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8/21 00:32:34
Name   메존일각
Subject   잠을 자야 하는데 뻘생각이 들어 써보는 무근본 글.
진짜 뻘소리의 향연입니다.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 시간 낭비를 줄이시는 쪽을 추천드립니다.

전 기본적으로 태어난 김에 산다는 스탠스입니다. 인간이 반드시 해야 된다거나 반드시 살아야 된다는 이유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 태어났으니까 이왕이면 적당히 만족스럽게 살다가 가는 게 좋지 않겠냐 정도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삶에 대한 집착 같은 게 엄청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죽어야지 하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인간 사회가 지속된지도 수백 만년이 지났고, 그동안 사회 시스템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계속 보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 서로 불안감을 덜 갖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신이 이렇게 살아야 된다라고 규정지어준 건 결코 아닙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전 몹시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들의 시스템에 비교적 잘 순응하려고 합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무언가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덜 불편하려면 해야 되는 정도라고 여깁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을 급진적으로 바꾸려는 사상적인 운동들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그런 걸 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히 아니고요. 지구에 사는 80억 명의 사람들은 다들 제각각의 생각을 갖고서 살아가고 있고 거기엔 나름의 이유도 있을 텐데요. 특정한 소수의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의 범위를 대중들과 제대로 논의조차 해보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정하고, 그 선을 넘어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는 데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얘기입니다.

반드시 어떻게 살아야 한다 같은 건 애당초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가 무난하게 굴러가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 필요성이나 당위성은 있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 즉시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는 건 어려우니까, 공론화를 통해 꼭 필요한 이유를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사회적인 인식이 두루 퍼지도록 한 뒤 바꿔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요.

불과 몇 십 년간 사회적인 인식이 어마어마하게 변했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죽도록 노력하신 분들이 많겠지만, 사람에게 이미 축적된 생각을 바꾸는 것 또한 쉬운 건 아닙니다. 그리고 그 바꾸려는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지도 판단해 볼 일입니다. 그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틀린 게 아닐 수 있잖아요? 엄밀하게 따지면 옳다 그르다도 없겠지만, 이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고 살아가려는 기준에서 옳냐 그르냐 정도로 정할 수는 있겠죠.

저도 예전에는 다르게 생각했던 것들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면서 실제로 판단 기준이 바뀌기도 하고, 바뀌지는 않았더라도 이해까지는 해보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떨 때는 괜시리 유별나다 판단하기도 합니다. 근데 거듭 말하면 이런 것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해야 된다고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필요에 의해 혹은 인간 사회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서 그렇게 하게 됐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본인들이 믿는 생각을 퍼뜨리려는 것도 알겠고 좋은 생각 하시는 것도 알겠는데(실제로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가능한지는 별개로 하고), 속도 조절은 좀 하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폭력적으로 잣대를 대고 거기에 안 맞는다고 비난하거나 욕하지 말고요. 애당초 그렇게 하라고 하늘에서 부여해준 게 아닌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걸 해야 되는 이유 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걸 하지 말라가 아니고, 하고 싶다면 속도 조절은 좀 하자.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10
  •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읍니다
  • "그런 측면에서 인간을 급진적으로 바꾸려는 사상적인 운동들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본인들이 믿는 생각을 퍼뜨리려는 것도 알겠고 좋은 생각 하시는 것도 알겠는데(실제로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가능한지는 별개로 하고), 속도 조절은 좀 하면 좋겠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토비 15/06/19 35549 1
15997 일상/생각소유의 종말: 구독 경제와 경험의 휘발성 2 사슴도치 26/02/02 477 12
15996 오프모임참가하면 남친여친이 생겨 버리는 2월 7일 토요일 14시 사당 또는 이수 커피 모임 65 + 트린 26/02/02 1090 4
15995 일상/생각팀장으로 보낸 첫달에 대한 소고 6 kaestro 26/02/01 574 6
15994 일상/생각와이프란 무엇일까? 2 큐리스 26/01/31 587 9
15993 영화영화 비평이란 무엇인가 - 랑시에르, 들뢰즈, 아도르노 3 줄리 26/01/31 380 4
15992 IT/컴퓨터[리뷰] 코드를 읽지 않는 개발 시대의 서막: Moltbot(Clawdbot) 사용기 24 nm막장 26/01/31 726 1
15991 일상/생각결혼준비부터 신혼여행까지 (3/청첩장 및 본식 전, 신혼여행) 5 danielbard 26/01/30 386 4
15990 정치중국몽, 셰셰, 코스피, 그리고 슈카 15 meson 26/01/29 1134 7
15989 IT/컴퓨터램 헤는 밤. 28 joel 26/01/29 832 27
15988 문화/예술[사진]의 생명력, ‘안정’을 넘어 ‘긴장’으로 8 사슴도치 26/01/28 432 21
15987 IT/컴퓨터문법 클리닉 만들었습니다. 7 큐리스 26/01/27 572 16
15986 게임엔드필드 간단 감상 2 당근매니아 26/01/26 556 0
15983 스포츠2026년 월드컵 우승국//대한민국 예상 순위(라운드) 맞추기 관련 글 6 Mandarin 26/01/26 359 0
15982 오프모임2월 14일 신년회+설맞이 낮술모임 (마감 + 추가모집 있나?없나?) 18 Groot 26/01/26 722 3
15981 정치이재명에게 실망(?)했습니다. 8 닭장군 26/01/25 1019 0
15980 IT/컴퓨터타롯 감성의 스피킹 연습사이트를 만들었어요 ㅎㅎ 4 큐리스 26/01/25 431 0
15979 정치민주당-조국당 합당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14 Picard 26/01/23 890 0
15978 오프모임1/23 (금) 용산 또는 서울역 저녁 모임 8 kaestro 26/01/23 695 1
15977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5년 162.5M 양키스행 김치찌개 26/01/22 329 0
15976 정치한덕수 4천자 양형 사유 AI 시각화 11 명동의밤 26/01/21 1187 11
15974 오프모임2월 7일 토요일 14시 사당 또는 이수 커피 모임 하실 분? 21 트린 26/01/20 900 5
15973 도서/문학용사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테니까 7 kaestro 26/01/19 1039 9
15971 꿀팁/강좌나노바나나 프롬프트 - 걸리버 소인국 스타일 음식 이미지 3 토비 26/01/17 736 1
15970 의료/건강혈당 스파이크란 무엇일까? 12 레이미드 26/01/17 1025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