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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9/13 22:06:22
Name   mchvp
Subject   <인간의 종말-여섯번째 대멸종과 인류세의 위기> 리뷰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96961893&orderClick=LAG&Kc=

<인간의 종말-여섯번째 대멸종과 인류세의 위기>는 독일의 저널리스트 디르크 슈테펜스(Dirk Steffens), 프리츠 하베쿠스(Fritz Habekuß)가 홀로세 대멸종(=여섯번째 대멸종)에 대해 쓴 책입니다.

https://www.amazon.de/%C3%9Cber-Leben-Zukunftsfrage-Artensterben-%C3%BCberwinden/dp/3328601317?

독일어 원서 제목은 Über Leben: Zukunftsfrage Artensterben: Wie wir die Ökokrise überwinden이고, 2020년 5월 18일에 출판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21년에 번역출판 되었습니다.

감상부터 말하자면, 현재 진행 중인 생물 대량절멸 사태, 즉 홀로세 대멸종을 최신 연구결과들을 인용해가며 설명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제1장에서, 보호가 필요한건 인간이지 자연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합니다. 생각의 오류는 "인간이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여섯번째 대멸종으로 지구상에서 생물들이 쓸려나간다 한들 어차피 수백만년만 있으면  생태계는 대멸종 이전과 같은 수준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게 되리라면서요. 동물들은 사하라 사막의 열기 속에서도 살고, 대양의 폭풍도 견뎌냅니다. 미생물들은 지하 수백미터에서도 번식하고 바람을 타며 대륙을 가로지릅니다. 반면에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은 대단히 제한적입니다.

제2장에서는 기후학자 빌 슈테펜(Will Steffen)의 연구결과를 인용합니다. 빌 슈테펜은 (지표면에 가해지는 충격)=(인구)X(부)X(기술)이라는 공식을 내놓았는데, 이 공식에서 인구 항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인구와는 별개로 소비는 계속해서 팽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니제르의 대가족보다는 부유한 산업선진국의 핵가족이 훨씬 더 환경파괴에 큰 책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산아제한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면서도, 인구를 줄이는 것만으로 여섯번째 대멸종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생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제3장에서는 지구 생태계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있기에, 한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지역도 영향을 받으며, 조금만 망가져도 전체가 붕괴한다고 적습니다. 과학자들은 9개의 한계를(담수 부족, 오존, 바다의 산성화, 기후변화, 대기오염, 생물지구화학적 순환, 토지 소비, 토양 오염, 생물다양성) 제시했는데, 이 한계 중 하나만 임계점을 넘겨도 현대 문명은 붕괴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생물다양성은 파국에 달했다고 합니다.

또한 생태위기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합니다. 설령 우리가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태양에너지, 풍력발전, 수력발전 등의 기술로 완전히 대체한다 한들,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하며 우리를 압박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 자원을 절약하면, 다른 자원이 더 많이 소비된다고 합니다. 또한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태양전지 등 미래 기술은 희토류를 사용하는데, 이 희토류를 채굴하는 과정은 대단히 환경파괴적이라고 합니다. 생태계는 기후변화를 막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기후변화에 대응한답시고 도입하는 기술들이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공기, 식수, 식량은 생물다양성 덕분에 존재하는데,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면 식량, 식수 부족 사태와 대기구성의 급격한 변화를 피할 길이 없다고 합니다.

제4장에서는 IPBES의 보고서를 인용합니다. 여섯번째 대멸종에는 다섯 개의 원인이 있는데, 서식구역 파괴, 무분별한 착취와 사냥, 기후위기, 오염, 침입종이 그것입니다. 이 다섯개 모두 인간 사회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이 책은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생태계를 위해 인류가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생태계에 공간을 주면, 생물다양성은 저절로 회복됩니다.

제5장에서 저자들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자연환경에 법인격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동안 기업들은 자연환경을 훼손해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도, 환경훼손으로 인한 책임은 지지 않았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미시시피 강 같은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해, 누군가가 이를 훼손할 경우 고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다면, 미시시피 강에 법인격을 부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제6장에서, [지금의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 외에는 없다]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경제성장에 기반하는 지금의 사회는 결국엔 붕괴할 수 밖에 없으니, 빠른 시일 안에 경제성장을 하지 않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합니다. 또한 지금 유행하는 친환경 소비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기후위기를 상쇄하는 휴가 항공권,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잔, 테슬라의 전기차, 재활용 용기에 담긴 화장품, 야자유가 들어있지 않은 마가린 등 각각을 보면 작은 진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생태위기 대응에 거의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환상을 준다는 측면에서 중세의 면죄부와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생태위기에 대응하려면 이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대멸종을 막는데는 거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중국의 싼샤 댐은 대기오염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식지를 광범위하게 파괴해 수많은 생물들이 절멸했으며, 특히 양쯔강 돌고래는 거의 멸종했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재화 가격에 생태계 서비스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재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루어진 환경파괴의 비용을 재화의 가격에 반영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재화의 가격이 오르게 되고, 대중은 어쩔 수 없이 검소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입니다.] 또한 생태관세를 반영해, 환경규제가 약한 국가들의 상품이 시장에서 외면당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어차피 국가와 기업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는 돈이므로, 돈으로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루게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환경운동가, 과학자,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법률과 규제를 도입하면, 기업과 대중은 어쩔 수 없이 따를 수 밖에 없으리라고 주장합니다.

제7장에서는, 역사의 많은 봉기, 반란, 혁명의 배경에는 환경변화가 있었음을 지적합니다. 현대 인류 사회는 전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데, 한 지역이 붕괴하면 그 여파는 순식간에 전세계에 퍼져나갑니다. 또한 빌 슈테펜은 생태위기는 식수, 식량 부족 사태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봉기를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슬프게도, 미래에 필요한 에너지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날 것이며, 태양광 발전, 전기자동차 같은 해결책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생태 혁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대중이며, 오직 대중이 지금의 안락하고 호화로운 삶을 포기할 때만 생태 혁명은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제8장에서, 독일의 경우 환경보호 입법에 대한 대중의 의지는 이미 존재하는데, 정치가 무력해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농업에 생태계 서비스 비용을 반영할 경우, 식료품의 가격이 적게는 두배, 많게는 대여섯배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빈곤층을 들먹이며 반대하는 것은 파렴치하다고 저자들은 강도높게 비난합니다. 어차피 대멸종의 피해는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이 제일 심하게 받으며, 우리는 지금까지 20억명의 인구가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 왔는데, 이제와서 빈곤층을 들먹이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반대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얄궂게도 빈곤층을 들먹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소에 빈곤층 구제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지금까지 환경파괴적 산업에 투자되었던 세금을 거두어들여 빈곤층 구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많은 제약이 가해졌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매우 책임감 있게 받아들였다면서, 대중이 계몽되어있다면 급진적인 변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우리가 과학 지식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왜 이토록 생태위기를 실감하기 힘든지에 대해 세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닻 내림 효과: 지금의 세계가 우호적이니 미래의 세계도 그러하리라는 생각.
구경꾼 효과: 다른 누군가가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리라는 생각.
모호성 효과: 낯선 이득보다 잘 아는 손해를 더 선호하는 인간의 경향.

저자들은 "모든 결정에서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항상 환경보호를 우선해야 한다. 국가는 필요한 만큼 급진적으로 이 우선순위를 관철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내에 환경 관련 사안에 대한 거부권이 신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낙관주의는 의무이다.”라는 칼 포퍼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제 감상을 말하자면, 기후변화 이슈에 묻혀있는 여섯번째 대멸종 문제를 최신 연구 동향을 반영해 설명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책이 제시한 세 가지 대응방안, 즉 자연물에 대한 법인격 부여, 재화에 생태계 서비스 비용 반영, 생태관세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 자연물에 대한 법인격 부여

이러한 조치 자체가 경제성장에 크게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실현된다고 해도,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가 없는 국가를 찾는 방식으로 우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재화에 생태계 서비스 비용 반영

대중이 저런 방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스스로 지적했듯이, 지금과 같이 소비해서는 파국을 면치 못하리라는 과학계의 경고는 30년도 넘게 있어왔지만 소귀에 경읽기였습니다. 내 월급은 동일한데, 의식주와 여가 비용이 몇배로 오르는 정책에 찬성할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불확실한 미래에 올지도 모르는 생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당장 삶의 질을 포기하라? 제 경험상 이런 주장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조리돌림 당하기에 딱 좋은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을 할 정치인은 없고, 설령 그런 정치인이 등장한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당장 모두가 먹고사니즘을 해결해달라고 아우성인데, 생태위기에 대응한다는 고귀한 대의를 들어 대중들이 지금보다 훨씬 검소한(=가난한) 삶을 살아야한다는 주장을 할 정치인은 없다고 봅니다.

설령 모종의 전체주의적 통제를 통해 대중을 찍어 누르고 소비를 감축하는데 성공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이 감축은 기술, 군사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나요? "아니다. 기술, 군사 영역은 국가안보에 중요하므로 예외다." 이렇게 대답한다면, 민간영역에서의 소비 감축은 무의미합니다. 체제 경쟁으로 인해 얼마안가 기술, 군사 영역에서의 소비가 민간영역에서 감축된 소비 이상으로 증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술, 군사 영역에서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한국은 지금과 동일한 국방력을 유지하기 위해 몇배의 예산을 더 써야할 것입니다. 그게 싫다면, 기술력, 군사력을 감축시켜야할텐데, 중국, 북한, 일본이 궐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하면 조리돌림 당하기 딱 좋겠죠?

결국 이 책의 저자들이 제안한 방안들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유럽과 러시아의 경쟁, 중국, 일본, 북한, 대한민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술경쟁, 군비경쟁을 중단시켜야합니다. 즉, 일체의 체제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조그마한 한반도에서도 군비경쟁을 중단하겠다는 합의를 이룰 수 없었습니다. 전세계적 세계평화는 더욱 비현실적입니다.

설령 강대국들이 기술적, 군사적 경쟁을 중단한다는 합의를 이룬다 하더라도, 각국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국제정세는 계속해서 변합니다. 지금 정권이 적국을 상대로 유화적이라고 해서, 다음 정권도 적국을 상대로 유화적이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또한 강대국들의 감시와 통제를 벗어는 제3세계에서 새로운 테러단체, 새로운 범죄조직, 새로운 군사정권이 등장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 생태관세

이 책의 저자들은 생태관세를 도입해 환경파괴적 국가들을 따돌려 도태시켜야한다고 주장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생태관세를 도입한 국가가 따돌림당해 도태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도 수차례 반복해서 언급했듯이, 기후위기 대응과 여섯번째 대멸종 대응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탄소국경세를 비롯한 탄소중립 정책들은 산업의 특정 부분만을 규제했지, 경제성장을 막지는 않았습니다. 탄소감축 정책들은 오히려 재생 에너지 업계에 호황을 가져다주었죠. 하지만 생태관세는 경제성장과 소비 자체를 감축시키는 정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국가와 국가, 이념집단과 이념집단 사이에 발생하는 체제 경쟁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체제 입장에서 중요한건 지금 당장 상대 체제와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다가올 재앙은 중요하지 않아요. 결국 저자들이 제안한 해결책들을 실행하려면, 일체의 체제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평화를 이룩해야하는데, 지금의 불안정한 중동정세, 미중 패권경쟁, 동북아시아 패권경쟁, 북한과 대한민국의 대립, 한국 내 성별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계층갈등을 보면 도저히 이룩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백번 양보해 세계평화를 이룩한다 하더라도, 각국의 국내정세와 국제정세는 끝없이 변하는 것이므로 얼마가지 않아 깨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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