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1/27 16:06:52수정됨
Name   카르스
File #1   코로나_민주주의후퇴.png (125.7 KB), Download : 30
File #2   코로나_민주주의후퇴2.png (156.9 KB), Download : 27
Subject   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민주주의 원칙을 침해했는가




코로나는 전염병 특성상 불가피하게 높은 수준의 방역 조치를 요구하고,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다보니 방역 조치들은 툭하면 과도하지 않냐, 비효율적이지 않냐, 방역을 빙자한 독재나 전체주의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에 시달리기 일쑤지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방역을 명목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들을 자행할 우려인데요.
국제이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다 알지만, 지금은 포퓰리스트들과 극단적인 정당들이 인기를 얻는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후퇴기라 더 그런 우려가 강했습니다.
  
실제로 국가별로 방역 조치의 민주주의 침해 문제를 데이터화한 게 있습니다.
V-Dem이라는 정치학 데이터베이스의 일부인데, 정치학 비전공자인 저는 잘은 모르지만 꽤 저명하다네요.
아쉽게도 2020년 3월에서 2021년 6월까지의 분석 결과만 나와있지만, 유익한 자료라 올려봅니다.
https://www.v-dem.net/pandem.html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전염병의 민주적 표준 위반 지표(PanDem)는 코로나19의 국가 반응이 비상대응에 대한 민주적 표준을 위반하는 정도를 측정합니다. 전염병 후퇴 지표(PanBack)는 (코로나19) 국가 반응이 국가 내 전반적인 민주주의의 수준을 악화시킬 리스크를 반영합니다."
[The Pandemic Violations of Democratic Standards Index (PanDem) captures the extent to which state responses to Covid-19 violate democratic standards for emergency responses. The Pandemic Backsliding Index (PanBack) reflects the extent to which such responses pose a risk to the overall quality of democracy within the country.]

이라고 합니다.

우선 민주적 표준 위반 지표인 PanDem부터 봅시다.
[첫번째 사진입니다]
그림에는 없지만 연두색은 '민주적 표준 위반 없음'이고 청록색, 흐린 파란색, 보라색으로 갈수록
방역정책이 민주주의 표준을 많이 위반했음을 의미합니다.
차별적 조치(Discriminatory measures), 훼손되어서는 안 될 권리의 훼손(Derogations from non-derogable rights), 집행 과정에서의 오남용(Abusive Enforcement), 무기한(No time limit), 입법권 제한(Limitations on legislature), 공식적 거짓 정보 홍보(Official Disinformation Campaigns), 언론 자유 제한(Restrictions on media freedom)의 7개 분야를 통틀어서 평가합니다.


의외로 북미나 유럽 국가들도 생각보다 꽤 민주주의 원칙을 어기는 나라가 많았습니다.
물론 아시아(한국/일본/대만 등 몇몇국가 제외), 중남미보다는 낫지만 거기보다 낫다고 위안할 동네가 아니죠.

실제로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훼손 문제가 없었던 나라는 캐나다, 볼리비아,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포르투갈,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한국, 대만, 뉴질랜드 등 12개국에 불과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세부적으로는 발생 초기에 '언론 자유 제한'이 감점 요소가 되었고, 호주는 '집행 과정에서의 남용'이 감점 요소가 되었습니다. 락다운 집행에서 공권력이 과도한 폭력을 사용한 경우가 있었답니다.
프랑스는 '차별적 조치'와 '집행 과정에서의 남용', 미국은 '공식적 거짓 정보 홍보' '언론 자유 제한'이 문제가 되었습니다(짐작하셨다시피 트럼프 대응의 작품입니다. 그놈의 살균제 드립은 아직도 기억나는군요.)

적어도 동북아 선진국(한, 일, 대만)은 민주주의 원칙에 있어 서구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던 셈입니다. 오히려 괜찮은 쪽에 가까웠지.

흔히 한국인들은 국가에 순종적이어서 정부에 폭동 안 일으켰다고 하는데, 그것도 피상적인 접근입니다.
서구 국가들은 초기 대응 실패로 자유제한 수준이 높은 락다운까지 간 상황에서, 방역조치 전반에서 민주주의 원칙 침해요소들이 많이 나왔으니 서구 시민들이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안그래도 자유주의 전통 문화권인데. 한국은 그 부분에서 서구 선진국보다 양호했습니다.

다만 서구 국가들도 방역조치로 민주주의가 후퇴할 상황까지는 아닙니다.
전염병 후퇴 조치[PanBack - 두번째 사진입니다]는 색이 진해질수록(검은색은 자료가 없다는 뜻입니다)
민주주의 후퇴위험이 크다는 이야기인데, 보시다시피 폴란드 정도를 빼면 심각한 상황은 아니에요.
진짜 문제되는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쪽.



물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자영업자 보상은 턱도 없이 부족했고, 의료진과 공무원들을 갈아놓았으며, 병상 확보에 굼떴고, 백신 도입이 늦었고, 일관적이지 못한 방역정책으로 방역조치에 대한 불신을 산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한국의 방역조치가 비민주적이냐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주의적 원칙이라는게 무조건 방역조치 다 풀고 프리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비상조치를 취하더라도 그 과정과 내용이 민주주의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부분에서 한국은 국제비교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오미크론 쓰나미가 밀려올텐데, 정부가 지금같은 민주주의적 방역조치 원칙을 놓질 않길 바랍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응의 문제점을 피드백 받아 고쳐야 하고요.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적 방역이지요.




1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453 일상/생각아이를 재우며 6 Dignitas 22/01/19 2887 14
    12366 일상/생각국내 헤드헌터/서치펌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 26 SCV 21/12/21 5136 14
    12201 댓글잠금 일상/생각설거지론에 대한 단상 61 명절은추석 21/10/24 7818 14
    12474 정치한국의 코로나 대응은 민주주의 원칙을 침해했는가 10 카르스 22/01/27 3956 14
    11913 게임워크래프트 3)낭만오크 이중헌의 이야기. 첫 번째. 20 joel 21/07/22 3882 14
    11780 역사춘추시대의 샌디쿠팩스. 중이. -상편- 3 마카오톡 21/06/14 3347 14
    11968 게임[스타2] [이미지 초스압] 자날 캠페인 노치트 무손실 클리어 성공했습니다. 12 호타루 21/08/08 3510 14
    11748 도서/문학만화책 나눔 30 하트필드 21/06/02 3467 14
    11711 요리/음식중년 아저씨의 베이킹 도전기 (2) (스압주의) 6 쉬군 21/05/22 3758 14
    11634 사회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책임 32 최우엉 21/05/02 5356 14
    11620 사회1 군대에 오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 19 매뉴물있뉴 21/04/27 4263 14
    11599 IT/컴퓨터우리도 홍차넷에 xss공격을 해보자 19 ikuk 21/04/20 3922 14
    11961 일상/생각무제(無題) Klopp 21/08/04 2993 14
    11426 일상/생각앞니가 빠질거같당.. 29 켈로그김 21/02/17 3891 14
    11339 사회건설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 12 leiru 21/01/13 4626 14
    11298 일상/생각한 예비대학원생의 2020년 결산. 14 샨르우르파 20/12/31 3788 14
    11269 정치정경심 1심판결, 무죄부분에 대해 알아보자 6 사악군 20/12/23 3206 14
    11222 게임사이버펑크 2077 리뷰 5 저퀴 20/12/14 4162 14
    11219 요리/음식고구마 스프를 만들어봅시다~! 13 whenyouinRome... 20/12/13 3618 14
    11090 도서/문학1984 원서를 간신히 완독했습니다. 5 저녁의바람내음 20/10/25 3851 14
    11080 음악가족오락관 - Starlight 11 롤백 20/10/21 4480 14
    10891 일상/생각술 먹고 쓰는 군대 문화에 대한 생각 40 hijk 20/08/27 4922 14
    12249 사회최순실로 인해 불거진 ODA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5 정중아 21/11/08 2869 14
    10838 창작내 작은 영웅의 체크카드 4 심해냉장고 20/08/05 3776 14
    10572 육아/가정두 딸 4 도라에몽 20/05/10 3832 1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