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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4/22 20:19:29
Name   메존일각
Subject   조명이 우연히 빚어낸 재미난 효과
스튜디오 내에서 촬영되는 사진 조명은 대단히 계획적입니다. 여러 가지 툴을 활용해 발광 범위를 정확히 세팅해두고 셔터를 누르죠. 그런데 영상 조명은 그렇지 못합니다. 영상 역시 세팅은 하지만, 영화처럼 상당히 엄격하게 제어하더라도 우연성은 자주 생겨납니다. 피사체인 배우들은 로봇처럼 딱 정해진 경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요. 때문에 영상에서의 조명은 전반적인 분위기 조성으로 보는 게 더 옳겠지요.

https://youtu.be/vdDuCvCrcKg?t=22

제니의 솔로 퍼포먼스 영상을 보면서 재미난 걸 발견했어요. 주 광원은 천장의 다운라이트입니다. 수직으로 빛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림자가 인중에 맺히게 되고 어둡고 강한 느낌을 전달해 주죠. 그리고 창 뒤의 역광을 통해 몸의 경계가 뚜렷해집니다. 여기까지는 분명히 의도한 겁니다. 그런데 최소한 촬영 당시에, 제니의 상의가 흰색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효과까지를 의도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촬영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그저 주인공인 제니를 조연 배우-백업 댄서들과 확연하게 구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상을 흰색과 검빨 컬러로 배치하고, 댄서들은 검정 일색으로 코디했겠죠. 근데 이 재미난 효과를 캐치한 사람이 영상 편집자였던 것 같습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빛은 역광과 천장의 다운라이트 때문에 2면에서 쏟아져 오는데요. 영상을 보면 소매의 흰 부분이 반사판 역할을 합니다. 팔을 펴거나 굽힐 때마다 얼굴이 번쩍번쩍하는 걸 느낄 수 있죠.

추측이지만 현장에서는 이 반사판 역할을 극적으로 인지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태양광으로도 힘든데 천장 라이트 정도로 저렇게 극적인 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창에서 들어오는 역광 역시 머리와 등이 빛의 상당 부분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소매를 통한 반사는 저렇게 크지 않았을 겁니다. 영상에서 나오는 정도라면 거의 거울을 통해 반사되는 빛 수준인데(이론상으로는 100% 반사), 흰 색은 빛은 난반사시키기 때문에 그림자를 누그러뜨리며 부드럽게 퍼지면서 광량의 집중도 낮아지게 됩니다.

저런 효과는 컨트라스트를 의도적으로 과하게 줬기 때문에 나타난 것입니다. 원본 영상을 편집하는 단계에서 보정을 해보니 저 효과가 인지되기 시작했고, 곡의 분위기와도 적절히 맞다고 생각하면서 저 느낌을 더 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저런 느낌이, 95% 정도는 우연에 의한 결과라고 판단하는데요. 저만큼 결과물이 재미있게 나온 게 인상적이어서, 저 역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써먹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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