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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0/26 01:50:07수정됨
Name   sisyphus
Subject   "사랑은 전문가들의 게임일 뿐" 우엘벡의 설거지론 (수정)
소설 '소립자'를 통해 우엘벡이 보는 설거지론의 본질은 이게 아닐까 합니다.

1. 소립자 中
"오늘날의 처녀들은 한결 신중하고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학업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장차 좋은 직업을 갖는 데에 필요한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긴 하지만. 그건 여가 활동이나 심심풀이일 뿐이다.

거기에는 성적인 쾌락과 자기 도취적 만족감이 거의 대등하게 작용한다.
더 나이가 들면, 그녀들은 이러저러한 조건을 따져 가며 합리적인 결혼을 하려고 애쓴다.
그녀들은 대개 상대의 사회적 위치와 직업적 조건이 합당하고 취미나 기호에 공통점이 있을 때 혼인을 결정한다.

사랑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그런 결혼이 행복할 리 없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가져다 주는 융합적이고 퇴행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모조모 따지며 실리를 챙기는 사람은 이런 상태에 빠질 수 없다)]


오늘날의 여자들은 그런 선택을 통해서 앞 세대 여자들을 괴롭힌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리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한다.
열정의 고통이 사라진 뒤에 남는 것은 권태와 공허감, 늙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뿐이다. "

- 소설 속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지만,
실상은 현대의 남녀 모두를 겨냥한듯 보입니다.
딸려있는 해설도 좋아서 가져왔습니다.

2. 소립자 해설 中
"'행복의 추구'에 실린 '사랑, 사랑'이라는 시에서
우엘벡은 포르노의 시대에 살면서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 남을 유혹하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
해방된 성과 지천이 되어 버린 쾌락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벗들이여, 걱정하지 마라. 그대들이 잃은 것은 하찮은 것이다.
사랑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잔인한 게임이 있을 뿐이며 그대들은 이 게임의 희생자다.
사랑은 전문가들의 게임일 뿐이다."


- 사랑 전문가는 퇴행을 겪을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사랑 전문가는 퇴행을 겪고 싶어 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이에 대한 우엘벡의 확답은 '소립자'에는 없지만,
'소립자'는 한국사회에도 스며든 서구적 가치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제작임에 틀림없습니다.


- 추가 -
결말 스포 제외하고 더 추가합니다.

3. 소립자 해설 中

"<소립자>에는 서구 사회의 천하고 비열한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내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관철되어 있다.
작가는 소설속 인물들(특히 브뤼노)을 통해서 〈자멸해 가는 서구〉의 고통에 찬 삶,
포르노는 지천으로 널려 있으나 사랑은 없는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 낸다.
이 소설이 〈신(新) 자연주의〉로 분류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고, 우엘벡이 여기저기에서 공격을 당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4. 소립자 中
"선행은 존재와 존재를 묶어 주고 악행은 존재와 존재를 이간시킨다.
분리란 악의 또다른 이름이다. 분리란 거짓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름답고 거대하고 상호적인 얽힘뿐 이기 때문이다."

- 자유연애라는 해방과 포르노, 종교 대신 육체미를 숭배라는 새로운 분위기.
늙어가느니 죽는게 낫다라는 새로운 노화에 대한 불안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헉슬리의 <멋진신세계>엔 마법의 약 항불안제가 있습니다.

동거로 관계를 미세하게 분리하면 더 행복해 질까요?
아니 가족을 분리하고 나면 더 자유로워 질까요? 이후엔 무엇이 있을까요? (결말 스포라 여기까지..)

5. 소립자 中
"할머니는 혹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술에 젖어 사는 거친 남자 어른들 사이에서 일곱 살 때부터 농장 일을 했다. 할머니의 청소년기는 너무나 짧았다. 그래서 그 시기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만한 추억이 없다. 남편이 죽고 나서, 할머니는 공장에서 일을 해가며 자식 넷을 키웠다. 한겨울에는 아이들이 씻을 물을 마당에서 길어 오곤 했다.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아들이 불쑥 찾아왔다.
예순 살이 넘은 어머니에게 제 새끼를 맡기러 온 것이었다. 할머니는 기꺼이 손자를 맡았다. 아이는 부족함을 전혀 모르고 자랐다. 옷은 언제나 깔끔했고 일요일 점심때는 늘 특별한 요리를 먹었으며 애정도 듬뿍 받았다. 할머니는 평생 그렇게 자식과 손자를 위해 살았다.
만일 누구든 인류의 행동에 관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자 한다면, 미셸의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리라. 그런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존재했다. 평생토록 오로지 헌신과 사랑으로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 자기들의 삶을 말 그대로 남에게 바친 사람들, 그러면서도 전혀 스스로를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 헌신과 사랑의 마음으로 자신들의 삶을 남에게 바치는 것 말고는 삶의 다른 방식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여성이었다."

- 할머니는 자식의 설거지를 해서 불행만 할걸까요?
그렇게 보게된 현대인이 불행한 걸까요?




"개인은 멍청하다. 다중도 그 순간에는 멍청하다.
그러나 인류는 현명하다. 시간 속에서 인류는 언제나 옳게 행동한다.” - 에드먼드 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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