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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8/04 12:49:03
Name   cumm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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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아산병원사건 서울대 교수 실명글과 개인적인 견해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시스템은

지역응급의료기관 -> 지역응급의료센터 -> 권역응급의료센터 로 구분된 의료전달체계가 갖춰져있습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서북부 - 서울대병원
동북부 - 고대안암
서남부 - 고대구로, 이대목동
동남부 - 한양대

가 있고, 대학병원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병원에서 해결이 안되면 권역으로 전원을 보내게 됩니다.

아산병원은 권역이 아닌 지역응급의료센터이기에 응급수술이 항상 스탠바이 되어있어야하는 의무는 없고,
원내에서 해결 불가능한 응급상황에서라면 상급 병원(상기 기술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게 정상적인 절차이기는 합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아산병원의 규모 및 환자들의 기대와는 차이가 좀 있죠.
(대형 기업형 병원에서 돈 되는 암관련 정규 수술 스케쥴만으로도 꽉 차서 응급수술이 어렵다는건 알고있지만
그 큰 병원에서 머리 여는 개두술 할 수 있는 의사가 둘밖에 없다는건 저도 몰랐네요)



벌이나 처지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의 상황과 별 다를바 없다고 봅니다.

지방 중소기업에서 인력난을 아무리 호소하고, 배 만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며 비명이 들려도
단순한 월급 뿐만 아니라 미래의 지속가능성, 지방살이, 야근, 교대근무 등을 포함한 QOL문제가 얽혀있으니
기존에 일하던 사람 외에, 신규로 내려가려고 하지 않는거죠.

근본적인 문제(대우조선해양의 적자, 현 문제에서는 생명을 다루는 의료과목의 적자)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아니, 적자가 해결되어 월급을 더 준다 하더라도 QOL 문제가 얽혀있기에 웬만해서는 내려가려고 하지 않을겁니다.


매년 출생아가 80만명씩 태어난다던지, 외국에서 노동자를 천만명쯤 데려온다면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지방 중소기업도 어느정도 채워지기는 하겠지만 그에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겠지요.

마찬가지로 의사 숫자도 아주 많이 늘어나면 일부는 생명을 다루는 과목으로 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삐끗하면 소송걸리고 멱살잡히는 일 하고싶어할까요
다른 돈되고 편한분야로 가거나, 정 없으면 다른 일자릴 찾겠죠.
돈되고 편한 분야로 갈 수 있기에 의대 선호가 높은것도 있으니까요.

2010년 전후로 간호사 부족을 예상하고 간호대를 늘렸지만
간호사의 간호요양수가와 간호직 처우개선 없이는 병원에서 간호사 인력을 필요이상으로 채용하려고 하지도 않고,
간호사들도 휴직이나 이직하러 떠나버리는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의사 숫자를 늘리면 다 해결될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80~90년대에 의대가 늘어나고 의대생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흉부외과를 전공하는 사람은 꾸준히 감소하고있습니다.
<멸종단계 접어든 흉부외과…더 문제는 '빈익빈 부익부'>
https://m.medicaltimes.com/News/NewsView.html?ID=1136249



또한 일할 인력만 늘어났다고 해서 지방소멸과 수도권집중화 상황을 거스르고 지방 중소기업이 2배씩 늘어날까요?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의료 제도의 개선이 없이, 환자를 볼때마다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면,
적자가 아니더라도 응급의료센터 확충할 비용과 공간에 암센터를 여는게 더 돈이 된다면?
의사가 많아지고 의사 월급 감소로 인해 병원 자금이 여유가 생긴다 하더라도 병원에서 응급의료센터를 확장하거나, 다른병원들이 응급의료센터를 추가로 만들지 않을것 같습니다.

나라의 지원을 받는 공공병원조차
늘어나기는 커녕 점점 제기능을 못하고 줄어드는건 말할 필요도 없구요.

돈 되지 않는 사업에 투자할 사람은 없고,
노동자도 미래가 뻔히 보이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일자리는 없는 일을 배우는데 있어 노력할 이유가 없지요.



개인적으로는 답이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만명중 한명을 위해서 만명이 조금씩 희생하라고 하면, 일부는 희생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희생(감기등의 가벼운 증상에서 본인부담률 증가 혹은 의료보험 대폭 인상)을 싫어할 겁니다.

그나마 의료보험 재정이 여유가 있을때 이러한 생명을 다루는 과들의 수가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했지만,
현실은 다수의 행복과 만족을 위한 초음파,MRI급여에 사용되었고

생명을 다루는 과에 대한 지출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전체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죠.


앞으로도 정치권에서 본인의 표가 떨어질 이러한 문제에 발 담글 사람은 없을것 같은데...
(반대로 의사 늘리는건 의대가 유치될 지역의 적극적 지지를 받을테니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방향이죠.)
이러한 사고가 터질때마다 조금씩조금씩은 고쳐지긴할테니 사고를 많이 겪으면 미래엔 조금 달라지려나? 모르겠네요.


전형적인 의사의 입장에서 쓴 글이고, 지방중소기업과 흉부외과같은 의사의 벌이와 노동조건에서 차이가 있기에 두직업을 비교함에 있어 불편한 부분들도 있으셨을텐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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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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