람][조직구성원으로서 조직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역량, 특성, 지식, 창의력] 등을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보아야 합니다.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개발하겠다는 것은 조직구성원으로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그 사람의 능력, 역량, 지식 등을 관리하고 개발하겠다는 의미이지 그 사람 자체를 관리하고 개발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적자원이라는 단어에 대한 반발로 [인간 관리]라는 표현을 특정 조직에서 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조직에 속해있는, 그리고 조직과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조직을 변화시킬 수도 있는 ‘인격을 가진 한 인간’ 그 자체를 고작 수많은 조직 중 하나가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다분하죠.

물론 비공식적이자, 인간적인 조직일 수록 인격을 가진 한 인간과의 유대 등 인간적 방향성으로 나아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인 ‘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HR이라는 명칭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겠죠.

그러나 가장 공식적인 조직이자, 목적이 이윤 추구인 기업에서 HR/인적자원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사람 그 자체를 수단적, 도구적 존재로 보는 것이나 인간을 비인격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만을 관리하겠다는 조직의 의지와, ‘나’라는 개인이 온전히 이 조직에 귀속되어 있지 않다는 특성이 조합된 결과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909 일상/생각납득이 안가잖아.. 납득이.. 8 Picard 21/07/22 3552 1
    11907 일상/생각그날은 참 더웠더랬다. 6 Regenbogen 21/07/21 3270 40
    11886 일상/생각인적자원(HR)은 비인격적인 표현인가? 34 정중아 21/07/15 5106 3
    11882 일상/생각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21 Picard 21/07/14 4144 13
    11877 일상/생각회피를 통한 극복 3 lonely INTJ 21/07/13 3265 8
    11869 일상/생각공교육+온라인 강의? 32 moqq 21/07/11 4579 1
    11867 일상/생각보증기간 만료 14 사이시옷 21/07/10 3688 17
    11865 일상/생각귀여운 봉남씨가 없는 세상 35 문학소녀 21/07/09 4220 74
    11861 일상/생각이게 연재물이 될거라고는 나도 생각치 못했지 7 Picard 21/07/09 3473 17
    11856 일상/생각부정청탁방지법(aka 김영란법) 9 Picard 21/07/08 3188 1
    11854 일상/생각갑분 커뮤니티 구상기 11 순수한글닉 21/07/08 3532 0
    11850 일상/생각재밌다 재밌어 유 쏘 퍼~니~ 7 Picard 21/07/07 3560 2
    11849 일상/생각나는 그 공원에 가지 못한다. 3 Regenbogen 21/07/06 3267 15
    11847 일상/생각장마라고 했는데 12 마음아프다 21/07/06 3474 0
    11844 일상/생각사내 정치 싸움의 후폭풍 15 Picard 21/07/05 4383 5
    11831 일상/생각확진자 급증하네요.. 5 마음아프다 21/06/30 3240 0
    11828 일상/생각안티테제 전문 25 순수한글닉 21/06/29 4312 32
    11796 일상/생각저는 메리포핀스리턴즈를 보지못하였읍니다 6 매뉴물있뉴 21/06/17 3017 1
    11759 일상/생각행복 추구를 멈추기 6 쿠팡 21/06/06 3596 10
    11750 일상/생각엄마는 내 찢어진 츄리닝을 보고 우셨다 3 염깨비 21/06/04 4009 29
    11735 일상/생각정확하게 이해받고 설명 없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망 11 21/05/30 3850 14
    11726 일상/생각에펠탑 마그넷 레고 나눔 이벤트 해봅니다 31 콜라콜라니콜라 21/05/27 3638 5
    11719 일상/생각뒷산 새 1년 정리 38 엘에스디 21/05/25 4758 51
    11693 일상/생각허비행콕이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배운 것 4 ikuk 21/05/20 4503 5
    11692 일상/생각매거진 B : 라이카편을 읽고 lonely INTJ 21/05/19 3538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