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3/04 18:12:48수정됨
Name   코리몬테아스
File #1   청평악.jpg (298.4 KB), Download : 27
Subject   청평악, 정치개혁과 인간군상.


제목은 의도적인 어그로로 원래는 '군자를 혐오하게 만드는 드라마' 였고, 한 1년전쯤 썼던 글인데 오랜만에 재탕해서 삘받다보니 시국에 맞춰 이렇게 올리게 되었네요. 원래 번호 붙여서 목차로 나눌 수 있는 글은 아닌데. 스샷 찍은 것도 없는데 글자만 너무 많다보니. 조금이라도 쉽게 읽으시라고 어색하지만 억지로 목차를 만들었습니다. 


0. 경력신정과 군자들 

 얼마전에 정주행을 마친 청평악은 송인종의 치세를 다룬 65부작 사극이에요. 수렴첨정과 출생의 비밀 파트, 그리고 서하와의 전쟁을 제외한 정치파트의 대부분은 범중엄의 '경력신정'으로 대표되는 충직한 군자들로 이루어진 신세력이 구태를 배격하고 송나라를 바로 세우는 이야기. 경력신정은 대충 드라마에서 묘사되기로는 너무 늘어난 관리들의 수를 줄이고, 인재선발 기준을 실용적으로 바꾸고, 음서를 줄이고, 군대에 투자하고 뭐 그런 내용.

  재밌게도. 군자들은 강직하고 개혁안도 사리에 맞아보이지만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그런 군자들에 질려버리고 미완의 경력신정도 안타깝지가 않음. 이건 사극 속의 이런 구도가 뻔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오히려 지나치게 재밌고 인간적이라서 그럼.

1. 구양수와 왕공진의 첫 단추. 

이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 구양수와 왕공진입니다. 구양수는 명문가의 자제이면서. 과거 급제 이전에도 그의 글을 흠모하는 사대부가 한트럭일 정도로 유명한 명필. 호방한 성격에 형님아우도 많고,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죠. 대충 용모도 빼어난 편인듯. 완전체 사대부 에반데 ㅋㅋ

 과거는 삼수를 해서 통과합니다. 삼수 때 응시생 중 유일하게 출제자(안수)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고,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필을 써내 장원 낙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본인도 아 이건 장원각ㅋ 이러면서 미리 장원포를 삽니다. 그러나, 그 때는 수렴청정 도중. 실권을 쥐고 있는 황태후는 구양수가 호기롭게 기방을 다녀 부적절한 시문을 써냈던 것을 문제 삼아 천하의 귀감이 될 장원으론 적합하지 않다며 퇴짜. 다행히 과거에는 합격했으나 등수는 1등에서 14등이 됨. 여기에는 황후가 자신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안수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었죠. 이 과정에서 1등은 왕공진이라는 한미한 가문의 가난한 선비가 가져갑니다. 그렇게 명필은 아니었지만 힘든 환경에서 공부로 성공해 타의 모범이 된다는 구색이 좋았고, 굳이 따지면 합격자 중에서도 상위권이었거든요. 송퍼머티브 액션

여기서부턴 65부작 사극이고, 이 둘의 반목은 대충 10화쯤에 시작해 55화 정도까지 드문드문 언급됩니다. 다 합쳐도 6~7화 분량의 사이드플롯이라 제가 잘못 기억해 디테일이 틀릴 수 있어요. 구양수는 딱히 왕공진이 자신의 장원을 훔쳐갔다고 생각하거나 원한을 품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처음엔 그런 마음이었을 수 있어도 나중 가면 그런건 아오안인듯. 왜냐면 구양수에겐 왕공진 자체가 아오안이거든요. 반면 왕공진은 장원을 뺏긴 원한으로 이런다 생각하는 듯 하고요. 제가 보기엔 자기 삶을 '군자'에 투영하는 데 일생을 바친 구양수가 ㅋㅋ 군자된 도리가 있는데 그런 일로 복수할 거 같진 않습니다. 그냥 둘은 그냥 성격적으로 맞지 않죠. 그리고 그건 드라마속에서 구양수의 왕공진에 대한 일방적인 괴롭힘으로 나타납니다.

2. 괴롭힘의 시작.   

둘은 과거에서 급제하고 권문세가들의 러브콜을 받는데. 우연찮게 같은 장인을 모시게 됩니다. 왕공진은 설규의 3녀에게 장가를 들고. 구양수는 4녀에게 장가를 듭니다. 둘은 친척이 되었는데, 왕공진의 아내가 혼인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난산 중 요절해버립니다. 설규는 장원급제한 사위를 놓칠 수 없어서인지 곧바로 자신의 5녀와 왕공진을 재혼시키죠.

여기서 구양수의 군자도 레이다가 울렸나봅니다. 자기 딸이었던 처를 잃은 사위에게 막내딸을 보내 재가시키는 장인이나, 그걸 준다고 받는 동서나 탐탁지 않은가봄. 여기서 더 비극인건, 왕공진은 그 또래 선비들과 마찬가지로 평소 구양수의 기개나 시문을 좋아한 모양. 둘의 관계가 파탄나고도 문필가로서 자신이 구양수보다 모자란 건 인정할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대부가 많이 모인 술자리에서 왕공진은 우리 장인이 구양수를 좋아한다며 넌지시 말을 건다는 겁니다. 그러나 술이 들어간 우리의 호방한 구양수. 바로 아내의 언니의 남편이다가 여동생의 남편이 되었으니 우리 호칭은 형님인거임? 동서인거임? 이러면서 비꼽니다. 이걸 들은 좌중은 옳다구나 하며 폭소하고 왕공진은 비웃음거리로 전락합니다.

완전체 사대부이기에 자연스럽게 인싸이기도 한 우리 구양수에 비해 왕공진은 강직하고 부정부패 앞에선 무시무시한 어사지만, 그래도 천성이 조용하고 속으로 삭히는 사람. 그 자리에서 모욕당했다는 충격과 사교력의 차이때문인지 그냥 데꿀멍. 이런 일방적 괴롭힘은 수십 년 넘게 이어지죠. 

3. 대립 

 이런 괴롭힘에 왕공진은 물론, 왕공진의 부인도 사교적으로 고립됩니다. 그래서 왕공진의 부인은 자연스럽게 후궁안에서 폐하의 총애를 받지만 법도를 모른다며 겉도는 비빈인 장필함과 아웃사이더즈를 결성해 의지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왕공진이 장필함의 뒷배인 하송의 사람이라는 얘기가 퍼집니다. 실제로 왕공진은 장필함과는 교류가 있어도 하송과는 교류가 없는 것으로 보여 좀 억울한듯. 여기서 말하면 길어지니 생략하겠지만, 객관적으로 장필함이 악독한 비빈인 건 맞습니다. 그렇게 오해 받으며 살다가 왕공진이 신정세력과 크게 반목할 일이 생깁니다. 구양수가 속한 경력신정 세력이 청렴결백을 보장한다며 공금횡령 의혹이 걸린 '등종량'이라는 관리에게 피의 쉴드를 치거든요. 거기서 구양수는 감찰하는 대간들이 하나같이 다 무능하다고 또 대쪽같은 글을 써내는 데, 또 이게 명문인지 도성에 쫙 풀림. 문제는 대간들의 장이 왕공진이라 왕공진은 또 마상을 입게 되고, 이 사건에 물불을 안가리게 됩니다. 죄상을 따지고보면 등종량이 그렇게 잘못하지 않은 건 맞고, 또 공금횡령이라고 볼 수도 없는데(전쟁 중에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공금을 씀). 동시에 조사가 무섭다는 이유로 장부를 불태워 증거인멸을 저지르고 ㅋㅋ 여기서 황제는 등종량이 서하와의 전쟁에서 구국공신이기도 하고, 내용을 들어보니 공금횡령이라 할 수 없는 건 맞으니 대충 1품강등과 재발령 정도로 사건을 무마합니다. 하지만 왕공진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사직서를 써내며 황제에게 재심을 요구하죠. 아니 뭐 횡령은 그렇다치더라도 증거인멸은 명백한데, 유려한 말빨이 하늘에 닿은 '군자'놈들이 대간을 욕보이며 말도 안되는 판결을 끌어내니 참을 수가 없음. 

 황제는 뭐 왕공진의 주장이 일리있는 건 맞으니까 의견을 수렴합니다. 그러나 충신이란 것들이 간언이랍시고 만날 자기 목 내놓니 관직을 사직하니 하며 군자됨을 내세워 군주를 겁박하는 데. 왕공진이 이번에 한 행동이 진짜 사직을 위한거 맞냐고 명예욕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일침을 날립니다. 왕공진은 결국 자신의 행동이 구양수를 향한 사사로운 은원에서 비롯됨을 그 자리에서 자각하고는 대전에서 무릎꿇은 채로 고꾸라짐. 

4. 괴롭힘 ver2

 그냥 평범하게 이쯤에서 왕공진은 공무하다가 사적인 감정에 휩쓸린 자신을 질책하며 도야하고, 사건도 마무리 되었으니 군자답게 서로 제 위치에서 할 일을 했다며 화해하진 못해도 돌아서서 살면 좋았곘지만 ㅋㅋ  

 신정파와 대립하여 간신 소인배를 인증해버린 왕공진을 보고 신정파 신하들이 군자된 도리로 가만 놔둘 수는 없죠. 어전 앞에서 고꾸라진 왕공진의 모습이 흡사 상처입은 개와 같다며 생기있게 그림을 그리고는 돌려봅니다. 구양수에 버금가는 명필가인 한림원 소속의 소순흠은 또 명필을 남겨 왕공진의 상처를 들쑤시죠. 구양수도 당연히 합세 ㅋㅋ 이 시점에 오면 능력있는 관료, 명필가 = 경력신정파인 수준이라 그런 글과 그림이 관보에 실리죠. 송퍼머티브 액션에 이은 송리돌림. 신정 초기에 반대하는 대신이 이런 말을 헀습니다. 엘리트 군자님들은 다 명문가 자제로 연결되었거나 능력이 출중해 황제가 애끼고 서로 칭송하는 봉황이라 아랫것들이 어떻게 사는 지 모른다고요. 그 아랫것들이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고, 그 과정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것인데 이걸 헤아리지 못하고 정치를 한다는 의미였겠죠. 플래시백이 있거나 언급된 건 아니지만, 딱 이 부분에서 그 대화가 생각이 남. 아마 저 말이 나올 때는 왕공진도 신정을 밀고 있었을텐데 ㅋㅋ 어떻게 살다보니까 한미한 출신인 자신은 결국 품행이 바르지 못한 후궁 장필함과 부패한 간신 하송과 결탁하여 신정파를 숙청한 모양이 되어버렸고, 그러다 도도한 신정파 선비들한테 글과 그림으로 조리돌림 당하게 된거죠. 

5. 왕공진의 복수와 신정파의 몰락

등종량 사건에서, 등종량이 청렴결백한 인물이라도 무리하게 쉴드치다보니 신정의 명분에 누가 될 것을 우려한 신정파의 필두 범중엄은 자진해서 한직으로 밀려납니다. 많은 군자들의 롤모델이었던 범중엄이 떠나자 울적해진 소순흠을 비롯한 신정파 친구들은 한림원의 관례대로 폐지를 팔고, 자기들끼리 돈을 좀 모아 관기를 불러 풍류좀 즐기죠. 술이 좀 들어가기도 했겠다. 군자중의 군자인 범중엄이 억울하게 밀려나기도 했겠다. 군주와 조정을 대상으로 불손한 말도 좀 하고 그러면서 놉니다. 문제는 이게 독이 잔뜩 오른 왕공진의 귀에 들어감. 왕공진은 이들을 대상으로 피의 숙청을 실시하는 데. 황제께서 자비로우신 분이라 사적인 장소에서 범중엄의 억울함 때문에 술김에 한 소리까지는 뭐 넘어간다 치더라도, '관례'대로 한림원의 소유인 폐지팔아서 관기끼고 논 건 신정이 없애려는 폐단 아니냐며 궁지에 몰립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과 이를 쉴드치는 사람들은 결국 제 성을 못이기거나 반대파에 부딪혀 탄핵상소가 빗발치거나 해서 물러납니다. 여기서 하송이 신정파의 또 다른 대표인 관료 부필과 평소 신정을 칭송하던 명망있는 학자인 석개에게 역모 혐의도 더해 장난을 치고 있었죠.  결국 부필은 자진해서 관직에서 물러나고, 석개도 황손을 가르치는 일에서 물러납니다. 

6. 구양수의 몰락. 

밀려난 신정파 관료들을 쉴드치는 인물 중 당연히 구양수가 있었는데. 그렇게 화를 품으며 살던 도중 황제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일이 생깁니다. 대충 요약하면 황제의 생모가 되는 후궁은 따로 있는데, 관계자들은 황제 본인 포함 이 사실을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는 걸 금기시했고, 생모는 선황이 서거하자 황릉을 지키는 임무를 받고 궁을 떠납니다. 황제도 수렴청정 받는 도중에 생모가 따로 있다는 걸 숙부한테 들어 알게 됩니다. 그러나 수렴청정하는 황태후가 생모가 아님이 밝혀지고, 황제가 친모와 교류하면 사직이 흔들릴 것을 우려 황제는 친모를 궁에 모시지도 않고, 만나지도 않습니다. 장성해서 친정을 하면 어머니를 모실 생각이었으나 그 전에 어머니가 먼저 죽습니다. 이후 황제는 선정을 펼치지만 황손들이 딸아들 안가리고 줄줄히 죽어나가는데. 어머니가 불효자인 자식을 벌주는 것이라며, 늦게나마 효를 다하기 위해 외숙부에게 관직을 줍니다. 그러다 유일한 황자마저 역병으로 돌연사하니 상심이 커서 외숙부에게 끕에 맞지 않는 관직을 주게 되는 데.. 

 군자된 구양수는 이런 불의를 참지 못하고 바로 탄핵상소200배! ㅋㅋㅋㅋ.. 황제와 그 외숙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목숨도 내놓겠다며 충언 어택 간언 어택 ㅋㅋㅋ 맞말이면 들어주고, 맞말 아닌 인격모독 수준의 상소문도 신하됨을 열심히 하다 보면 황쩔수없지 하던 황제도 이번엔 물러서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자기가 잘못한거긴 한데, 어머니를 모시지 못했다는 부채의식과 황태후에게 받지 못한 모자간의 정, 그리고 보상심리로 자식들한테 잘해주려 하다가 줄초상 치르는 문제로 트라우마가 심했거든요. 그리고 융통성 있는 대신들은 배경상황 참작하여 아 저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죽어도 의를 바로 세워야 하는 구양수는 그런 거 없습니다. 이전에도 제 3 공주가 죽어서 상심으로 조회를 한 5일쯤 그만뒀을 때, 딸이 정무보다 급하냐며 상소어택을 했을 정도임. 황제가 유교통치기계가 되기를 바라는 구양수. 본인도 그러다가 진노한 황제한테 목달아날 껄 각오하는 유교간언머신이라 괜찮다 생각하는 거겠죠.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간언하다가 혐의 하나에 데꿀멍합니다. 구양수는 이른 나이에 과부가 된 누이와 그 누이의 딸을 거두어 같이 살았는데. 그 조카딸이 시집간 뒤에 남자 노비와 정을 통해 간음을 저지르죠. 어릴 때 부터 봐서 친딸처럼 키운 조카 딸이 관아에서 하옥되거나 처벌받는 걸 두고볼 수 없던 구양수는 관아에 사정하고 시댁을 설득하여 사건을 없는 일로 만듭니다. 여기까지 와도 대충 회색지대 외압인데, 이 혐의를 제기한 하송은 조카딸을 어떻게 구슬렸는지, 조카딸이 어렸을 때 구양수와 정을 통했다는 증언을 받아냅니다. 어릴 때 구양수와 맺은 관계 때문에 정조가 이상해져 커서도 노비와 관계한거라면서요 ㅋㅋ 혼인도 하기 전에, 그것도 누이의 딸과 관계를 가지다니 너무 심각한 패륜혐의라 구양수는 부르르 떱니다. 그리고 과거 급제부터 지적받아온 기녀들과 염문을 뿌리던 시도 이 참에 또 들춰내서 인격말살 두 배. 송퍼머티브액션,송리돌림에 이은 송투 ㄷㄷ.. 구양수는 관아와 시댁을 설득한 건 인정하지만, 자신은 결코 친딸처럼 생각한 조카와 패륜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항변합니다. 황제가 따로 조사해보니 패륜은 아닌거 같았습니다. 조카딸의 증언이 오락가락하고 하송이 사주한 정황이 있는 바 중상모략인거 같거든요. 그래도 부모에 대한 도리로 인륜 지키겠다고 인사권 휘두르는 황제 앞에서 바른 소리로 직언하다가 외압,성추문,염문 쓰리콤보를 맞은 구양수는 그대로 회복불가 상태에 빠져 황제의 권유로 한직으로 물러나 낙향. 여기서 구양수가 인지상정을 깨달았는 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뭐 직언 올리는 신하들이 다 인지상정 못해서 올리는 것도 아니고, 백성이나 신하는 그래도 되는 데 황제는 안돼! 정도로 퉁칠 수 있는 치세론이 있으니까 그런거겠지만. 구양수 이 놈은 아예 인지상정을 못하는 채로 읍소 어택 때렸거든요 ㅋㅋ 

7. 왕공진의 끝. 

 왕공진은 이후 구양수와 그 군자놈들 효수태웠겠다. 간신 소리 들어가면서도 조정에 남아서 관직을 잘 이어갑니다. 신정파가 젊은 사람들이란 것도 옛말이 될 정도로 노회한 관료가 되었을 무렵. 자신의 부인이 교류하던 비빈 장필함이 죽습니다. 장필함은 품행이 바르지 않은 여인이었지만,  대충 설명이 1500자 정도 더 필요한 황제 로맨스 인생을 살아왔고, 황제는 총애하던 필함을 황후로 추존하고 싶어합니다. 필함을 동정했던는 현 황후도 동의해주고요. 그러나 당연히 군자들의 탄핵 어택에 부딪히고 ㅋㅋ 

 왕공진은 그 와중에 장필함 황후추존 찬성파로 아예 추존하자고 읍소도 합니다. 이로 인해 조정대신들의 간신배 어택은 거세짐. 장필함이 죽기 전에 너무 사치스러워 황제에게 진상하는 것도 금지한 홍자기도 선물하는 대범한 짓도 저지르기도 해서 ㅋㅋ 뭐 이제 세간의 평은 신경도 안쓰는 듯. 추존이 성공하고 그 조서를 내시가 전달하다가 왕공진과 만납니다. 내시는 내심 왕공진이 왜 그런 일을 한 건지 궁금해집니다. 장필함은 황후에게 일평생 불손했고, 낳은 자식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뒷배인 하송도 결국은 장난질 하던게 걸려 은퇴. 이제 와서 장필함을 추존해봤자, 황후가 손수 키운 양자가 황제가 될 미래에서 찍히기나 하겠죠. 내시의 그런 궁금증을 읽어낸 왕공진은 대답해줍니다. 

 구양수에게 괴롭힘당할 때 자기 부인도 많이 힘들었는데, 그 부인에게 말걸어주고 감싸준 게 장필함이었다고. 실제로 좀 악했던 여인인거 맞지만 어쨌든 그 보답은 해주고 싶었고. 또 왕공진은 여인 장필함의 삶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군자된 도리나 현숙한 여인의 도리를 실천하지 않고 제멋대로 살았지만, 그 제멋대로 사는 삶의 용기와 뜨거움이 부러웠다고. 그리고 죽어서라도 살아생전 가지지 못했을 지위를 줌으로서 그런 영감에 보답하고 싶었나 봅니다. 왕공진은 살면서 잘못된 선택을 많이 해왔는데. 말년에 그런 선택 한 번 쯤 더할 수 있지 ㅋ 합니다. 이 때 저 눈물이 찔끔남 ㅠㅠ 은원에 눈멀어 명예를 외치며 개처럼 꼬꾸라지던 왕공진은 과거나 지금이나 세간 사람들에게는 간신이지만 인격적으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죠. 








8. Bully는 몰라요. 

 구양수는 특별히 왕공진을 괴롭힌다는 자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대장부 답게 장인이나 동서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에 눈 먼 권문세가 까는 것이죠. 뭐 그런 거창한 이유 필요 없이 그냥 거슬리니까 툭툭 비꼬는 시 하나 짓는 걸 수도 있고요. 구양수가 하도 명필이라 그런 거 한 번 나오면 세상 사람들이 다 그 시를 노래해서 왕공진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지만 ㅋㅋ 그게 구양수 알바임? 구양수가 작중에서 직접 그렇게 말한건 아니지만. 왕공진도 사내답게 툴툴 털고 일어나면 될 일이죠. 그렇게 꼬우면 명필로 시 하나 지어서 반박해 보던가 ㅋㅋ 대충 이 정도가 구양수의 멘탈리티인듯. 이를 반증하듯 구양수는 드라마 마지막회 즈음에 복귀해서도 강직한 충신으로 나오고, 인격의 도야를 이루어 젊은 시절 고집했던 예와 법보다 인간적 정이 어짊의 근간이라는 말도 할 줄 알지만, 딱히 왕공진에게 한 행동을 반추하는 묘사는 없습니다. 장필함 추존 이후로 진짜 탄핵당해 낙향했는 지 왕공진은 더 이상 나오지도 않고요. 원래 괴롭힌 사람은 모르는 거임 ㅋㅋ 

 이게 왕공진과의 대립 위주로 설명해서 그렇지, 드라마는 딱히 구양수가 가학적이고, 이 놈은 군자아님. 이런 식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젊어서는 그냥 뭐 잘난 척하고 순박한 면도 있고, 정말 노회해서는 말했듯이 인격적으로도 성장하고요. 충신인 것도 맞고 불의를 안참는 것도 맞고, 사직을 위해 싸울 줄도 알고. 다혈질이고 ㅋㅋ 시대보정 해주면 바람직한 인물상이죠. 근데 그 호기로움이니 호방함이니 하는 군자의 모습이 한 풀만 벗겨내면 toxic masculinity고 공감능력의 결여고 무정한 유교기계로 보여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거죠. 심지어는 무섭게 만들고요. 


9. 군자(개혁)이 싫어졌나요? 

 비단 구양수 뿐만 아니라 다른 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양수와 왕공진은 굳이 따지면 조연급 인물들이고, 주연으로 등장하는 군자들? 다 좋은 사람들이죠. 하지만 법과 예를 따지다 보면 질리는 면도 있고요. 예로 사마광이란 관료는 자신에게 내려진 황제의 하사품을 부순 내시를 그냥 군자답게 쿨하게 용서합니다. 깨진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군자다운 자비로움으로 사마광에게 목숨을 빚진 내시는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자라 공부를 열심히해서 이제는 황제의 오른팔이 됩니다. 황제는 그 사건으로부터 십 년 정도 지나 사마광과 만나는 데. 당신이 관대함을 베푼 덕분에 내시 하나가 목숨을 부지했고, 사서삼경을 익히고 필사도 잘하게 되었다고 칭찬하죠. 그런데 사마광은 내시는 글을 읽고 쓸 줄 알면 그만인데, 너무 똑똑해져서 치세에 대해 말하며 황제의 귀를 어지럽게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바로 직언펀치! 구별이 뚜렷하고 그 구별을 황제가 내시를 총애한다고 했는 데도 꺼내는 것도 군자겠죠 ㅋㅋ

 좀 변호했지만 전 결국에는 보기 싫어짐. ㅋㅋ.. 그래서 그들이 추진한 개혁에도 관심이 떨어집니다. 중웹반응 좀 찾아보면 대충 다들 군자놈들을 증오하고 있음 ㅋㅋ 신정파가 해체된 이후로는 뭐 크게 정치적 움직임도 없고요. 황제의 말년에 가면 저게 다 무슨 소용이었나 싶죠. 백성의 삶은 윤택해졌다고 하는 데 ㅋㅋ 그를 위한 군자들 아래에서 인간성이 밟힌 인물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결국 마지막에 갔을 때, 예나 법은 결국 인간의 정, 즉, 바른 본성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고, 주객이 전도되어선 안된다는 교훈으로 어전을 교화시키는 난리를 한바탕 치는 데. 결말을 풀어주기 위한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균형과 어짊이 중요하다. 뻔한 얘기지만 다사다난한 인간사로 엮어내니 끝에 가서는 눈물흘리며 맴속에 새겨짐. 

0. 유교대국의 호칭

 인종이 자애롭고 권위적이지 않다는 설정때문인지 아니면 끝판왕 유교국가 송나라의 고증인건지 ㅋㅋ 호칭들이 특이한게 많더라고요. 대표적으로 황제를 폐하(陛下)라고 하지 않고 관가(官家)라고 합니다. 풀어쓰면 관리라는 뜻인데. 처음엔 이게 황제에 대한 경칭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인호의 별호인가 하면서 들었음. 나중에야 검색해보고 이해하게 되었네요. 모후마마를 거거(姐姐)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기타 호칭은 그렇다치고, 황제가 유교치세기계이길 바라는 신하들 입장에서는 관가가 얼마나 적절한 이름인지 ㅋㅋ 유교스러웠네요. 





사족. 원작의 이름은 고성폐로 로맨스 소설이고, 주인공도 드라마처럼 인종이 아닌 인종의 딸입니다. 공주와 내시의 사랑이야기라고 하길래 뭐 이 정도면 굳이 원작소설이 따로 필요 없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소설도 읽어보니 드라마에서 절절하게 다가왔던 인간관계들이나 질리는 군자유교머신 이런 것들은 다 소설에서 가져와서(왕공진과 구양수 플롯 등) 주인공을 인종으로 삼았는데도. 원작 소설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사족2. 전 중국사에 무지해서 대충 일어난 일의 99%는 각색이겠거니~ 하고 봤는데 ㅋㅋ 직언어택 다 받아주는 유교력 만렙 출생의 비밀 인종도 다 역사에 기반한거고 ㅋㅋ 왕공진과 구양수가 동서관계고, 왕공진이 상처하고 그 자매를 처로 맞은 것도 모두 고증. 서하와의 전쟁이나  장필함이 욕먹으며 황후추존된 것도 마찬가지고요. 송나라는 포청천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ㅋㅋ 








7
  • 개꿀잼 리뷰네요. 유교머신 뿌셔뿌셔
  • 옳기만 한 개소리 OUT!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600 정치누가 이기든 반성하는 쪽을 주의깊게 바라보려 합니다. 27 파로돈탁스 22/03/09 4311 9
12599 정치대선 불판 없나요? 예상및 잡담입니다. 110 MyNona 22/03/09 5181 1
12598 기타[홍터뷰] 기아트윈스 ep.3 - 기아트윈스 인 메타랜드 9 토비 22/03/09 3993 26
12597 일상/생각동생의 세계 21 하얀 22/03/09 5194 70
12596 일상/생각대선 전날 쓰는 회사 정치 이야기 2 Picard 22/03/09 3118 11
12595 의료/건강오미크론 유행과 방역 '정책'에 관한 짧은 이야기 11 Ye 22/03/08 4038 24
12594 정치박근혜의 남색 코트와 홍준표의 건강검진, 지방선거 등 32 Picard 22/03/08 4501 3
12593 도서/문학선거 기다리느라 초조하신 중년 여러분을 위해 정치소설 추천합니다. 6 arch 22/03/08 5634 4
12592 일상/생각모 중소병원 직장인의 일기 16 자몽에이드 22/03/07 3709 23
12591 경제[팝니다] 리얼포스 R2 45g 텐키레스 17 *alchemist* 22/03/07 3996 0
12590 일상/생각농촌생활)봄에는 굼벵이도 석 자씩 뛴다 16 천하대장군 22/03/07 3635 22
12588 정치좋은 유튜브 소개시키러 왔습니다. 1 empier 22/03/07 2971 2
12587 경제음식진공밀폐기 팝니다 20 흑마법사 22/03/07 3727 0
12585 정치이재명 캠프조직 김만배 녹취록 여론조작 지시 내부고발 41 집에 가는 제로스 22/03/07 4479 4
12584 역사삼국지를 다시 읽으면서... 4 로냐프 22/03/06 3374 0
12583 문화/예술한문빌런 트리거 모음집 23 기아트윈스 22/03/06 4048 49
12582 음악[팝송] 뫼 새 앨범 "Motordrome" 2 김치찌개 22/03/06 3357 1
12581 정치징병제의 침략전쟁 방지기능? 10 私律 22/03/05 4038 1
12580 정치안철수 라이브 사과(?) 방송을 보고 16 Picard 22/03/05 3894 2
12579 음악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특별기획 - 배캠이 사랑한 음악 100(4) 1 김치찌개 22/03/05 3187 5
12578 경제갤럭시 버즈 프로 팔렸습니다 16 면이면옥 22/03/04 3580 1
12577 영화[스포일러 주의]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정주행 후기 11 눈시 22/03/04 3395 4
12576 방송/연예청평악, 정치개혁과 인간군상. 4 코리몬테아스 22/03/04 3903 7
12575 여행여행 체험(?)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9 어제내린비 22/03/04 3605 11
12574 정치윤통 당선후 이준석 입각 또는 청와대 갈 것 같습니다. 23 Picard 22/03/04 413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