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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5/03/20 19:20:32수정됨 |
Name | 카르스 |
Link #1 |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0135800001?input=1195m |
Link #2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2167 |
Subject | 한국 시민의 일원으로 연금개혁을 환영하며 |
국내외적으로 우울한 뉴스만 올라오는 시대에, 2007년 이후 18년간 아무 개혁도 이루어지지 않은 연금개혁의 모수개혁 파트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었다는 긍정적인 뉴스를 봤습니다. 곧 구성될 국회 특위에서 구조개혁 파트 논의가 이루어질 계획입니다. 이번 연금개혁안 개혁을 보자면... (Link #1 기사 참고) 1. 보험료율은 9%에서 13%까지 내년부터 8년에 걸쳐 매년 0.5%씩 올리고, 2. 소득대체율은 40%(현재 41.5%; 40%는 2028년 목표)에서 43%(바로 내년부터 적용)로 오릅니다. 3. 둘째 자녀부터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하는 출산 크레디트도 첫째와 둘째는 12개월씩,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고 상한은 폐지했습니다. 4. 군 복무를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 군 복무 크레디트도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됩니다. 5.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12개월 동안 보험료 50%를 지원합니다. 6. 국가가 국민연금의 안정적이고 지속적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반영됐습니다. ![]() 그 결과, 이번 연금개혁은 기금 고갈을 8년 늦추고, 기금수익률 1% 인상과 함께라면 15년 뒤로 늦출 예정입니다. (Link #2 기사 참고) 물론 이 개혁안이 최선이냐면 당연히 아닙니다. 1. 우선, 재정안정 목적으로는 모수개혁의 강도가 약한 편입니다. 순수 부과식을 상정하자면 보험료율을 18-20%까지는 올려야 재정안정에 맞습니다. 그래서 고갈을 8-15년 늦출 뿐 완전히 막지는 못했지요. 2. 출산, 군복무 크레딧과 취약계층 보험료 지원은 확대했다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3. 국회의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도 여러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의견의 차이를 넘어서 모두가 사실로서 인정할 만한 통계자료를 공유하는 덴 한계가 컸고, 숙의과정이 너무 속전속결로 이루어졌습니다. 4. 무엇보다, 여야가 이 이슈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기싸움을 한 결과 개혁안 통과까지 시간을 쓸데없이 끌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하다못해 윤석열 정부(21대 국회)에서 통과되었어야 했는데 더 늦어졌지요.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혁안은 정말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0. 우선 연금개혁이 통과가 됐습니다. 정치권이 개혁의 골든 타임을 놓쳤을지 몰라도 실버 타임 정도는 지킨 듯 한데, 더 늦거나 아예 개혁이 안되는 더 나쁜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거기까진 안 가서 정말 다행입니다. 1. 정치세력(여야 모두), 관료집단, 학계, 재계, 노동계, 그 외 시민사회, 심지어 국민들(공론화 결과를 보세요)까지 모든 사회 이해집단이 연금개혁의 취지와 방향성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모수개혁 수치까지 동의하였다는 굉장히 큰 의의를 지닙니다. 대통령이 포퓰리즘 반대를 핑계로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하다 계엄령의 탈을 쓴 친위쿠데타를 시도한 대형사고를 친 상황에서, 오래 걸리더라도 평화로운 숙의 끝에 모두의 합의로 이루어진 연금개혁 처리과정은 윤석열식 권위주의적 통치의 훌륭한 대안이라고까지 생각됩니다. 솔직히 한국 연금개혁 처리과정은, 프랑스 헌법조항을 이용해 대통령의 권한으로 하원 표결을 건너뛰어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 통과시킨 마크롱의 연금개혁보다 더 우월했다고 봅니다. 한국의 이번 연금개혁은 공론화과정이 더 성숙했다 평가받는(견의 차이를 넘어선 팩트 공유, 더 긴 논의기간 등) 영국의 연금개혁보다는 못하더라도, 프랑스 연금개혁보다는 확실히 나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 연금개혁의 사회적 논의수준은 이제 복지 선진국 급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크게' 꿀리지 않습니다. 한국 복지정치를 논한 김영순의 '한국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에 따르면, 2007년 연금개혁에서는 1998년 연금개혁에 비해 행정부-대통령-관료로부터 구분되는 정당의 역할이 커지며, 이해당사자들의 집단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들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이 중요해지는 등 복지정치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비평을 했는데, 2025년 연금개혁은 긍정적인 의미로 한 걸음 더 나아간 듯 합니다. 모두가 성숙하게 논의를 한 건 아니었지만, 연금제도 논의의 평균적인 수준과 논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행위자들의 결집의 양상은 더 성숙하게 발전했다고 봅니다. 이는 바로 뒤에 설명할 부분떄문에 더 돋보입니다. 2. 한국은 연금 개혁 난이도가 매우 높은 국가입니다. 서구 선진국에 비해 연금제도가 독특한 면이 많아(적립식, 늦은 제도 도입 등), 한국의 연금제도는 공정하고 포괄적인 이해가 매우 어렵습니다. 페북의 모 셀럽이 국민연금은 그 누구도 완전한 정답을 말하지 않는 유일한 주제라고 비평한 바 있는데, 정말 적확한 비평이라고 판단됩니다. 그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극단적인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면서도(재정안정), 극심한 노인 빈곤 모두를 해결해야하는(소득보장) 양립 불가능에 가까워보이는 엄청난 난이도의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그럼에도 양쪽 세력의 치열한 논쟁 끝에 한국 사회는 연금개혁에 성공했습니다. 모수개혁의 양상이 아쉬웠던 것도, 이런 극한 난이도에서 양쪽을 적당히 살린 절충지점을 찾은 거라 하면 이해합니다. 더 완벽하게 하려다간 10년 뒤에도 개혁이 안 될 기세인데, 그것보다는 이렇게라도 통과되는 게 훨 낫지요. 3. 전세계적인 복합적인 도전 내지 위기의 시대에서, 한국 사회는 미래를 위한 개혁 의지와 능력이 최소한 낙제급은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고령화 시대에 연금제도는 복지제도의 꽃이라 불려도 무방하지요. 실제로 복지 선진국들의 복지에서 제일 비중이 큰 게 연금입니다(다만 한국은 아직 연금제도가 미성숙해서 1위는 연금이 아닌 의료). 그렇기에 이번 연금개혁 개혁안을 '급변하는 시대의 사회적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리트머스지'라는 매우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논의 과정과 결과를 보건대, 한국 사회는 다행히 리트머스지를 통과했다고 볼 자격이 있습니다. 아무리 국내외 상황이 나쁘더라도,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은 남겨둘 수 있겠다고 안도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연금개혁이 아쉬움이 있을지라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0.부터 3.까지를 포괄해 생각하자면, 이번 모수개혁의 한계와 아쉬움도 곧 있을 구조개혁과 다음 번 연금개혁에서 잘 해결될거라 믿습니다. 오랫동안 이 이슈에 관심을 가져서 대학원 수업까지 들었던 나였고, 지지부진한 연금개혁 논의에 답답해했던 저이기에 마음이 후련하기까지 합니다. 연금개혁 관련자들 모두 수고했고, 남은 구조개혁과 다음 번 연금개혁에서도 책임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 덤으로 연금개혁 통과는 윤석열에게도 잘 된 일입니다. 그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나중에 돌아봤을때 '이건 잘 했지' 내세울만한 유일한 공적이 될 테니까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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