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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3/20 13:09:01
Name   The xian
Subject   8시간 29분만에 중단된 블루 아카이브의 어떤 이벤트 이야기
과금러들에게도 아주 빡센 구간인 수영복 한정 캐릭터 연속 출시 기간 중인 블루 아카이브에
이틀 전 뜬금없이 한 이벤트 공지가 나옵니다.

이름하여 [파놉티콘 기관의 기밀 독점공개]

https://forum.nexon.com/bluearchive/board_view?board=1039&thread=1656329

뭐 구구절절 내용이 써져 있지만 게임 재화를 미끼로 특정한 컨텐츠의 확인 및 접속을 유도하는 컨텐츠지요.
그리고 여기에서 공개된 것이 바로 논란이 된 버튜버 이루아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8m3hfTGkOU
(일부 공개 영상이고 종료된 이벤트이므로 곧 삭제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이 공개되자 마자 이 버튜버도 블루 아카이브도 엄청난 욕을 들어먹었지요.

사실 특정 게임의 홍보를 위해 버튜버를 만들거나 활용하는 것은 딱히 새로운 일이 아니었고 전례가 없던 일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블루 아카이브는 버튜버 가우르 구라(Gawr Gura)의 컬래버레이션 커버곡 'Target For Love'를 올려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게 얼마 안 되었죠. 그런데도 버튜버 데뷔 이야기에 이렇게 비난과 욕 일색이 되어 버린 이유는 매우 간단했습니다.

공개된 버튜버 컨텐츠와 캐릭터 이루아가 유저의 공감을 얻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버튜버 영상이나 더빙의 품질도 좋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버튜버 품질 이전에 캐릭터성이나 내용이 게임 유저들의 공감을 얻는 데에 실패했지요. 저도 같은 업계에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이고 블루 아카이브에 돈 들어붓는 유저이지만 우선 첫머리 대사부터 맘에 안 들었습니다. 아무리 캐릭터 설정에 따른 대사라고 해도 소개 영상 첫머리부터 나온 대사가 '여기 있으면 밥도 제때 나오고 게임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가끔 이런 귀찮은 걸(아마도 버튜버 이야기겠죠?) 시킨다니까'란 식의 대사였습니다.

나한테 이런 귀찮은 걸 시킨다고 틱틱대는 캐릭터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주는 것은 그 캐릭터가 호감을 가질만한 전제조건 혹은 빌드업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반응이지 누가 봐도 게임 홍보라는 비즈니스를 위해 나온 게 뻔할 뻔자인 버튜버가 첫대면부터 저러면 저를 포함해서 영상을 보는 불특정 다수 대상에게 욕 한 사발 붓고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인게임 캐릭터들 다 놔두고 게임과 큰 상관이 없는 웬 엉뚱한 캐릭터를 가지고 와서 버튜버를 한다고 하는 것도 공감 안 가기 딱 좋은 행동이었고요. 뭐 그 외에 부실한 인게임 컨텐츠 보강할 생각은 안 하고 이런 짓이나 한다는 소리나 해당 버튜버가 논란의 인물이 아니냐는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만 그런 거야 어디까지나 파생되는 비판과 논란이고...

결과적으로는 김용하 PD가 직접 '게임 콘텐츠 강화에 써야 할 역량을 게임 외에 소모하는 것에 대해 질책 주신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공식 V튜버에 대해 준비된 기획은 전면 중단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히면서 버튜버 이벤트의 조기 종료가 선언되었습니다. 최초 이벤트 공지가 올라온 뒤 8시간 29분 만에 버튜버 기획이 전면 철회된 것이지요.

https://forum.nexon.com/bluearchive/board_view?board=1077&thread=1656665


여담이지만 저는 이벤트의 시기가 매우 나빴던 것도 논란을 삽시간에 키우는 데에 일조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서버의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서버보다 총력전 등의 경쟁 컨텐츠 스트레스가 꽤 심한 편이고, 하필 지금은 과금러들에게도 아주 빡센 한정 캐릭터 더블 픽업이 중간에 한 번 걸러서 연발로 나오는 구간이라 사람들이 꼬와서 접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순간이지요.

더욱이 선행 서비스 중인 일본 서버의 1주년 이후 컨텐츠들이나 픽업 캐릭터 출시 시기를 보면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은 수준이고 편의성 개선에 대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불만도 상당히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게임 안팎으로 이미 날이 서 있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장에 저조차도 이번 시기를 넘기면 한동안은 과금이 당분간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 경험을 훼손할 수 있는 리스키한 이벤트를 굳이 했어야 하나... 싶은 아쉬움이 좀 많이 크네요.


물론, 개중에는 그런 논란과 기분나쁨을 압도할 정도로 재화 보상을 빵빵하게 주거나 버튜버의 영상 및 목소리 품질이 좋았다면야 또 모르겠다는 소리도 있었는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렇고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렇고 보상이나 퀄리티로 모든 불만을 가릴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것으로 모든 게 쉽게 가려질 일도 아니고, 단순히 어떤 한 가지 측면으로 모든 걸 말할 수 없다는 거죠.


어쨌거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 버린 이번 이슈는 지금 시점도 그렇고 앞날을 생각하면 더더욱 어려운 숙제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미 선행 서비스가 진행 중인 게임인지라 미래 컨텐츠가 어떤 것인지 이미 예정된 상태에서, 유저들이 원하고 있는 변화나 편의성 개선의 경우 현실적으로 일본 서버에 비해 대한민국 서버만 더 이상 획기적인 변화나 편의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다만,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대한민국 서버의 편의성은 일본 서버보다 조기에 많이 개선된 편이고 사료 지급 이벤트도 나름 꽤 있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이미 이런 날이 서 있는 반응이라면 사람들이 다음에는 더 날이 서 있을 것이 뻔한 일인데, 앞으로는 여간 신경쓰지 않으면 이런 반응들을 누그러뜨리기는 더욱 어려워 보입니다. 당장은 소위 사료 지급으로 불만을 잠재울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블루 아카이브가 짧다면 짧은 5개월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사건사고가 전혀 없었던 게임도 아니고...

어쨌든,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는 정말 어렵지만 잃기는 정말 쉽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끔 해 주는 사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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