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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1/05 08:53:20 |
Name | Beer Inside |
Subject | 아침의 잡상, 결국엔 헛된 욕망 |
어린 시절 지식인이라면 서재에 하나 꼭 가지고 있어야 했던 책이 있습니다. 미와자와 리에의 싼타페였지요. 당대의 교수나 석학들 지식인이라고 불리던 이들은 이 책을 서재 한 구석에 꽂아 놓고 친구가 오면 자랑을 하던 시절이였습니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이책 내방에 있다... 라고 자랑하던 이들도.... ) 중고등학생들이 미국의 도색잡지를 신발상자에서 몰래 꺼내서 자랑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만, 지식인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지요. 욕망이 잘 관리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후 마돈나의 누드집도 인기가 있어서, 산타페를 구입한 이들이 추가로 구입하는 아이템이 되었지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연예인 화보일 뿐입니다만, 당시에 '싼타페'가 한국 사회 문화에 미친 영향은 꽤 큽니다. 마광수의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 '가자 장미여관으로'같은 이전의 근엄한 시대에 종말을 고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게되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후 인터넷시대가 시작되고, 소라의 가이드가 흥하고, 연예인 누드화보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야한 담론이나 누드사진집이 지식인의 서재에 들어가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Back to the Future) 너무 노골적이 되어버리니 관심이 없어지거나 남들에게 내어 놓기 부끄러워서 말하기 어려워지는 것이겠지요. 지식인들이라고 해서 항상 근엄하기만 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유행을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유행을 창조하고 더 빨리 따르려고 하고, 욕망을 공적인 자리에서는 은밀하게 사적인 자리에서는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그 노골적인 욕망을 나타내는 유행 중에 하나가 한 분야의 President라면 금발의 여성 vice president가 있어야한다는 였으니까요. 최근에는 지식인이라면 스마트워치를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유행도 있어서, 다들 다촛점 안경을 쓰고 자그마한 시계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지식인들 아니 인간이라면 시대와 상관없이 욕망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젊음입니다. 본인이 젊어질 수 없으니 젊은 상대를 찾는 것도 한 방편이지요. 소크라테스의 미소년에 대한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세계의 유명 인사들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원합니다. 이 은밀할 것 같은 욕망은 '롤리타'라는 소설로 출간되어 세계의 지식인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지요. (아 물론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하지만 지식과 권력은 불법을 향유하는데 잘 사용되지요.) 이렇게 은밀한 욕망은 과거 미에자와 리에의 산타페처럼 지식인의 서재 은밀한 곳에 자리잡게 될 수 있는데, 대부분 일본의 문물이라서 자랑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일본것 좋아하면 더러운 덕후라 욕하잖아요.) 하지만 그 덕후 아니 지식인들의 은밀한 수집욕을 자극하는 것이 한국에서 발간되었습니다. 작가의 예명이 '로타'라서 노골적인 면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름 잘 포장된 경력에 환상을 자극하는 사진들이군요. 작가를 포장하는 글에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 아직 덕후냄새가 나지만, 조금만 더 포장하면 지식인의 서재에 이런 책들이 숨어있을 날들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funder2000/220526916778 사족) 왜 뻘글은 아침에 더 잘 써지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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