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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7/09 21:18:43
Name   私律
Subject   광고? 잘림방지장갑/토시, 싸구려 등산스틱
뉴게에 흉기 협박 얘기가 있어서 호신용품 얘기를 씁니다.

1. 먼저 방어용구.
보통 방검조끼 생각하실텐데, 저는 장갑과 토시를 꼽습니다.
저희가 불체자 단속할 때 챙기는 게 장갑입니다. 불체자와 술래잡기나 씨름을 하다보면, 엎어지고 자빠지고 나뒹굴고 별 일 다있죠. 그러다 많이 다치는게 손입니다. 그 때 장갑을 끼고 있으면? 병원갈 거 반창고로 때울 수도 있죠.

제가 처음 지급받은 장갑은, 겉으로 봐서는 평범한 검은색 인조가죽 반장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물건은 잠시만 끼고 있어도 손에 시커멓게 흑살강기(黑殺强氣)가 서리는 무림(武林)의 기진이보(奇珍異寳)였더랬지요.
하지만 마음이 올곧은 저희 직원들-
내 어찌 사파(邪派)의 무공을 쓰리오!
일갈(一喝)하면서 장갑을 집어던졌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바르지 못한 자의 손에 들어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도록, 물품창고 깊숙히 봉인해두었습니다.

전 밀리터리 샾에서 방검장갑을 사서 썼습니다. 십년전 쯤 돈십만원 주고 샀었는데, 그리 대단치는 않더군요. 그냥 두꺼운 가죽장갑 손 바닥에 가죽 한겹 덧댄 것 뿐입니다. 그래도 그냥 장갑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지금까지 잘 썼죠.

그런데 요즘은 잘림방지장갑이나 잘림방지토시(케블라 슬리브)같은 안전용품이 잘 나오더군요. 날카로운 공구로 작업하는 곳에서, 부상을 막기위해 목장갑이나 토시를 케블라 같은 방탄섬유로 짰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험을 해 본건 아닙니다만, 비싼 제 방검장갑보다 낫지 않나 싶어요.
값도 쌉니다. 잘림방지 장갑은 한 켤레에 대개 만얼마 하나요? 잘림방지 토시도 그렇고.

날붙이를 든 상대와 붙으면, 막다른 상황에서는 칼날을 잡거나 팔뚝으로 막게 되겠죠. 그 때 꽤 쓸모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거 낀다고 도검불침(刀劍不侵)이 되는 건 아니라도, 한 번의 반격 또는 방어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건 정말 값진 게 되겠지요.

개인적으로 실험해보니, 장갑/토시 끼는데 몇초 걸리지도 않더군요. 상황터지겠다 싶을 때 그냥 끼면 되니까 간편합니다. 가까이 두기도 좋죠. 방구석, 책상서랍, 차 운전석 옆-방검조끼와 비교했을 때 정말 큰 장점입니다.

2. 다음은 방어무기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 인정범위가 좁은데, 뭐 들고 설치다 큰일 나네 이런 생각하실 겁니다. 그거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그냥 달아나야죠. 말 그대로 저 칼에 찔리느니 뭐라도 해야하는 상황을 생각하고 쓰는 겁니다.

누구나 집에 장검이나 철퇴 몇자루 쯤은 있죠. 그런데 그걸 직장이나 차에 두긴 좀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만원 쯤하는 싸구려 등산스틱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등산스틱을 펼치지 말고 접힌 채 쓰는 겁니다. 칼/낫/손도끼 같은 웬만한 흉기는 맞설 수 있는 기장입니다.
왜 싸구려 등산스틱이냐? 싸구려는 듀랄루민으로 만들어 적당히 묵직합니다. 마트에서 싸구려 등산스틱 들고 내 손목을 툭 쳐보세요. 아 쓸만하구나 싶으실 겁니다.
찌르기도 좋습니다. 날붙이가 아니라 급소 안찌르면 죽을 걱정없지만, 촉 때문에 아프긴 정말 아플겁니다.

가장 큰 장점은 내 방구석, 차 운전석 옆, 사무실 책상밑 아무데나 둬도 위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언제나 곁에 둘 수 있고, 그 때문에 위기시 빨리 찾아들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겠죠.

3. 개인적으로 단속하다가 연장질을 한번 했습니다. 한번은 할 뻔 했구요. 2~3초? 아주 짧은 틈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방검장갑끼고 쓸만한 삼단봉 차고 있었으니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지, 아무 준비도 없었다면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을 겁니다.
준비가 되어 있었어도 연장이 날 겨눈거 보면 정말 심장이 바바바바 뛰는 게 느껴지면서 귀에 내 심장박동 소리만 들립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싸우지도 못하지만, 제대로 튀지도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금이 저려 주저앉는다고 하죠? 준비를 해두면 담력을 가지고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저는 잘림방지 장갑/토시, 싸구려 등산스틱 제조 또는 판매사의 주식이 없습니다. 그냥 생각나서 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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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만 뵙던 무림의 고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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