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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1/07/22 15:18:08 |
Name | Picard |
Subject | 주44시간제 -> 주 40시간제 바뀌던 시절 |
안녕하세요 정치이야기 좋아하는 아잽니다만, 이번에는 한국 정치고, 사내정치 이야기도 아닙니다. 요즘 홍차넷에서 월급도둑질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이글을 마지막으로 이번주는 쉬고 싶네요. (제발 남은 기간 정치권에서 재미있는 일이 안터지기를..) 1. 다들 아시겠지만, 주52시간제 하는데 사실은 주40시간제입니다. 주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고, 거기에 시간외근로를 12시간까지 더 할 수 있는거죠. 일반 사무직에게는 토요일 반나절 더 일하던 것에서 주 5일 근무하는 것으로 바뀐 거지만... 저희 회사 같은 제조업에서는 이렇게 4시간 줄어든게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보통 제조업은, 제가 알기로는 24시간 돌아가는 경우 12시간 2교대 또는 8시간 3교대를 합니다. 24시간 돌아가지 않더라도, 8시간 2교대로 16시간 공장 돌리는 경우도 많고요. 1주일은 168시간이고, 저희 회사는 3조3교대였기 때문에 조별로 딱 56시간이고 3조면 168시간으로 1주일이 딱 떨어졌습니다. (12시간의 시간외 근로는 1.5배이고 휴일/야간의 경우 2배를 받는데 그냥 계산하기 편하게 1.5시간으로 잡으면, 실제 근로시간은 56시간이지만, 12시간은 1.5배 해서 62시간분을 받는거죠.) 이때는 현장은 보름에 하루 휴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 그런데 주 40시간제가 되면 한주의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되므로, 12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럼 12시간 모자라니까 1개조를 더 늘려야 하죠. 이론적으로는 3명 근무에서 4명이 되어야 하니까 약 30%의 추가 고용이 있어야 했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에를 들어 4명이 1개조면 3조 12명이었는데, 1개조를 3명으로 줄여서 4조 12명으로 만듭니다. 5명이 1개조면 3개조 15명인데, 1명씩 빼서 4명 1개조로 만들면 모자라는 1명만 추가 채용해서 4조 16명이 되고요. 이런식으로 인원 추가를 10% 이하로 줄였습니다. 이걸 노동자가 받냐고요? 그래서 아래의 방법을 씁니다. 4개조가 되면 기존 56시간 근무에서 42시간 근무가 됩니다. 56시간 근무때 62시간분 돈을 받았으면, 42시간으로 줄면 43시간분의 급여밖에 못 받습니다. 30%정도의 급여가 줄어들죠. 이걸 이용해서 '인원은 줄이지만 대신에 청소, 회합, 교육 등의 OT를 잡아주고 수당을 신설해서 급여를 기존의 85%까지 맞춰주겠다.' 라고 딜을 합니다. 근무시간이 주당 14시간이 줄어드는데, 급여는 85~90% 까지 맞춰준다는 식으로 꼬셨죠. 주44시간제일때는 보름에 하루 쉬었는데, 지금은 5일 근무후 2일 휴식합니다. (이것도 엄밀하게 쓰면 오전 5일 근무후 1일 휴식, 오후 5일 근무후 2일 휴식, 야간 5일 근무후 2일 휴식입니다.) 작은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이렇게 막았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전체 인건비 지출은 큰 차이가 없었을겁니다. 2. 이렇게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고용노동부가 1주일은 5일(월~금)이고 2일은 플러스 알파다! 라고 꼼수 해석해서 5일 52시간에 2일 추가 16시간으로 총 68시간까지 가능하다는 해석을 18년쯤 민주당이 근로기준법을 바꿔서 막아 버립니다. 근로기준법에 1주일은 7일로 한다... 라는 말이 추가 되었다나... 아무리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고 해도, 이분들도 사람이거든요. 기계가 아니니까.. 휴가 없이, 아픈데 없이 근무할수가 없죠. B조 근무자가 하루 쉬면, 같은 포지션의 A조 근무자가 4시간 추가 근무하고, C조 근무자가 4시간 조기 출근해서 교대해줍니다. 이게 하루 이틀이면 괜찮은데.... 질병휴직을 하거나 휴가를 가거나 장기 출장을 가면 대체근무자의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이 넘어갑니다. 이때 노무팀에서 비상이 걸렸는데, 전년도 현장 생산직 근무현황을 조사해보니 인당 평균 근무시간이 49.6시간이고, 52시간을 초과하는 사람이 30%가 넘고, 60시간 초과는 15%, 68시간 꽉꽉 채워 근무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현장분들은 일하는 시간만큼 돈을 꼬박꼬박 받기 때문에 대근이나 추가근무를 반기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으실수록..) 거기다가, 이때쯤 유럽 고객사... 슈퍼갑인 회사가 갑자기 2자 심사를 나왔는데, EU 기준으로는 근로시간 상관없이 연속근무일이 7일 이상이 되면 안된답니다. 저희 현장 근무자 근로시간 데이타를 내놔라~ 하더니, 어, 이사람 이사람들 7일이상 연속 근무 했네? 이 사람은 13일 했네? 와 이 사람은 19일 했네? 하면서 '너네 이거 시정 안하면 거래 끊는다? ' 라고 해버리죠. 그래서 부랴부랴 예전에 40시간제 바뀔때 생겻던 급여보전성 OT를 줄이고, 연속근무일을 7일이상 입력 못하게 바꾸고 입력하려면 공장장 결재까지 나야 가능하게 해버리고, 유연근무제 도입하고 (주52시간이 아니라 월 평균 52시간으로..) 등등으로 한바탕 혼잡했습니다. 아마 주 36시간제 되면 총 근로제한이 주 48시간으로 줄어드니 또 혼란이 있겠지만.. 원래 근로시간 제한하는게 그만큼 고용을 늘리라는 의도일텐데, 이렇게 저렇게 언제나 방법은 발견 되더라고요. P.S) IT업계 크런치모드 경험하시는 분들이나 인턴, 레지던트들에게 댈건 아니지만... 저도 신설 라인 건설하면서 하루에 12-16시간씩 주말도 안쉬고 계속 출근해서 3주 연속 출근한적이 있었는데... 아, 사람이 딴날 빡시게 일해도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체력적, 정신적 한계가 오더군요.. '과장님.. 저 이번 주말은 쉴게요.. 너무 힘들어요' 라고 했더니 과장님이.. '피카드야... 내일(토요일)은 네가 쉬고, 일요일은 좀 나와라. 내가 일요일날 쉴게..' 라고... 3년동안 라인 2개 짓고 제가 팀을 옮겼죠. 못하겠다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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