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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5/09 15:55:54
Name   化神
File #1   614161_514520_3200.jpg (217.7 KB), Download : 43
Subject   [스포일러]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감상



(이거 닥터 스트레인지 메인 영화 맞냐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많은 이야기와 평가를 만들어낼 것이지만 나는 여기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인간적인 성장을 초점으로, 현대인들에게 유의미한 주제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스트레인지는 자신의 판단을 매우 신뢰하는, 독자적이면서 독단적인 사람이다. 영화 초반, 크리스틴의 결혼식에서 대 타노스 전쟁의 결과 친형과 고양이 둘을 잃은 사람이 '정말 이 결과가 최선이었냐'는 질문에 일말의 주저함이나 고민도 없이 "이게 최선이었어."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일말의 불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 '엔드게임'에서도 보면 자신 혼자 타임스톤을 돌려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찾은 하나의 승리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주면 그 결과가 바뀐다며 끝까지 자신만 알고 함구했었다. 이러한 모습은 이번 영화 내 다른 멀티버스의 스트레인지들도 동일하게 보여주는 특성이었다. 명석한 두뇌를 통해 결과를 빠르게 예측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모습을 일관되게 나타낸다. 이러한 모습을 작중에서 크리스틴이 '칼자루를 쥐어야만 하는 사람'이라며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이전에 천재 외과의사로서 칼자루 = 메스를 쥐어야 하는 모습과 함께 본인의 판단과 의사대로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일컬어 칼자루를 휘두른다고 이야기하는 관용적 수사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인지가 유일하게 후회하게끔 만드는 것이 바로 크리스틴을 대하던 과거 자신의 모습이다. 자신의 결정과 선택에 대해서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스트레인지 스스로가 흔들리고 계속해서 행복한가를 되묻게 되는 이유가 크리스틴과 함께하지 않는 현재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그 친구가 하는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은 얻지 못했군'이라며 비꼬고 이를 듣자 입맛이 씁쓸한 스트레인지의 모습에서 스트레인지가 가진 천재적인 모습 뒤 인간적인 한계를 보여준다. 크리스틴이 하는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 '응 행복해' 하지만 대답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전혀 행복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영화가 진행되며 스트레인지는 인격적으로도 성장한다. 다른 우주의 스트레인지들이 자신처럼 독선적으로 행동하다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맞이했음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는 생각을 바꾼다. 어쩌면 똑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 이렇게 하면 나도 결말이 좋지 않겠구나'하는 것을 느꼈을 수도 있고. 그 결과, 폭주하는 스칼렛 위치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는 대의 명분으로 아메리카의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그의 능력을 흡수하려던 스트레인지들은 모두 죽었지만 이 우주의 스트레인지는 아메리카의 잠재력을 믿어줌으로서 그의 각성을 돕는 동시에 스칼렛 위치도 저지할 수 있었다. 스트레인지가 인격적으로 성장하게 되었음은 후에 자신의 친구로서만 대하던 웡을 소서러 수프림으로 인정하고 예를 표하는 장면으로도 보여준다.

크리스틴과의 관계도 이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오히려 번뇌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다른 우주의 크리스틴을 만나고, 또 그가 스트레인지라는 인물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게 되어 둘 사이에 또 다른 썸띵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다른 우주의 존재가 영향력을 미치게 되면 결국 파멸만이 남게 되는 우주의 질서에 순응하기로 한 것이다. 과거의 스트레인지라면 크리스틴과 재회하게 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또다른 무리수를 둘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성장했다.

멀티버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상상들, '만약 이랬다면 조금 달랐을까?' 하는 가정들을 비유한다. 신화가 부른 '너의 결혼식'이라거나 박진영의 '네가 사는 그집' 같은 노래들이 보여주듯 인간들은 계속 가정하면서 살게 마련이다.

사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배스킨라빈스 31에서 뭐 먹을지 고르는것 조차 어려운데.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기로에서 이런 이런게 더 좋으니까, 더 나은 결과가 예상되니까 이거 선택해야하지 하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생에서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환경과 조건이 이끄는대로 끌려가게 마련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인생의 방향이 다양해지는게 좋은 일 같지만서도 그 안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되었고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렇게 고심 끝에 선택했지만 다른 선택을 한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의 나보다는 더 괜찮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그 때 내 선택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을까? 하는 섀도우 복싱을 멈추는 것이다.

나는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공부했고 공부해서 대학가면 인생의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고 믿었는데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 취업은 잘 안 되고... 공무원 시험을 봐야하나? 9급이 낫나 7급이 낫나, 누구는 행시 준비한다더라, CPA를 해야되나? 약사가 좋다던데, 변리사는 어떠니, 로스쿨은 돈 많은 애들만 간다던데, 그래도 돈은 금융쪽이 버는거 아닌가? 인턴은 어디서 해야하지? 잠깐 생각해봐도 경우의 수가 정말 많다.
그리고 이런 선택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누군가를 만나는 과정에서 내려야하는 선택들이다. 아 그 때 그 사람에게 더 적극적으로 대시했어야 했나? 헤어지기 전에 한 번 더 붙잡아야 했을까?

재미있는 사실은 인간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실에 만족하기 어렵고, 미래를 예측해서 행동하려고 하는 습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원인인지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국가 대비 평균 지능이 높은 것도 연관되어 있다. 똑똑하기 때문에 현재보다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고 현재의 좋은점에 안주하기 보다는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고 그러다보니 자꾸 예측하고 상상하려고 하고 그러면 현재에 부족한 점이 보이고.. 하는 굴레에 빠져드는 것이다. 알고보니 닥터스트레인지도 우리 민족이었어?
https://youtu.be/G4pcVTLN5J4

영상에서는 행복을 강도,세기로 평가하지 말고 빈도, 횟수로 평가하자고 말한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다." 똑똑한 닥터스트레인지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이를 알게 되었다. 너무 똑똑하게 살려고 하지는 말자. 내가 선택하지 못한 것들을 계속해서 상상하면서 현재를 비관적으로 받아들이지도 말자. 그러면 또 그대로의 길이 열리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데 더 집중하자. 영화는 이 단순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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