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03/26 12:11:44
Name   카르스
Subject   UN 세계행복보고서 2024가 말하는,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
얼마전에 UN의 World Happiness Report 2024가 발표되었는데, 다소 놀랍고 고정관념과 다른 내용들이 꽤 있어서 소개합니다. 보고서는 https://worldhappiness.report/ed/2024/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1. 한국은 올해 실질적으로 최초 6점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과거에도 6점대 기록이 있었지만, 수치가 너무 높게 튄 2011년 자료(직전 3년치 데이터 평균을 기준으로 측정합니다)를 포함한 것이라 실질적으로 최초라고 봐야 합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의의가 큽니다. 



이건 2022년까지 데이터만 나와 있고, 2023년엔 한국과 일본 모두 6점을 근소히 넘습니다.

이게 향후 행복도 상승의 중대기점이 될지 궁금합니다. 
중대기점이 된다면, 한국은 좋은 의미로 대만처럼 되는 겁니다.
대만은 한국 일본과 비슷했다가 2010년부터 홀로 높아져서 지금은 6.5점으로 30위권까지 올라갔거든요.
 




2. 한국은 과거(2006-2010년) 대비 행복도 상승이 제일 컸던 선진국 중 하나입니다. 

세계적으로도 140여개국 중 48위라 의미가 있는 수치인데, 한국보다 앞선 국가들 절대다수는 개도국입니다. 
한국보다 행복도가 더 많이 올라간 선진국은 (앞서 말한) 대만과 아이슬란드 정도에 그칩니다.

사실, 선진국들은 국가 단위로 보면 행복도가 횡보하거나 하락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지역 단위로 봐도 북미+호주뉴질랜드는 행복도가 하락했고, 

서유럽은 다른 연령층은 그대로인데 청년층은 행복도가 낮아졌습니다. 





3. 한국은 특히 장노년층에서 행복도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40대 전반 이전도 행복도가 오르긴 했는데 상대적으로 오름세가 작습니다.
노인들의 경제/건강상태 호전과 노인 복지 확충 덕으로 추측합니다.




세대 단위로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4. 한국보다 행복한 선진국들도, 청년끼리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도리어 불행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한국의 청년들의 행복도는 이제 프랑스 독일 스페인 그리스와 큰 차이 없고, 심지어 캐나다,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앞서기까지 합니다. 
재미있게도, 이런 경우는 일본 그리스 정도를 제외하면 타 세대는 행복해서 전체평균은 괜찮게 나오는데 유독 청년만 불행한 케이스라는 겁니다.
누군가는 한국이 특히 청년에게 가혹하다고 하는데, 행복도로 봤을때 진짜 청년에게 가혹한 선진국들은 따로 있습니다.
한국의 연령별 행복도 상대순위 편차는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30세 미만 52위 - 30-44세 45위 - 45-59세 55위 - 60세 이상 59위.

+ 참고로 한국과 전체평균은 거의 똑같은데 청년이 한국인보다 불행한 일본은 30세 미만 73위 - 30-44 63위 - 45-59세 52위 - 60세 이상 36위.
한국과 일본을 비교해보면 45세 미만은 한국인이 더 행복하고 45세 이상은 일본인이 더 행복합니다. 
 
지역 단위로 가도 결론은 비슷합니다. 

2,에서 꺼낸 그림을 다시 보자면, 동아시아와 서유럽/북미+호주뉴질랜드 지역끼리 비교하면 
이제 청년층에서는 행복도가 큰 차이가 나지 않거나 오히려 다소 앞섭니다.



5. 한국과 타 선진국 간 청소년의 행복도 격차도 과거에 비해 감소했습니다.

한국이 향상되서가 아니라 선진국 전반이 나빠진 게 큽니다. 
사실 한국(더 나아가 동아시아 선진국들)은 제자리걸음인데, 타 선진국은 과거대비 청소년 행복도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제1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어떨지. 

PISA 기준으로, 영국 청소년들은 이제 한국보다 불행합니다.




이런 놀라운 발견들을 종합하자면 두 가지 결론이 나옵니다. 

1) 1-3을 종합하자면 한국의 행복도 추이는 최소한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우상향해왔고, 상승 속도도 결코 느리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를 비평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실. 
불행해서 출산율이 낮아졌다니 자살율이 높아졌다니 온갖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분석은 최소한 시계열적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과거보단 개선되어 왔으니...

2) 4-5를 종합하자면, 한국 더 나아가 동아시아인들 청소년-청년들이 입시지옥, 엄격한 문화, 열악한 노동시장 등으로 불행하다는 고정관념은 최소한 부분적으로 수정되거나 완화될 필요가 있음. 
물론, 격차의 축소는 우리가 선방한 덕 있지만 서구 선진국들이 자빠진 데에도 기인해서 여전히 겸손해야 합니다.


뜯어보면 우리에게 놀라운 이야기가 많은데 별로 주목을 못 받아 보입니다.
한국이 생각보다 괜찮게 나와서, 조회수 빨아먹기 나쁜 구조라서 그런가요?

+ https://sovidence.tistory.com/1254 블로그에서도 저와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7
  • 좋은 데이터 소개 감사합니다. 학부모라면 정독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78 일상/생각습관 만들기 - 2달째 후기 40 카야 20/01/14 6766 35
10368 오프모임[마감] 3월 13일 금요일 7시 압구정 곱떡 벙개 56 카야 20/03/11 7254 4
1456 의료/건강물들어 올때 노젓는 잡담 23 카서스 15/11/04 10801 0
15251 일상/생각요 몇년간 스마트폰 기변 후기. 14 카바짱 25/02/06 2315 0
14365 꿀팁/강좌해외에서 ESIM 번호이동(010) 성공 후기. 카바짱 23/12/29 4413 3
8449 도서/문학(리뷰±잡설) 골든아워 그리고 시스템 4 카미트리아 18/10/31 4937 5
13305 스포츠국가대표 4 카리나남편 22/11/09 3794 3
15693 경제한국을 다루는 경제사/경제발전 연구의 발전을 보면서 2 카르스 25/08/28 1412 5
15627 사회서구 지식인의 통제를 벗어난 다양성의 시대 3 카르스 25/07/19 1598 5
15620 사회동남아시아, 장애인 이동권, 그리고 한국 5 카르스 25/07/16 1511 13
15208 정치윤석열이 새해 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 전문 [장문] 14 카르스 25/01/15 2337 0
15203 사회생활시간조사로 본 한국 교육의 급격한 변화와 (잠재적) 문제 3 카르스 25/01/13 2403 2
15103 음악임현정의 '세계최초 라흐마니노프 콘체르토 전곡 독주 편곡 리사이틀' 감상 (2024.12.05) 3 카르스 24/12/06 2609 1
15109 사회오늘의 탄핵 부결에 절망하는 분들에게. 6 카르스 24/12/07 2488 16
14968 정치민주당계 정당의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소극성,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21 카르스 24/10/08 3070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3356 15
14801 정치양당고착구도에 대한 짧은 고찰 - 제3정당들은 왜 양당에 흡수되었는가 10 카르스 24/07/22 2855 6
14746 사회한국 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그리고 타 선진국에 비해 미래를 낙관한다? 12 카르스 24/06/16 3518 0
14729 사회한국 징병제의 미스테리 19 카르스 24/06/06 3779 4
14723 사회낙관하기는 어렵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보다는 낫게 흘러가는 한국 사회 11 카르스 24/06/03 3108 11
14690 도서/문학제가 드디어 에어북을 출간했습니다. 14 카르스 24/05/19 3522 36
14594 정치절반의 성공을 안고 몰락한 정의당을 바라보며 10 카르스 24/04/11 3649 18
14565 도서/문학양승훈,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서평. 5 카르스 24/03/30 3382 12
14564 사회UN 세계행복보고서 2024가 말하는, 한국과 동북아에 대한 의외의 이야기 14 카르스 24/03/26 4212 7
14499 정치이준석의 인기 쇠퇴를 보면서 - 반페미니즘 정치는 끝났는가? 21 카르스 24/03/03 413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