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5/10/22 20:40:44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케첩은 왜 토마토로 만들까?
- 하인즈 사의 케첩

한나라 시절 중국의 동남부, 남부 해안의 푸젠성, 광둥성 지역은 중국인들이 ‘이족’ 또는 ‘백월’이라고 부르던 민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200년경 한무제는 제국의 영토 확장에 나섰고, 이들 이민족을 지금의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지로 밀어냅니다. 본래 이 지역에 살던 민족은 해안과 강변을 따라 살면서 현지에서 잡은 생선을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켜 먹곤 했습니다. 5세기에 남겨진 기록을 보면 한무제는 이민족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강렬하고 맛있는 냄새를 맡았습니다. 사람을 보내 그 출처를 찾아보니 처음 보는 음식에서 나는 향이었습니다. 그 음식이 생선을 소금에 절인 것이었는데 황제는 이 음식을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문헌을 살펴보면 이 시기에 중국인들이 생선소스를 처음 받아 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푸젠성 방언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19세기에 선교사가 남긴 사전에 찾아보면 ‘첩’이라는 음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첩’은 푸젠성과 광둥성 방언으로 ‘소스’를 뜻합니다.(베이징어로는 ‘지(zhi)’라고 발음합니다.) ‘케’라는 음절은 푸젠성 방언에서 ‘저장된 생선’을 나타냅니다. 즉, ‘케첩’은 과거 푸젠성 방언에서는 ‘발효생선소스’정도의 뜻이었습니다.

- 베트남의 피쉬소스 '느억맘'
- 타이의 피쉬소스 '남플라'

한편, 17~18세기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영국인들은 인도네시아의 중국상인들에게서 생선소스를 구매합니다. 푸젠성 출신의 화교들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 진출하면서 그 지역에서도 생선소스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이 소스를 영국인들에게 판매한 것이지요. 당시 영국인들이 배에서 주로 먹던 식사인 절인 돼지고기나 건빵 등은 지속적으로 먹기에는 쉽게 질렸기 때문에 케첩이라고 불리는 생선소스와 같이 먹곤 했습니다. 또한 본국에다 이국적인 아시아 소스를 판매하기 위해서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 병에 담긴 케첩은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비용이 비쌌기 때문에 귀한 상품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이처럼 비싼 가격의 생선소스를 대체하기 위해서 영국에서도 조리법을 개발하게 되었고, 원조 케첩의 맛을 모방하여 나름의 케첩을 만들어 냅니다. 1742년 런던의 요리책을 살펴보면 엔초비와 버섯을 사용하여 케첩을 만드는 조리법이 실려있습니다.

19세기에 접어들자 사람들이 케첩에 토마토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1817년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케첩조리법에는 엔초비와 함께 토마토가 들어가고, 1850년대 중반이 되면 케첩에서 앤초비도 빠지게 됩니다. 이는 미국에서 케첩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케첩의 맛이 좀더 달콤하고 걸쭉한 소스를 선호하는 미국인의 입 맛에 맞춰 변형되었기 때문입니다. 1876년 헨리 하인즈가 토마토에 설탕을 가미하고 토마토 내용물의 함량을 높이면서 오늘날의 토마토 케첩의 형태가 완성됩니다. 본래 ‘케첩’은 영국에서는 ‘ketchup’, 미국에서는 ‘catsup’이라고 표기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 ‘ketchup’이라는 철자법을 쓰던 미국의 하인즈 사(社)가 시장을 지배하자 다른 제조업자들도 하인즈식 철자법을 따라 쓰면서  ‘ketchup’이라는 표기법이 굳어집니다.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28 사회삽자루 vs 최진기&설민석 - 댓글 주작사건 논란?? 10 Groot 18/08/28 9285 1
    2254 기타제가 재미있게 했던 오락실 게임 3탄.jpg 7 김치찌개 16/02/19 9280 0
    8839 사회지금 일어날 수도 있는 일 40 엘라 19/02/05 9267 103
    571 정치문재인 무급 인턴 고용 사실은? 2 영원한초보 15/07/12 9265 0
    1102 정치참 깝깝합니다, 깝깝해요...(내용/링크 추가) 26 Feelhmy 15/09/25 9264 0
    1284 방송/연예故신해철 추모1주기 특집방송이 다음주에 방송됩니다. 6 천무덕 15/10/18 9259 3
    159 기타메르스 격리대상 680명, 감염자 18명 5 Leeka 15/06/01 9259 0
    1316 기타케첩은 왜 토마토로 만들까? 18 마르코폴로 15/10/22 9258 4
    5700 IT/컴퓨터어쩌다보니 지른 에어팟 사용 후기 21 Leeka 17/05/25 9253 3
    431 기타바둑 프로기사라는 장래희망을 포기한 썰 24 vlncent 15/06/25 9251 0
    1393 창작[조각글 2주차] (1주차와 약간 믹스, 약 기독) 노래는 가사지 15 매일이수수께끼상자 15/10/30 9245 13
    1235 기타여자 앞의 남자..(사회심리) 17 눈부심 15/10/12 9244 3
    12 기타마에놉니다. 4 maeno 15/05/29 9244 1
    1281 영화[스포] 라이프 보고 왔습니다. 2 王天君 15/10/17 9240 0
    769 요리/음식더운 여름에 마셔볼만한 값싸고 시원한 화이트와인 11 마르코폴로 15/08/11 9237 0
    5818 게임Elo 공식의 수학적 원리 (Elo 공식유도) 5 스카이저그 17/06/21 9233 7
    1493 IT/컴퓨터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인간들이 말이양 말이양 8 눈부심 15/11/08 9233 0
    6406 일상/생각일본의 수학교육은 대단하구나 했던 경험 8 코리몬테아스 17/10/11 9228 0
    268 기타패션의 완성은 벨트...벨트는 좋은 걸 차야죠... 18 neandertal 15/06/08 9225 0
    264 기타빅뱅이론 보기 - 재미없음, 신변잡기 주의 19 이젠늙었어 15/06/08 9217 0
    647 역사중국의 4대 미인과 요리 21 마르코폴로 15/07/24 9210 0
    218 기타현재까지의 홍차넷 이용 통계 26 Toby 15/06/05 9210 0
    1346 문화/예술드라마 <송곳> 방영 개시하였습니다. 19 J_Square 15/10/26 9207 0
    1585 철학/종교사사키 아타루 [야전과 영원]이 출간되었습니다. 21 뤼야 15/11/18 9202 1
    175 기타새누리당사 무료 배포 잡지 28 블랙이글 15/06/02 9200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