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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1/31 20:24:25수정됨
Name   私律
Subject   (19금) 2. 위편삼절
그러나 잊혀진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공자였네. 하지만 그는 사람을 삶아 사악한 원혼들을 먹이고, 그 원귀들을 부려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구정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 아직도 성을 쌓으며 사람을 바치던 시대, 부와 권력을 위해 죽고 죽이는 난세에 이게 알려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솥에 들어갈지, 얼마나 많은 피가 솥의 명문에 발릴지, 그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어떤 인간들이 정권을 잡아 무슨 짓을 할지 뻔했거든. 해서, 공자는 그 쪽은 아예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

그럼 공자가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았던 까닭이 이겁니까?

그렇겠지. 말이 나오면 가르치게 되고, 가르치다 보면 그게 안 나올 수 있었겠나.
예에 밝았던 그는 하의 제의祭儀도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이제는 잊혀진 추악한 비법을 자신이 되살려 낼 생각은 아예 없었네.
천하를 뒤덮을 힘의 비밀을 가슴에 묻은 채, 공자는 자신의 뜻을 이뤄줄 힘을 찾아 평생을 떠돌았지. 오랜 방랑과 실의에 마음이 흔들려 반란 세력에도 두어번 기웃거렸지만, 그때도 사람의 피로 더 큰 피를 부르는 저주만은 거부했어.

결국 헛되이 늙어버린 채 고향에 돌아와야 했던 공자ㅡ 마누라는 도망갔지. 아들 백어는 앞세웠지. 내 모든 걸 이어받고, 날 넘어설 줄 알았던 안회는 죽었지. 마음이 흔들려 반란군에게 가려는 나를 막던, 모두가 날 버려 홀로 바다로 떠나게 되도 날 따르리라 믿었던 자로마저 젓갈이 되어버렸지... 여기서 끝내 무너지고 마네. 결국 금단의 술법이 숨겨진 주역에 손을 뻗게 되지.

그럼 위편삼절이?

그래. 공자는 주역에 숨겨진 연산을 되살리지만, 마지막 순간 죄책감에 이를 숨기고 죽음을 맞네.
그런데 제자들은 달랐어. 공자가 말은 안했지만 뭘 하는 지 모를 리 없었거든. 공자를 모시고 고생한 것도 충분한데 공자처럼 죽을 생각은 없었던 그들. 공자의 죽음 뒤 3년상을 핑계로 떠나지 않고 필사적으로 연산을 찾았네.
특히 자공은 6년이나 매달렸지. 재산이 많아 그럴 여유가 있었거니와, 세력도 있어서 그걸 찾기만하면 혼일사해가 헛된 꿈은 아니었으니까. 자공의 뜻은 그 손자 단목숙이 이어받고, 그러다가 전 재산을 탕진하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뭘 찾는지 말할 수 없었던 단목숙은, 그저 집안 말아먹은 양반 취급받게 되었지.
단목숙은 마지막에서야 백어와 안회의 무덤을 찾았어야 했다는 걸 깨닫고 글을 남겼네. 그들은 공자보다 먼저 죽었기에 아무도 그 곳을 뒤지지 않았어. 아닐 가능성이 더 큰데, 함께 했던 이들의 무덤까지 파헤치기는 쉽지 않았겠지.
그런데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지도 못한데다가 어미까지 잃은 아들, 평생 가난에 시달리다 피지도 못하고 죽었는데 곽槨도 못 쓰게 막았던 수제자에게, 공자는 어떤 감정을 가졌겠나. 그런 공자가 이들에게 뭐라도 갚고 싶었다면, 뭘 줄 수 있었겠나? 당연히 거길 봤어야 했는데, 어차피 사마외도를 따르기로 한 자들이 괜한 양심때문에 일을 그르친 거지.
아무튼 단목숙의 죽간은 정신나간 늙은이의 난명亂命으로 무시당하고, 단목숙과 함께 묻혔지. 그게 어쩌다 도굴되어 우리 손에 들어온 거네.
ㅡㅡㅡㅡㅡ
그 뒤 제갈세가는 백어의 무덤에서 연산을 찾아내고, 마교 세력 변두리의 폐찰에 골동품 솥 아홉개가 방치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많은 자금을 소모하고 큰 희생을 치른 뒤, 구정을 제갈세가로 옮기는데 성공한다.

그런 제갈세가를 지켜보는 마교. 사실 구정과 연산의 숨겨진 내력은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마교의 음모였다. 무공이 모자라지만 무림의 머리 역할을 하는 제갈세가ㅡ 이들이 건재하는 한 무림을 삼키려는 마교의 계획은 성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공이 부족해 언제나 한계가 명확했던 제갈세가가 흥미를 가질만한, 그러나 학식이 얕은 다른 무림인들은 관심이 없을 미끼를 던진 것이었다. 제갈세가의 신경을 분산시켜 자신들의 비밀공작을 은폐하고, 구정을 옮기는데 전력을 소모시키고, 구정으로 치른 의식이 허탕으로 되면서 지도부의 통제력이 흔들리고, 그 여파로 자칫 부드럽게 마무리 될 우려가 있는 후계구도가 시끄러워지면서 이탈세력 또는 조직내 불만세력이 나타나길 바란 것이었다.

그걸 알지 못한 제갈세가에서는 결국 구정으로 제의를 시행하게 되는데, 연산에 따르면 천하를 제패할 힘을 구하는 자는 아들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 자신들의 천재성을 믿어 의심치 않고, 이미 많은 희생을 거친 제갈세가ㅡ 구정대법을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의견 따위는 나올 수 없었고, 누가 솥 안에 들어갈지를 두고 후계자들 사이에서 혈투가 벌어진다. 마교의 기대를 뛰어넘는 대박이 터진 상황. 결국 제갈세가의 적장자가 눈엣가시였던 가장 뛰어난 동생을 희생해 구정으로 의식을 치르는데, 마교의 계산대로라면 아무 일도 없어야 할 구정에서 조화가 일어나며 참극이 벌어진다.

이는 바로 혈교의 구정대법이었던 것. 마교의 공격으로 혈교의 교주가 죽고 본산이 무너지자, 구정을 지킬 수 없었던 혈교는 마교 변두리 폐찰에 방치된 골동품으로 위장해 구정을 숨긴다. 그 뒤 마교에 연산으로 위장한 구정대법을 흘려, 마교를 무너뜨리면서 혈교를 부활시키려던 계략을 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마교가 이를 제갈세가에 미끼로 쓰면서, 일이 커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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