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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8/10 11:13:50
Name   Picard
Subject   회사 이야기 쓰다가 윤통을 거쳐 이준석으로 끝난 글
안녕하세요. 정치 이야기 좋아하는, 중견기업 중년 회사원입니다.

이게 처음에는 회사에서 '복심, 오른팔' 이야기로 쓰기 시작했는데, 이준석 이야기로 끝나서 카테고리를 뭘로 해야 할까 고민되네요

회사에 임원.. '장'이나 그 위에 C 가 궅는 사람들을 보면 꼭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명 '복심' 또는 '오른팔'이라고 하는 사람들이죠.
윗사람이 보기에 일을 그냥 잘하는게 아니라, 내 맘에 들게 잘하는 사람. 내가 하나를 말하면 열을 파악하는 사람, 내가 일일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 성향에 맞게 정리해오는 사람
이런 사람이 있으면 참 편합니다. 가뜩이나 임원쯤 되면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데 업무부하를 확 줄여주거든요.
여기다가 인덕까지 있으면 오른팔뿐 아니라 왼팔도 있고, 복심도 있고...
저희 회사 전전사장은 오른팔, 왼팔은 물론 그림자에 복심까지 여럿 있었고 이분들 다 임원 달았습니다.
현사장은 오른팔은 상무 달아주고 6개월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 시켜주고 왼팔은 상무 달아줬죠.

예전 부사장은 인덕이 안 좋아서, 오른팔, 왼팔은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부사장을 따라다닐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그냥 일 잘하고 윗분 잘 모시는 사람들이었을뿐. 부사장이 권력투쟁에서 밀렸는데 오른팔, 왼팔 소리 듣던 사람들이 안 따라가더군요. (하지만 이미 부사장 라인으로 찍혀서 같이 사라짐..)
그러니까 사장을 못 달았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능력은 별로 없는데, 제 성품을 보고 맘에 들어하셨던 이사님이 퇴사하시는 바람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

본사의 '장'이 공장장으로 오면 본사에 잘 있던 팀장급이 갑자기 공장으로 오는데, 이게 다 '데리고 다니는' 오른팔들인겁니다. 지방에 있는 2공장장이 수도권에 있는 1공장장으로 가면서 데리고 가는 팀장도 있고요. 대충 이런걸 알게 되면 조직개편/인사발령 날때마다 누가 누구의 오른팔이구나.. 하는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래 사람들도 이런 복심이 있는게 편합니다. 비공식적으로 또는 초안 수준의 자료를 들고 '어, 김팀장님. 이거 이번에 공장장님한테 보고할건데 어떨거 같아?' 라고 상대적으로 편하게 얘기하면 '이건 안되겠다.' '이건 되겠다', '이건 이 부분을 강조헤야 할 것 같다', '이건 공장장님 스타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재검토 하시는게 좋을 것 같다' 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실무부서도 시간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지금 윤통을 보면서 떠올랐습니다.
윤통 옆에 지금 복심, 오른팔이 없다.
가장 가까운 펠로시 방한때를 생각해 보면요.
만난다, 안만난다가 동시에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아마 만나야 한다는 측에서는 우리가 보고/권유하면 만날거라고 생각하고 얘기했을 겁니다.
안만난다는 쪽에서는 확정된게 아닌데 왜 만난다고 하지? 하면서 안만난다고 했을 겁니다.
전화통화는 만나야 한다는 쪽에서 어떻게든 성사시켰을 테고요.
즉, 이건 참모진들중 누구도 윤통에게 물어볼때까지는 확신을 못한다는 겁니다.
외교안보비서관이 윤통에게 보고할때까지 전문가인 자신의 말을 들어줄지 아닐지 모른다는거고요.
이렇게 되면 윤통이 좋아하는 '좋아! 빠르게 가!' 가 안됩니다. 될지 안될지 모르는데 빠르게 갈 자원을 어떻게 선조치로 마련합니까. 잘못하면 월권 소리나 듣죠.
윤통은 빨리 동후니형을 대통령실장으로 데려와야 합니다.
노통도 친구인 문통을 대통령실장 시키지 않았습니까..?
코드인사니 뭐니 하는 것 자체가 웃긴겁니다. 내 맘을 가장 잘 알고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아는 사람을 왜 가깝다는 이유로 쓰면 안되나요? (물론 능력이 없거나 검증 안되었는데 쓰면 안되겠지만.. 동후니형 능력 없달 사람 있을까요? 물론 정치경험은 없지만..)


이준석 사태가 꼬인 것도 비슷하다고 봐요.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이야기라 명확한 선후관계가 틀릴 수도 있고, 일단, ‘이준석 대표가 김성진에게 성접대를 받긴 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 라는걸 사실이라는 전제로 써봅니다.)

그냥 러프하게 타임라인을 보면..
1) 이준석이 윤총장에게 우호적
2) 윤총장이 총장 그만둠
3) 이준석은 윤전총장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난다고 입방정을 떰
4) 서울/부산 선거 압승
5) 이준석 당대표 됨
6) 이준석이 윤총장에게 ‘들어올거면 빨리 들어와라~’ 하고 고자세로 감.
7) 이준석 모르게 윤총장 친박/친이들과 손잡고 전격 입당
8) 이준석은 당대표라서 중립포지션 취하는데, 윤총장 지지가 대세이다 보니 도리어 견제하는 포지션처럼 보이는 어정쩡한 상태
9) 윤총장 국힘 후보 됨.
10) 이준석 ‘선거는 내 말들어라’ 라는 식으로 가다가 윤핵관들과 충돌
11) 이준석 1차 런, 윤후보가 가서 포옹해줌
12) 이준석-조수진 충돌, 이준석 2차 런
13) 가세연 성접대 캐비넷(?) 폭로
14) 윤후보 이준석 포옹
15) 삐걱대도 어떻게 승리
16) 윤핵관이 이준석 공격 시작.

자… 여기서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결과론으로만 봤을때요.
이준석-조수진이 충돌해서 2차런 했을때 가세연에게 캐비넷을 까줄거였으면 당시 윤후보는 이준석을 포옹하지 말고 끝까지 없는 상태로 가야 했습니다. 2차 포옹 할거였으면 캐비넷을 깠으면 안됩니다. 대선 승리후 5-6월쯤에 캐비넷 깠으면 ‘의혹이 있으니 일단 사퇴’라는 이준석식 조치 고대로 시행되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애매하게 왔다갔다 했으니 ‘뭐야, 이건 그때 다 익스큐즈 된거 아니었어? 억지 아니야?’ 라는 반응이 나오는거죠.
(희망희로를 돌리면 캐비넷에 더 나올게 없으니 한번 써먹은거 또 써먹는거 아니냐는 생각도 가능합니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준석 버릇 한번 고쳐야 겠다고 생각 했고, 누군가는 그래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준석이 필요하다고 했을겁니다. 윤통은 이 모순된 조언을 듣고 둘다 시행한것일테고요.  (혹은 윤통 모르게 깠거나...)

지난 3개월도 이런식이었습니다.
보통 ‘좌장’, ‘복심’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윤통이 정치경험이 없으니 기존 정치권에 그런 사람이 보이질 않아요. 끽해야 장제원, 권성동인데 전자는 숨고르기 하는것 같고, 후자는 사고 치고 다니고 있지요. 지금 알려진 윤통의 복심은 동후니형인데, 법무부 장관으로 바쁜 사람한테 정무수석 역활까지 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동후니형도 정치경험이 없고.

좌장, 복심.. 이런 사람들이 하는 일이 의견과 방침을 정리해주는 겁니다.
윤통 말마따나 대통령이 어떻게 다 합니까. 전문가들이 할 수 있게 판깔아주고, 전문가들 의견 경청하는건데요.
전문가가 100명이면 100개 의견이 나오는데, 그걸 대통령이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몇개 정도로 압축/정리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시스템적으로는 이걸 대통령실 참모들이 해야 하는데, 참모들이 윤통에게 못 맞추는것 같아요. 아니면 윤통이 대통령실 참모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거나.
윤통이 아니라 윤통 할아버지가 와도 모든 일을 다 듣고 결정 못합니다. 아마 일부 보수가 반신으로 모시는 박씨 시니어가 와도 안될걸요


그럼 이준석은 잘못한게 없냐?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 같은데…
제가 이번 건으로 느낀건.. 이준석은 1/N 으로 갈때는 두각을 나타내는데.. 장관이나 대표, 대통령으로 가면 안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똑똑하다 보니 남의 말을 안들어요. 다른 사람이 다른 의견을 말하면 왜 내말을 안듣지? 하고 억울하고 화를 내는 타입이죠. 정치판이라는데가 어떤뎁니까. 다들 나 똑똑하고 잘났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에요. 하바드?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하바드 출신 은근 많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하바드 출신이고 민주당 이탄희 , 김한규 의원도 하바드 나왔죠. 지난 총선때 나왔다 낙선했던 의대/법대 다 나왔다는 국힘 송한섭후보, 80년생으로 서울대 겸임교수하는 민주당 최지은 후보도  하바드 나왔습니다. 학력/경력으로 보면 솔직히 이 사람들이 이준석 대표보다 더 어마어마하죠.
그래서 이준석이 '나를 따르라~'하면 안통하는 겁니다.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천상천하유아독존 캐릭터의 한계가 너무 크게 터진것 같다는 생각이고요.
치명적으로... 왜 이리 거늬여사가 이준석을 싫어하나 했는데... 일부 친준석들이 '이 정부는 윤석열-이준석 공동정부' 라고 하고 다니더라고요.
이게 이준석 생각이겠지요. 그런데, 거늬여사는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부라고 생각 할거거든요.
전 이준석의 1,2차런때 윤통이 포옹해준것도 거늬여사쪽 조언이 아닐까 싶은데... (윤핵관들은 이를 갈고 있었으니까요)
와 내가 겨우 살려줬더니.. 뭐? 공동정부? 이런 네가지 없는 X를 봤나...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준이대표... 어떻게 살아남아서 부활할지... 개인적으로 기대했다가 그 기대가 완전히 망가져서 지금은 극불호지만 궁금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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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는 발상의 글이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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