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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11/08 11:17:19수정됨
Name   정중아
Subject   최순실로 인해 불거진 ODA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제가 5급 공채 시험을 보던 때, 저는 능력이 부족해 면접시험장에 가지 못하고 2차에서 떨어졌지만, 해당 면접 시험장에서 사상검증성 질문이 나왔다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질문들은 이런게 있었다고 언론에 나왔죠.
- 공무원으로서 종북세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개발도상국에 국제개발협력을 지원하려면 경부고속도로같은 물적 인프라가 먼저인가, 새마을운동같은 의식적 측면의 인프라가 먼저인가
*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2650135

이 당시,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들을 보면서 욕해댔었던 기억과, 뭔놈의 개발도상국에 새마을운동이야 구닥다리 뻘질문들 하고 있네 정도의 기억만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1년이 지난 후 2016년, 그 뻘질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뻘질문이 아니었음을 알리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바로 그것인데요. 수많은 이권 추구 중 이 부분에 주목하신 분들은 많이 없으실 것 같습니다.

[미얀마 ODA 사업 알선 수재 미수]

물론 탄핵 시점까지도, 무식한 저는 ODA가 국제개발협력인지도 모르고 있었기에, 저 5급 공채 면접장에서의 질문이 여기로 이어지는구나 라는 생각따위 하지 않았습니다.

‘하아이고 글로벌하게 가지가지 해드셨네 아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관련 부서에 배치되고 여러가지 작태를 보면서 불현듯 저 면접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미얀마 ODA 알선 수재가 무엇이었는지 인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관련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서론이 정말정말 길었네요.)

*참고하실 점은 저는 단순히 행정만 하면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만 봐왔지, 국제개발협력의 전문가는 전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분이 혹시 계신다면, 제가 하는 말들이 정말 얕은 생각에서 나온 말들이라고 보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글을 작성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1. ODA의 개념

먼저 개념부터 살펴보자면, 국제개발협력 및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이하, DAC)가 규정한 개념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복리의 증진을 위해 수원국에 제공된 증여 및 양허성 차관입니다.

이 ODA에 있어 한국은 정말 특별한 위치를 지니고 있죠. 수원국(수혜국, 혹은 ODA 협력 대상국)이 공여국으로 전환된 얼마 안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 전환을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가 1991년에 설치되고 계속해서 규모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DAC의 공여국들 중, 한국의 GNI 대비 ODA 예산치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왕 공여국 된거 잘 해야죠.
*물론 그렇다 해도 2020년 기준, 22.5억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이 ODA로 쓰이고 있습니다.



2. 최순실의 이권 추구

최순실이 미얀마에서 한 짓거리는, 이를 통해 막대한 편익의 갈취입니다. 이를 위해 무려 KOICA 이사장(!)과 주미얀마 대사(!) 자리가 동원되었구요.
(이 두 자리에, 미얀마 ODA 시기에 임명된 분들은 외교부 출신이 아니어서 뒷말이 무성했는데, 묘하게도 최순실의 유럽사업 시행 시 독일에 계셨던 분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절망적으로 사업성이 없는 곳(빈민촌 근처, 교통 불편)에 K-타운을 건설하여 그 주변 땅에 대한 권리금 비슷한 금액을 대폭 올려 챙기고,

K-타운 건설을 위한 자재들이 반출될텐데 이를 검수하는 회사(필수 검수도 아닙니다.)에 투자하여 차익을 실현하는 것 정도로 추정이 됩니다.

이런 말도안되는 사업들을 어떻게 추진하였을까요?

ODA 사업의 시행 구조를 최대한 간단히 줄여서 얘기하면(KOICA 기준)

사업 필요성 인식(협약) -> 사전 타당성 조사 ->  본사업 실시 ->  사후 평가 및 연계 사업 필요성 확인 정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전 타당성조사, 본사업 실시, 사후 평가 및 연계 사업은 모두 KOICA가 직접 하지 않습니다.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체, 혹은 컨소시엄에 계약을 맺어 실시하게 되구요.

최순실은 여기서, 사전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실시하면 당연히 사업 승인이 안 날 것이기에 사전타당성조사를 입찰해서 실시하지 말고 수의계약으로, 본인이 아는 회사에 맡기도록 시도하는 미친짓을 합니다.

당시 KOICA 실무자는 규정상 안된다는 말을 하였으나 그럼 규정을 고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네요.(왠지 기시감이 든다는게 너무 슬프네요)

뭐 아무튼 이런 내용이 추진되고 있었고, 천만다행히도 실현되기 직전에 우리 유명하신 효녀께서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며 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어쩌다가 최순실은 ODA에 눈독을 들이게 되었을까요.



3. ODA의 취약점

ODA사업은 사업 실시지역이 당연하게도, 선진국이 아닙니다. 선진국이 될수가 없죠

그리고 선진국이 아닌 지역, 특히 이런 열악한 지역에서의 비용 처리는 대부분 현금으로 이루어지고 증빙 서류는 영수증이 됩니다. 그 영수증 마저도 양식에다 글로 써주는 정도고, 이를 별도로 신고하여 세금을 매기는것도 아닙니다.

이는 대표적인 사례일 뿐이고, 모든 비용 결제 체계가 이런식으로 허점이 많고 실질적으로 감독이 어렵습니다.

이런 모든것들은 정말 당연하게도, 공여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업체에게 회계 조작이라는 강력한 유인이 생깁니다. 심지어 잘 들키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수원국은 정상이냐 하면 또 아니죠. 온갖 이권들이 끼어들어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됩니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는, 원조가 들인 비용에 비해 30%나 가면 잘 간거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는 가려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막장으로 진행되기 쉬운 상황에서 KOICA, EDCF, 농어촌공사 등 국제개발사업을 하는 부처들은 제대로 감독을 하고 쓴 비용에 대해 환수를 하든 해야하지만

정작 이 기관들은 ODA 실적을 확장해야 하는 기관들….그러니까 돈을 쓰는게 목적인 기관들이다 보니 잘 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뭐 부패에 대해서 좀 지적하려 하면 [좋은일 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는 아주 패시브입니다. 그냥 자동이에요.

이런 현실은 KBS 추적60분의 미얀마 스캔들, 뒷부분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특히, 새마을ODA 사업의 허와 실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https://onair.kbs.co.kr/m/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id=PS-2017014927-01-000#refresh

아마 최순실은, 영리하게도 이런 좋은일의 이면들을 확인하고 본인이 이용하기 좋겠다 싶어 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4. ODA의 현실은 개선되었는가

위 방송에서, ODA 전문가이신 교수님은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런 국정농단 스캔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역으로 굉장히 좋은 기회인 거예요]

그동안 ODA는 알고 있는 사람들만 해오면서 투명하지 않고, 부패해왔으며, 극심한 낭비가 있었고

이게 비로소 표면에 나오게 된, 지금 논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이 사항들은 좀 개선이 되었을까요?

이 난리가 난 이후, 2년 넘게 지난 다음 부서에서 일해본 입장에선 정말 개선된게 없다가 제 결론입니다.

이건 제가 보거나 전해들은 사례들이며, 어느 한 기관만의 사례가 아님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가. 회계조작의 용이성
1) 회계 담당자 서랍에는 갖가지 동남아시아어가 적혀있는 공란 영수증이 들어있습니다. 이게 어디 쓰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2) 국내 사업 담당자와 해외 사업 담당자는, 사업 책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지시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 국내, 국외 각각 1,000만원씩 페이퍼컴퍼니와 영수증 조작을 통해 만들어내라
    - 이 두 사람은 심지어 각각 심리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인원입니다. 대학 졸업한지 1~2년차구요.

나. 현지 부정부패의 만연
1) 사업 에이전트를 고용하는데 다른 능력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지 국가 보건부 장관의 조카라는게 매우 중요하죠. 그리고 정말 중요하긴 한게, 실제로 그 에이전트를 고용한 기관은 우연히 아주아주 제안서를 잘 썼을지 모르겠지만 사업이 선정되었습니다.

2) 특정 ODA 발주 기관의 경우, 예산 중에 현지 로비 비용을 얼마 이상으로 하지 마라고 설명회에서 안내를 합니다. 현지에 로비하는게 당연하지 않은 이상 할 수 없는 제한이죠.


다. 효과성, 효율성 따위 신경쓰지 않는 사업 진행
1)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는 사업의 효율성이 아닙니다. 그 사업의 사업비 집행률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업책임자는 사업비 집행률이 그 기관의 역량이라는 소리를 합니다.
- 한국의 전문가가 해외에 출장가서 교육을 해줘야 하는 것들은, 코로나 상황에 기를 쓰고 합니다. 출장 못가니 화상으로 대체하겠다고 하고 진행하죠. 그러나 해외 인원이 한국에 연수를 와야 하는 것들은 기를 쓰고 남겨둡니다. 그 사람들이 오면 돈들어갈데가 많다보니 집행률이 비약적으로 오르거든요.

2) 효과성, 효율성이 뒷전이시니, 바쁘신 전문가분들은 제안서든 사업 계획서든 뭐든 제대로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 시간에 다른 사업비 집행할 생각에 바쁘시거든요. 심지어 현지 전문가에 대한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데 그 분야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는 일반 행정원들이 계획표를 만들고 앉아있고, 이게 통과되어 사업계획에 반영됩니다.



모든 기관들이 이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양심적으로 잘 하고 있는 기관들도 있죠.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이, 그나마 개선된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런식으로 진행을 하더라도 특별한 이슈가 생기지 않는 한은 걸리지 않았다는거고,

국가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이게 개선된 모습이라면, 추가적으로 더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개선한다고 해도 한국에서 거주하는 우리의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금이 낭비되는 것은 막아야죠.

추후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 어떤 이유로든 정책의 창이 열리게 된다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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