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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10/26 10:39:24 |
Name | Picard |
Subject | SPC와 푸르밀을 보며.. |
안녕하세요 중견기업 중년회사원입니다. 1. SPC 의 중대재해사건을 보며... 제가 다니는 공장에서 10년전쯤 사망사고가 났었습니다. 돌아가신분은 20년 넘게 근속하신 반장님.. 현장 안전관리자는 돌아가신분과 입사동기 반장님.. 규정대로하면 자동설비를 정지시켜야 하는데, '적당히 잘 피하면 될거야' 라면서 자동설비가 가까이 오면 신호를 주는 신호수를 안전관리자가 겸하는 걸로 작업을 하다가 그만... 그때는 중처법이 없던 시절이라 공장장이랑 관련 팀장들 기소되서 재판 받았고, 현장 안전관리자였던 반장님이랑 공장장이 집유 나왔습니다. 지금은 중처법이 있으니 공장장은 물론 대표이사까지 재판 받겠죠. 그뒤로 공장장이 안전안전 노래 부르면서 그나마 소잃고 외양간은 좀 고쳤었습니다. 그러다가 공장장 바뀌고 시들해질무렵 중처법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긴장들 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전관련 보완작업, 설비 작업을 하면 다 돈이 드는데, 각 팀/사업장은 예산 압박을 받다 보니 아무리 앞에서 안전을 강조한다고 해도 뒤로 '실적'으로 쥐잡고 있기 때문에 쉽게 돈을 못 씁니다. 외부에서 파격적(?)으로 영입한 최고안전책임자는 반년만에 도망쳤고요. 그래서 후임으로 내부승진으로 CSO를 임명했습니다. 직급은 전임자보다 낫지만 저희 회사 25년 근무한 고참중의 고참이신 분이죠. 그리고 신임 CSO 가 파격(?)적으로 안전관련 비용은 기존 예산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습니다. 팀 예산이 1억인데, 안전설비보완에 5천만원이 들면 그건 따로 5천을 쓰고 너네 예산 1억은 그냥 쓰라는거죠. 물론 공장 원가에는 다 반영이 되긴 합니다만, '안전설비 보완에 얼마 쓰느라 원가 실적이 이렇습니다.' 라고 하면 공장장이나 CEO 표정이 좋지는 않지만 더 뭐라 하지는 않습니다. 회장이나 회장아들도 안전관련 투자나 보완에 돈 쓴다고 하면 크게 뭐라고 안합니다. 가끔 '이런건 처음 설비 도입할때부터 다 고려되었어야 하는거 아니냐? 뒤늦게 하려니까 돈이 더 드는거 아니냐?!' 라고 짜증을 낼때도 있습니다만... 그런데, 중처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 하면 어떻게 될지... 지금 SPC가 미운털 박히고, 소비재다 보니 때려 맞는 와중에도 '가맹점주들은 뭔죄요. 불매운동은 너무한거 아닌가?' 라는 뉴스가 우르르 나올 정도인데, SPC보다 더 대기업이면 더 할말 있겠습니까. '운나빠서 죽었다' 가 되지 않을지.. SPC가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유통시켰다고 욕 쳐먹던데... 저희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희 사고 났을때는 노동부 감독관이 최소 3일에서 최대 3개월이 가동중지를 명령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현장보존'과 '처벌' 두가지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안전팀과 법무팀이 사고자 수습 다음으로 우선적으로 처리한게 '사고 현장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것인가' 와 '가동중지명령을 최소한으로 받는 것'이었습니다. 라인에서 제품이 나오면 포장이 된후 자동창고 또는 수동창고로 들어가는데 사고는 자동창고에서 났습니다. 사고난 '생산라인'을 '자동창고'로 한정할 것인가, 이 앞의 '포장'까지 잡을 것인가.. 더 나아가서 제품 나오는 라인까지 잡을 것인가.. 아주 확대해서 '전체 공장'으로 잡을 것인가에 따라 회사가 받는 영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자동창고'로 한정한다면 수동창고를 활용해서 비용을 더 들이고 사람을 더 투입해서라도 제품 생산 및 납기가 가능합니다. 결국 '자동창고'로 한정해서 3주(였던듯)의 가동중지명령을 받았습니다. 가동중지명령이 확정되는데 2-3일 걸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사이에 자동창고에 있는 제품들중 납기 급한거부터 수동창고로 빼냈습니다. 중지명령을 1주일을 받을지 3개월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게 합법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가동중지명령의 목적이 '현장보존'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안되는 것 같은데... 일단 사고난 설비는 가동을 안 시키긴 했습니다. 자동창고인데 로보카 안쓰고 다 수동으로 빼냈죠. 생관이랑 출하반이 철야작업했습니다. 이때 눈치 빠른 영업사원들은 재빨리 내 물건부터 빼달라고 공장 생산관리팀에 연락하고, 어리버리 잘 모르던 사람들이 '머? 공장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쯧쯧' 하고 넘어갔다가 제품 못 빼서 고생 좀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푸르밀 보면서 들었던 생각도 써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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