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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1/06 01:39:07
Name   *alchemist*
Subject   글쓰기를 위한 글 쓰기
안녕하세요 *alchemist*입니다.

글쓰기를 위한 글 쓰기입니다.

홍차넷 초창기 사우디 근무를 하고 있던 저는 조각글 모임 참여 신청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헤어진 옛 인연의 기억을 어떻게 처리 못해 감정적인 부분에서 허우적대고 있었고,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듦 및 다른 일(=노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 정서적으로 힘듦에 몰린 상황이었고,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해소 창구가 필요했거든요.

저는 예나 지금이나 많은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사진, 음악은 거기서 하기에는 꽤 무리가 따랐고 업무중에도 할 수 있었던 글쓰기가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는 취미였지요. 워드 켜놓고 대충 다른 문서창과 섞어서 띄워놓으면 일하는 건지 노는건지 구분이 애매하죠. 그리고 다행이었던 게 제가 그렇게 글쓰기를 싫어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릴 때 백일장은 그렇게 못 쓰더니만(사실 글은 지금도 잘 못씁니다. 중언부언에 쓸데없는 수식과 조사가 너무 많아요. 신경 안쓰면 어느새 글이 엉망이 됩니다.) 어느 순간 글쓰기가 생각 정리하기도 좋고 제 지적 허영을 드러내기도 좋고 소설이랍시고 씨부렁대는 글들도 한번씩 써보고 일기도 쓰고 그게 개인의 역사가 되기도 하고 등등등의 이유로 나름 꾸준히 블로그 같은 데 쓰고 있었습니다.

나름 꾸준히 글을 적고 있던데에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해지니 스스로 생각해도 즐겁게 글을 쓰게 되더라구요. 바쁜 와중에도 최대한 글을 적고 합평에 참여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그렇게 적었던 글에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적었던 다양한 소설(일기 형식, 편지 형식 등등)이 있었고 에세이를 표방한 개소리도 있었고 그렇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생각나면 홍차넷 티타임 게시판이나 카페 가서 찾아보고는 합니다.  몇몇 글은 지금 생각해도 꽤 잘 썼다고 자부하는 글들도 있구요.(평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제 안의 그런 욕구(=노는 것)들이 해소되어서 그런지 글이 잘 안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당시 회사에서 막내에 가깝던 포지션이다 보니 회의자료 작성을 제가 하고 있어서 주간 회의 자료 쓰면서 글 쓰고, 반기에 한번씩 하는 보고서는 팀 단위로 전체적인 시나리오 짜서 써야 하니 글 쓰고, 프로젝트별로 결재 문서 써야 해서 글 쓰고 하니 글을 평소에 쓰고 있어서 취미로까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이직을 했는데  이 회사는 보고서를 거의 안 쓰더라구요. 그래서 그나마 보고서 쓰면서 유지되던 글쓰기 스킬이 많이 퇴보했습니다. 흠;; 그리고 보고서 쓰면서 글 쓰는데 약간 질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생각을 정리해서 어디 남겨야겠다라고 하거나 사회 현상 등에 대해 진지하게 평가해보는 것도 안하게 되었지요.(영화나 드라마 감상 이런 거라도 좀 적고 그러면 좋을텐데 ㅡㅡ;)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글 쓰고 싶다는 욕구가요. 가끔씩이지만 납니다.

특히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사정들로 해소를 못하고 있으면 글쓰기가 가끔 생각납니다. 사실 이 글을 찌글짜글 쓰는 이유도 오늘 윗분한테 (부드러운 내용이었지만) 한 소리 듣고 팩트 폭격(=나도 이미 생각하고 있던 내용) 당한 것에 좌절해서였거든요. 예전이었다면 팩폭 당해도 '그래도 힘내고 어떻게 할지 계획 세워서 한번 해보자'였는데 이번에는 '에라 모르겠다. 언제 빨리 다른 소득수단 마련해서 그만두지. 에라이. 하기도 싫고 의욕도 안나고 그렇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최근에 아팠던 적이 있어서 체력이 온전하게 회복된 것이 아닌데다(꽤 돌아왔지만 아직 좀 걸리는거 같아요. 건강은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죠... ) 어제 문명6를 한다고 쳐늦게 자서(...) 잠이 모자라서 그런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어서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오늘은 뭔가 적고 싶고 뭔가 표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한국 돌아오고 나서는 예전처럼 "문학" 비스무레한 글이 거의 안 나옵니다. 나와도 마음에 안 들어요. 예전만큼 말랑하고 촉촉한 감정은 절대 안 나오더라구요.  애초에 그런 글 구상 자체가 안됩니다. 할 수가 없어요. 아이디어도 하나도 안 떠오르고. 그러다보니 '아 뭔가 다른걸 하자'여서 작년 초에는 흑백사진 프로젝트도 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그래. 감정 없이 그냥 일기 같은 글이나 아니면 촉촉한 소설이 아니라 냉냉하게 사회에 대한 생각을 적거나 아니면 헛소리 찌글짜글 적거나 이래도 좋지 뭐' 라는 식으로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더라구요. '뭐라도 적자. 뭐라도 적어서 리플 달리면 좋고 그거 가지고 떠들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 그런거지 뭐.' 라구요

그래서 [글쓰기를 위한 글 쓰기]라는 제목이 생각났고 이렇게 영양가 없는 글을 찌그락빠그락 쓰고 있는 겁니다... 잠 자려고 누웠는데 희안한게 엄청 피곤한데 잠은 잘 안 드는 상태네요. 잡념이 많아서 그런가... 아무튼 원래 생각(?)과는 다른 글 쓱 적어봅니다.

에고. 다만 다소 걱정되는 것은 영양가 없는 글이다 보니 '일기를 일기장에 안 쓰고 왜 게시판에 쓰는 놈이 있는거냐!' 라는 시선입니더... ㅎㅎ; 너무 개인적인 내용은 안 쓰고 그래도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끄적여 봐야죠 뭐. 그나저나 매번 겨울마다 뭔가 좀 꾸준하게 해야지...(작년 초에 흑백사진 프로젝트 하다가 너무 바빠서 제가 마무리를 못했죠 ㅠㅠ) 하고 하게 되는 것 같은데 항상 용두사미...가 아니라 사두무미...가 되는거 같으네요 ㅋㅋ 꼬리따위 없습니다. 없어요. 마무리를 안하는데 꼬리가 있을리가.. 어흑 ㅠㅠ

탐라에 간단히 적자 했던 글인데 전혀 추스려지지 않아서 이렇게 쓸데없는 소리를 길게 늘어놓습니다.. 흠.. 아무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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