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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1/20 19:51:21
Name   Ye
Subject   해가 바뀌고 조금 달라진 전장연의 시위
 오랜만에 4호선을 탔는데 지하철이 출발하지 않더군요. 전장연의 시위로 10분 가량 운행이 지연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연말에 법원 조정안이 나오며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달라진 전장연의 요구와 장애인 이동권 관련 현재 상황을 적어두려 합니다.

 오늘 전장연은 오이도와 서울역을 기점으로 시위에 나섰습니다. 오이도의 시위는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22주기를 맞아 진행된 것으로 그간 요구하던 이동권 보장 시위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서울역 승강장에서의 시위는 오세훈 및 추경호와의 대화를 요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전장연은 구체적으로 오세훈과 단독 공개 토론을 요구했는데 장애인 이동권이 외면 받은 것에 관한 사과와 수용안을 둘러싼 대화를 하자는 게 취지였습니다. 
(한편 전장연은 장애인 전체를 대표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천부인권의 취지에서 이동권의 제약을 받지 않고자 합니다.)

1월 5일, 법원의 2차 조정안이 나왔었는데 거기에선 1차 조정안에 적혀있던 ''열차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에서 '5분 초과해'를 삭제했더라고요. 전장연은 이것을 오세훈의 무관용 원칙에 법원이 동조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1차 조정안이 나왔을 때 전장연은 수용하고 서울교통공사는 거부했었는데 2차 조정안에서 더욱 서울교통공사 쪽에 손을 들어준 걸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여전히 전장연이 다른 방식으로 시위를 할 수 있다며 조정안 수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전장연 시위의 장애인권리예산증액 요구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여러 상임위를 거치며 6653억 증액안이 마련되었으나 기재부에서는 고용 관리 지원 및 발달장애인 지원 예산을 148억 가량 증액하는 것으로 깎았다고 합니다. 전장연은 2022년 예산이 2억 2천억 가량이었고 여기서 2조원 가량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었기 때문에 1.1%만 반영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보 언론의 기사는 기재부를 탓하고 있으나 지난 예산안 협상에서 양 당의 쟁점은 법인세율을 비롯한 부자감세와 지역화폐를 포함한 민생경제예산에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여야 모두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 이동권 예산을 상당히 후순위에 두었다는 게 더 정확한 해석이라 봅니다. 더군다나 이번 국회는 국가 예산안에 사상 최대로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기재부가 가져온 예산안을 3천억 가량 깎았습니다.

 전장연의 높은 수준의 이동권 요구는 그들의 탈시설 요구와 연결 지어 보아야 합니다. 그들의 이동권 요구가 과하다 볼 수도 있으나 장애인이 일터나 마트 등으로 가는 게 얼마나 불편한가를 생각해 보면 꽤 당연한 요구입니다. 그러나 예산 증액 요구가 정치계에서 외면 받은 것은 지난 1년 간의 전략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주장을 전달하고 실제 문제 제기에는 실패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설문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전장연의 요구에 대부분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시위 방식에 대해서는 반응이 나뉘는데 이는 정말 '불편해서'라기 보다는 전장연이 요구하는 법안과 예산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 대중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봐요. 좋은 말이니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실행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더 진실에 가깝다는 겁니다.
 전장연이 지적하듯 이러한 시위를 통해 오세훈이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만남을 지속하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안을 쓴다면 우발적이지만 큰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꾸준히 관심을 끌면서 현안에 보다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방법에 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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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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